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좌완 파이어볼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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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냉각
작품등록일 :
2024.10.01 13:27
최근연재일 :
20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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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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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



때는 그렇게 정수가 이 PX의 물가도 모르는 채로, 거의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고 있을 때였다. 


주위에 있던 다른 선임들은 의자에 편히 기댄 채로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더는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은 조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원래였으면 이렇게 많은 음식이 다 버려질 거였다는 거잖아. 휴, 나 없었으면 이거 잔반만 많아지고 PX 관리하는 병사는 참 힘들었겠네.’


남은 음식들을 죄다 먹어 치우던 정수는 꽤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이 남은 음식을 먹어치움으로써, 맞은편에 있는 상병들의 돈은 헛되지 않게 되었을 테니까.


“야, 인마. 천천히 먹어라. 누가 너 먹는 거 잡으러 안 온다. 정수야.”

“아, 넵. 황이병님.”


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후,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앞서 말한 이유를 이유로 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정수의 바람과는 다르게 결국 음식은 남게 되었다. 


‘배가 불러서? PX에서 선임들이 사 놓은 음식이 엄청나게 많아서? 웃기지 말아라. 나는 다 먹을 수 있었다. 난데없이 5생활관 병사들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지.’


정수는 현란하게 움직이던 젓가락질을 멈췄다. 철컥, 하고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강렬한 기척이 느껴진 것이었다.


‘누구지? 분명히 일과표에서 오전 시간에 휴식이라고 적혀 있던 건 우리 6생활관 밖에···없었나?’


정수는 몸을 흠칫하며 손으로 턱을 부여잡았다. 그러고는 빠르게 두뇌를 회전시켜 일과표를 확인했던, 그때로 시간을 되감아 봤다. 


‘아, 아냐. 아니다. 옆 생활관인 5생활관도 오전 일과는 휴식이었어!’


정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동시에 시선을 철문이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적어도 누가 들어왔는지. 한 번쯤은 확인해 봐야 하니까.’


정수는 곁눈질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온 병사를 확인했다. 병사는 제법 각지고 다부진 체격을 갖추고 있었다. 


‘저, 얼굴은··· 차용준 병장님?’


정수는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정수의 눈앞에는 이전에 훈련 중에 한 차례 봤었던 차병장이 눈앞에 있던 거였다. 


“오, 뭐야. 아무도 없는 줄 알았거늘. 제법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서 벌써 연회를 즐기고 있었네?”


6생활관 병사들을 본, 차병장은 다소 놀란 기색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정수의 뒤에 있는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병장··· 보아하니. 무슨, 파티라도 한 것 같은데. 이런 게 있었으면 나한테 말 좀 해주지 그랬어.”


차병장은 이병장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병장에게서 돌아오는 거라곤,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하, 내가 어이가 없어서. 차병장, 너랑 같이 내가 연회를 준비하느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


이병장은 두 눈썹을 찌푸리고, 양손에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걸?”

“시치미 떼지 마라. 차병장. 내가 네 녀석의 사악하기 그지없는 그, 속내를 모를 것 같냐?”


이병장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차병장을 쳐다봤다. 차병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병장과 마찬가지로 살기 가득한 눈빛을 내뿜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내뿜는 살기의 방향성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병장님 쪽은 오히려 활활, 불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겁다. 그에 반해서 차병장님 쪽은 그 반대로 꽁꽁, 얼어붙은 차갑기만 하네.’


정수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두 병장이 기싸움을 하는 걸 뚫어져라 지켜봤다. 그 정도로 두 사람의 신경전은 제법 볼만 했으니까. 


‘대체 저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살벌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거지?’


이 신경전을 넋 놓고 기다리던 정수는 문득 의문을 품었다. 분명히 저 사람이 서로를 저렇게 쳐다보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데에는 그에 적합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이, 차병장. 인간적으로 우리 정수는 건드리지 말게. 아직 이 생활관에 적응하지도 못했단 말이야.”


고요한 침묵만 흐르던 PX 안, 이병장은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서 침묵을 깨뜨렸다. 


“···적응이라. 고작 그걸 이유로 그러는 건가. 이병장?”


차병장은 말에 뜸을 들이더니. 곧바로 예리하게 물었다. 이를 들은 이병장은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장이 정수를 소중히 여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처럼. 


“크흠, 역시나 예리하군. 차병장. 그래. 내가 박정수라는 병사를 소중히 여기는 건,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그러니 쳐다도 보지 말거라. 차병장.”


이병장은 격노한 것처럼 테이블을 탁, 하고 내리치면서 말했다. 마치 정수에게 관심 같은 건, 조금도 가지지 말라는 것처럼. 


“대체 그 이유가 뭐길래. 그렇게 지키려고 드는 건가. 이병장?”


차병장은 눈빛에 서렸던 살기를 잠깐 죽이면서 물었다. 이에 정수는 코끝을 높게 들면서 말했다. 


“우리 박이병이 말이야. 오늘 우리 차일병과 승부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던진 공이 크으, 엄청났거든.”

“뭐, 뭐? 차일병과 승부를 해서 이겼다고?”


이병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병장은 기겁하면서 물었다. 그것도 정수의 좌측에 있는 차일병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래. 컨택으로는 우리 부대에서 제일가고, 우리 부대 야구부에서 주전 2루수를 도맡고 있는 차수호 일병 말이다.”


이병장은 차일병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이 차수호, 아니 차일병. 그게 정말인가?”

“뭐,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주 보기 좋게 졌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상대했음에도 말입니다.”


차일병은 아랫입술을 깨문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에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에 차병장은 더욱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정수를 하룻강아지 수준으로 보고 있던 것 같았다. 


“사, 삼진으로 잡은 거냐?”


차병장은 추위에 몸을 떠는 것처럼, 떨리기만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정수는 해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비록 한 끗 차이로 이겼지만 이는 틀림없이 좋은 승부였습니다.”


거기에 정수는 말을 덧붙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차일병의 어깨를 조금이라도 올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정수의 이런 생각은 제대로 먹혀든 것 같았다. 


“정수와의 승부는 좋은 승부였지. 우리 생활관을 떠나서 옆 생활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 녀석이랑은 다르게 공 끝도 살아있고 말이야.”


차일병은 정수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정수는 말없이 주먹을 내밀며 주먹을 맞부딪쳤다. 차일병의 말에 공감한다는 것처럼. 


“뭐라고? 지금 우리 박상병을 욕한 거냐. 수호?”


이 말을 들은 차병장은 뚜껑이라도 열린 것처럼 차수호 일병의 멱살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그것도 얼굴은 가을 단풍처럼 새빨갛게 붉힌 채로 말이다. 


“차병장님!”

“진정하시길 바랍니다.”


주위에서 PX의 먹을거리나 물건들을 집던, 5생활관 병사들은 허겁지겁 달려와 차병장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마치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라는 듯이 제법 능숙하게. 


‘흐음, 생각보다 욱하실 때가 많으신 것 같네.’


정수는 이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던 정수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불똥이 조금이라도 튀지 않게끔 말이다. 하지만, 불똥은 안 튀려야 튈 수밖에 없었다. 


“짜바리들은 빠져. 이건 나와 차병장님이기 이전에 우리 차씨 형제의 문제니까!”


차일병은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그러자 5생활관 병사들을 포함해서 차일병 주위에 있던 차일병도 천천히 뒤로 걸음을 내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가족 사이의 문제에는 간섭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정수도 당연히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차일병과 차병장에게서 떨어졌다. 둘은 빙산의 일각같은 차가운 눈빛을 맞부딪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수호, 우리 박상병의 공이 뭐가 어째?”

“박상병님의 공은 우리 정수의 공이랑은 다르게, 볼 끝에 힘이 없으십니다. 알겠습니까. 형님?”


차일병은 따지듯이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면서 말했다. 이에 차병장은 멱살을 움켜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황이병님, 저 박상병이라는 병사가 차병장님에게는 어떤 사람이길래. 저렇게까지 발작하시는 겁니까?”


차병장의 반응을 본, 정수는 황이병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황이병은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는 정수에게 작디작은 목소리로 대답해 줬다. 


“그게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거야. 친동생보다 몇 배는 더 소중한 녀석이야. 듣기로는 사회에서 서로 알고 있던 사이라고 했나? 정확하게는 그랬던 걸로 알고.”

“아, 그렇습니까?”


정수는 아, 하고 입을 벌리면서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는 야구부에서 선후배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학습하게 된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그러면 박상병이라는 그 당사자는 지금, 이 PX 매장 안에 있습니까?”


이런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 겉도는 가운데, 정수는 다시 조심스럽게 황이병을 향해서 물었다. 이에 황이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다고? 하긴, 당사자가 여기에 있었으면 차일병이 저런 말을 하지도 못했겠지.’


정수는 납득이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차일병과 차병장, 차씨 형제들에게로 돌리는데. 정수는 기겁했다. 


‘아니, 갑자기 왜 저를 쳐다보고 계세요. 형제님들?’


정수는 공포에 얼룩진 표정을 지었다. 흡사 추위를 연상시킬 정도로, 차가운 서리 빛의 눈빛이 정수를 향하고 있던 것이었다.  


“저 녀석의 공이 우리 박상병의 공보다. 좋다고 차수호?”


차병장은 정수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에 차일병은 고개를 높게 들고는 오만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 그런 느리고 밋밋한 피네스 피칭을 하는 사람의 공보다는 빠르고 묵직한 정수의 공이 더 가치가 높을걸?”

“지금, 피네스 피처를 무시하는 거냐. 차수호?”


차병장은 매서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차일병에게서 돌아오는 건 무시 섞인 답변뿐이었다. 


“그래. 무시한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심지어 박상병은 피네스 피처라는 명목이란 그늘에 숨어서, 제대로 승부도 걸지 않잖아.”


차일병은 자신의 형, 차병장을 향해서 중지를 치켜들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는 안 그래도 거대한 불길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 되었다. 


“하, 깡이 없다는 점을 아주 추악하게 돌려서 말하는구나. 차수호. 그놈의 말버릇을 여기에서 제대로 고쳐서 사회로 내보내야···.”

“아, 몰라. 그런 건, 나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우리 정수한테 눈독 좀 그만 들여라. 얘까지 데려가면, 5생활관과 6생활관은 전쟁 시작이니까.”


차일병은 차병장의 양손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말했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죄다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르며 크게 기겁했다. 일병이 병장의 손목을 붙잡으면서, 맞불을 놓은 것은 하극상이었으니까.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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