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여학교에 전학온 두 번째 남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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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콩순이
작품등록일 :
2024.10.01 11:50
최근연재일 :
2025.02.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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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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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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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학년] 인기 없을 짓만 골라하는 남자

DUMMY

"자... 장외!"



관객마저 고요해진 가운데 아르메이다의 장외가 선언되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아르메이다는 진행 요원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경기장으로 복귀하였다.

아르메이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조용해졌던 관객들 사이에서 조금씩 술렁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런~ 제법 대단한 장면이었는데, 다들 호응이 별로인데요?"



관객 중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어두운 남색 머리칼을 포니테일로 묶은 30대 초반의 여성이 관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들이 기대한 시합은 이런 게 아니었을 테니까."



노란색 수정처럼 맑게 빛나는 머리칼을 우아하게 올리고 전형적인 귀족 부인 스타일 복장 입은 중년 여성이 포니테일에게 대꾸했다.



"재능이 남다른 드란지엘의 학생들의 수준 높은 마법이 불을 뿜는 정열적인 결투, 관객들이 원한 건 그런 것이었을 테지."


"그래도 전 방금 저 최태율이란 학생이 쓴 마법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요? 델파스카 양의 비눗방울 마법, B급으로 평가되었지만, 방어 마법으로 활용될 때만큼은 A급에 버금간다고 할 정도로 대단하잖아요? 만약 저 거품 방패에 직접 공격을 가했더라면, 수 많은 기포들이 주는 방어력에 막혀 날리기는커녕 밀어내는 것도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공격을 하는 대신 방패를 든 상대를 통째로 날려버린다... 제법 머리 좋은 선택이었어요."


"저 남학생의 마법은... 음... 단순한 바람 사출 마법은 D급이나 잘 쳐줘야 C급에 해당하는 마법이지만, 엄청난 양의 마력으로 상대를 날려버릴 정도의 바람을 뿜어냈지. 확실히, 가진 능력들을 활용해서 시합을 풀어가는 능력은 매우 인상적이네. 물론 관객들은 별로겠지만."


"역시 그럴까요?"


"저 루메로 일족의 아이, 보아하니 최태율이 들고나온 전략에 대한 대책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어. 당황한 얼굴이 여기까지 다 보이지?"


"그렇네요..."


"저렇게 대놓고 당황한 티를 내니, 다른 관객들도 대부분 다 눈치챘을걸? 이 시합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포니테일은 푸른 머리 귀족 부인의 예측에 동의하며 흥미롭다는 눈으로 태율 쪽을 내려보았다.



"양 선수, 제자리에!"



심판의 지시에 태율은 지정된 코너에 가서 섰다.



"시합 재개!"


"[바람의 권]!"



심판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태율은 여지없이 [바람의 권]을 날렸다.



"읏...!"



[돌풍의 권]에 당하고 그것에 대한 대응법을 쥐어 짜내느냐 머리가 가득했던 아르메이다는, 빠르게 날아오는 [바람의 권]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얼굴에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제법 세게 밀려드는 바람은 아르메이다의 입뿐만 아니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타타타탓!


[바람의 권]을 날리고 달리는 태율의 다리가 더욱 속도를 높였다.



"...아...!"



아르메이다가 겨우 눈을 다시 떴을 때, 태율은 이미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돌풍의 권]!"



화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악!"



거센 바람 소리에 이어 아르메이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 지 얼마 후,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아르메이다는 또다시 장외에 내동댕이쳐졌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거지. 격렬한 싸움 구경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을 여지없이 실망시키는 결말의 완성이네."


"아이고...."



귀족 부인과 포니테일이 예상한 대로의 결과와 함께, 두 번의 장외로 인한 태율의 승리가 심판에 의해 선언되었다.



"집요하네요. 큰바람으로 날려버리는 건 그렇다 쳐도, 작은 바람으로 주문을 막는 방식을 또 사용할 줄은 몰랐어요."


"승리 공식을 만들어 놓은 거지. 시작부터 저걸 깔아두면 좋든 싫든 반응을 해야만 하니까."


"상대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의도에 끌려들어 오도록 하는 장치군요. 마법 실력 자체보다는 준비해 온 전술이 돋보였네요."


"응. 특기 마법 자체는 특출나진 않지만 그걸 활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유연해 보여. 그리고 남자 마법사답게 마력량이 보통을 한참 넘네."


"마력량 말인가요... 사장님 보시기엔 얼마나 되어 보이나요?"


"음... 제대로 체크해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어지간한 성인 마법사 수준은 되어 보이는데?"


"와, 17살에 벌써..."


"사실 내가 관심 있는 건 다른 아이 쪽이었지만 이쪽도 괜찮네. 첫날부터 와보길 잘했어."



포니테일은 펜을 꺼내 들고 수첩에 길게 정리하였다.



"마법을 어떻게 쓸지 많이 고민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훌륭하게 성장하지. 거기에 이 정도로 강한 마력을 타고났다면 더욱 대단해질 가능성이 클 거야."



귀족 부인은 미적지근한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태율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다만, 저렇게 실리를 추구하는 타입은 인기 없겠지."


"하하... 그렇네요. 관객들은 치고받는 싸움을 바랬을 텐데, 순식간에 장외 두 번으로 시합을 끝내버렸으니까요."


"여기까지 즐거움을 찾아 일부러 온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다음 시합은 부디 화끈했으면 좋겠네."



아름다운 황색 머리를 매만지며 포니테일에게 건네는 귀족 부인의 말에는 약간의 가벼운 농담조가 섞여 있었다.



'생각대로 잘됐네.'



첫 경기를 무난한 승리로 가져간 태율은 나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퇴장로를 나섰다 . [선풍의 권]이나 [강철의 권]같은 마법으로 방어구도 없는 여학생을 타격해야 하는 게 걱정이었던 그는 급하게 생각해 낸 방법이 잘 먹혀들자, 안도감을 느낀 것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풀어가면 욕먹을 일은 없겠지.'



퇴장로를 따라 나가는 태율의 뒤로 두 번째 시합 선언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주문을 외치는 소리와 요란하게 서로 격돌하는 충돌음이 이어졌고, 그에 따라 점점 고조 되어가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크게 들렸다. 엄청난 환성에 태율은 자신도 모르게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렇게 하면 이기기야 하겠지. 근데 너처럼 시합하면 보는 사람은 엄청 지루할걸.'



언젠가 태율이 긴 리치를 이용한 극단적인 아웃복싱으로 키가 작은 스파링 상대를 제압하고 났을 때, 이를 지켜보던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뭐, 이겼으면 됐지.'



태율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 두 번째 경기의 승리자가 선언될 무렵, 태율은 청코너 쪽 퇴장로에서 나오는 아르메이다와 마주쳤다.



"앗, 수고하셨습니다."



태율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자신과 시합을 한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춘 정중한 태도였다.



'져서 기분은 안 좋겠지만, 그래도 인사 정도는 받아주겠지. 게다가 예선 때랑은 다르게 때리지도 않고 나름 신사적(?)이었잖아? 적어도 욕은 안 먹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든 태율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메이다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던 것이다.



"흑... 흐윽....."


"아, 아니... 저기...."



어쩔 줄 몰라 하는 태율 앞에서, 아르메이다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잔뜩 젖은 그녀의 눈동자로 비쳐 보이는 감정을 읽은 태율은 설마 하는 심경이 되었다.



'저... 저거 혹시 억울해하는 거야?'


"흐윽....!!"



노려보는 눈으로 한참을 울던 아르메이다가 천천히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농락할 수가 있어...?"


"네...?"


"내가... 이번 본선을 얼마나 준비해 왔는데... 흑..."


"아... 아니...."


"분명... 귀족들이나 회사에서도 많이 보러 왔을 텐데... 준비한 거 하나도 해보지도 못하고... 흑... 이렇게 꼴 사납게...."


"저... 저기... 선배님?"


"이, 이기더라도 제대로 붙어주고 나서 이겨야지...!!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어!! 어어어엉!!!"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비난에 태율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아니, 시합을 이기려면 무슨 방법이든 쓰는 게 당연한 거지. 어떻게 이겨야 한다고 정해진 법이라도 있는 거야???'



태율의 억울한 심정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대성통곡하는 아르메이다에게 그의 호소 따위 들어갈 턱도 없을 것이고, 설령 그녀가 듣는다 하더라도 훨씬 더 분노를 폭발시킬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준비한 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하게 하고 이겨서 무척 미안합니다."



포기한 태율은 아르메이다의 통곡이 그칠 때까지 그 앞에 있기로 하고 사과 한 번을 덧붙이며 그 자리에 섰다.

그런데 한창 울음을 뽑아내던 아르메이다가 갑자기 사나운 눈으로 태율을 확 째려보았다.



"꺼져!! 너 정말 꼴도 보기 싫어!!!"


"....."



이전의 경험상 꺼지랄 때 정말로 꺼지면, 반드시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일이 생기고 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태율은 한숨을 쉬며 그냥 그 자리에서 아르메이다의 감정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그 뒤로 경이로운 체력으로 눈물을 쏟아내던 아르메이다는 세 번째 경기가 끝날 무렵 겨우 울음을 그쳤다.



"죄송했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



아르메이다는 태율의 인사에 대꾸도 안 하고 터벅터벅 걸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저런 싸가지.... 에휴, 됐다."



태율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친 심신을 이끌고 관중석 쪽으로 향했다. 마지막 남은 16강 A조의 경기라도 봐두기 위해서였다.

계단을 걸어 입구로 나가자,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작은 촛불의 물결]!"


"[얼어붙은 비, 대적을 뚫는 창]!"



멋들어진 주문과 함께 만들어진 흩날리는 작은 불꽃 덩어리들과 작은 얼음창들이 일제히 서로를 향해 발사되어 화려하게 격돌하였다.



"확실히 보는 맛이 있네..."



시합장 위에서 펼쳐지는 멋진 마법 대결을 직접 보자, 태율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함성 속에서 승부를 지켜보며, 누가 자신의 상대가 될지를 점쳐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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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1학년] 사라지다 25.01.24 14 0 12쪽
84 [1학년] 격추 25.01.22 13 0 12쪽
83 [1학년] 날아오르다 25.01.21 12 0 11쪽
82 [1학년] 한 방 먹이다 25.01.17 11 0 12쪽
81 [1학년] 난입 25.01.16 9 0 12쪽
80 [1학년] 변수 25.01.15 11 0 11쪽
79 [1학년] 성동격서 25.01.13 9 0 12쪽
78 [1학년] 일진일퇴 25.01.12 12 0 10쪽
77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결승 25.01.10 12 0 10쪽
76 [1학년] 결전의 날이 밝았다 25.01.09 12 0 11쪽
75 [1학년] 결승전 전날 25.01.08 10 0 12쪽
74 [1학년] 팔자에도 없는 뒤풀이 25.01.06 11 0 11쪽
73 [1학년] 결승 진출자 확정 25.01.04 15 1 13쪽
72 [1학년] 느껴지는 너의 힘 25.01.03 17 0 13쪽
71 [1학년] 손님이 끊이질 않네 24.12.31 15 1 10쪽
70 [1학년] 약속을 지킨 사람과 못 지킨 사람 24.12.30 15 0 11쪽
69 [1학년] KO 24.12.29 14 1 11쪽
68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4강전 24.12.29 11 1 11쪽
67 [1학년] 너도 나름 인기 있어 24.12.26 11 1 11쪽
66 [1학년] 8강전 종료 24.12.24 11 1 12쪽
65 [1학년] 유래 없는 재능 24.12.23 15 1 11쪽
64 [1학년] 8강전, 두 번째 경기 24.12.19 15 1 11쪽
63 [1학년] 깔끔하게 부셔 드렸습니다 24.12.17 1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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