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좌완 파이어볼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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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냉각
작품등록일 :
2024.10.01 13:27
최근연재일 :
20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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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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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6화

DUMMY

*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은 큰 목소리로 삼진 콜을 외쳤다. 타석에 서 있던 타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려 161km라는 살벌한 구속의 공이 한 가운데에 꽂혔으니까. 


“나이스 볼, 정수!”

“이번에 거침없이 승부 들어가는 판단, 정말 좋았습니다. 최일병님!”


정수는 최일병과 글러브를 맞부딪치면서 말했다. 두 배터리의 합은 얼마나 잘 맞았는지, 타석에 서 있는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물론,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지만.’


정수는 더그아웃에서 물을 마시면서,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박상병을 쳐다봤다. 박상병은 가볍게 왼쪽 다리를 들면서 공을 내던졌다. 


“이거다!”


타석에 서 있던 4번 타자 이병장은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지금 박상병이 던진 공은 실투처럼, 가운데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걸려들었어.”


박상병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면서 앞으로 달려갔다. 타석에 서 있던 이병장도 분하다는 듯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1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확신을 가진 채로 휘두른 타구는 그대로 땅바닥을 강타한 땅볼이 된 것이었다.


“어림도 없지!”


마운드에서 내려온 박상병은 그대로 가볍게 공을 포구했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1루로 공을 송구했다. 


“주자 아웃!”

“빌어먹을!”


이병장은 골치를 썩이듯이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말했다. 마치 이 분함을 더는 참을 수가 없다는 것처럼. 


“에이, 괜찮습니다. 이병장님. 공을 맞히기라도 한 게 어디입니까. 원래였으면 그냥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거였는데.”


박상병은 괜히 이병장의 뒤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마치 이병장의 성질을 더욱 긁어, 그를 욱하게 만들게끔 말이다.  


“···너, 다음 타석에서 두고 보자. 박상병.”

“네, 그러도록 하죠. 그때는 가차 없이 루킹 삼진 아웃을 잡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상병은 웃음을 지으면서 화답했다. 이병장은 그런 박상병을 보고 주먹을 움켜쥐기만 했다. 대대장이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주먹다짐할 수도 없었으니까. 


“흠, 벌써 3회 말입니까. 최일병님?”

“그래, 투수전이 될 거라는 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냐고.”


최일병은 팔을 날개처럼 파닥, 거리면서 포수 장비를 착용했다. 정수는 그런 최일병을 보고 입에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어쩔 수 없죠. 아무래도 이 경기는 저희 6생활관과 5생활관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이니 말입니다.”


정수는 글러브에 주먹을 거세게 내리치면서 각오를 다졌다. 어떻게든 박상병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말이다. 



“정수,  1루!”

“알겠습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공을 포구한 정수는 곧바로 1루로 공을 던졌다. 공은 안정적으로 1루수인 이병장의 글러브로 들어가며 안정적으로,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주자 아웃, 공수 교대!”


일루심과 주심은 곧바로 공수 교대를 명했다. 이로써, 또다시 3회 말 백팀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니까. 


‘이번에 던진, 그 떨어지는 공. 좋았다.“


포수 최일병은 정수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에 정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떠, 떨어지는 공 말입니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최일병님?”

“뭔 소리냐니. 자식아. 그 직구처럼 그대로 쭉, 오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그 공 있잖아.”


최일병은 손으로 정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표현했다. 그러나 정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뒷머리만 긁적이기만 했다. 


‘그야··· 정말 모르겠으니까!’


정수는 조금 전, 자신이 공을 던질 때의 그립을 떠올려봤다. 하지만 막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빌어먹을 다음 이닝에 공을 던질 때, 한 번 더 연마를 해보든지. 그런 식으로 해봐야지.’


정수는 공을 쥔 왼손을 계속 꼼지락꼼지락, 거리면서 생각했다. 커터와 직구, 말고도 자신에게 또 다른 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후후··· 다시 만나게 되었군. 배상병.”


정수가 이렇게 한참을 고민하는 사이, 박상병은 타석에 선 상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마치 좋은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이. 


“오냐오냐. 이번에는 제대로 된 매운맛을 보여주마. 박상병!”


좌타석에 선 배상병은 박상병에게 배트를 겨누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타격을 준비했다.


“스트라이크!”

“젠장!”


배상병은 크게 아쉬워했다. 분명히 자신의 타격 존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공에 확실하게 스윙을 가져갔는데. 박상병이 던진 공은 갑자기 난데없이 바닥으로 뚝, 하고 떨어진 것이었다.


“호오, 처음부터 세게 나오는데?”


박상병은 글러브를 낀 왼손으로 가볍게 공을 받으면서 말했다. 이에 배상병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답했다. 


“그래야지. 상대가 누구인데.”


다시 배상병은 배트를 바로 잡고 타석에 서면서 말했다. 이에 박상병은 재미있다는 듯이 헛웃음만 칠 뿐이었다. 


“그, 기세가 언제쯤 꺾일지. 한번 봐보도록 하지.”


박상병은 오른팔을 내휘두르면서 피칭을 이어 갔다. 타석에 서 있던 배상병은 눈에 불을 켠 채로 거세게 스윙을 이어 나갔다. 


까앙, 하고 제법 경쾌한 소리가 주위를 맴돌았고, 배상병은 허겁지겁 다리에 부리나케 1루 베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내야수 정면으로 향하던 타구가, 마침내 1-2루 사이를 뚫은 것이었다. 


“이야, 나이스!”

“배상병 나이스 타구!”


한껏 가라앉아 있던 더그아웃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는 정수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박상병의 공도 공략되는 것인가?’


정수는 그윽한 눈빛으로 박상병과 배상병을 살폈다. 두 사람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괜스레 비교되게끔 말이다. 


“하, 이것들이 고작 안타 하나 때렸다고 이러기냐!”


박상병은 한쪽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공을 던졌다. 그것도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깔끔한 변화구였다. 


“걸려들었어!”


한편, 우타석에 서 있던 포수 최일병은 상체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하고 공이 배트를 쪼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로 공은 조금 전, 배상병이 쳤던 1-2루 사이를 지나가며 또 하나의 안타를 만들었다. 


“나이스!”

“최일병, 뭐야. 오늘 한번 보여주는 거야?”


더그아웃에 있던 선임들은 큰 목소리로 최일병을 향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에 최일병은 더그아웃을 향해서 세레머니를 날렸다. 그것도 손으로 코를 스윽, 훑는 세레머니를 말이다. 


“멋집니다. 최일병님!”


최일병이 꽤나 치명적인 세레머니를 날리자. 정수는 더그아웃 난간에 매달리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해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타임!”


그렇게 청팀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을 때였다. 갑자기 심판은 타임콜을 외쳤다. 동시에 투수코치인 정이병과 포수 김상병이 마운드를 한 차례 방문했다. 


“침착하시길 바랍니다. 박상병님. 지금,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그래. 지호야. 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너무 흥분한 나머지 공의 회전수나 궤적도 전보다 조금 더 약해졌어.”


정이병과 김상병은 각각 자신이 발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상병은 이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본인도 알고 있다는 듯이. 


“알겠어. 알겠어. 그러니까. 알아서 침착하게 잘 던지면 되잖아.”

“···그래, 그렇기는 하지.”


김상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러나 김상병의 이 말은 오히려 박상병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으니. 바로 목소리에 막아낼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착각하지 마. 나, 이래 봐도 박지호야. 이 야구부에서 연대장님과 원투펀치로 쌍벽을 이루고 있는, 독립 리그에서는 탑급 에이스라고!”


박상병은 그런 김상병에게 자신을 믿으라는 듯이 가슴을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풉, 에이 지호야. 내가 언제 너를 의심했다고 그러냐. 그냥 한번 제대로 보여주기나 해.”


박상병의 말을 들은 김상병은 주먹을 거세게 움켜쥐면서 열정을 다졌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린 걸 보니, 박상병에게 다시 믿음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좋아. 어차피 다음 타석에서 나올 타자는, 청팀의 7-8-9번, 하위타선입니다. 그러니 손쉽게, 아주 여유롭게 삼진 3개로 깔끔하게 잡아봅시다. 박상병님.”


정이병은 김상병과 마찬가지로 양손의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말했다. 박상병은 그런 정이병의 대답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는 것처럼.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포수 뒤에 있던 주심은 연이어 삼진콜을 외쳤다. 정수를 비롯한 청팀 병사들은 죄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침착함을 되찾은 박상병은 7-8번을 모두 손쉽게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청팀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어도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다. 


‘과연, 고작 이 정도로는 쓰러질 멘탈이 아니었던 거려나?’


정수는 턱으로 손을 부여잡으면서 고민했다. 정이병과 김상병이 마운드를 방문한 후, 박상병의 표정에는 안정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병장님, 혹시 다음 타자는 누구입니까?”

“다음 타자? 저기에 있잖냐. 황이병.”


이병장은 타석에 들어서기 위해서 스윙 연습하는 황이병을 손으로 가리켰다. 정수는 그런 황이병에게 유유히 다가갔다. 


“화, 황이병님.”

“어, 왜? 정수. 무슨 일이라도 있냐?”


황이병은 정수의 목소리를 듣자, 스윙을 멈추면서 물었다. 정수는 이에 양손을 가로저으면서 답했다. 


“벼, 별다른 문제는 아니라. 지금 들어설 타석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말입니다.”

“뭔데?”

“그, 공이 박상병이 던지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이 있는 것 같으면··· 무조건 참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정수는 제법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황이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왜? 존 끝에 걸치는 공일 수도 있잖아.”


황이병은 배트로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스윽, 그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정수는 이에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박상병은 지금까지. 계속 그 떨어지는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해서 삼진을 잡았습니다. 황이병님 저번 타석에도 그렇지 않으셨습니까?”


정수는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말했다. 황이병은 이에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흡사 정곡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흠,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까. 절대로 떨어지는 공에는 배트를 휘두르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거만 참아도, 분명히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뭐, 그래. 알겠어. 그 정도쯤이야.”


황이병은 헬멧을 머리에 쓰면서 타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수는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간절하게 빌었다. 이 조언이 빛 발하기를 말이다. 


“원 스트라이크!”


타석에 서 있던 황이병은 멍하니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 공은 정수가 말한 대로 떨어지는 공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상단에서 하단으로 떨어지는 공···부디 저 속임수에 걸려들어서는 안 될 텐데.’


정수는 팔짱을 낀 채로 황이병을 뚫어져라 지켜봤다. 과연 이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 가늠할 수가 없었으니까. 


“볼, 볼!”


주심은 연이어 볼을 외쳤다. 박상병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볼이었던 거였다. 


“흐음···.”


황이병은 독백과도 같은 침묵을 이어 나갔다. 지금 박상병의 투구 의도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였다. 


‘승부인가, 아니면 교란인가.’


황이병은 배트를 길게 잡으면서 다시 배트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리고 타악, 하고 배트가 공을 강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울!”

“아오, 까비!”


황이병은 배트를 크게 아쉬워했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제대로 타격했다고 생각한 공은, 그대로 빗맞으면서 뒤로 넘어간 것이었다. 


‘이걸 치다니. 분명히 타이밍이 완전히 밀렸는데···.’


박상병은 상심한 듯이 헛웃음을 쳤다. 마치 황이병에게 운이 좋다고 말하는 듯해 보였다. 


‘뭐, 그래도 투 스트라이크는 투 스트라이크니까. 상관없지.’


박상병은 오른손으로 잡은 공의 그립을 바꾸면서 말했다. 그것도 정확하게 날아가는 직구에서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말이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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