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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뤼투나읫
작품등록일 :
2024.10.01 11:48
최근연재일 :
2025.01.10 02:5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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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수 :
210,683

작성
24.10.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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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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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보통 세상은 예상을 벗어난다

DUMMY

머리는 커다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방 안의 암흑을 관찰했다.


뤼델은 눈을 뜨지 않고 머리의 작용을 기다렸다.


이윽고, 머리는 피리를 입에 문 채 눈을 감고 있는 뤼델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즉시 무지스러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아ㅡ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악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소리.


창자까지 뱉어 버리려는 것처럼 피끓는 비명을 지르던 머리는, 이윽고 떠듬떠듬 단어를 구사했다.


"에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아아아아르르아아아아ㅡ!]


[내느아라아아아아아아ㅡ!]


[내놔라아아아아아아아ㅡ!]


처음의 아무 의미 없던 비명은, 점차 껍질이 벗겨지듯 그 날카로움과 야만성을 떨쳐 내고 거대함과 웅혼함으로 울려 댔다.


머리의 말이 의미를 구축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 뤼델은 짧게 대답했다.


"[가져가라.]"


머리는 그렇게 했다.


[크하아아아아아아아아압ㅡ!]


머리가 바람을 들이키는 기세로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하자 뤼델의 몸이 급격히 경련했다.


"끄으으윽!"


뤼델의 살점 부분부분이 머리의 입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말려 올라갔고, 어떤 지점은 튿어져 피가 튀기도 했다.


반응하는 부분들은 모두 뤼델의 살갗 위에 그어진 주박의 문신이 새겨진 곳이었다.


검은 선들로 그어진 문양들은 저마다 인력을 가진 듯 머리의 들이쉼에 이끌리다, 점차 살갗과 함께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압ㅡ!]


터져버릴 폐가 없는 머리는 끝없이 숨을 들이마신다.


뤼델은 이를 악물었다.


살갗이 뜯어지는 격통 때문이 아닌, 그 자신도 딸려 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머리의 들숨을 따라, 네 개의 머리들 역시 순차적으로 깨어나 입을 벌렸다.


이윽고, 다섯 개의 머리가 바람을 들이마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끝없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바람 소리가 어두운 창고 안에 가득하다.


뤼델은 손톱이 까져라 장판을 움켜쥐며 식은땀을 흘렸다.


"끄...으아아아악...!"


뤼델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새겨진 주박의 일부분이 살갗과 함께 쩍 뜯어져 어떤 머리의 입 속으로 날아들었다.


그것을 필두로, 뤼델의 살점들이 종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몸과 쩍쩍 갈라져 날아다녔다.


파충류의 허물벗기 같은 광경.


어둠 속을 비행하는 혈액의 날개를 가진 살점 박쥐들.


뤼델이 피투성이가 되고 나서야,머리들의 입은 닫혔다.


"크윽... 후우우..."


긴장이 풀린 뤼델은 그대로 허리를 굽혀 쭈그려 앉았다.


온 몸의 구석구석이 찢어진 상처로 가득한 그의 몸은 난장판이었고, 그 자신의 몸에서 흐른 피로 온 몸이 흥건했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뤼델은 천천히 일어서 천정에 매달린 등롱에 다시 불을 붙였다.


환하게 타오르는 불빛 아래에 그의 몸을 비춰 본 뤼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 더 줄었군."


어느새 거의 다 아물어 가는 그의 상처 위에는, 검은 문신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의식 분의 주박이 사라진 것이었다.


뤼델은 그의 주변에 놓여 있는 머리들을 돌아보았다.


그것들은 썩은 과일처럼 문드러지고, 원래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악령을 불러내어 생명을 일깨워 작용시킨 그 머리들은, 교회의 주박을 삼킨 뒤로 그 형체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뤼델은 머리들의 얼굴에 그을음으로 그려 넣었던 문양들이 실제로 문신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깊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쪼그라든 머리를 향해 말했다. 그것은 뤼델의 악몽에 휘말려 죽은 성기사였다.


"이제 칼 따위도, 시끄러운 산제물도 필요 없다... 반 세기 분의 결실이지."


아주 오래 전, 뤼델은 고대에 주조된 저주받은 무구들을 구해 내어 그것으로 자신의 살을 발랐다.


하지만 그 방식을 위해 구해야 하는 것들이 끔찍하게 희귀하고 교회의 경계가 삼엄하다는 것을 깨달은 뤼델은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이교도나 부두술사를 산 채로 납치하여 그들의 몸에 주박을 옮겨 붙이는 의식을 시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방식 역시 극히 번거로웠고, 제국이 페일의 권위를 인정한 이래 이교도는 거의 전부 척살되어 만나 볼래야 만날 수도 없는 판국이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30년이다.


그리고 지난 20년 간, 악령과 마귀들을 칼날로 삼아 주박을 살점째로 뜯어 버리는 방식을 발견한 뤼델은 그 후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박을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길고 긴 시간이었다."


뤼델은 완벽하게 아문 몸을 바라보며 중얼댔다.


이제 그의 몸에서 주박이 새겨지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쉽다.


희미하고 불완전해진 교회의 문장을 보며, 뤼델은 더없는 혐오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머리 하나를 집어들었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변한 그 머리를 향해 뤼델은 말했다.


"너희를 환영할 생각 따위 없어. 하지만 굳이 내게 찾아오겠다면, 선물 정도는 챙겨 주지."


그 말을 끝으로 뤼델은 머리를 바닥으로 내던져 버렸다.


콰사삭!


머리는 박살 났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악령에 들렀다가 주박으로 제령당한 머리는 피까지도 검게 말라붙어 버려, 아무것도 튀기지 않았다.


뤼델은 한층 더 깊어진 미소와 함께 창고를 떠났다.







.

.

.








세상이 흐르는 방식은 언제나 예상이라는 바람에 구애되지 않는 법이다.


제국력 522년 9월 23일, 3,000명의 성기사단이 윈덴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하그사이 강에 야영지를 펼쳤다는 소식이 제국 전역에 퍼졌다.


제국의 모든 이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엔 뤼델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국의 광활함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상태가 좋은 말이라도 페일에서 윈덴까지 족히 한 달쯤은 걸릴 것이란 뤼델의 예측은 흠잡을 데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페일의 방식은 상식을 뛰어넘었다.


한 병사당 세 마리. 총 9,000마리의 말을 몰고 다니며 자면서도 고속 행군을 감행한 그들은 휴식 시간을 아예 가지지 않고 직선거리로 제국을 주파했다.


명마들의 고향으로 유명한 테렌의 남작이나 히그스토랑의 자작은 이를 들어 미쳤다고 할 법한 일이다.


당연하다. 그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행군 방식이다.


말들이 풀을 뜯는 시간이나 잠을 잘 시간 등을 아예 포함하지 않는 행군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일의 세 추기경 중 하나인 칼리네아 소라리안 벨제브 페일은 이에 대해 이렇게 논평할 것이다ㅡ


ㅡ상식 또한 신이 창조하셨다.


3,000명의 군대에 포함된 300명의 집정관들은 넘치는 신성력으로 말들의 생명력을 보강했고, 성기사단 특유의 절도 있는 결속력은 아무런 사고 없는 행군에 보조했다.


이로서 알려진 사실은, 3,000명 모두 기마병이라는 것이었다.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전원 기병의 3,000기 성기사단.


한 번 일대에서 끌어모은 악령은 적어도 일주일은 걸려야 새로이 들어서기 때문에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더 필요했던 뤼델에게, 그것은 실로 허를 찌르는 일이었다.








.

.

.








제국력 922년 9월 24일 오전, 윈덴은 언제 한 번 겪어본 적 있는 듯한 소란에 젖어 있었다.


400기의 성기사단의 방문만으로 온 세간이 그 어울리지 않음에 떠들썩했던 윈덴이었지만, 이제 세간은 오히려 조용했다.


윈덴에 대거 정착한 이야기꾼들과 광대들은 급조한 비유를 만들어 내었다.


'쥐구멍에 토끼가 들어온다면 우스운 일이지만, 사자가 쥐구멍을 파헤치는 일은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조악한 비유였지만 그럴듯한 비유이기도 했다.


이제 바람의 백작, 차르탄 윈덴은 초장부터 넙죽 엎드린 태도로 가기로 했다.


대로에 다 설 수 없기에 바람의 저택 인근의 광장에 도열한 군대에게 향한 차르탄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


"창공과 대지를 잇는 광영됨을, 윈덴 백작 차르탄 윈덴이오."


그러자 그의 말을 받는 젊은 목소리가 있었다.


"운명을 쓸어만지는 백깃의 영광을, 광휘기사 가이슨이오."


광휘기사?


차르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앞에 도열한 찬란한 대군을 목도했다.


페일의 군대가 거기에 있었다.


3,000명 전원은 하마하지도 않은 채 고삐를 쥐고 차르탄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전의 비스듬한 햇빛은 그들의 역광이 되어 그림자로 빛난다.


찬연한 백색 일색의 갑주들.


성기사 한 명 한 명의 행동들이 3,000번 중첩되자 그들은 엷게 파도치는 은린처럼 보인다.


먼젓번의 400기의 성기사단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규율과 근엄함을 보고 감탄했던 차르탄이었지만, 이번에의 것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상시 출동을 위해 황제령인 칠란트에서 주둔하던 그들과 달리 신성도시 페일에서 주둔하던 이들이다.


차르탄은 이제 자존심이라는 장막 없이 순수한 찬탄을 표했다.


"어질더분한 바람의 도시에 이처럼 빛으로 찾아오신 교황 성하의 뜻에 탄복할 따름이오. 경의 군대처럼 기품 넘치는 병사들은 처음 만나 보는군."


꽤나 젊은 청년인 광휘기사 가이슨은 차르탄의 태도에 만족한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형제의 도시 역시 무심함에서 묻어나는 우아함이 돋보이는군. 우리 깃털들이 어째서 백작님의 도시를 방문했는지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오만."


차르탄은, 이번에도 역시 진심의 증오를 남아 말했다.


"어떤 이교도들 덕분이지요. 먼젓번의 성기사분들이 색출을 시행했지만, 간교한 술수를 써 숨어드는 데 성공한 모양이라 들었소. 심지어 그 과정에서 열 명이 넘는 성기사를 해했다고도 들었소만."


가이슨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사실이오. 그 벼락 맞을 형제는 감히 봉황의 은혜를 거부하고 악마를 섬기며 그 추악한 권능을 휘둘러 신의 깃을 그을렸소. 하여, 교황 성하께서 우리를 보낸 것이지."


차르탄은 마음속 깊은 심연에서 아우성치는 귀족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밟아 뭉개며 말했다.


"탄복할 따름이오. 바람의 도시에 스며든 악한을 구제하는 손길을 거부하는 자, 어디 있겠소? 모든 절차와 과정에서 열성적인 협조를 약속하는 바이오."


"고맙소, 윈덴 백."


"천만의 말씀이오. 거룩한 영광이 함께하기를."


"백깃이 당신의 운명을 쓰다듬기를."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돌아서 떠났다.


떠나는 길의 끝에, 차르탄은 길 한구석에 가래침을 뱉는 일탈은 참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했다.


"카ㅡ악!"








.

.

.







제국력 922년 9월 25일, 전면적인 도시 대수색이 진행되었다.


뤼델은 이제 왼쪽 가슴팍에만 엷게 남은 주박을 신경질적으로 긁어내리며 중얼댔다.


"착오도 이런 착오가 없군... 제기랄, 마기를 좀 더 꼼꼼히 숨겼어야 했는데!"


성기사단이 들이닥칠 무렵 모든 주박을 벗어던지고 그들 전원을 상대할 수 있는 상태로 맞을 것을 예상했던, 그래서 주로 의식에만 집중하며 은둔에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뤼델로서는 뼈아픈 처사였다.


후회는 사태와 함께 찾아온다.


뤼델이 미처 막지 못해 스며나온 마기는 3,000명이나 되는 성기사단에 의해 금방 포착되었다.


9월 25일 저녁, 뤼델은 마구간 침소의 창문 너머로 일대를 둘러싼 1,000기의 성기사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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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귀와 세례자 24.11.03 33 2 12쪽
22 마귀와 전쟁한다는 것은 24.11.01 35 3 12쪽
21 대담한 광태 24.10.31 45 3 12쪽
20 길 좀 물읍시다 24.10.31 41 3 13쪽
19 교황의 분노, 황제의 준동 24.10.29 48 3 11쪽
18 사탄마귀가 돌아왔다 24.10.28 43 5 13쪽
17 아무도 살아 나갈 수 없다 +1 24.10.27 41 3 13쪽
16 번개 치는 낮 24.10.26 43 3 11쪽
15 절체절명 24.10.25 45 4 12쪽
14 사면초가 24.10.24 44 5 12쪽
13 뒤바뀐 추격전 24.10.23 45 4 12쪽
12 의심과 말로 24.10.22 41 4 12쪽
» 보통 세상은 예상을 벗어난다 24.10.21 4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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