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해서 힐링하는 S급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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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도록
작품등록일 :
2024.10.01 14:04
최근연재일 :
2024.10.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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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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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의 침략

DUMMY

-꼬끼오오오!!


“으으···.”


핸드폰 알람의 원조.

어디선가 닭이 울어대는 소리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어휴···. 어제도 쟤 때문에 일찍 깼었는데, 문에 흡음재를 붙이든가 해야지.”


아니면 저거 몰래 잡아다 백숙을 해버려?


“진짜 그랬다가는 이 마을에서 쫓겨나겠지?”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헤집고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아으···.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배가 더부룩하네.”


그럴 만도 하다.

어제 그렇게 먹었으니 원.


“약국 들일일 있으면 상비약 좀 사다 놔야겠네.”


이런 부분에서 시골의 아쉬운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니 뭐 하나 살 때도 생고생을 해야 한다.


물론 시골이라고 다 같진 않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은 음식점이나 약국은 물론 편의점까지 있다.


“대부분 문을 일찍 닫긴 하지만.”


그래도 있다는 게 어디인가.

없는 것보단 낫지.


“우선 샤워부터 하자.”


보일러 전원 버튼을 누르니.


쿠르릉!


“기름보일러”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는다.

요즘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 대부분은 기름보일러의 존재조차 모를 거다.

회귀하기 전에 같이 일하던 몇몇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보일러를 왜 기름으로 작동하냐고 순수한 눈망울로 질문하더라.

그래서 시골 대부분은 도시가스 보급 안 된 곳이 많아서 그런다 했더니.


“그럼 가스레인지는? 버너로 해결해?”


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LPG 가스통을 이용한다고 답해줬다.

그 이후로도 시골에 관한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데, 문명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아으. 개운하다!”


샤워가 끝나고.

집안 구석에 박아놨던 이삿짐 박스 앞에 섰다.

서울에서 보냈던 옷이 들어있는 박스다.

어제 집 청소할 때 성현이가 정리하는 거 도와준다 했었는데, 옷은 내가 정리해야 나중에 어디 있는지 기억할 수 있다고 놔뒀었다.


헌데···.

막상 하려니까 귀찮다.


“어차피 그리 많지도 않은 옷. 성현이가 도와준다 했을 때 말리지 말걸.”


우선 박스를 큰방으로 옮겼다.

장롱이 있는 방은 여기뿐이니까.


조그마한 집.

날아가는 새.

다채로운 꽃.

소나무와 사슴까지.

까만색의 바탕에 화려한 무늬가 가득한 자개장롱.


왼쪽 공간에는 이부자리.

오른쪽 공간은 옷장으로 쓰던 장롱이다.


남들에게는 단순한 장롱일 뿐이지만, 어릴 적에 이 녀석과 내가 쌓은 추억이 꽤 많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바닥에 펼쳐 놓고 장롱에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린 적도 많았고.

친구들과 집에서 숨바꼭질한다며 베개와 이불이 가득한 장롱 안에서 숨어있기도 했다.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장롱 속에서 애들이 나를 찾기만을 기다리던 침묵의 시간이 떠오르는구만!”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때의 추억들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앞으로는 없을 순박했던 날들의 기억이니까.


“이래서 어릴 때 추억을 많이 쌓아 놔야 한다니까. 평생 가요 평생 가.”


옷 정리를 끝내고.

그대로 마당으로 나섰다.


“이제 아기들 키우러 가볼까.”


나는 곳간에서 신발을 장화로 갈아신고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채워 텃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쪼르르르.


물뿌리개에서 분사되는 여러 갈래의 얇은 물줄기를 따라 마른 흙이 촉촉하게 변해간다.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

지저귀는 새소리와 물소리의 화음.

모든 것이 어우러진 지금.

여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한껏 좋아진 기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자라나라 식물식물~.”


어릴 때 할아버지 도와드릴 때는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작물에 물을 주는 것 뿐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이것도 할아버지처럼 업으로 하면 힘들겠지?”


텃밭에 물을 다 주어갈 때쯤.


뚝!


귀신을 마주한 듯 전신이 굳는다.


공간을 찢으며 몸을 드러내는 푸른 빛의 차원문.

초월자로 오래 활동한 나로서 모를 리 없는 현상.


“게이트···.”


불길한 전조에 서늘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나는 반사적으로 마력을 체외로 방출해, 철갑을 두르듯 온몸을 감쌌다.


헌데···.


“게이트가 맞는 건가?”


작아도 너무 작다.

협회가 가진 자료에 의하면 제일 작았던 게이트의 크기는 2M.

이렇게 극소규모의 게이트가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건 기껏해야 1M 정도···?”


허나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져 있는 형태나,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미한 마력을 보면 크기만 작을 뿐 다른 여느 게이트와 다른 바 없다.


“게이트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만큼 위험 등급이 낮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게이트를 열었다는 건, 그만큼 지구를 침략할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일 터.


“협회에 신고부터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협회에 신고하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게이트 처리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한 번 게이트가 발생 된 지역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한 달 동안 초월자들이 배치된다.


마을의 평균 연령은 대략 70세.

주민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인데 무장한 초월자들을 보면 얼마나 경계하고 무서워하겠는가.

초월자 중에는 가끔 총을 소지한 사람도 있는데, 내가 나이 먹은 할아버지면 무서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거다.

괜히 마을에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는 없을 터.


“이 정도 크기의 게이트면 나 혼자서 충분해.”


치유 계열의 초월자는 전투 능력이 없다?

허나 그건 잘못된 인식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람을 다양한 수단으로 죽일 방법을 아는 사람들.


치유 계열의 초월자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몸속에 마나를 흘려보내, 체내를 망가뜨려 순식간에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나는 S급 초월자로서 수많은 게이트를 넘나들었던 몸.

이런 조그마한 게이트 정도는 나 혼자서도 가뿐할 터.


쩌어억!


게이트가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온다.’


완전히 개방된 게이트.

그 안에서 이종족이 줄줄이 나온다.

수는 대략 열 명.


“우오오! 이 세상을 우리의 터전으로 만들자콩!”


내 무릎정도 되는 키.

동그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팔다리 두 개씩.


생김새는 인간과 똑같지만 그야말로 소인이었다.

한 녀석이 나와 눈을 마주치자 크게 소리쳤다.


“정면에 거인이다! 제거하라콩!”


수많은 이종족을 상대해왔지만, 이렇게 허접해 보이는 이종족은 처음이다.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건 둘째 치고.


“누가 자꾸 미는 거야! 밀지 마라콩!”

“연습한 대로 안 하니까 서로 엉켜서 넘어지잖아! 정신 차리라콩!”


녀석들이 기합을 넣으며 내게 달려드는데, 물을 머금은 진흙 때문에 발을 딛는 곳마다 푹푹 꺼져서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그저 작물에 물을 줬을 뿐인데 방략이 될 줄이야.

의도치 않게 제갈량이 된 순간이었다.


‘누가 보면 갯벌에서 전투하는 줄 알겠네.’


그나마 한 녀석이 용맹하게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거인 자식! 죽어라콩!”


나는 그대로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녀석을 가볍게 툭 밀었다.


“커헉!”


응? 얘 왜 이래?

손가락 끝에 마력을 싣긴 했다만, 사력을 다한 것도 아니고 살살 밀기만 했는데 녀석은 그대로 넘어져서 고통을 호소했다.


‘지가 무슨 축구 선수야? 할리우드 액션이 메이마르 급이네.’


녀석은 주위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더욱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크허어어억! 나 죽네콩!”


그러더니 슬금슬금 뒤로 빠진다.


‘내가 민 곳은 배꼽 쪽이잖아···. 왜 가슴을 부여잡는데.’


뒤이어 다른 녀석이 기합을 넣으며 내게 쇄도한다.


“히야야압! 내 공격을 받으라콩!”


나는 손가락에 마력을 담아 딱밤 때리듯 녀석을 튕겨버렸다.


“끄아아악! 나 죽는다콩!”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지?


이종족은 아무리 약해도 성인 남성 정도는 장난감 가지고 놀 듯 가볍게 상대한다.

헌데 이 녀석들은 일말의 거짓말도 없이 옆집 춘애 할머니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크윽···, 강하다! 하지만 우리 콩콩 행성의 제 1기사단장 낭낭콩이라면!”


그 말과 함께 군중 사이에서 한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후후후. 이 몸이 나설 때가 됐다콩. 제군들! 나의 검술에 휘말리기 싫으면 빠져있으라콩!”


검술이라 하면 보통 검을 사용하지 않나···?


‘낭낭콩이라는 녀석 손에 든 저거···.’


크기만 작을 뿐, 내가 아는 그것과 똑같이 생겼다.


‘호미?’


그래, 우리 집 창고에 있는 호미랑 똑같이 생겼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죄다 낫, 호미, 쇠스랑같이 농기구를 무기로 들고 있다.


그야말로 농민봉기의 현장이다.

낭낭콩은 기선 제압이라도 하고 싶은 건지 허공에 호미를 휘적거렸다.


‘풉.’


나는 녀석의 재롱잔치에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히야아아압!”


기합과 함께 빠르게 쇄도하는 낭낭콩.


툭!


녀석의 호미가 내 장화에 직격 했다.

아니, 정확히는 마나 장벽에 직격 했다.


강하고 세찬 기세.

그에 비해 하찮은 공격.

개미가 물어도 그것보단 쌔겠다.


‘그래도 근성은 인정해줄 만하네.’


녀석은 밭을 일구듯 호미로 장화 윗부분을 계속해서 긁어냈다.

그럼 뭐하나.

손바닥만 한 호미로 온종일 긁어봐야 내 발가락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싶다.


땀까지 뻘뻘 흘리며 호미질을 하는 녀석의 열정을 단절시키긴 미안하다만, 의도가 불순한 행동을 내버려 둘 순 없을 터.

나는 녀석을 손바닥으로 날려버렸다.


“흐어어어억!”


한 뼘 정도 날아간 녀석이 그대로 흙 위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다.


“······?”


분명히 느꼈다.

손바닥이 저 녀석의 신체에 닿기도 전에 스스로 몸을 날리는 것을.

자해공갈단은 얘 앞에서 상대도 안 되겠네.


“낭낭콩!”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냐콩!”


억울하다, 억울해.

나는 녀석의 털끝 하나 건든 적 없다고.


“비겁한 수를 쓴 게 분명하다콩!”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낭낭콩이 패배할 리가 없다콩!”


내가 안 때렸다니까?


‘흠···, 정정당당이라.’


그 말을 한 걸 후회하게 해주지.


우우웅.


일대에 있는 소인들을 전부 쓸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손바닥에 마력을 끌어모으던 중.


“나는 콩콩 행성의 왕자, 루반콩이다콩!”


머리에 왕관을 쓴 녀석이 앞으로 나와 격식을 차렸다.


“······그런데?”

“잠시 휴전을 요청하겠다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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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족의 침략 +2 24.10.05 1,076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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