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여학교에 전학온 두 번째 남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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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콩순이
작품등록일 :
2024.10.01 11:50
최근연재일 :
2025.02.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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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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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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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주인공의 싸움

DUMMY

본선 첫 경기를 치룬 다음 날, 태율은 교복을 입고 시합장으로 향했다. 이날은 선수가 아닌 관객의 입장이었다.



"흐흠~ 흥~~ 흥~~"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그의 발걸음은 제법 가벼웠다. 전날 시합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 들었던 로델의 격려 덕분이었다.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자세, 아주 좋습니다! 누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슨 상관인가요? 재미없게 이기는 것이 멋지게 지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로델의 칭찬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태율을 무척 즐겁게 만들었다. 로델 뿐만 아니라 야닌까지 태율을 축하해 주었기에, 그가 거둔 승리는 더욱 기분 좋은 일이 되어 주었다.



"흐흐흥~ 이기면 장땡이지~ 이기면 장땡이야~~"



할아버지에게 보고 배운 대로 적당한 곡조를 붙여 아무렇게나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며, 태율은 관중용 입구를 지나쳤다. 일반인들은 돈을 내고 표를 사야 했지만, 드란지엘 학생은 무료로 시합을 볼 수 있었다.



"어디~~ 이쯤에서 봐 보실까나~~"



시합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가 태율의 자리가 되었다.



"재밌었으면 좋겠네~~"



실로 오랜만에 아라미레스나 폴트스 없이 혼자 운동 외의 스케쥴을 갖게 된 태율은 노래로 만든 혼잣말을 입에 담으며 적적함을 달랬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태율 주변은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꽉 찼다. 주변뿐만 아니라 반대편 관중석까지 완전히 들어찬 모습을 본 태율은 경연 결투 분야 본선의 인기를 실감했다.



'역시 싸움 구경이 재미나지.'



그는 환호하는 사람들 틈에서 가져온 과자를 까먹으며 시합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오늘의 경연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합장 위에 사회자가 등장하여 관중들을 향해 크게 인사를 외쳤다. 마법으로 볼륨을 올린 듯 마이크 같은 것이 없어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잘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인 그녀는, 시합장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둥 안전에 대한 사항을 죽 나열하고 이어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합의 규칙에 대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관중들에게 설명하였다.



"이상 모든 시합의 규칙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부터 16강 B조 첫 경기에 임할 선수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깜빡 졸 뻔 했던 태율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 선수 입장을 기다렸다.

사회자의 호명과 함께 여학생이 각기 다른 입구를 통해 시합장으로 들어왔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는 사회자의 목소리는 크긴 했지만 환호성이 더 커서 태율의 귀에 그녀들의 이름이 잘 들리진 않았다.

시합장 위로 올라 청코너와 홍코너에 선 여학생들은 어제 태율이 그랬던 것처럼 심판의 신호에 따라 시합을 개시하였다.



"[하늘을 가득 채운 꽃잎의 축제여]!"



촤라라라!


한쪽 여학생이 엄청난 수의 꽃잎들을 소환하였다. 소용돌이처럼 그녀의 주변에서 용솟음치던 꽃잎의 폭풍은 여학생이 손짓을 하자 상대를 향해 앞으로 거세게 파도처럼 밀려갔다.



"[대지 속에 잠든 그대, 나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라]!"



약간 키는 작지만 매서운 용모를 가진 붉은 머리의 여학생이 주문을 외치자, 관중석에 있는 태율에게 느껴질 정도로 강한 진동이 시합장을 울렸다.


콰카카카카


그녀의 바로 앞에 3m는 됨직한 바윗덩어리 거인이 지면으로부터 솟아올라 소환자 여학생을 향해 다가오는 꽃잎 폭풍을 가로 막았다.


카카카카카캉


꽃잎 폭풍이 바위 거인과 부딪히자 마치 날카로운 쇳조각이 단단한 것을 때리는 첨예한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쿠쿠궁


바위 거인이 꽃잎 폭풍을 밀어내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딱 보기에도 굉장해 보이는 이 광경은 사람들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고, 각각 양쪽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함성은 점점 커져만 갔다.



"퍼포먼스가 좋네."



두 마법의 대결을 지켜보는 태율은 과자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양쪽 모두 이래저래 공략할 만한 구멍들이 보이는 것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두 여학생이 펼치는 순수한 마법 대결은 확실히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쿠웅!



"하... 항복...!"



열심히 꽃잎 폭풍을 컨트롤하며 바위 거인을 물리치려 했으나, 결국 거인의 억센 손에 잡히고 만 여학생이 견디지 못하고 항복을 외쳤다.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승리자를 부르짖고 또 패배자에게 괜찮다며 위로의 외침을 날리는 가운데, 각종 큰 소리 때문에 태율에게 끝내 제대로 들리지 않는 승리자의 이름과 함께 그녀의 승리가 선언되었다.

이어지는 두 시합도 관객들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재능이 넘치는 학생들이 펼치는 개성 있는 특기 마법의 충돌은, 멋진 마법 대결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의식 불명입니다! 시합 종료!!"



[베놈 버스터]라는 독 마법에 당한 여학생이 기절해버리자, 심판이 황급히 시합을 중지시켰다. 치렁치렁한 회색 곱슬머리를 길게 기른 독 마법사 여학생은 패자를 비웃는 듯한 썩소를 짓다가, 돌아온 심판이 승리를 선언하자 그 꺼림칙한 미소를 관객들에게 보이며 유유히 퇴장하였다.



"자~ 이제 차례로구나."



드디어 16강 B조 마지막 순서가 되자, 태율은 기대되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경기장을 더욱 집중해서 내려다보았다.



"그 아이다...!"


"이전에 테러리스트를 붙잡았던 그 남학생?"


"소문에는 그 12족인 드루실 일족의 마법사마저 이겼다고 하던데..."




관중석을 메운 이들을 술렁이게 만드는 등장인물은 바로 이시현이었다. 그의 활약은 학교 안뿐만 아니라 밖에까지 퍼져 있어, 그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



"드디어 나왔네요."


"하필이면 마지막 경기라니, 너무 기다리게 만들잖아."



두 번째 날도 시합장을 찾은 노란 올림머리 귀족 부인과 남색 포니테일도 시현을 주목하였다.



"좋아~ 이시현!! 작살을 내버려라!!!"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태율도 신나게 시현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외쳤다.



"지금부터 16강 B조 제4시합, 이시현 대 루블린드 아시콤의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삐이이익!



"[감춰져 있던 이면의 형체]!"



루블린드라는 소녀가 주문을 외치자, 그녀의 몸이 꿈틀거리며 변형을 시작했다.



"샤아아아아아아!!"



루블린드가 변신한 모습은, 이전에 태율 일당이 상대했던 웜 드래곤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큰 청록색 대형 뱀이었다. 거대 뱀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연신 내지르며 뾰족한 이빨이 잔뜩 달린 입을 크게 벌렸다.


샤사사사사사사


거대 뱀은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시현을 향해 미끄러지듯 기어갔다.



"샤아아아아아!!!"



뱀은 순식간에 시현 주변을 빙빙 돌며 똬리를 틀었고, 점점 조여 들며 시현을 완전히 묶어버리려 하였다. 이대로라면 시현은 그대로 압박당하여 움직일 수 없을 처지가 될 터였다.



"[리플렉션 쉴드]!"



그때 시현이 주문을 외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탕!


또아리를 틀던 뱀의 몸통이 시현의 마법 쉴드에 부딪히자, 탱탱볼이 땅위에서 튕겨 나가듯이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저건 A급 방어 마법 [리플렉션 쉴드]?!"



시현의 마법을 본 귀족 부인이 크게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캬아아아아아!"



튕겨나간 뱀은 그대로 땅 위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시현은 뱀이 쓰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두 번째 마법을 전개하였다.



"[레드 블라스터]!"



즈큐우우우우웅!


시현의 왼쪽 눈에서 붉은 광선이 발사되었다. 광선은 빠르게 날아가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 뱀에 적중하였다.


콰카캉!



"캬샤아아아아!!"



빔이 폭발함과 동시에 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레드 블라스터]에 당한 뱀은 털썩 쓰러지고 말았고, 얼마간 꿈틀거리다가 점점 줄어들고 변형하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시합 종료!"



더 이상 루블린드가 시합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확인한 심판이 시합을 중지시켰다.



"이시현 승!"


"와아아아아아!!!"



시현의 승리가 선언되자,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산사태처럼 쏟아졌다. 태율과 똑같이 속전속결로 끝낸 경기였지만, 시현이 보여준 대단한 능력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것이다.



"사장님, 방금 그건...!"


"그래, 텔레나 일족에서 사용자가 나오곤 하는 그 [리플렉션 쉴드]와 아라미레스 로그하우젠 라페리아의 [레드 블라스터]...!"


"말도.... 안 되는 걸 봤어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포니테일만큼이나 놀란 귀족 부인은 식은땀까지 흘리며 시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발현구의 위치가 다른 A급 마법을 전부 사용하다니... 사용 마법만이 아니라 발현구의 갯수, 마력의 크기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잖아...!"



그 순간 시현은 승리를 만끽하기 보단 쓰러져 있는 루블린드를 향해 달려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는 중이었다.



"천재.... 아니, 어쩌면 우린 괴물의 데뷔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귀족 부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려왔다.



"하하, 역시 대단한걸."



태율은 시현의 승리를 축하하는 박수를 열심히 치면서, 시현의 능력에 감탄했다.



'A조 1번째였던 나와 B조 마지막인 시현이... 서로 맞붙으려면 결승까지 올라가야만 하겠네.'



동기 부여가 된 미소가 태율의 입가에서 스르륵 올라왔다.



"넌 분명 끝까지 올라가겠지? 나도 반드시 결승까지 올라가 주겠어."



태율은 안심한 표정으로 루블린드를 일으킨 시현의 모습을 뒤로 하고 관중들 사이를 헤치며 빠져 나갔다.



'이기려면, 트레이닝.'



필승의 다짐을 굳힌 태율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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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학년] 이곳저곳에서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25.02.13 1 0 10쪽
90 [1학년] 큰 사건의 당사자는 이목을 끌기 마련 25.02.11 5 0 10쪽
89 [1학년] 어떤 소문 25.02.04 6 0 11쪽
88 [1학년] 그리 매끄럽지 않은 25.01.31 11 0 10쪽
87 [1학년] 딱히 반갑지는 않는 인연 25.01.29 8 0 11쪽
86 [1학년] 태율과 쥬드미네 25.01.26 13 0 10쪽
85 [1학년] 사라지다 25.01.24 14 0 12쪽
84 [1학년] 격추 25.01.22 11 0 12쪽
83 [1학년] 날아오르다 25.01.21 11 0 11쪽
82 [1학년] 한 방 먹이다 25.01.17 11 0 12쪽
81 [1학년] 난입 25.01.16 9 0 12쪽
80 [1학년] 변수 25.01.15 10 0 11쪽
79 [1학년] 성동격서 25.01.13 8 0 12쪽
78 [1학년] 일진일퇴 25.01.12 11 0 10쪽
77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결승 25.01.10 11 0 10쪽
76 [1학년] 결전의 날이 밝았다 25.01.09 11 0 11쪽
75 [1학년] 결승전 전날 25.01.08 10 0 12쪽
74 [1학년] 팔자에도 없는 뒤풀이 25.01.06 11 0 11쪽
73 [1학년] 결승 진출자 확정 25.01.04 14 1 13쪽
72 [1학년] 느껴지는 너의 힘 25.01.03 16 0 13쪽
71 [1학년] 손님이 끊이질 않네 24.12.31 15 1 10쪽
70 [1학년] 약속을 지킨 사람과 못 지킨 사람 24.12.30 14 0 11쪽
69 [1학년] KO 24.12.29 13 1 11쪽
68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4강전 24.12.29 10 1 11쪽
67 [1학년] 너도 나름 인기 있어 24.12.26 10 1 11쪽
66 [1학년] 8강전 종료 24.12.24 10 1 12쪽
65 [1학년] 유래 없는 재능 24.12.23 14 1 11쪽
64 [1학년] 8강전, 두 번째 경기 24.12.19 14 1 11쪽
63 [1학년] 깔끔하게 부셔 드렸습니다 24.12.17 14 1 14쪽
62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8강전 24.12.16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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