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콰광, 하고 무거운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에 있던 6생활관 병사들은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정수야, 괜찮냐?”
이병장을 포함한 6생활관 대원들은 정수를 향해서 한입 모아서 외쳤다. 그 거대한 크기의 돌을 들던 정수는, 갑자기 덜컥, 하고 돌을 바닥에 떨어뜨렸으니까.
“이, 이병 박정수. 괘, 괜찮습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정수는 양손의 손바닥을 펼쳐 보이면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보였다. 이를 본 이병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옆에 있던 차일병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라도 정수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내일 있을 청백전에서 큰 변수가 생겼을 텐데. 휴, 참 다행이다.’
그래서일까. 차일병은 유독 더욱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도 얼마나 컸는지, 옆에 있던 이병장이 차일병의 거센 콧김에 크게 식겁할 정도였다.
“차일병. 한숨은 왜 이렇게 크게 내뱉나?”
“이, 일병 차수호. 그냥 어쩌다가 보니 우연히 크게 내뱉은 것 같습니다.”
“흠···그래.”
이병장은 차일병에게서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이병장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정수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어이, 정수 손 말고 한번 다른 곳들도 봐보자. 바지 한번 걷어 올려봐라.”
이병장은 정수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정수는 이에 순응하면서 바지를 걷어 올렸다. 만약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 흠, 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네.”
“휴우···. 참 다행이란 말입니다.”
정수의 몸 곳곳을 살핀 황이병은 자연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정수에게 손을 내뻗으면서 그를 일으키기도 했다.
‘역시나 나를 챙기는 건, 맞선임인 황이병님밖에 없구나. 나도, 나중에 후임이 생기면 잘해줘야겠어.’
정수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황이병처럼 좋은 선임이 되기로 말이다.
“어이, 정수. 멀뚱멀뚱 서서 뭐 해. 얼른 들자. 오늘 안으로 이 밭 전부 다 갈아야 해.”
“아, 이병 박정수. 얼른 협조하겠습니다.”
황이병을 보면서 가만히 멍을 때리던, 정수는 허겁지겁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돌을 들기 위해서 뭉친 6생활관 병사들을 향해서.
“자, 셋 하면 드는 거다? 하나둘··· 셋!”
“흐읍!”
“흐읏짜!”
이병장의 숫자를 다 세기가 무섭게, 정수를 포함한 6생활관 병사들은 죄다 돌을 들었다.
“우왁, 정수. 이 무거운 걸 혼자서 어떻게 들었던 거냐?”
“그러게? 너, 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김상병과 차일병은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정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정수는 멋쩍은 듯이 쓴웃음을 짓기만 했다.
“어이, 거기 떠드는 두 놈. 너희 빨리 안 움직이냐? 무거워 뒤질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빨리 움직여봐!”
“아, 알겠습니다!”
김상병과 차일병이 대화를 시도하면서 걸음의 속도를 늦추자, 이병장은 곧바로 날카롭게 두 병사를 크게 꾸짖었다.
다시 걸음에 속도가 붙은 병사들은 돌을 버리는 곳으로 가까워졌고, 그들은 황급히 돌을 바닥에 내려놨다.
“후우, 모두 수고 했다.”
이병장은 식은땀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자, 그러면 이제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 일구던 밭을 열심히 일궈볼까?”
이병장은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에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표정을 구겼다. 지금, 이병장이 혼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어서였다.
“어허, 어째서 죄다 나를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지? 뭐, 불만이라도 있나?”
이병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계급장을 가리키면서, 다소 뻔뻔한 태도로 나왔다. 이에 정수를 포함한 병사들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하극상의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정수는 입술을 깨문 채로 눈빛을 갸웃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주위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죄다, 서로 나서라고 눈치를 주기만 할 뿐이었다.
“꼬우면 너희도 병장 달고 이렇게 하거라. 그러면 다시 활동 재개한다. 해산!”
이병장은 대충 둘러대면서 다시 일을 재개시키려고 했다. 한 병사가 거대한 돌을 홀몸으로 옮기는 걸 보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어이, 거기 비켜주시길 바랍니다. 자칫했다가는 다치십니다!”
거대한 돌을 들고 오던 병사는 이병장을 향해서 크게 외쳤다. 이병장은 이에 모양새가 빠져 보이게 엉성한 자세로 몸을 내뺐다.
“협조 감사합니다. 이병장님.”
돌을 들고 오던 병사는 가볍게 이병장이 서 있던 자리에 돌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남성의 얼굴을 본, 이병장은 놀란 기색으로 가득 찬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마치 심상찮은 악연과 조우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가. 박상병. 내가 만약에 이렇게 빠르게 몸을 내빼지 않았어도, 이렇게 하려고 했나?”
이병장은 엄격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지금의 행동이 무례하기라도 한 것처럼.
“상병 박지호! 그렇게 되었다면, 당연히 다른 곳에 돌을 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병사는 이병장의 다리만 한 팔을 높게 들면서 대답했다. 이병장은 이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 그래?”
“상병, 박지호. 그렇습니다. 이병장님. 하지만, 이병장님께서 나와주신 덕에 편히 그곳에 돌을 놓을 수 있지 말입니다.”
정수 맞먹는 거대한 체격의 박상병은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살기로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쩝, 알겠다. 그러면 나중에 보자꾸나. 박상병.”
“충성. 이병장님.”
이병장은 아쉬움에 혀를 끌끌 차면서 천천히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는 차일병과 황이병 같은 6생활관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1초라도 박상병이라는 사람과 같은 공기를 마시기 싫다는 것 같이.
‘저 사람이 조금 전에 말했던 박상병이라는 사람인가?’
정수는 오전에 황이병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듣기로는 이곳 6생활관에서 모종의 이유로 5생활관으로 넘어간 녀석 말이다.
“황이병님 혹시 저 사람이···.”
“정수야. 지금은 그냥 닥치고 따라와라.”
“넵. 알겠습니다.”
정수는 딱딱하게 대답하면서 계속 같은 생활관의 병사들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계속 박상병과 같은 공간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같았다.
“모두, 계속 그대로 앞으로 가서 밭을 갈도록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이병장이 6생활관 병사들에게 어깨동무하면서 말하자. 병사들은 죄다 딱딱하게 대답하며. 다시 각자 지정받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우, 돌은 일단 빼긴 뺏는데. 이걸 다 어떻게 치워야 하지?”
그리고 지정받은 밭, 자신이 해야 하는 황무지에 발을 들인 정수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정수의 황무지는 돌을 뽑는다고, 별의별 짓거리를 다 해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으니까.
“후우, 일단은 다 치워야겠지?”
정수는 괭이가 아닌 바닥에 놓여 있는 삽을 주워들었다. 그러고는 삽으로 주위에 마구 흩뿌려져 있는 흙을 죄다 퍼서 날랐다. 돌을 뽑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덩이를 메꾸기 위해서 말이다.
“휴우. 이 정도면 되었겠지?”
유진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눈앞엔 구덩이는커녕, 구덩이가 있었는지 의심할 정도로 평평한 땅이 펼쳐져 있었다. 정수는 뿌듯함에 본의 아니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러면 다시 괭이질을 시작해 볼까?”
정수는 삽을 뒤로 집어 던지고는 다시 괭이를 들었다. 그러고는 괭이로 이 거센 황무지를 죽어라 갈아대기 시작했다. 이병장과 차병장이 부딪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정수가 다시 밭을 갈게 된 지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나무 밑, 그늘에서 편히 앉아 있던 이병장에게는 차병장이 다가왔다.
“어이쿠, 이병장. 언제까지 이렇게 편히 누워서 꿀이나 빨고 있을 건가?”
“이 목소리는···. 차병장?”
군모로 눈을 가리고 바닥에 잔디 위에 엎어져서 자던 이병장은 모자를 다시 머리에 쓰면서 대답했다.
“그래. 나일세. 이병장, 아이고 여기도 그렇고 저쪽도 그렇고 올해는 가꿀 밭이 생각보다 많군.”
“말도 말거라. 저걸 오후에 다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오후에만 이 작업을 하게 한 행정병이 더 문제야.”
이병장은 쯧쯧, 하고 아니꼽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다.
“흠, 확실히 행정병이 일과를 잘못 짠 것 같긴 합니다.”
“그렇지?”
“네 다만, 저희는 그런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량을 벌써 다 끝냈습니다.”
“뭐, 뭐라고?”
이제 막, 잠에서 깬 채로 있어 정신이 비몽사몽했던 이병장은 두 눈을 번뜩 뜨면서 물었다.
“정말입니다. 저기를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차병장은 오른팔을 펼쳐서 5생활관이 맡은 밭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병장은 두 눈을 크게 뜨면서 5생활관이 맡은 밭을 쳐다봤다.
5생활관이 맡은 밭은 이병장이 소속된 6생활관이 맡은 밭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다 끝내다니.
“무슨 이상한 편법이라도 쓴 거 아닌가. 차병장?”
이병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두 밭을 쳐다보며, 비교하면서까지 물었다.
“에이,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편법 같은 걸 쓰냔 말입니다.”
차병장은 양팔을 높게 들면서 이를 결백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럼에도, 이병장은 계속해서 차병장을 의심 섞인 눈빛으로 쳐다봤다. 마치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처럼.
“믿을 수 없으시겠다면, 직접 가서 밭을 확인해 봐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생활관 병사들이 하는 걸 보고, 한번 학습해 보시길 바랍니다. 밭을 빠르게 일구는 노하우 같은 걸 말입니다.”
차병장은 겸손함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게 말했다. 이에 이병장은 표정을 구겼다. 그것도 마치 불쾌하고 뻔하다는 듯이 말이다.
“뭐, 뻔하지. 아무래도 협동심이나 단순한 조직력 그런 거 아닌가? 5생활관에 있는 병사들의 특징이라고 함은 그런 단순하게 시간만 투자하면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병장은 짙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 차병장은 정곡에 찔린 듯이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과, 과연 그럴 것 같습니까?”
“어. 그게 아니라면 너희 5생활관 병사들은 박상병 하나만 빼면 죄다 시체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오만함에는 오만함이라고, 이병장은 거만하게 크게 하품하면서 대답했다. 이에 차병장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발작했다.
“아무래도 이병장님께서 저희 5생활관 병사들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이, 정수! 굼뜨게 움직이지 말고. 빨리빨리 밭 안 일굴래? 그 속도로 대체 언제쯤에 끝내려고?”
이병장은 아예 차병장의 말을 끊고 삐빅, 하고 휘슬을 불면서 정수에게 명령했다. 이에 정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죄송합니다. 이병장님, 조금만 더 속도를 내서 밭을 갈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수는 큰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밭을 갈았다. 그것도 조금 전이랑은 완전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말이다.
-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