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한야구를 빌드 업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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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고목나무.
그림/삽화
구공사팔
작품등록일 :
2024.10.01 22:42
최근연재일 :
2024.12.03 23: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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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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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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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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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1화

DUMMY

21화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이 들지 않는 야쿠타의 사무실.


그 때문인지, 야쿠타는 엄청난 한기를 느꼈다.


‘설마 장부가 저자의 손에 있는 건가?’


약육강식의 세계.


약한 모습을 적에게 들키는 순간, 자신이 약자가 된다는 사실을, 야쿠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은 타들어 갔지만.


겉으로는 오히려 인상을 쓰고, 준목을 노려보았다.


기선제압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뭐? 사태 파악이 안 돼? 미쳤나!”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으나.


그의 모습을 본 준목은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분노한 표정과 달리 얼굴에는 식은땀이 한가득 흘러 내리고 있었으니까.


“네가 찾는 물건. 이중장부 맞지?”


상황의 우위를 알려주고, 적당히 괴롭히려던 준목은 생각보다 뻔뻔한 야쿠타의 반응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그게 뭐냐!”


끝까지 모르는 척 우기는 야쿠타.


“지금은. 우길 때가 아니라는 생각 안 드나?”


“······.”


야쿠타는 냉정한 준목의 말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얼굴.


“시간 없으니 내 말 잘 들어. 그 장부. 약속한 시간까지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다케모토 이사오에게 가게 해뒀거든.”


준목의 말을 듣는 야쿠타의 입술이 파랗게 변했다.


“네 놈이 감히···!”


고작 저 조센징 따위에게 농락 당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장부가 이사오에게 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돈을 채워 넣었다고 용서될 일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사오의 돈에 손을 댔다는 것 만으로.


이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저 조센징의 사지를 찢어서라도 반드시 찾는다.’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야쿠타가 결국 이성을 잃었다.


“밖에 누구 없나!”


앙칼진 상사의 고함에 일본 순경 둘이 허겁지겁 야쿠타의 방으로 들어왔다.


“저 새끼 잡아!”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순사 둘이 준목을 향해 갔지만.


그 사이 빠르게 방으로 들어온 창수가 야쿠타의 방문을 잠그고.


준목에게 가던 순사 하나를 돌려세워 복부와 얼굴에 묵직한주먹을 날렸다.


휙! 퍽! 퍽!


“으악! 커억!”


창수의 돌덩이 같은 주먹을 맞은 순사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멍하니 동료가 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다른 순사에게, 야쿠타가 소리쳤다.


“뭐해!”


“하, 하잇!”


잔뜩 긴장한 몸으로 어리바리하게 창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순사.


퍽!


“크허억!”


오히려 몸무게를 실어 날린 창수의 주먹에, 얼굴이 90도로 꺾인 채 바닥에 쓰러졌다.


“이, 이!”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이번엔 야쿠타가 다급히 총을 꺼내려했다.


툭.


하지만 잔뜩 흥분한 탓에 총을 바닥에 떨어트려 발로 차고 말았고.


하필 그 총은 준목의 발아래서 멈췄다.


허리를 숙여 총을 집으려는 야쿠타.


창수는 빠르게 다가가 그의 손을 지그시 밟았다.


“으아악!”


상황이 심각해지자 밖에서 야쿠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쾅쾅!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 사이 총을 집어 든 준목이 그것을 손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저 자들이, 과연 네가 이 자리에서 쫓겨날 걸 알고도 널 도울까? 여전히 소란스러워지길 원해? 모두가 알게 될 텐데?”


‘뭐지. 저 조센징의 눈빛이 원래 저렇게 매서웠나.’


흔들림 없는 준목의 얼굴에, 새로운 공포심을 느낀 야쿠타는.


분함을 이기지 못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준목을 바라봤다.


그의 말 중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는 상황.


야쿠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별일 아니다! 신경꺼!”


그의 고성에 문밖은 쥐 죽은 듯 잠잠해졌다.


미소 띤 얼굴로 상황을 지켜본 준목이 창수에게 눈짓했다.


사인을 확인한 창수가 발을 뗐다.


“아으.”


손등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야쿠타.


“이제 좀 대화할 준비가 됐나?”


준목의 말에 손을 빤히 바라보던 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 조센징 새끼 뒤를 밟아서 장부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야쿠타는 제대로 복수 해 주겠다 다짐하며, 준목에게 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


투명한 공 하나가 자신의 근처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사실과.


준목은 이미 야쿠타가 이렇게 가식적으로 나올 것 까지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


어두운 새벽.


호수집 마당에 모인 선수들이 잠에 취한 눈을 비비며 연신 하품을 해댔다.


“딱 10분만 더 자고 싶다.”


“10분? 난 5분만 더 자도 소원이 없겠구먼.”


"저는 1분이라도."


“정말 그거면 소원이 없으시겠어요? 5분은 드릴 수 있는데.”


기분 좋은 얼굴로 돌계단을 내려오며 호수가 말했다.


“으으.”


“점마 와 이리 얄밉지? 원래 저런 아가 아니었는데?”


“내 말이 그 말이다.”


호수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선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힘드시구나. 전 일분일초라도 빨리 드리고 싶어서 항구에 가려는거거든요.”


“항구요?”


“이 시간에?”


“그러게?”


의아한 표정을 한 선수들.


호수는 그들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장비요.”


“장비?”


“글러브라던가, 방망이라던가, 뭐 그런 개인장비?”


호수의 말을 듣는 선수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 말은?”


“제가 말 안했나요? 주문한 가죽 글러브랑 배트가 항구에 와서······?”


“호수야! 뭐하냐! 얼른 앞장서라!”


“쟤가 잠이 덜 깼나. 왜 이리 굼뜬겨? 얼른 내려와아!”


호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수들은 이미 대문 밖까지 나가 2줄로 대형을 만든 상태였다.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고려단.


“···이렇게 빠르다고?”


빛보다 빠른 선수들의 움직임에.


호수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지만.


좋은 도구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확률이 높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괜히 선수들을 놀리고 싶어진 호수가 일부러 느리게 걸어가며 병호에게 말했다.


“새벽부터 깨운다고 뭐라고 했잖아.”


“내가? 잠꼬대를 잘못 들었나 보네.”


“그래. 호수야. 병호가 그런 말 한 적 없단다. 얼른 가자 찬 바람에 가죽이 쪼그라들면 어쩌냐.”


“암만! 그건 절대 안 되는구먼!”


주장과 재호는 호수를 달래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굼떠? 얼른 와!”


“같이 가시죠!”


결국 일부러 느리게 걷는 상황을 참지 못한, 병호와 막내가 호다닥 뛰어와 호수를 끌고갔다.


“하하.”


**


한겨울 입김마저 얼릴 만큼 차가운 새벽 공기를 뚫고.


고려단 선수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항구로 신나게 달렸다.


달리는 속도는 호수가 조절하고 있었지만.


“어이쿠! 미안하다. 호수야. 내가 너무 빨랐지? 하하.”


“어이쿠! 또 밀뻔했네. 하하하.”


호수 바로 뒤에서 달리는 병호가 계속 그의 등을 툭툭 쳤다.


“아니.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치는거···.”


호수가 뒤돌아 한마디 하려다 이내 말을 거뒀다.


뒤에는 병호와 같은 눈길로 자신을 보는 선수들이 있었다.


‘얼른 가자.’


‘속도 좀 올리지.’


“호수야 말할 힘이 있는 거냐? 그럼 좀 더 빨리 가보는 건 어떠냐?”


믿었던 주장마저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며 눈치를 주었다.


생각해 보니 다들 아직 10대 소년이다.


‘나였어도 신나지. 아무리 그래도 속도는 못 올려. 지금도 빠르다고!’


호수는 선수들의 염원을 무시한 채 꿋꿋하게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항구까지 달렸다.


“항구다!”


“와아아아!”


어둑하던 하늘이 겨우 조금 밝아진 시각.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밝은 표정이 주변을 환히 밝혔다.


“가죽 글러브는 공을 잡아도 아프지 않다며?”


“아무리 날쌘 공도 덥썩 잡을 정도라지!”


“참말이야?”


“그렇대도!”


신나게 떠들며 들어간 호수 아버지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가방 12개가, 나무 상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가방 위에는 이름이 적힌 종이가 있었고.


그 안에는 배트 2개와 가죽 글러브 1개가 들어있었다.


'가방까지?'


준목은 호수 모르게 가방까지 준비해, 그도 놀라게 만들었다.


‘한 번 안아드려야겠네. 이게 다 얼마야.’


가방이 올려져 있던 나무상자 안에는 여분으로 10개가 넘는 배트가 담겨 있었다.


“남은 배트는 나중에 옮겨 주실 건가 보구먼. 들고 가지 말라고 적혀있구먼.”


섬세한 준목의 배려에 호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것 봐. 가죽 글러브야! 손에 딱 맞는데?”


"이야! 쥑이네!"


“글러브가 손에 착 감기네. 감겨.”


잔뜩 신난 선수들을 보던 주장이 호수에게 다가갔다.


“고맙다. 매번.”


“아니에요. 당연히 있어야 했던 것들인데요.”


“당연한 게 어딨나.”


“맞아요. 좋긴 한데, 죄송하기도 하고.”


선수들이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표했다.


아차 하면 감동이 넘쳐 울적함이 될 상황.


호수는 분위기를 바꾸려 농담반 진담반을 섞어 말했다.


“야구만 잘해 주시면 됩니다. 그 이상 바라는 거 없습니다.”


정말이다.


앞으로 호수가 계획한 대로 야구만 잘하면.


이 정도 돈은 10배 100배 금방 다시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건 형들거예요.”


그들과 조금 떨어져 선수들을 지켜보던 민수와 혁만에게 호수가 가방을 하나씩 건넸다.


저녁 훈련 후 너무 지쳐, 결국 합숙을 하게 된 둘이 놀란 눈으로 호수를 바라봤다.


“내 것도?”


“이건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을 텐데?”


어제부터 훈련에 합류한 둘의 가방까지 준비된 것을 보고 놀란 민수가 물었다.


당황한 호수는 어설픈 연기로 대충 둘러댔다.


“하하하. 꿈에서 두 분을 봤었거든요. 하하하.”


“꿈에서? 나를?”


더 이상해진 호수의 대답에 혁만이 되물었다.


“아하하. 나, 날씨가 참 좋죠?”


애써 말을 돌리며 자리를 뜨는 호수였다.


민수와 혁만 역시 야구선수.


새로운 장비가 싫을 리 만무했다.


당연히 고려단 것만 있을거란 생각에 멀찍이 떨어져, 좋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민수와 혁만은.


자신들 손에 들린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우리 것까지 있다니."


"그러게. 우리가 같이 훈련할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


두 사람은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개인장비가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이 기쁜 일이었다.


“배트 길이가 딱 적당한데?”


“글러브 촉감이 기가 막혀!”


모두가 만족하는 상황.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을 본 호수가 활기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각자 장비 다 챙겼으면, 웃터골로 가실까요?”


“좋아. 가보자고!”


"좋지!"


사실, 새벽 훈련에는 딱히 필요하지 않은 장비지만.


선수들은 행복한 얼굴로 가방을 들쳐 메고.


세상 어디에도 없을 함박웃음을 지으며 웃터골로 향했다.


**


"그 이야기 들었나?"


"무슨?"


"어제 웃터골에서 하이호 선수들하고 고려단 선수들이야기."


"아! 들었지!"


국수집에 들어서는 중년 남성 둘은 웃터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가게로 들어왔다.


"속이 다 시원하더구만."


“그러게 말일세. 일인팀이라고 위세부리더니. 하하하.”


"아니, 그런데 원래 호수가 그렇게 강인한 성격이었나?“


남성중 한 명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볼 때마다 쓰러질 듯 비틀거리던 모습이 선한데.”


“누가 아니래나!”


"뭐 드릴까?"


국수집 주인이 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에게 말을 섞었다.


"잔치국수 두 그릇 주시오."


"기다리셔요."


자리에 앉은 남성 중 하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길 수 있겠지?"


"이겨야지. 요즘 보면 훈련도 새벽부터 밤까지 한다던데."


"사실 나도 새벽에 몰래 봤는데 말일세. 이상한 동작만 하더구만. 앉았다 일어났다."


중년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설픈 스쿼트 자세를 하며 상대에게 말했다.


그 사이 국수를 가져온 국수집 주인이 말을 섞었다.


"그게 다 고오급 훈련이라잖아요! 호수 도련님이 어디서 알아왔다나."


"그래?"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말이야. 이기면 좋겠지만. 그게 될까 싶네.“


“내 생각도 그러네.”


"왜요!"


"아니 그렇잖은가. 고작 일곱 밤낮 훈련했다고 제대로 이긴 적 없던 팀을 이길 수 있느냐 말이지.“


"뭔 말을 그렇게 한대요?"


주인이 두 남자를 째려봤다.


"하이호가 어디 보통 팀인가? 우리 동네 고등보통학교 팀 중엔 최고 아닌가."


"그렇지!"


“게다가 이토류는 어떻고.”


"전국적으로 봐도 또래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지."


쿵짝이 잘 맞는 남자들을 본 주인이 핀잔을 주었다.


"아이구. 그럼 뭐 고려단 선수들은 평생 하이호 팀한테 지라는 거예요?"


"솔직히 자네도 그런 생각 안 드는가? 이토류가 던진 경기에서 고려단이 이긴 적이 없단 말이지."


"공도 워낙 빠르고, 제구도 잘되니."


"그에 비해 고려단 투수들 실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고."


"수비는 또 어떻고. 안타가 될 공도 날아가 잡는 게 하이호 선수들 아닌가."


"고려단 선수들은 잡을 수 있는 공들도 놓치기 일쑨데 말이야."


"게다가 이토류가 하이호 선수들 앞에서 망신당한 뒤로, 이를 갈고 있다는데 이기겠냐 말이지."


"참나···."


국수집 아낙은 말을 줄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태 하이호와 경기에서 고려단이 시원스럽게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공일 경기도 이토류의 부재로 인해 얻어진 결과였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두 남성의 말을 듣고 있던 국수집 주인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지던 찰나.


쾅!


미리 주문해 둔 국수를 사러 온 유모가, 문을 세게 닫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고려단이 이기지! 그걸 지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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