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여학교에 전학온 두 번째 남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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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무적콩순이
작품등록일 :
2024.10.01 11:50
최근연재일 :
2025.02.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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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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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난입

DUMMY

심판 판정을 기다리는 동안, 시현은 부러진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생각했다.



'내가 실수했어.'



그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태율이를 우습게 본 거야. 내가 가진 마법과 마력이 더 위니까, 그걸로 태율이와 접근전을 벌이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섣불리 생각한 거야.'



시현은 찢어낸 옷소매를 든 손으로 코를 감싸 쥐어 피를 막았다.



'직접 붙어보니 확실히 알겠어. 싸움을 이끌어가는 운영 능력이나 생각의 유연성은 태율이가 나보다 위야.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다간... 먹히는 건 내 쪽이야.'



마침내 피가 멈춘 코에서 손을 떼고 붉게 물든 천 조각을 던져 버린 시현의 눈에는 전에 없는 집중력이 깃들었다.



'이제부턴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으로 태율이를 상대한다.'



거리가 떨어져 있긴 했지만, 시현의 눈빛이 변한 것이 태율에게도 보였다. 태율은 투명하면서도 곧은 의지가 느껴지는 그 눈으로부터 직감적으로 시현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아~ 생각보다 더 빡세질 것 같아~ 시현이가 고집 부리면서 가까이 붙어주는 게 훨씬 편한데, 저런 눈빛을 한 놈이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 없겠지...'



약간 후회되는 감정도 있었다.



'...역시 아까 다리를 완전히 못 쓰게 만들 수만 있었다면 좋았을걸... 하긴 이제 와서 이런 생각해 봐야 소용없지. 급하게 익힌 킥이라 익숙하지도 않고...'



시현에게 꽤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주제에 상당히 살벌한 생각을 서슴지 않고 해대며 태율은 심판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약간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론 지루한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마침내 경기장 한 구석에서 의논을 마친 심판들이 중앙으로 돌아왔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최태율 군의 공격에 대해, 규정에 입각한 심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태율과 시현은 물론이고, 관중 모두 숨을 죽이고 심판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는 참이었다.

심판에게 큰 관심이 없는 단 한 사람, 회색 머리의 미중년이 멋지게 기른 그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저런... 그런 고리타분한 발표 따위보다 내가 마련한 이벤트가 훨씬 흥미진진할 텐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느닷없이 경기장 한쪽 구석 펜스 아래에서 황금색 빛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심판들은 발표를 멈췄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갑자기 나타난 밝은 빛에 눈길을 빼앗겼다.



"자아~~ 새롭게 추가된 스테이지, 스타트다~!"



중년 남자가 히죽거리며 선언하듯 혼잣말을 내뱉고,



"킈이이이이이이이이...."



뒤이어 듣기만 해도 불길한 느낌을 주는 섬뜩하고도 날카로운 울음소리 같은 것이 경기장을 넘어서 관중석까지 진동시켰다.



"저.... 저건....!"


"대체 무슨 일이야...?!"



관중들 중 몇몇이 황금의 빛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 같은 것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스으으으...


황금의 빛은 점점 옅어져 가고, 차가운 하얀 안개가 스멀스멀 바닥에 깔리며 경기장 전체에 퍼져 나갔다.




설원의 눈만큼이나 하얀, 그리고 거대한 백색 뼈로 된 커다란 발이 빛과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뭐야, 저게?"



불길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엄습해오자, 태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체불명의 거대한 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시현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태율과 같이 경계심 어린 눈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킈이이이이이이이~~~ 끠이이이이이이이이...!!!!"



소름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하얀 뼈만 이루어진 드래곤이었다. 두발로 서서 다가오는 놈의 신장은 어림잡아도 10m는 되어 보일 정도로 거대해, 마치 박물관의 티라노 화석이 살아서 걸어오는 것 같은 위압감을 주었다.


후우웅


놈이 마치 오라처럼 뿜어내는 한기에 태율과 시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 고스트 드래곤이다!!!"



거의 비명이나 다름없는 큰 소리가 났다.



"드래곤의 무덤에나 있어야 할 사악한 존재가 어째서 여기에....!"


"도망쳐야 해!!"



관중석에선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킈이이이이이이이이...."



그때, 고스트 드래곤이 있지도 않은 폐로 숨을 들이 쉬는 듯한 모션과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놈은 몸을 쭉 내밀며 긴 해골만 남은 입을 쩍 벌렸다.


콰아아아아아아!!



"으익, 씨발!!"



하얀 연기 같은 냉혹의 브레스가 무섭게 뿜어져 나오자, 깜짝 놀란 태율은 허겁지겁 몸을 날려 브레스를 피했다.


슈위이이이이이이익 콰앙!!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는 태율이 있던 곳을 휩쓸고 지나쳐 경기장과 관람석 사이에 펼쳐진 방어막에 부딪혔고, 건물 전체에 어마어마한 진동이 일어나 사람들을 뒤흔들었다.



"아아악!"


"꺄아악!!"



브레스가 날아가는 방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방어벽이 브레스를 막아 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그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브레스는 방어벽에 막혔어. 그렇다면 위험한 건 여기 안에 있는 사람들뿐인 건가?'



태율은 또 한 번의 브레스를 내지르려는 듯 숨을 들이키는 것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고스트 드래곤과 혼란스러운 관중석 상황을 번갈아 보았다.



'당장 밖으로부터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겠어. 멍하니 있다간 뒈질 수도 있다.'



태율이 상황을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비슷한 타이밍에 태율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시현이 그에게로 절뚝이며 달려 왔다.



"태율아! 아무래도 도움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것 같아!"


"나도 딱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고스트 드래곤이 내뿜어 경기장을 메운 하얀 안개를 뚫고 사람들의 인영이 두 소년에게로 다가왔다. 태율은 그림자의 주인공이 함께 경기장에 남겨진 세 명의 심판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마법사인 그들까지 전력에 포함시켜 고스트 드래곤에 대항할 작전을 구상하려 하였다. 하지만, 태율과 시현이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태율은 시작도 전에 그 작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헉... 헉..."



다 죽어가는 창백한 안색의 심판이 정신을 잃은 다른 두 마법사를 염동 마법으로 간신히 끌고 왔던 것이다.

그녀들에게 달려간 시현은 남은 한 사람마저 쓰러지려 하는 순간에 간신히 그녀를 잡을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위... 위험해.... 고스트 드래곤의 영혼 안개는... 사람들을 무력화.... 너희.... 만이라도... 도망...."





주심이었던 그녀는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시현에게 안긴 채 기절해 버렸다.



"이런 시부럴...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


"끠이이이이이이이이이!!"


"일단 이 분들부터 옮기자!"



고스트 드래곤의 울부짖음은, 상황이 더 위험해지기 전에 기절한 심판들부터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만 한다는 사실을 두 소년에게 즉각 상기시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태율이 두 사람을 한꺼번에 어깨동무로 들어 올렸을 때, 뒤에서 고스트 드래곤이 발사한 흰 연기 브래스가 그들을 덮쳐왔다.



"[리플렉션 쉴드]!!"



시현이 반사 방패를 펼쳐 앞서가는 태율을 브레스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는 [리플렉션 쉴드]에 부딪힌 뒤 튕겨 올라 천장으로 꺾여 치솟았다.



"땡큐!"


"서둘러!! 이거 보통이 아니야!!"



태율은 시현이 브레스를 막고 있는 동안 미친 듯이 빠르게 뛰어 세 심판을 최대한 후미진 곳으로 옮겨 놓았다.



"시현아, 됐다!! 거기서 벗어나!!"



태율의 외침을 들은 시현은 고스트 드래곤이 브레스를 멈춘 틈을 이용해 재빨리 [리플렉션 쉴드]를 거두고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다리 때문에 생각처럼 빠르게 뛸 수가 없었다.



"[질풍의 권]!"



후와아아아앙!


태율이 시현을 향해 강풍을 쏘았다.



"우아아아아!"



그러자 낑낑대던 시현은 바람에 날려가 순식간에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콰카카칵!!


시현이 [질풍의 권]을 타고 벗어난 자리에 흰 안개 브레스가 작렬하였다. 브레스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하얀 서리 같은 것으로 뒤덮인 깊은 구덩이가 생겨나, 그것에 당한 인간이 무사할 수 없을 것이란 걸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바람의 권]!"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시현은 지면으로 [바람의 권]을 쏴 천천히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시현이 땅으로 내려앉았을 때에 맞춰 달려온 태율도 그에게 도착하였다.

시현과 태율이 움직이는 것을 혼란스러운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회색 머리 중년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휘파람 소리를 냈다.



"휘유~ 설마 저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을 줄이야~ 고스트 드래곤의 '강탈'을 버텨 내다니, 대체 어떻게 된 마력들이야?"



태율과 시현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냉혹한 빛이 서려 있었다.



'설마... 플랜B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이 오지는 않겠지?'



그때 중년 남성의 귀에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브레스를 버텨낼 만큼 방어벽이 튼튼하기에, 관중들은 안심하고 질서를 되찾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송 직후 관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안내 요원들이 나타나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다리, 많이 불편하냐?"



태율은 고스트 드래곤을 보며 등 뒤에 둔 시현에게 물었다.



"솔직히 좋지는 않아. 태율이 너는?"


"오른쪽 주먹이 맛이 갔어."


"...큰일났네."


"큰일이지..."



두 소년은 순간 서로 너무 열심히 싸운 것을 후회했다. 언뜻 느끼기에도 인간으로선 저항하기 힘들 정도의 마력과 위압감, 그리고 정체불명의 기운까지 마구 뿜어내는 괴수를 부상 입은 몸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주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츳, 할 수 없다."



어쨌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태율은 혹시 이용할 만한 도구나 지형지물이 있을까 싶어 주변을 빠르게 스캔했다. 그렇게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의 눈동자가 선수들이 입장하는 입장구 쪽에 멈췄다.



"엇, 시현아! 사람들이 왔다!"


"정말?"



태율의 말 대로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입장구에서 경기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중에는 아라미레스와 폴트스도 있었다.



"도와주러 왔나 보다!"



태율이 희망이 샘솟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곧 들어와서 도움을 줄 것만 같았던 그들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것은 경기장 안이 아니라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방어벽이었다. 뭔가 입구 쪽 방어벽을 해제하고 들어오려고 계속 시도하는 것도 실패, 결국 강경책으로 부셔서 구멍을 내려 했는지 노련해 보이는 할머니 마법사부터 시작해서 아라미레스까지 연달아 방어벽에 갖가지 마법을 갈겼는데, 그것도 모조리 실패하였다.


모든 시도가 실패한 뒤 몇 명은 다른 방법을 찾아 뒤돌아 뛰어가고 나머지는 당황스럽게 자신들 쪽을 보는 모습을 모조리 지켜본 태율은 시현에게 떨떠름하게 말했다.



"야... 이거 우리 좃된 것 같은데?"


"어...?"



시현도 태율을 따라 입구 쪽을 보고는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태율아."


"어."


"우리끼리 하자."


"뭐?"



갖가지 불리한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진 태율은 시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위기를 앞두고도 또렷한 눈빛을 잃지 않은 시현이 있었다.



"너랑 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



고개 돌린 태율의 뒤로부터 "끼이에에에에에에에"하는 고스트 드래곤의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묵직한 걸음이 옮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오는 위험과 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친구...


이때 태율은 다른 대답 같은 건 생각나지도 않았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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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학년] 경연 종료 기념 연회 25.02.15 3 0 11쪽
91 [1학년] 이곳저곳에서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25.02.13 3 0 10쪽
90 [1학년] 큰 사건의 당사자는 이목을 끌기 마련 25.02.11 7 0 10쪽
89 [1학년] 어떤 소문 25.02.04 7 0 11쪽
88 [1학년] 그리 매끄럽지 않은 25.01.31 11 0 10쪽
87 [1학년] 딱히 반갑지는 않는 인연 25.01.29 9 0 11쪽
86 [1학년] 태율과 쥬드미네 25.01.26 13 0 10쪽
85 [1학년] 사라지다 25.01.24 14 0 12쪽
84 [1학년] 격추 25.01.22 13 0 12쪽
83 [1학년] 날아오르다 25.01.21 12 0 11쪽
82 [1학년] 한 방 먹이다 25.01.17 12 0 12쪽
» [1학년] 난입 25.01.16 10 0 12쪽
80 [1학년] 변수 25.01.15 11 0 11쪽
79 [1학년] 성동격서 25.01.13 9 0 12쪽
78 [1학년] 일진일퇴 25.01.12 12 0 10쪽
77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결승 25.01.10 12 0 10쪽
76 [1학년] 결전의 날이 밝았다 25.01.09 12 0 11쪽
75 [1학년] 결승전 전날 25.01.08 10 0 12쪽
74 [1학년] 팔자에도 없는 뒤풀이 25.01.06 12 0 11쪽
73 [1학년] 결승 진출자 확정 25.01.04 15 1 13쪽
72 [1학년] 느껴지는 너의 힘 25.01.03 18 0 13쪽
71 [1학년] 손님이 끊이질 않네 24.12.31 16 1 10쪽
70 [1학년] 약속을 지킨 사람과 못 지킨 사람 24.12.30 15 0 11쪽
69 [1학년] KO 24.12.29 14 1 11쪽
68 [1학년] 드란지엘 경연 결투 분야 본선, 4강전 24.12.29 12 1 11쪽
67 [1학년] 너도 나름 인기 있어 24.12.26 11 1 11쪽
66 [1학년] 8강전 종료 24.12.24 11 1 12쪽
65 [1학년] 유래 없는 재능 24.12.23 15 1 11쪽
64 [1학년] 8강전, 두 번째 경기 24.12.19 15 1 11쪽
63 [1학년] 깔끔하게 부셔 드렸습니다 24.12.17 1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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