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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냉각
작품등록일 :
2024.10.01 13:27
최근연재일 :
20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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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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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DUMMY

*



‘후우, 듣기로는 내일 청백전이 있어서 최대한 체력을 아껴두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지금부터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정수는 두 눈에 작은 불빛을 키면서 생각했다. 그러고는 괭이를 죽어라 끌면서 밭을 갈아대기 시작했다. 정수를 지켜보던 이병장과 차병장이 의아함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어이. 이병장,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저렇게 빨리 괭이질하면 밭이 갈리기는 하겠어?”


차병장은 정수를 손으로 삿대질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병장은 이에 반박을 뒀다. 밭일 같은 건, 죄다 까먹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 보면 모르냐. 차병장. 지금 밭은 아주 제대로 갈리고 있잖아. 저렇게 깔끔하게 괭이로 잘만 갈리면, 그게 바로 밭 질이 아니겠냐!”


이병장은 확신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차병장은 의문을 표했다. 그는 오늘도 밭일에 참여했을 정도로, 밭일에 대해서 빠삭하게 잘 알고 있었으니까. 


‘흠, 아무리 봐도 작물을 심을 밭과 밭 사이의 간격이 넓어도 너무 넓은데?’


차병장은 의심 섞인 눈초리로 밭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정수가 갈고 있는 밭은 이상하다는, 아니 비효율적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밭별 간격이 넓어도 너무 넓었던 것이었다. 


“이보게 이병장. 혹시 내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박정수 이병이 갈고 있는 밭을 보고 와도 되겠나?”


차병장은 이병장을 향해서 의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병장에게서 돌아오는 거라곤, 차가운 답변밖에 없었다. 


“어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밭을 가서 직접 확인한다니. 지금, 정수가 밭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데. 딱, 봐도 가서 우리 정수의 기를 죽이려고 드는 게 아닌가!”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라고? 그러면 뭐, 우리 정수를 꼬시려고 하는 건가? 마치 박상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병장은 날이 바짝 오른 눈빛으로 차병장을 노려보면서 그를 견제했다. 이에 차병장은 정곡에 찔리기라도 한 듯이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

“으휴, 이보게 차병장. 그렇게 좋은 A급 병사들을 받고 싶다면 다른 생활관을 뒤져보도록 하게. 괜한 벼룩의 간이나 빼먹으려고 하지 말고 말이야.”


이병장은 차병장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그의 등 뒤로 걸어갔다. 동시에 차병장을 외면하기도 했다. 지금 그와 대화하기 싫다는 것처럼. 


“우, 웃기지 마십쇼. 이병장님! 지금 저는 박정수 이병이 밭일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말한 거란 말입니다.”


차병장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이병장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해당 말을 내뱉은 차병장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병장의 표정은 화났다는 표현으로도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분노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지금 뭐라고 했지. 차병장. 다시 한번 말해보지 않겠나?”

“다, 다름이 아니라······.”

“다름이 아니라 뭐?”

“······ 배, 배우고 싶어서 말이네. 저렇게 정수가 밭을 빠르게 가는 비결에 대해서 말이야.”


차병장은 맹수에게 압도된 먹잇감처럼 두 눈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이병장은 그제야 표정에서 분노를 조금 풀 수 있었다. 일단, 정수에게 접근하려는 낌새는 완전히 사그라들어서였다. 


“그건 조금 어렵겠네. 우리가 접근함으로써, 갑자기 정수의 흐름이 끊기면 어떻게 하겠나. 그렇게 굉장히 치명적인 피해를 줄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아, 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미, 미안하네. 이병장.”


차병장은 어색하게 말하면서 뒷머리를 천천히 긁적였다. 이병장은 그런 차병장을 다시 등졌다. 더 이상, 그와는 할 이야기가 없을 것처럼. 


“어이. 정수, 지금 잘하고 있어. 그 속도 계속 유지해 가면서 그 거대한 밭 한번 전부 다 갈아보자!”


이병장은 짝짝짝, 하고 손뼉을 부딪치면서 정수에게 말했다. 그것도 힘내라는 응원의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해당 말을 들은 정수는 두 눈썹을 찌푸렸다. 


‘빨리 끝내고 싶으면 이병장님도, 와서 같이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정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이병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극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말이다. 


“어이, 정수 참아라.”

“그래 인마. 여기가 어디냐. 군대 아니냐. 너도 나중에 짬 좀 차고 병장 정도 되면 저렇게 해라.”


밑에 있던 김상병과 위에 있던 황이병은 정수를 향해서 크게 말했다. 이 말에 정수는 크게 숨을 내쉬면서 치솟으려고 하는 분노를 진정시켰다. 


“알겠습니다. 황이병님, 김상병님···.”


정수는 천천히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는 다시 밭을 일구는 괭이질에 집중했다. 한 가지 다짐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말이다. 


‘나는 나중에 저런 병장 따위는 되지 않을 거다. 나는, 나는 말이야. 나중에 저런 부조리 따위는 하나도 없는 깔끔한 선임이 될 거야.’


정수는 스스로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면서 다짐했다. 절대로 미래에는 이 다짐에 변함이 생기지 않게끔.


“크윽, 후우··· 후우···.”


이렇게 체력을 들이부으면서 괭이질을 한 지도 벌써 3시간 정도가 되었을까? 정수는 바닥에 빗줄기처럼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정수는 고작 머리에서 흐르는 식은땀 따위에 신음을 내뱉은 게 아니었으니. 그 짧게나마 내뱉은 신음의 출처는 바로 양팔에서 느껴지는 진한 통증 때문이었다.


“크윽, 안 쓰던 잔근육까지 써서 그런가. 팔이 엄청나게 아리고 쑤셔오네.”


정수는 괭이를 땅에 고정해 놓고는, 스스로 양팔을 어루만졌다. 뭉쳐있는 팔의 잔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휴, 그래도 이제 이 마지막 라인만 일구면 이, 지긋지긋한 밭일도 이제 끝이다.”


정수는 아직 일구지 않은 밭에 퉤, 하고 침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괭이를 도끼처럼 높게 들고는 황무지를 향해서 괭이를 내리쳤다. 


“좋아. 지금부터 한번 제대로 가보자!”


정수는 빨리 끝내자는 열정을 담은 채로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러고는 마지막 밭을 일구기 시작했는데. 이런 정수의 밭을 갈구는 속도에, 이병장과 차병장은 각각 감격하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9명이 함께 힘을 합쳐서 뛰어난 조직력으로 밭을 가는 우리 5생활관보다. 그냥 혼자서 죽어라 밭을 갈고 있는 정수가 몇 배는 더 빠르게 밭을 갈다니···.’


차병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떨리는 눈빛으로 정수를 쳐다봤다. 마치 정수가 괭이질의 장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캬, 역시 대단하구먼. 역시 우리 정수가 전역할 때까지. 6생활관은 아무런 걱정이 없겠네.”


이병장은 정수를 향해서 짝짝, 하고 감격 섞인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이에 차병장은 충격에 휩싸인 눈빛으로 이병장을 쳐다봤다.


“지금 그 말은 6생활관의 미래를······.”

“에이, 그게 갑자기 뭔 소리인가. 차병장, 내가 있는 한, 6생활관은 그 누구의 손에도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자네 생활관 일이나 집중하도록 하게.”


이병장은 차병장의 말을 끊으면서 단호하게 물었다. 이병장은 웃고 있었다. 그것도 억지로 지어낸 웃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색하게 말이다. 


“보는 눈이 많으니까. 이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 보도록 하는 게 어떤가. 차병장?”


이병장은 고개를 갸웃거려 주위를 살피면서 말했다. 근방에 있던 정수를 제외한, 6생활관 병사들은 죄다 두 눈을 부릅뜨고 이병장을 살벌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알겠네. 미안하네. 이병장.”

“에이, 아니네. 생활관의 미래에 대한 건, 병장들이 결정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미래니까.”


이병장은 벙쪄있는 차병장의 귓가에 대고 작게나마 속삭이면서 말했다. 이에 차병장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긴장했다. 마치 이 일이 중대한 사항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그 병장 중에서 현재 이 부대에서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조병장이 왔다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저기를 보게.”


이병장은 차병장과 어깨동무하면서 특정 방향을 가리켰다. 차병장은 두 눈을 바로 떴다. 그리고 그곳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걸어오는 조병장이 있었다. 


“충성, 조병장님.”

“추, 충성. 조병장님.”


이병장과 차병장은 오른손을 양쪽 눈썹 끝에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그것도 제법 각지게 말이다. 


“모두 군기가 바짝 들어가 있으니. 모습이 아주 보기 좋네. 쉬어.”


조병장은 측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듣자, 두 병장은 눈썹에 대고 있던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병장 이성민, 조병장님 갑자기 이곳에는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이병장은 군기가 바짝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조병장은 잘근잘근 씹고 있던 껌의 풍선을 불면서 답했다. 


“흐음, 그건 말이다. 지금 너희들에게 긴급하게 공지해야 할 사실이 있어서 왔다.”

“고, 공지해야 할 사실 말입니까?”


차병장은 화들짝 놀란 기색으로 가득 찬 목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아, 그게 말이다. 일단 5생활관과 6생활관들은 내일, 금요일에도 이곳에 와서 밭일해야 할 것 같다.”

“자, 자. 잘못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이병장이 놀란 기색으로 가득 찬 목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마치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게 말이야. 조금, 일이 꼬여서 말이야. 지금, 너희들이 일구고 있는 밭의 양식이 말이야. 작년이랑은 조금 달라져서 말이야.”


조병장은 손을 뻗어 괭이로 갈아대고 있는 밭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병장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게 무슨···.”

“아, 그게 말이다. 올해부터는 물뿌리개로 직접 작물에 물을 주는 것보다는 호스를 연결해서 스프링 쿨러를 이용하기로 해서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두 병장은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뿌리개를 직접 들고 뿌려대는 일은, 비효율적으로만 다가왔으니까. 


“그래서 말이야. 지금 일궈놓은 밭을 이런 방식으로 개선하도록 한다.”


조병장은 촤르륵, 하고 주머니에 껴 뒀던 밭 도안을 펼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두 병장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도안에 그려져 있던 밭의 양식은, 그들이 기존에 알던 것과 제법 다른 거였다. 


“흠···. 이런 양식이면 지금까지 갈궈뒀던 밭을 싹 다 갈아엎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특히나 밭과 밭의 폭을 더 넓히는 건··· 어, 잠깐만?”


밭의 도안을 보고 당황함을 이루 감출 수 없던 와중, 이병장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두 눈을 번득 뜨면서 고개를 돌렸다. 정수가 괭이로 갈아대고 있는 밭을 향해서 말이다. 


“조병장님, 혹시 저런 식으로 갈아둬 버린 밭은 어떻게 활용 못 합니까?”

“어··· 눈대중으로 봤을 때는 될 것 같은데. 일단은 한번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하지.”


조병장은 두 병장을 향해서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이에 조병장보다 짬이 적었던 둘은 그를 따라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셋을 한 번에 마주해야 할. 정수의 심리는 고민도 하지 않은 채로.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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