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여학교에 전학온 두 번째 남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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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콩순이
작품등록일 :
2024.10.01 11:50
최근연재일 :
2025.02.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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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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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글자수 :
48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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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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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학년] 너도 나름 인기 있어

DUMMY

집으로 돌아온 태율은 곧장 로델로부터 트레이닝을 받는 데 열중하였다.



"태율 군은 참 특이하군요."



20라운드에 달하는 스파링과 근력 훈련 뒤, 태율과 같이 땀범벅이 된 로델이 물 한 모금을 타는 듯한 목구멍 너머로 넘기고 말했다.



"딱히 전투나 싸움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까지 격투기에 열중하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흐유... 그런가요...?"



땅바닥에 널브러져 젖은 카펫처럼 누워있는 태율이 반문하자 로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얘기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칼루라는 건 마법을 쓸 수 없는 이들의 마지막 발악 같은 겁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순응하지 못한 이들이 만들어 내고, 어떻게든 싸워나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익히는 그런 무술이지요. 실제로 테러 집단이나 저항군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 칼루 수련자들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는 건 그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걸 겁니다."


"...그렇군요..."


"제가 만난 칼루 수련자들은 거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로 그랬습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싸우고자 칼루를 수단으로 선택한 자들, 아니면 싸움 자체가 너무 좋아서 칼루에 빠져든 사람들... 둘 중 하나였죠."


"네에....."


"하지만 태율 군은 확실히 제가 봐온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칼루를 익힌 자들 특유의 처절함이나 전투광적인 혈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열심이지요.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격투를 익히면서도 또 엄청나게 고민하고 머리를 쓰는 사람인데도 평상시엔 그저 평범한 소년으로밖엔 보이지 않으니, 전 그 점이 신기한 겁니다."



바닥에 붙어있던 상체를 일으켜 앉은 태율은 잠시 답할 말을 생각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 저는 그냥 복싱을 정말 잘하고 싶어요.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복싱을 잘 하고 싶을 뿐...?"


"네. 스파링을 하고, 기술을 겨루고, 그래서 생각했던 기술이 잘 먹히면 기분이 좋고, 안 되면 다음에 다시 시도해 보고, 잘 몰랐던 요령을 배워서 한 번 써보고, 새로운 걸 몸에 익히고... 전 그저 이런 게 좋아요. 아, 물론 시합 같은 데 나가서 이기거나 상대를 막 제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더 기분 좋기도 하고요."


"...."


"코치님한테 배우는 시간이 전 정말로 좋아요. 물론 겁나게 아프고 힘들기는 하지만... 코치님한테 배우면 확실히 제가 늘고 있다는 실감이 들거든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경 고백에 이어 감사 인사까지 나오자, 로델은 멋쩍은 듯 뺨을 긁적거렸다.



"그렇군요... 태율 군은 그저 격투 그 자체가 좋은 것뿐이군요."


"그렇다고 지는 게 좋은 건 아니고요... 될 수 있으면 항상 이기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승부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밀렸다 싶으면 거기에서부터 언제나 배우려 애를 쓰죠, 태율 군은... 그것도 어디까지나 시합이나 훈련에 한해서만..."



로델은 입을 꾹 닫았다. 그가 별안간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하자, 태율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채로 그가 다시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며 멀뚱히 앉아 있었다.



"평안한 소년이군요, 당신은."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웃음을 입가에 그리며, 로델이 태율에게 말했다.



"보기 좋습니다. 어쩌면 전... 아니, 저뿐만 아니라 아내도 당신 같은 아이를 만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 감사합니다...?"



희미해져 가는 로델의 서글픈 모습에 태율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길이 없어 어벙한 말투로 겨우 감사나 한 번 더 했을 뿐이었다.



"자! 훈련을 계속해 봅시다! 내일 4강전에서 태율 군이 만날 상대가 마법검을 쓴다고 했던가요?"


"앗... 네!"


"위력있는 검을 빠른 속검으로 사용하는 상대라면 확실히 까다롭습니다. 수없이 불꽃을 쏟아내는 마법도 막을 정도라면, 태율 군의 원거리 마법은 거의 막힌다고 봐야겠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흐음.... 그런 점을 머릿속에 두고 다시 훈련을 시작해 봅시다."



로델은 폴트스가 만들어둔 딱 장검 정도 길이의 몽둥이를 들었다.



"엇, 코치님, 검술도 할 줄 아세요?"


"이래저래 실전 상황을 굴러온 터라, 살기 위해 대단찮은 잡기를 여러 개 익혔습니다."


"...어쩐지 대단할 것 같은데요..."


"잡담은 여기까지! 이제부터 검사를 어떻게 상대할지 잘 생각하면서 움직여 보세요! 당장 내일이니까 빠르게 시작합시다!"


"넷!!"



이후, 태율은 로델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다.


다음 날 아침,



"이 새끼 얼굴이 왜 이래?"



다크서클이 거의 턱까지 내려온 아라미레스가 얼굴이 벌겋게 퉁퉁 부어오른 태율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라미레스의 말대로 태율의 면상은 화려했는데, 머리에는 불룩불룩 혹까지 두어 개가 나 있었다.



"흐려으 흐아냐그..."


"훈련을 하느냐고? 뭔 그따위 훈련이 다 있어?"



나날이 연속되는 경연 학문 분야의 어려운 시험에 지칠 대로 지친 아라미레스가 없는 기운에도 있는 힘껏 힘내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이구... 넌 왜 그 꼬라지냐?"



아라미레스와 별 차이 없는 텐션의, 겨울잠 자다가 억지로 깬 형상의 폴트스가 뒤늦게 나와 태율에게 물었다.



"아, 그게..."


"이리 와라."



폴트스는 말 안 해도 뭔지 뻔하다는 표정으로 손짓했다.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빛]."



하얀빛이 태율의 얼굴을 감싸자, 울퉁불퉁 못난이 감자 같던 얼굴이 본래의 번듯한 모습을 되찾았다.



"오, 역시 폴트스 형. 고마웡~"


"...뭐든 적당히 해라. 아침부터 마법 쓰는 것도 은근 귀찮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폴트스 형은 착해. 욕쟁이 할망구 같은 어느 노랑머리 형님과는 다르다니까~"


"...뒈지고 싶냐?"



시커먼 눈밑을 장착한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뜨린 아라미레스의 위협이 이어졌다.

아웅다웅하면서도 여차저차 아침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각자의 시험장을 향해 집밖으로 나섰다.



"자자! 그럼 오늘도 화이티잉!!!!"


"어어, 그래..."


"화이팅이다...."



스트레스에 구박할 기분도 안 드는지, 두 형은 태율의 우렁찬 화이팅을 대충 받아주고 갈 곳으로 흐느적거리며 가버렸다.

시합장에 가는 길에 태율은 시현과 만났다.



"준결승이지, 우리? 설마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올 줄이야."



멀리 보이는 시합장으로 들어가는 구름같은 관중들을 보며 시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 어느새...."



이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감각이 강한 태율은 시현의 말에 새삼스럽게 자신의 위치에 대한 실감이 났다.

마법사라고는 여학생들이 대부분인 이 세계에서, 남자, 그것도 한국인인 두 소년이 결승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태율의 마음을 살짝 설레게 만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두 남정네가 결승 무대에서 서로를 멋지게 바라보는 만화 같은 한 장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야, 시현아. 우리 말이다..."



태율은 흘러간 옛 만화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시현에게 '꼭 이겨서 결승에서 만나자.'라고 멋지게 말하려 했다.



"시현!!"



태율이 생각했던 말은 높고 낭랑하고 커다란 여자의 목소리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앗, 샬레니엔 선..."


"아니, 이름으로만 부르기로 했잖아요."


"아아, 샬레니엔..."



아름다운 은빛 머리를 휘날리며 차가운 인상 속에 사랑의 기운을 담고 다가온 조각상 같은 미모의 여학생, 샬레니엔 드루실 알마크로가 태율을 말을 끊고 등장했다.

샬레니엔은 차분한 듯하면서도 흥분이 깃든 목소리로 시현에게 결승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받아냈다.



"...쩝."



친구와 우정의 결승을 약속하는 장면을 뺏긴 태율은 입맛이나 다시며, 샬레니엔과 시현을 쳐다 봤다. 부끄러운 듯 어색한 듯 웃는 시현에게 어떻게든 약속을 받아내는 샬레니엔의 얼굴엔 시합 때와는 또 다른 열정이 엿보였다.



'저렇게까지 하는데... 이겨 버리면 좀 미안하긴 하겠네.'



기어코 시현에게 약속의 말을 받아내고 눈을 반짝거리는 샬레니엔의 모습에 태율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현과의 대화를 마치고 아쉬운 티 팍팍 내며 먼저 시합장으로 향하려는 샬레니엔은 태율 쪽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 아주 옅은 웃음이 걸렸는데, 명백히 태율을 얕보는 그런 종류의 웃음이었다. 물론 훨씬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조차 무산시키는 마법검 사용자인 그녀에게 검보다 훨씬 짧은 주먹을 주무기로 하는 태율이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고, 태율 또한 그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인정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대놓고 우습게 보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미소를 놓치지 않고 목격한 태율은,



'역시 존나 조져 버릴까...'



라고 생각했다.

샬레니엔이 먼저 시합장으로 간 뒤, 태율과 시현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콜로세움의 대기장소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시합 참가자인 태율이 먼저 불렸다.



"나 먼저 간다."


"힘내라."



서로에게 짧은 말 한마디씩을 남기고, 태율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아아아아아아!!"



입구에 채 나가기도 전, 자신과 샬레니엔의 시합을 선언하는 목소리에 뒤따른 우뢰와 같은 함성이 콜로세움 전체를 진동시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율의 이름 다음에 나온 샬레니엔의 이름에 대한 함성이었다.

입구 뒤에서 잠시 대기한 태율은 샬레니엔의 이름이 소개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경기장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은 더욱 높아져 갔다.



"하하, 이래서야 내쪽이 악역이겠는걸."



직접 보기도 전부터 샬레니엔의 엄청난 인기를 실감하는 태율이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1학년 최태율입니다!"



이윽고, 태율의 이름도 호명되었다. 태율은 경기장에 들어서자, 더욱 자신의 상황이 피부로 느껴졌다. 샬레니엔의 이름이나 성을 호명하는 소리가 뒤덮인 경기장의 분위기가 자신의 등장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응원이 이 정도 되니 나름 압박이 있는걸?'



시작 전부터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일방적인 분위기를 태율은 몸을 풀며 털어버리려 했다.

그때였다.



"최---태율!!!!"



둥 둥 둥 둥 둥 둥!!!


아주 일부지만 자신의 이름을 굵직한 목소리로 힘껏 부르짖으며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태율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뜻밖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 태율은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중년 아저씨들이 샬레니엔을 응원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열심히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 중 북을 두드리며 응원을 이끌고 있는 것은 어제 8강전이 끝나고 만났던 수염쟁이 아저씨였다.



"하하하..."



태율은 뭔가 웃겨져서 그들을 향해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 보였다.



"최태율!!! 최태율!!!"



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


태율이 응원에 반응해 주자, 아저씨들은 더욱 열띤 응원을 폭발시켰다.

그들의 목소리를 등에 업은 태율은, 어느덧 관중들의 분위기에 느꼈던 압박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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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학년] 이곳저곳에서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25.02.13 1 0 10쪽
90 [1학년] 큰 사건의 당사자는 이목을 끌기 마련 25.02.11 5 0 10쪽
89 [1학년] 어떤 소문 25.02.04 6 0 11쪽
88 [1학년] 그리 매끄럽지 않은 25.01.31 11 0 10쪽
87 [1학년] 딱히 반갑지는 않는 인연 25.01.29 8 0 11쪽
86 [1학년] 태율과 쥬드미네 25.01.26 13 0 10쪽
85 [1학년] 사라지다 25.01.24 14 0 12쪽
84 [1학년] 격추 25.01.22 11 0 12쪽
83 [1학년] 날아오르다 25.01.21 11 0 11쪽
82 [1학년] 한 방 먹이다 25.01.17 11 0 12쪽
81 [1학년] 난입 25.01.16 9 0 12쪽
80 [1학년] 변수 25.01.15 10 0 11쪽
79 [1학년] 성동격서 25.01.13 8 0 12쪽
78 [1학년] 일진일퇴 25.01.12 11 0 10쪽
77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결승 25.01.10 11 0 10쪽
76 [1학년] 결전의 날이 밝았다 25.01.09 11 0 11쪽
75 [1학년] 결승전 전날 25.01.08 10 0 12쪽
74 [1학년] 팔자에도 없는 뒤풀이 25.01.06 11 0 11쪽
73 [1학년] 결승 진출자 확정 25.01.04 14 1 13쪽
72 [1학년] 느껴지는 너의 힘 25.01.03 16 0 13쪽
71 [1학년] 손님이 끊이질 않네 24.12.31 15 1 10쪽
70 [1학년] 약속을 지킨 사람과 못 지킨 사람 24.12.30 15 0 11쪽
69 [1학년] KO 24.12.29 14 1 11쪽
68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4강전 24.12.29 11 1 11쪽
» [1학년] 너도 나름 인기 있어 24.12.26 11 1 11쪽
66 [1학년] 8강전 종료 24.12.24 10 1 12쪽
65 [1학년] 유래 없는 재능 24.12.23 14 1 11쪽
64 [1학년] 8강전, 두 번째 경기 24.12.19 14 1 11쪽
63 [1학년] 깔끔하게 부셔 드렸습니다 24.12.17 14 1 14쪽
62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8강전 24.12.16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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