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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냉각
작품등록일 :
2024.10.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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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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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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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DUMMY

*



“후우, 이쯤에서 조금만 더 하면··· 끝나겠지?”


정수는 머리에서 흐르는 땀을 팔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정수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던 이 황무지는 벌써, 정수의 괭이질에 의해서 거대한 밭이 되어있던 거였다. 


‘흐음, 그러면 이제 나도 이병장님처럼 그늘막으로 걸어가서 편히 쉬어볼까?’


정수는 괭이를 어깨에 올리곤, 느긋한 걸음걸이로 나무 그늘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정수는 자신에게 부여받은 일을 다 끝내서였다. 그러나 한 발짝, 정도 움직였을까? 정수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차갑게 얼어붙게 되었으니. 


‘이, 이병장님, 차병장님, 그리고··· 조병장님? 갑자기 댁들이 왜 제 밭으로 오시는 겁니까?’


정수는 떡하니 입을 벌리면서 기겁했다. 지금 정수의 눈앞에 보이는 저 3명은 모두 하나같이 정수의 밭으로 오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시, 시늉이라도 하자. 아직 다 안 끝난 척이라도 하자.’


정수는 곧바로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괭이를 바닥으로 내렸다. 그러고는 다시 그으윽, 하고 괭이로 이 밭을 갈구는 척을 했다. 아직 밭일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어이, 박정수 이병.”

“이, 이병 박정수!”


정수는 양손으로 잡고 있던 괭이를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군기가 바짝 실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끼, 벌써 마지막 라인을 갈고 있는 거냐?”

“아, 이병 박정수. 그러··· 합니다.”


정수는 부담을 느낀 듯이 살살 떨려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 건, 아직 그렇게까지는 친하지 않은 조병장이었으니까. 


“흠··· 땅이 파인 깊이도 제법 적당한 것 같고, 밭별, 간격의 차이도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것 같네.”


조병장은 손으로 잘 갈궈진 밭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계속 정수가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아, 저거 그렇게 거칠게 다루시면. 다시 갈아야 하는데, 아니 그러기에 앞서서 조병장님은 갑자기 이 밭에는 어쩐 일로 오신 거지?’


정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면서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이 부대에서 조병장은 병장 중에서 가장 많이 짬이 차기도 했고, 전역까지도 이제 몇 개월 채 남지 않은,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는 말년 병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호, 혹시. 조병장님?”


정수는 겨우겨우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제법 세밀하게 밭을 보고 있던, 조병장은 고개의 방향을 정수에게로 돌렸다. 


“무슨 일이지. 박정수 이병?”

“지금 이게 뭘 하는 건가 싶어서 말입니다.”


정수는 기다란 자와 줄자를 들고는, 밭을 측정하고 있는 조병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뒤에서 이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이병장이 튀어나왔다. 


“아, 박정수 이병, 그게 말이야···.”


이병장은 정수의 어깨에 팔을 얹으면서 느긋하게 설명했다. 조금 전에 조병장이 이병장과 차병장에게 설명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아··· 그러니까. 그 조건에 제 밭이 적합한지 확인하는 겁니까?”

“아주 정확하다. 박정수 이병.”


이병장은 타악, 하고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기면서 말했다. 정수는 이해되었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 이 정도면 뭐, 될 것 같군.”


측정을 끝낸 조병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이에 밭을 갈던 주인, 정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지금까지 자신이 하던 짓이, 물거품이 될 뻔했으니까.


“그러니까, 다음 작업부터는 이 도안을 보고, 그것에 맞게 밭을 갈구도록. 알겠나?”

“이병 박정수, 알겠습니다.”


정수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괭이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까지. 이 병장이 누워서 편히 쉬던 나무 그늘로 말이다. 


‘하암, 오늘 아침부터 아주 말이 아니었지. 이른 아침부터 계속 투구를 하고, 오후에는 이 거대한 황무지를 밭으로 만들어야 했으니···. 충분히 수고한 나의 팔에 휴식을 부여해 줘야겠어.’


유진은 양팔로 스스로 자신의 팔을 어루만졌다. 양팔에 뭉치고 아려오는 잔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정수는 머릿속으로 얼른 나무에 기대서, 눈 좀 붙이고 편히 잘 생각만 했다. 날카로운 조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어이, 박정수 이병. 자네, 지금 어디를 가는 거지?”


흡사 커터 칼을 다룰 때 들리는 소리처럼, 제법 날이 선 조병장의 목소리가 정수의 귓가를 스쳤다. 정수는 곧바로 잘만 움직이던 걸음을 멈췄다.


‘하, 그래. 이등병 따위가 휴식은 무슨, 휴식이냐.’


휴식이라는 단어로 정수의 머릿속이 가득 차 있던 정수는 망연자실한 표정과 함께 몸을 뒤로 돌렸다. 


“이병 박정수. 괘, 괭이를 가져다 놓으려고 했습니다.”

“뭐? 괭이를 가져다 놓는다고? 웃기지 말거라. 지금 주위에서 죽어라 밭을 갈아대고 있는데. 혼자 빠져서 편히 쉬겠다는 말인가?”


조병장은 손에 묻은 흙을 털고는, 정수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정수, 자네만 있더라면 오늘 안에 이 일을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정수에게 가까이 다가온 정수는 탁, 하고 정수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면서 말했다. 정수의 온몸에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지금 자신이 들은 말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는 듯이 말이다. 


“이, 이병 박정수? 오늘 안에 끝내다니. 그게 무슨 말씀···.”

“조금 전에 이병장에게 물어보니. 지금, 이 거대한 황무지를 밭으로 갈구는데. 고작 1시간 남짓밖에 안 걸렸다고 하던데?”


조병장은 정수의 두 눈동자를 똑똑히 노려보면서 말했다. 정수는 이에 입술을 포함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흡사 공포에 새하얗게 질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그랬습니까?”


정수는 원망 섞인 눈빛으로 이병장을 노려봤다. 이병장은 차병장과 함께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정수와 눈 마주치기를 피하며 휘파람을 부르기만 할 뿐이었다. 


‘저 망할 이병장··· 내가 언젠가는 기어코 복수하고만 말테다.’


정수는 양손이 떨릴 정도로 강하게 양손을 움켜쥐면서 다짐했다. 이병장과 차병장, 이 둘에게 언젠가는 복수하겠다는 다짐 말이다. 


하지만 다짐은 다짐일 뿐, 정수는 머지않아서 주먹을 다시 피게 되었다. 눈앞에 있는 조병장이 정수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를 부여해 줬으니까. 


“자, 그러면 잘 듣도록 하게. 박정수 이병.”

“이, 이병 박정수?”

“지금부터 정수, 자네는 이 도안을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모두 보여주며. 그들을 도와서 오늘 안으로 밭을 갈구는 건, 끝내도록 한다. 알겠나?”


조병장은 정수에게 새로운 밭의 도안을 건네면서 말했다. 정수는 이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주변에 밭이 고작 한두 개도 아니고, 적어도 일곱 개에서 열댓 개 정도는 있어 보이는데. 이 밭을 내일도 아니고, 오늘 안으로 다 갈구라고?’


정수는 어처구니가 없음에 크게 헛웃음을 지어냈다. 그러고는 대충 어설프게 잡았던 괭이를 바로 잡았다. 


“한, 한번 최선을 다해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주먹을 움켜쥐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조병장의 표정을 밝게 만들어줬다. 


“그래, 그러면 정수는 밭 가는 일에 몰두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이병장, 차병장!”


조병장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말한 후, 고개를 이병장과 차병장이 있는 뒤로 돌렸다. 


“병장, 이성민!”

“병장, 차용준!”


뒤에서 딴짓하고 있던 두 병장은 정신을 바로잡으며 대답했다. 조병장은 그런 둘을 보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이것들이 아직 말년도 아니면서 제대로 빠져서.”


조병장은 두 병장을 향해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두 사람은 크흠, 하고 어색함에 괜히 헛기침하기만 했다. 


“에휴, 됐고. 병장 둘은 나를 따라서 오도록 한다.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조병장은 두 병장에게 어서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이에 두 병장은 의문만을 표하면서 천천히 조병장을 따라갔다. 밭을 가는 일보다 더한 일인 줄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러면 박정수 이병, 말해준 대로 한번 잘해보길 바라네.”

“충성, 알겠습니다.”


정수는 트럭을 타고 이 밭을 떠나가는 병장 셋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 사이 한편, 속으로는 환호성을 치기도 했다. 


‘일단 저 밉상 둘을 안 볼 수 있으니까!’


병장 셋이 떠난 후, 정수는 양손의 주먹을 거세게 흔들면서 환호했다. 지금, 이 밭의 도안을 공유해주기만 하면, 자신은 자유의 몸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그래. 지금 이렇게 망설일 때가 아니야. 얼른 1초라도 빨리 움직이고 빨리 쉬자!’


정수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고는 가장 가까운 황이병부터 차일병, 그리고 김상병, 기타 등등, 6생활관에 있는 모두에게 도안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들은 죄다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알겠다. 정수야. 그런데 너는 이제 뭐 하려고?”


6생활관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비슷한 뉘앙스의 질문을 퍼부었다. 이에 정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한결같이 대답했다. 


“일단, 저는 다음 병사한테 해당 사실 알리고, 제 밭부터 다시 갈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해맑게 말했다. 이에 선임들은 아무 말 없이 정수를 어서 돌려보냈다. 지금 그가 말한 것에 따르면, 정수에게는 할 일이 제법 많아 보였으니까. 


‘좋아. 다 되었으니까.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5생활관에 있는 병사분들에게 말만 하면 편히 쉴 수 있겠다.’


정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천천히 5생활관이 담당하는 밭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 5생활관의 밭에는 뭐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바, 반갑습니다. 5생활관 병사 여러분들···?”


정수는 깍듯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5생활관 병사들의 살벌한 시선이 정수를 향했다. 


“뭐야?”


5생활관, 그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조상병이 살벌한 시선으로 정수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정수는 이에 잠깐 움찔했다. 박상병도 정수와 마찬가지로 한 덩치 했으니까. 


“다, 다름이 아니라. 조병장님께서 전달하라는 사실이 있어서 말입니다.”

“조병장님이?”

“네, 여기에 도안을 보시면···.”


정수는 촤르륵, 하고 도안을 손으로 펼치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이에 함께 힘을 모아서 밭을 갈구고 있던 5생활관 병사들은 죄다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가 갈아온 밭을 다시 갈구어야 한다는 거냐?”

“···네.”


정수는 따귀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면서 답했다. 주위에 있던 5생활관 병사들은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몇몇은 손에 쥐고 있던 괭이를 바닥에 내던지기도 했다. 


“에라잇, 이거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걸 왜 이제 공지해줘서···.”


5생활관 병사들은 정수를 향해서 원성을 들이부었다. 하지만 정수는 크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금 전, 같은 6생활관 선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니까. 


“으휴, 야. 안 그래도 빡치는데. 담배나 피우러 가자.”

“오케이.”


5생활관 병사들은 땅을 걷어차면서 흡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수는 이를 그저 멍하니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로써, 모든 정보를 공지한 정수에게는 꿀 같은 자유시간이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면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정수는 싫증 가득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5생활관 병사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러고는 나무 그늘 아래로 가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밭에 꽂혀 있는 담뱃갑만 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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