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여학교에 전학온 두 번째 남학생입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무적콩순이
작품등록일 :
2024.10.01 11:50
최근연재일 :
2025.02.15 05:0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2,157
추천수 :
106
글자수 :
488,301

작성
25.01.06 17:39
조회
11
추천
0
글자
11쪽

[1학년] 팔자에도 없는 뒤풀이

DUMMY

"허허, 이렇게 되면 이방인 둘이서 결승전인가?"



관중석 한구석에서 어느 남자가 그의 동행인 듯한 금발의 젊은 여성에게 말했다. 그는 은회색 머리를 깨끗하게 뒤로 넘기고 같은 빛깔의 콧수염과 턱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그야말로 귀족적인 외모를 지닌 단정한 미중년이었다.



"말씀대로입니다."



젊은 여성은 마스크를 쓴 입을 움직여 그에게 대답했다.



"천상급 12족의 귀한 자식들이 올라와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군."


"그러면 계획을 바꾸실 겁니까?"


"아냐, 그대로 진행하자고."



중년 남성은 그의 매력적인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그룬마가트 뿐만 아니라 지구 쪽의 주목도 받을 수 있다니, 오히려 난 환영이니까."



중년 남성은 거의 끝나가는 인파 속에 몸을 싣고 금발 여성과 함께 경기장을 떠났다.


4강전이 끝난 후, 출전했던 선수들은 각자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시현은 당연히 로헬리느와 김서진을 비롯한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태율에게 패한 샬레니엔도 그의 곁으로 가 시현에 대한 응원과 소녀들 간의 질투가 어우러진 집단에 합류하였다.

또 다른 패자인 세르첼도 그녀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었었는데, 마법사 인맥이 많은 만큼 그녀의 주변에는 부친을 제외한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이렇게 다들 나름대로의 시합 후의 만남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자리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연 역사를 통틀어봐도 굉장히 이질적인 애프터 모임이 다른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으화하하하하!"


"잘 했다, 꼬맹아!"


"내가 말했잖은가! 이길 거라고 말일세! 푸하하하하하!!!"



다른 두 집단과는 다른 굵고 거친 목소리로 가득한 땀내 나는 집단이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저씨들 덕분이 힘이 났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들이 둘러싼 곳 한가운데에서 태율이 우렁차게 감사 인사를 외쳤다.



"껄껄껄, 거 아주 인사성 한번 밝구만!"


"결승에서도 응원할 테니 꼭 우승 한번 해보자고!"


"결승전엔 다른 친구들도 데리고 올 테니, 이번보다 더 확실한 응원을 기대해도 좋다!! 크하하하하!"



처음으로 호의가 가득한 적극적인 응원을 받자, 태율은 피가 끓어올랐다.



"기대는 아저씨들이 하셔야죠! 반드시 우승하겠쑵니드아앗!!!"


"우하하하하하하하!!!"


"너 약속 한거다, 꼬맹아!!!"



털보 아저씨만 두 번째고 나머지 아저씨들은 모조리 초면인 주제에, 태율은 이미 수차례 동고동락이라도 한 사람들처럼 함께 신나게 으쌰으쌰했다.



"...태율이, 저렇게 크게 웃기도 하는구나..."


"...그러게..."



조금 멀리 떨어져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조르딘과 제로디아는 어쩐지 아저씨들에게 진 것 같은 기분에 분함과 자괴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시현이가 소녀들과 함께 시내 어딘가로 떠밀려 사라질 때쯤, 태율도 아저씨들과의 신명 나는 뒤풀이를 끝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다시 조르딘과 제로디아 쪽으로 복귀한 태율은 평소의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냐."


"...괜찮아."



산적처럼 웃어 대던 놈이 도로 묘하게 차분해지자, 소녀들의 패배감은 조금 더 깊어져 버렸다.

어쨌든 그들은 드란지엘로 향하는 길에 나섰다. 가는 길에 태율은 조르딘으로부터는 와타로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검을 방어가 아니라 공격의 수단으로 쓸 수도 있단 말이지?"


"응, 최근엔 마도구로 개조된 검들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마도구 검으로 공격하는 기술도 많이 개발되었어."


"시현이가 쓰는 검은 마도구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법검이니까, 접근전에선 그걸 주공격으로 쓸 가능성도 크겠네..."


"그러고 보니 오늘 시합에서도 검으로 먼저 데미지를 입히는 동작을 사용했었지."


"네가 보기엔 어때? 시현이 와타로 실력은?"


"솔직히 깜짝 놀랐어. 거의 상위급 선배들 정도의... 아니, 검의 위력으로만 치면 그보다 위일지도 모르겠어."


"그렇군... 상당한 실력이란 말이지..."



시현에 대한 조르딘의 평가를 들은 태율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 녀석,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 [리플렉션 쉴드]라는 걸 활용해서 검과 방패의 조합이란 카드를 들고나올 수도 있겠는데?"


"아, [리플렉션 쉴드]... 그럴 수도 있겠다..."


"검방이라... 아, 근접전에선 제일 까다로운 형태잖아? 제발 시현이가 그걸 떠올리지 않길 기도해야겠는걸."



태율이 위력적인 마법검과 뭐든지 튕겨내는 방패를 들고 덤벼드는 장면을 상상하며 인상을 구길 때, 제로디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어..."


"응? 왜?"


"지금 막 생각난 건데..."


"어."


"만약 시현이가 마법검과 [리플렉션 쉴드]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해서..."


"말해봐."



제로디아가 조근조근 하는 말을 들은 태율은 미간에 잡혔던 주름을 확 폈다.



"그거 괜찮은데?"


"시현이가 그런 식으로 나오지 않으면 소용없겠지만..."


"아냐, 그 녀석이 접근전에 자신이 붙었다면 높은 확률로 검방을 들고나올 거야. 네 이야기, 엄청 도움이 됐어."


"에헤헤... 정말?"


"그래, 역시 연구원의 딸. 제법 슬기로운걸?"



태율의 칭찬에 제로디아가 얼굴까지 붉히며 좋아하자, 조르딘이 얼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검방이 아니라 오늘처럼 전형적인 와타로 형태로 나오면 어떻게 할 거야? 검을 방어로 하면서 마법으로 공격을 한다면?"


"사실 기본적으로 내 방법은 동일해. 거리를 두면서 계속 헛점을 노리는 거지. 제로디아의 아이디어가 있으니 시현이가 검방으로 나오면 허를 찌를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뭐..."


"아예 근접 거리로 안 들어가는 건? 어차피 시현이도 굳이 접근전이 아니면 마력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마법검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


"아하, 그 타이밍을 노려서 치고 들어가면 근접전의 우위를 잡을 수 있을 수도... 그거 나쁘지 않네."


"히히, 그렇지?"



두 소녀들에게서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와주자, 태율은 기분이 점점 편안해졌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정겨운 아저씨들과 헤어지고 여자아이들과 그리 가깝지도 않은 길을 같이 가야 한다는 게 그에겐 딱히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들이 쓸만한 꾀주머니처럼 보이면서 그런 거부감 같은 것이 많이 옅어졌다.

시합에 관련된 핵심적인 이야기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끝났다. 그리고 점점 말테츠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이런저런 잡담만 늘어났다.



"네가 있던 곳에서는 쌀을 주로 먹는 거야?"


"어. 뭐, 꼭 쌀만 먹는 건 아니지만."


"음... 한 상 위에 모든 음식을 차려 놓고 먹다니... 좀 복잡할 것 같아..."


"익숙해지면 그것도 나름 편해."



쓸만한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납품받아서 그런지, 조르딘과 제로디아에 대한 태율의 벽이 꽤 낮아진 상태였다. 별로 쓰잘데기없는 가벼운 이야기라면, 태율은 그럭저럭 생각 없이 말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소모 시킬 수 있었다.



"오, 거의 다 왔다."



세 사람은 어느덧 말테츠 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기숙사 저택이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생기자마자, 태율은 피로감이 확 들어 얼른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곳까지 오는 내내 여자아이들과 그럭저럭 얘기는 나눴다지만 그건 말 그대로 '그럭저럭'일 뿐, 태율에겐 어느 정도 힘을 소모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잘들 가라."


"아, 태율아!"



대충 인사하고 집으로 가려 했던 태율을 조르딘이 서둘러 붙잡았다.



"뭐야?"


"너, 우리 얘기가 도움이 됐다고 하지 않았어?"



잡담이 대부분이었던 세 사람의 대화 중 시합에 관련된 유용한 이야기는 꽤 초반부에 한정되었긴 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단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웠다.



"그야 그랬지..."


"그런데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어? 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에이, 말로만?"



조르딘은 그녀의 어여쁜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어?"


"성의?"


"아아~ 여기까지 떠들면서 와서 목이 마르네~ 그렇지 않아, 제로디아?"



시합장이 있는 도심지로부터 말테츠 마을까지 오는 동안 줄곧 서로 견제를 펼쳤던 두 소녀는, 이번만큼은 한뜻이었다.



"으응... 조금 피곤한 것 같기도 하구..."


"그렇지? 자, 그럼 최태율 군!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태율은 표정이 굳었다. 능청스럽게 질문의 형식을 취했지만, 조르딘의 속뜻은 분명 뭔가를 사라는 것이었다.



'이... 빌어먹을 승냥이 같은 년...'



조르딘이 속마음을 잘 숨긴 덕분에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태율은, 그녀가 그저 자신을 뜯어먹으려 한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욕을 씨부렁거렸다. 그렇지만 둘이서 도움이 될 법한 조언을 줬다는 건 사실이었기에, 우직한 면이 있는 그로선 거절이 어려웠다.



"...뭘 먹고 싶은데?"


"카페 가고 싶어!"


"카페?? 그냥 편의점이나 가지?"


"제로디아가 피곤하다고 하잖아~ 앉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고 보니 나도 다리가 아픈 것 같고..."


"...허약해 빠져서는..."



태율은 카페까지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주스라도 던져주고 대충 돌려보낼 작정으로 조르딘과 제로디아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싹 무시하고 편의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피곤하면 단 거 먹고 쉬는 게 나아. 그냥 편의점으로 가서..."






"으끼이익?!"



허공에서 갑자기 머리채를 잡힌 듯 목이 뒤로 꺾인 태율이 해괴망측한 소리를 냈다.



"아하하하하하, 먼저 와서 한참 기다린 사람 심정도 생각해 줘야지~"



요란한 웃음소리의 올리야와 [꼭두각시]로 태율을 잡아챈 장본인인 쥬드미네가 뒤에서 다가왔다.



"셋이서 어디 가는 거야? 우리만 따돌리려고 하니까 쥬드미네가 심술이 났잖아~"


"쥬드미네 선배~ 우리가 카페 가자고 했는데, 태율이가 자꾸 싫대요~"



올리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르딘에 쥬드미네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쳤다.



"....!"



순간 쥬드미네의 눈빛이 조르딘과 통하며 번뜩였다.


까득



"끼이히힉!!"



태율의 허리가 뒤로 휙 꺾이며 뒤로 다가온 쥬드미네와 거꾸로 눈이 마주쳤다.



"...카페로."


"끄르...륵..... 시...싫은...."


"간다고 하면 풀어줄 거야."


"..비... 빌어...먹을...."



결국 태율은 항복했다. 사실 억지로 쥬드미네의 [꼭두각시]를 풀려면 풀 수도 있긴 했지만, 어쩐지 그렇게까지 힘쓰기가 어려웠다. 이후 어쩔 수 없이 네 사람을 카페로 데리고 간 태율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속으로 끝없이 투덜거렸다.



'이딴 상황은 시현이한테나 어울리는 거야... 이딴 건 내 역할이 아니라고....!'



돈을 내고 자리에 앉은 뒤로도 계속 똥씹은 표정이었던 태율의 얼굴은 쥬드미네가 [꼭두각시]로 목을 한 차례 더 꺾어주고 나서야 겨우 억지로 풀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여학교에 전학온 두 번째 남학생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2 [1학년] 경연 종료 기념 연회 25.02.15 3 0 11쪽
91 [1학년] 이곳저곳에서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25.02.13 3 0 10쪽
90 [1학년] 큰 사건의 당사자는 이목을 끌기 마련 25.02.11 7 0 10쪽
89 [1학년] 어떤 소문 25.02.04 7 0 11쪽
88 [1학년] 그리 매끄럽지 않은 25.01.31 11 0 10쪽
87 [1학년] 딱히 반갑지는 않는 인연 25.01.29 9 0 11쪽
86 [1학년] 태율과 쥬드미네 25.01.26 13 0 10쪽
85 [1학년] 사라지다 25.01.24 14 0 12쪽
84 [1학년] 격추 25.01.22 13 0 12쪽
83 [1학년] 날아오르다 25.01.21 12 0 11쪽
82 [1학년] 한 방 먹이다 25.01.17 11 0 12쪽
81 [1학년] 난입 25.01.16 9 0 12쪽
80 [1학년] 변수 25.01.15 11 0 11쪽
79 [1학년] 성동격서 25.01.13 9 0 12쪽
78 [1학년] 일진일퇴 25.01.12 12 0 10쪽
77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결승 25.01.10 12 0 10쪽
76 [1학년] 결전의 날이 밝았다 25.01.09 12 0 11쪽
75 [1학년] 결승전 전날 25.01.08 10 0 12쪽
» [1학년] 팔자에도 없는 뒤풀이 25.01.06 12 0 11쪽
73 [1학년] 결승 진출자 확정 25.01.04 15 1 13쪽
72 [1학년] 느껴지는 너의 힘 25.01.03 17 0 13쪽
71 [1학년] 손님이 끊이질 않네 24.12.31 15 1 10쪽
70 [1학년] 약속을 지킨 사람과 못 지킨 사람 24.12.30 15 0 11쪽
69 [1학년] KO 24.12.29 14 1 11쪽
68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4강전 24.12.29 11 1 11쪽
67 [1학년] 너도 나름 인기 있어 24.12.26 11 1 11쪽
66 [1학년] 8강전 종료 24.12.24 11 1 12쪽
65 [1학년] 유래 없는 재능 24.12.23 15 1 11쪽
64 [1학년] 8강전, 두 번째 경기 24.12.19 15 1 11쪽
63 [1학년] 깔끔하게 부셔 드렸습니다 24.12.17 15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