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좌완 파이어볼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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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냉각
작품등록일 :
2024.10.01 13:27
최근연재일 :
20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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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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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



“풉, 차수호. 저 자식 제대로 조졌구먼.”

“그러게, 왜 선출한테 승부를 건 거냐?”


상병 둘은 탄식을 내뱉은 차일병을 손으로 가리켰다. 차일병은 기가 찬다는 듯이 크게 쓴웃음을 지었다. 


“후우, 그래도 한번 해보자.”


한편, 차일병은 자기 손으로 스스로 뺨을 치면서 다시 타석에 섰다. 정수의 공을 상대해 낼 준비가 되었다는 것처럼. 


“저 병신, 그래도 해보려고는 하는 거냐?”

“풉, 방금 신병 공 봤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승부하는 저 끈기 하나는 대단하다니까?”


벤치에 앉아 있던 상병들은 크게 껄껄대면서 웃었다. 마치 더 이상, 차일병에게 승산은 없다는 것같이 말이다. 


“어이, 둘 다 조용히 해라. 승부에 집중이 안 되잖냐.”


두 상병이 크게 껄껄대며 웃고 있을 때였다. 그 둘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6생활관의 최고참 이병장은 큰 목소리로 말하며 경고를 줬다. 


“넵···.”

“조용히 있겠습니다.”


두 상병은 범 만난 여우처럼 금세 입을 다물었다. 이 생활관에서 최고참인 이병장에게 개겨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흠, 과연 한 악바리 하는 차일병이 쉽게 이 승부를 끝내게 내버려두려나?’


이병장은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이 승부가 어떻게 결정 날 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머지않이, 이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파울 타구 하나가 이곳 벤치로 날아오면서였다. 


“우왁!”


벤치에 앉아 있던 병사들은 죄다 화들짝 놀란 듯이 비명을 질렀다. 포수로부터 뒤쪽에 있는 연병장으로 파울 타구가 날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제법 힘이 실린 타구가 말이다. 


“야, 차일병. 똑바로 안 칠래?”

“어이쿠, 죄송합니다. 상병님.”


차일병은 배팅 박스에서 나와 뒤에 있는 선임들을 향해서 사과를 올렸다. 그것도 독기 어린 입가에 띄워놓은 채로. 


“과연··· 차수호 녀석답군.”


파울 타구가 날아온 걸 본, 이병장은 양팔에 팔짱을 낀 채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마치 타석에 서 있는 차일병이 심상치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호오, 차일병님 제법 대단하신데?’


정수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마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듯이. 


‘분명히 공은 150km 후반대의 직구였어. 그것도 우타자들이 상대하기 제일 힘든 코스인, 몸쪽에 정확하게 꽂히는 코스였는데. 이걸 타격하다니. 대체 뭐지?’


정수는 허리를 숙이면서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포수는 자연스럽게 포수 미트를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 올렸다.


‘하이 패스트볼이라. 한번 간을 보자는 건가? 뭐, 하긴 이미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야. 치면 대부분 헛스윙이 나오는 코스이니. 제법 괜찮은 것 같네.’


정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오른발을 높게 들며 와인드업했다. 그대로 오른발을 앞으로 뻗으면서 피칭을 이어가려고 했다. 심판이 타임 콜을 외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타임!”

“어?”


정수는 강하게 내리치려고 했던 오른발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타석에 서 있던 차일병이 갑자기 몸을 뒤로 내빼며 타임을 요청했고. 심판이었던 황이병이 그 타임 요청을 받아들인 거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황이병님?”


정수는 왼손에 쥐고 있던 공을 다시 글러브 속에 도로 넣으며 물었다. 그러자 허공에 대고 스윙 연습을 하던 차일병은 말하길. 


“정수, 네 공을 보아하니까. 나도 장난으로 임할 게 아니라. 조금 진심으로 상대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왜, 문제라도 있냐?”


차일병은 꼽냐는 듯이 당당하게 되물었다. 이에 당황 섞인 표정을 짓고 있던 정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아무 문제 없습니다. 편하게 준비하시길 바립니다.”

“그래. 편하게 준비하고 네 녀석의 공, 제대로 타격할 테니까. 기대해라.”


차일병은 정수를 향해서 배트를 겨누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차일병님!”


정수는 이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마치 그의 도발이 가소롭다는 듯이. 


“플레이 볼!”


타임을 외친 지도 1분이 지났을까? 차일병은 다시 배팅 박스 속에 들어섰다. 정수는 미적지근한 표정을 지었다. 


“차일병님, 거기는 좌타석입니다. 장난치지 말고 우타석으로 돌아가 주시길 바립니다.”


정수는 경건한 목소리로 말하며 차일병에게 물었다. 그러나 차일병에게서 돌아오는 건, 냉랭하기만 한 답변뿐이었다. 


“알아.”

“어··· 그러면 알면서 그러신 겁니까?”

“그래. 나는 원래 좌타자니까.”


차일병은 좌타석에서 오른손으로 배트의 밑동을 잡으면서 말했는데. 이를 본, 정수는 토를 달지 않고 묵묵히 마운드에서 자리를 투구할 준비를 했다. 


‘능숙한 팔각도, 안정적인 코어 벨런스, 그리고 투수를 향한 눈동자까지. 차일병님··· 장난으로 좌타석에 들었다고 보기에는 꽤 진심인데?’


정수는 공을 던지기 위해서 자세를 바로잡으며 생각했다. 지금, 좌타석에 들어선 차일병의 눈빛에서는, 아까와는 다르게 진심이라는 눈빛이 엿보여서였다.


‘그러면 한번 시험해 보자.’


정수는 오른쪽 다리를 들어 와인드업 동작을 거친 뒤에 공을 던졌다. 정수의 왼손을 떠나간 공은, 활활 불타오르는 불덩이처럼 재빠르게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 날아갔다. 그것도 타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타자 눈앞으로 말이다. 


‘어때, 헛스윙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기겠지?’


공이 제대로 제구된 걸 확인한 정수는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확신했다. 헛스윙 삼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수의 귓가로는 따악, 하고 배트가 공을 타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울!”


포수 뒤에서 타구를 두 눈으로 지켜본 심판, 황이병은 곧바로 파울이라고 외쳤다. 배트를 맞은 타구는 그대로 3루 쪽으로 튕겨 나간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걸 반응했다고? 분명히 제구와 구속은 완벽했는데?’


정수는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는 투수였던 정수의 손끝을 떠난 순간, 확신했던 직감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으니까.


“오케이. 감 잡았어. 정수, 제대로 들어와라. 계속 치기 애매한 코스로 던지지 말고!”


차일병은 머리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정수는 그런 차일병을 충격으로 뒤섞인 눈빛으로 쳐다봤다. 배트를 길게 잡은 그의 눈빛에는, 다음에 던진 공은 어떻게든 타격해 내리라는 확신이 실려있던 거였다. 


“저, 악바리 새끼. 이젠 하다 하다 선출의 공도 공략해 내는 건가?”


정수와 차일병의 승부를 팔짱 끼고 지켜보던, 이병장은 그윽한 눈빛으로 차일병을 쳐다봤다. 차일병의 배트에 공이 컨택된 순간, 승부의 승자는 결정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후우, 침착하자. 침착하자.”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후, 정수는 다시 마운드에 똑바로 서면서 말했다. 지금 정수의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많이 놀라있었다.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공을 컨택한 이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으니까. 


‘다음 공은 하단, 스트라이크 존에 애매하게 걸치는 바깥쪽 하단. 그대로 루킹 삼진으로 승부를 끝내는 것이다!’


정수는 잽싸게 왼팔을 휘두르며 피칭을 이어 갔다. 그의 왼손을 떠난 공은 이번에도 재빠르게 날아갔다. 포수의 미트가 있는 바깥쪽 하단으로. 


“볼!”


정수는 아쉽다는 듯이 스읍, 하고 입맛을 다셨다. 포수가 정수의 공을 포구한 곳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도 한참은 벗어난 바닥이나 다름없어서였다. 


‘젠장, 제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군.’


정수는 글러브를 낀 오른손으로 포수가 던진 공을 받았다. 그러고는 애꿎은 마운드만 군화로 몇 차례 걷어찼다. 


‘집중해야만 해. 공을 던질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특유의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해. 그래야. 방금 던진 실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테니까.’


정수는 마음을 바로잡으며 다시 마운드 위에 바로 섰다. 그러고는 포수와 서로 사인을 교환한 후, 투구를 준비했다. 


‘이번 공으로 확실하게 승부를 본다.’


정수는 왼손에 강하게 움켜쥔 채로 생각했다. 곧이어 역동적인 투구폼을 취하며 정수는 공을 던졌다. 공은 제법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차일병의 몸쪽으로 제구되었다. 


‘타격폼을 보아하니 바깥쪽으로 타격 존을 형성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반대쪽으로 제구된 공을 타격하기는 힘들 거다.’


재빠르게 몸쪽을 파고 들어가는 공에 정수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타석에 서 있는 차일병의 배트 끝은 바깥쪽을 겨냥한 듯해 보였으니까. 


그러니 당연히 정수는 깔끔하게 이번에도 루킹 삼진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정수의 귓가에는 거대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파울!”


심판 황이병은 곧바로 파울을 외쳤다. 까앙, 하고 거대한 타격음을 낸 타구는 그대로 연병장 한구석으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휴, 하마터면 눈 뜨고 코 베일 뻔했네.”


차일병은 거의 영혼이 빠져나간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흡사, 간발의 차이였다는 듯이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정수는 연병장 한구석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보고, 떡하니 입을 벌리면서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좌타자에게 공략하기 어려운 공 중 하나인, 좌투수의 몸쪽 공을 기어코 컨택해 내다니. 순간 정수 본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어이, 정수 공 받아!”

“아, 넵.”


마운드 위에서 넋 놓은 채로 서 있던 정수는 포수의 부름에 다시 정신을 차리며 공을 받았다. 하지만 정신을 바로잡았음에도 여전히 충격은 가시지 않은 듯해 보였다. 


‘이런 것까지. 컨택해 낸다면 대체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 거지. 아니, 대체 어떻게 하면 차일병님과의 승부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거지?’


정수는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그것도 타석에 서 있는 차일병의 진한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이다. 


“흐읍!”


정수는 거세게 기합을 던지면서 연이어 공을 던졌다. 연이어 던진 2구는 그대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상단, 몸쪽 하단에 꽂히는 유인구였다. 


제법 퀄리티 높은 강속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석에 서 있던 차일병은 배트를 휘두르기는커녕, 오히려 뚫어져라 공만 쳐다보며 자연스럽게 볼을 걸러냈다. 


“새끼. 제법 교활한데?”


타석에 서 있던 차일병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꼭, 마치 식겁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한편, 마운드 위에 있던 정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씨발, 선구안까지. 좋아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정수는 본능적으로 왼손을 덜덜 떨어대며 속으로 생각했다. 정수는 흡사 지금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투수로써는 도저히 상대해 낼 수가 없는 타자라는 벽 말이다. 


‘그래도 다시 가보자!’


정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다시 피칭을 이어 갔다. 공은 재빠르게 스트라이크존의 끄트머리를 찌르는 직구였다. 


제구도 완벽했다. 포수가 사인으로 요구한 바깥쪽 끄트머리로 완벽하게 제구되었다. 그러나 타석에 서 있던 차일병은 팔을 길게 뻗어 기어코, 공을 컨택해 냈다. 


“아오, 이 새끼야. 뒤질래? 하남자처럼 존나 내빼지 말고, 상남자처럼 좀 화끈하게 들어오란 말이야!”


타격의 벨런스가 무너져가면서까지. 공을 컨택해낸 차일병은 왼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한편, 숨을 헐떡거리던 정수는 공을 포수가 건넨 던진 공을 받았다.


‘차일병님, 정면승부를 바라고 계시는구나.’


풀카운트로 내몰린 후, 다시 차일병의 눈빛을 확인한 정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차일병이라는, 저 타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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