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좌완 파이어볼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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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냉각
작품등록일 :
2024.10.01 13:27
최근연재일 :
20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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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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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화

DUMMY

*



“다 왔다. 정수, 조금만 더 달려보자.”


차일병은 정수를 향해서 손짓하며 말했다. 정수는 그런 차일병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달렸다. 지금, 자신이 어디를 향해서 달리는지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저, 차일병님?”

“왜?”

“혹시 눈앞에 있는 저 건물입니까?”


정수는 팔을 길게 뻗으면서 말했다. 정수의 손 끝은 해당 생활관의 본관과 별관,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외진 건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 저기가 맞아.”


차일병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한편, 정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의문을 표했다.


‘저기가 뭐 하는 곳인데···.’


정수는 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계속 달려갔다. 눈앞에 있는 저 건물의 정체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이다. 


“일병 차수호.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차일병은 건물의 입구로 보이는 철문을 쾅쾅, 하고 두드리면서 물었다. 


‘들어가는 데에도 계급장이랑, 이름을 말해야 한다니. 대체 이 건물은 뭐 하는 곳이지?’


정수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긴장했다. 아무리 봐도, 병사들이 가볍게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보거라.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니까.”

“헉, 알겠습니다.”


회색 철문 너머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차일병은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대답했다. 그것도 마치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곳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정수는 표정을 구기면서 건물을 심도 있게 쳐다봤다. 건물은 제법 각진 직육면체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임시로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라도 되는 것처럼. 


“저, 차일병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

“여기··· 외부에서 온, 민간인들은 못 들어가는 곳입니까?”


해당 건물의 벽면을 손으로 어루만지던 정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차일병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정수의 질문이 들어맞은 것처럼 말이다. 


“박이병.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바로 새겨듣도록.”

“이병 박정수, 후세에 알려줄 정도로 새겨듣겠습니다.”

“그래, 아주 좋은 태도야···.”


물건을 훔친 도둑처럼 주위를 갸웃거리던, 차일병은 제법 진지한 눈빛으로 정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정수도 그를 따라서 진지한 눈빛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 건물의 비밀, 이 건물의 용도를 알려주려는 것 같았으니까.’


정수는 입속에 고인 침을 꼴깍, 삼키면서 긴장했다. 흡사 기밀 문서를 돌려받는 기밀 요원이라도 된 듯이 말이다. 


“해당 시설은 우리 같은 군인들을 위한 시설이다. 그러니 절대로 면회 오는 외부인들이나, 다른 부대에서 오는 병사들, 군 간부들한테 절대로 이곳을 알려줘서는 안 된다. 알겠나?”


차일병은 눈보라처럼 차갑고, 맹수를 연상시키는 장렬한 살기가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병 박정수, 알겠습니다. 며,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수는 검은 동공을 덜덜 떨기도 하고, 공포에 새하얗게 질린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흡사, 궁지에 몰린 사냥감처럼 말이다. 


“좋아. 명심했다면 이제 되었다. 그러면 이제 들어가도록 하자.”

“아, 알겠습니다!”


정수는 군기가 바짝 실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차일병의 뒤에 찰떡같이 붙어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미지의 베일에 휩싸여 있는 건물의 입구를 향해서. 


“일병 차수호. 박정수 이병과 함께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도록 해라.”


차일병이 다시금 철문에 가볍게 노크하면서 묻자. 철문 너머에서는 제법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덜컥, 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철문은 활짝 열렸다. 


“들어가도록 하자.”


차일병은 정수를 향해서 계속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이에 정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라서 걸었고, 마침내 이 베일에 휩싸인 건물의 의문은 한 번에 풀리게 되었다. 


“다시 한번 입대 축하한다. 정수야!”


정수가 철문 너머로 한 발짝 내디뎠을까? 갑자기 그의 앞에 있던 차일병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를 내며, 정수를 앞으로 떠밀었다. 


‘자, 잠깐만 차일병님?’


정수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밖에 안 보여서였다.


그렇게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수는 천천히 뒤로 걸음을 내빼려고 했다. 주위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으스스한 기운까지. 이곳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곳 같으니까.


“어허, 어딜 도망가려고 하니. 정수, 앞으로 가라.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이런 어둠 속도 걸을 줄 알아야지.”


정수가 뒤로 걸음을 내빼려는 순간이었다. 정수의 뒤에 선 차일병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방금 장난기 섞인 목소리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은,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아, 알겠습니다. 이병 박정수, 용기 내보겠습니다.”


정수는 반박하지 말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퍼엉, 하고 뭔가가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오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입대 축하한다. 정수야!


주위에서는 사내 남성 여럿의 목소리와 함께 퍼엉, 하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수는 두 눈을 화들짝 놀란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흡사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뭐, 뭐야. 정수. 완전 쫄보였네?”

“그러니까. 덩치만 보면 겁 같은 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주위의 눈앞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았던, 정수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초코파이로 만들어진 케이크를 들고 있는 황이병과 김상병이 있었다.


“화, 황이병님, 김상병님. 이건 대체···.”

“뭐긴 뭐냐. 첫날에 못 한 네 입대 축하 파티지.”


황이병은 양손으로 들고 있던 초코파이 케이크를 들이밀면서 말했다. 정수는 낯간지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케이크 위에 꽂혀 있던 초를 후우, 하고 불었다. 


“훠우우우우우우!”


정수의 주위에서는 소란스럽게 함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정수는 분위기에 따라서 천천히 짝짝, 하고 손뼉을 강하게 쳤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 분위기를 따라가기 위해서였다. 


“어이, 암전은 이만하면 되었다. PX병, 얼른 불 켜라.”

“아, 알겠습니다.”


근방에서 이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새까맣기만 했던 건물 내부에는 밝은 불빛이 번뜩하고 켜졌다. 


‘아니, 뭐야. 무기고 같은 창고가 아니었잖아?’


불이 켜진 후, 주위를 확인한 정수는 충격에 사로잡힌 표정을 지었다. 험악하고 다소 무거운 분위기일 줄 알았던 건물 내부는, 사실 온갖 식료품과 군필품이 있는 편의점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차, 차일병님?”

“크흠··· 왜? 뭐 틀린 말이라도 했냐.”


차일병은 공중에 대고 크게 헛기침하면서 답했다. 정수는 덤덤한 표정에 경멸을 한 스푼 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 건물이 어떤 시설인지 알게 되어서였다. 


“황이병님, 여기가 그 군대에서 병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PX라는 곳입니까?”


정수는 그나마 믿을 구석인 차일병에게 물었다. 이에 황이병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라는 듯이. 


“모두, 음식이나 먹도록 하자. 음식 다 식는다.”


한편, 이병장은 주위에서 정수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던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병사들은 하나둘씩, 이병장이 앉아 있는 PX 매장에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6생활관에서 앉던 자리 그대로 말이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의자에 앉은 정수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테이블을 쳐다봤다. 테이블에는 온갖 과자들부터 PX에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간식거리들이 올라와 있던 거였다. 


“잘 먹겠습니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양손을 맞대며 기도를 올렸다. 정수도 마찬가지였다. 정수는 편하게 나무젓가락을 뜯으며, 음식을 향해서 젓가락을 움직였다. 


“아이고, 신병. 생각보다 식성이 좋구나?”


정수의 맞은편에 있던 김상병은 활짝 웃으면서 훈훈하게 말했다. 정수의 젓가락질 속도는 말도 안 되게 빠르고 현란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과, 과찬입니다.”


정수는 이에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말했다. 


“에이, 쑥스러워하기는 많이 먹어라. 정수. 이 음식들은 네 녀석의 입대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사는 음식이니까.”


최고참인, 이병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 쪽에 있는 음식을 덜어가면서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이병장님. 근데 왜 다른 상병분들은 왜 안 드십니까?”


정수는 입속에 음식을 머금은 채로, 다소 어눌한 발음으로 물었다. 정수의 옆에 있던 병사들은 잘만 먹고 있지만, 정수의 맞은편에 있는 다른 병사들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정수는 뒤늦게 주위의 눈치를 살피면서 젓가락질의 속도를 줄이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맞은편에 있던 상병들의 표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병장님, 혹시 맞은편에 있는 상병님들은 왜 저렇게 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겁니까?”


정수는 궁금증에 곧바로 이병장에게 물었다. 최고참인, 그라면 저들의 저 딱딱한 표정의 이유에 대해서 알 것 같아서였다. 


“아, 쟤들? 오늘 승부에서 정수, 네가 아니라. 차일병이 이긴다는 것에 돈을 걸었걸랑.”


이병장은 라면을 후루룩, 하고 먹으면서 말했다. 순간 정수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 이병 박정수. 혹시 병장들 무슨 내기라도 하신 겁니까?”

“어. 조금 전에 너랑 차일병의 승부에 내기 좀 했지. 벌칙은 그냥, 뭐 이 음식 사는 거로 말이야.”


이병장은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정수, 네 녀석에게 배팅했기에 이렇게 활짝 웃는 거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 자식아.”


이병장은 벙찐 정수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대화를 끝낸 정수는 음식을 먹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음식을 사는 데에 쓰인 돈의 출처를 알게 되었으니까.


‘지금, 이 과자의 양, 라면, 치킨, 참치 크래커 등등···. 이거, 생각보다 돈 좀 깨졌을 것 같은데?’


정수는 의심 섞인 시선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병들을 쳐다봤다. 맞은편에는 총 다섯 명의 상병이 있었다. 


‘아무리 N분의 1을 했어도 분명히 돈 좀 제법 깨졌을 텐데···.’


정수는 시선을 테이블로 돌렸다. 테이블에는 엄청난 양과 가짓수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거의 PX를 털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최대한 남는 음식이 최대한 없도록 다 먹어 치우자.’


정수는 다시 현란하게 젓가락을 움직이면서 계속 음식을 섭취했다. 상병들의 돈이 헛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 신병. 잘 먹는 거 보니까. 보기 좋네.”


김상병은 당황하기라도 한 것처럼 떨려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위에 상병들은 김상병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의 말에 어울리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은 채로. 


‘정수가 이렇게 먹는 데에 진심이었나?’


황이병도 맞은편에 있는 상병과 마찬가지로. 정수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정수는 그리 식탐이 많은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설마, 이 녀석···. 아까워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 PX 물가가 얼마나 싼데.’


황이병은 조심스럽게 의심했다. 지금, 정수가 그런 심리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줄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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