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한야구를 빌드 업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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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고목나무.
그림/삽화
구공사팔
작품등록일 :
2024.10.01 22:42
최근연재일 :
2024.12.03 23: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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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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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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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DUMMY

27화


"호수네요?"


3회 말.


고려단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혁수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뜬공으로 아웃되고.


고려단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이 웅성거렸다.


"영수가 나올 차롄데?"


"······투수를 바꾼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그럼 왜 영수 타석에 호수가 나오냔 말이지."


"그건······."


사람들이 타석으로 걸어가는 호수를 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지난 경기에서 그가 하이호 선수 한 명을 멋지게 아웃시킨 건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난 일이지만.


겨우 선수 한 명이었기 때문에, 사실 실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특히 호수는 경기를 많이 뛰지 않아, 타석에 오를 일도 거의 없었고.


오른다 해도 강한 공에 배트가 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작전 수행 능력도 좋지 않아 번트 성공률도 낮았다.


"왜 호수를 벌써 경기에 세우는 거지?"


"장비며, 옷이며, 합숙까지 호수네가 다 책임지고 했으니, 선수들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요?"


"맞네. 그런가 보네."


“그런 거구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쑥덕거리기에 바빴고.


그 이야기를 듣는 야쿠타의 입술이 미묘하게 올라갔다.


‘못 들은 척하기는. 야구는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아무런 반응 없이 타석에 선 호수만 응시하고 있는 준목을 보며 야쿠타는 가소롭다는 얼굴을 했다.


여전히 호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타석에 선 호수의 당당한 표정을 보면서도 걱정을 놓지 못했다.


"자신 없으면 피해라. 지난번처럼 또 공 맞고 쓰러지면 고개는 들겠어? 아버지도 오셨던데. 걱정해 주는 거니 새겨들어."


하이호 포수 겐지가 타석에 들어오는 호수를 비웃으며 말했다.


작년에 타석에서 이토류의 공을 맞고 어린 호수가 넘어졌던 걸 비꼬는 것.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선을 제대로 넘는 겐지.


충분히 그를 자극했다 여기고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지금 타석에 선 호수는 그가 알고 있는 어린 호수가 아니었다.


"신기하네. 기억력이 이렇게 좋은데 왜 달라지는 게 없지."


"뭐?"


"아, 들렸구나. 신경 쓰지 마. 머리도 쓰지 말고. 왜 써 그걸. 효과도 없는데. 걱정해 주는 거니까 새겨들어."


"이, 이게!"


"조용!"


"옙!"


호수는 심판의 제지에 빠르게 대답했다.


말하고 본전도 못 찾은 겐지는 주먹을 꽉 쥐며 호수를 노려본 뒤, 이토류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인을 본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조센징은 반드시 잡는다.’


호수를 보는 이토류의 눈에 분노가 들끓었다.


호수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웃터골에 정적이 흘렀다.


호수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그를 죽일듯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이토류.


그들을 바라보는 관중들은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토류는 호수를 주시하면서, 과거 어린 호수의 취약점을 빠르게 떠올렸다.


어린 호수는 느리게 꺾이는 커브볼에 대한 반응이 약했다.


특히, 낮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브에 허둥대곤 했다.


이토류는 그 점을 공략해 낮게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브 공을 던질 생각이었다.


‘어디 칠 수 있으면 쳐봐.’


호수가 공을 예측한다 해도, 방망이를 뻗는다면 헛스윙이 나올 가능성이 큰 공이었다.


이토류는 오른발에 온 무게를 실어 중심을 낮추고, 공에 손목의 힘을 실어 스냅을 주면서 회전을 걸었다.


슈우욱!


이토류의 손을 떠난 공은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듯 휘어져 낮은 포물선을 그렸다.


팀의 4번 타자들도 타이밍을 맞히기 어려운 이토류의 커브가 호수에게 향하고 있었다.


'온다.'


호수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눈으로 좇았다.


예전과 똑같은 방식을 써준다면, 호수 입장에선 오히려 땡큐인 상황.


그는 몸의 균형을 최대한 낮추며 무릎을 구부린 채.


오른발에 중심을 잡고 몸을 살짝 틀어 낮은 공을 칠 준비를 했다.


공이 홈플레이트 가까이 다가올수록 커브의 궤적은 더 가파르게 내려갔다.


‘조금만 더.’


호수는 한 박자 멈춰 공을 기다렸다.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에 거의 닿기 직전, 그는 궤적에 맞춰 자연스럽게 방망이를 퍼 올렸다.


타악!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공이 시원한 타격음을 냈다.


낮은 커브를 깔끔하게 끌어올린 타구는 그 힘과 회전을 그대로 담아, 2루와 3루 사이를 가르는 날카로운 안타를 만들어냈고.


공은 내야를 벗어나 외야로 굴러갔다.


타다다닥!


호수는 순식간에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까지 내달렸다.


드디어 터진 고려단 안타에, 웃터골은 구름도 떨어트릴 정도의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호수가 저 공을 치다니!”


한 남자가 놀란 듯 외쳤다.


“이토류의 커브를 저렇게 정확하게 칠 줄은······!”


“정말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구만!”


“제가 오늘은 뭔가 다를 거라 했잖아요!”


“장비며, 옷이며 사줘서 경기 뛰는 거라더니?”


“제, 제가 언제요!”


“지금 그게 중요한가. 고려단이 오늘 처음으로 2루를 밟았는데?”


관중들은 감격한 얼굴로 호수를 바라봤다.


반면에 이토류를 응원하는 팀의 관중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 공을 맞혔다고? 강호수가?”


몇몇은 믿기지 않는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쉽게 당할 공이 아니었잖아······!”


“여태껏 본 이토류 공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커브였는데······.”


하이호 응원석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음번엔 막아낼 거야.”


“그래. 겨우 안타 하나라고!”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 보려 애써 희망찬 목소리로 말하던 그때.


“으아아악!”


“아, 안돼!”


“이게 무슨······!”


사람들은 당황과 허망이 섞인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호수가 2루에 있는 득점 찬스 상황.


다음 타석에 들어선 영훈이 이토류의 공을 정확히 맞히며 2루타를 쳐냈다.


공은 외야 깊이 날았고.


호수는 빠르게 3루를 지나 홈까지 달려 들어가며 고려단에 첫 득점을 안겨주었다.


“미쳤다! 미쳤어!”


고려단을 응원하는 관중석은 마치 이긴 것처럼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선취점이다! 하하하하! 선취점이야!”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고려단이 이토류를 상대로 선취점이라니!”


“어쩜 좋아요.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우와. 형들 진짜 멋있다! 나도 야구할래요! 야구!”


“호수가 이토류 콧대까지 꺾어버렸어!”


“고려단! 고려단!”

“고려단! 고려단!”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목소리로 고려단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점수는 1:0으로 고려단이 앞선 상황.


뒤이어 고려단 2번 타자 상호가 타석에 섰다.


‘원 아웃. 주자 2루. 희생플라이.’


상호는 암기하듯 외운 문장을 되새겼다.


호수가 일주일간 저녁 내내 했던 말이었다.


그는 영훈이 3루까지 진루할 수 있도록 초구부터 바로 상대하며, 타구를 높이 띄웠다.


공이 외야수에게 잡히는 순간, 영훈은 재빠르게 3루를 향해 뛰었다.


백재호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그는 침착하게 투수의 공을 노려보다가 1루와 2루 사이를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냈고, 영훈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순식간에 점수는 2:0으로 벌어졌다.


마지막 타석에 선 병호는 공을 높이 띄웠지만.


외야수에게 잡히며 아웃이 되었고, 그렇게 3회 초 경기가 끝났다.


**


간신히 고려단의 공격을 틀어막은 하이호의 공격인 4회 초.


후보선수 강호수가 웃터골 경기장 마운드에 올라섰다.


직전 고려단 공격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 때문인지, 영수가 아닌 호수가 마운드에 서자 사람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호수야 보여줘!”


“그래! 삼진으로 다 잡아버려!”


사람들은 저마다 호수에게 소리치며 힘을 보냈다.


호수는 하이호 팀의 2번 타자인 히로시를 쳐다봤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직구에 약했지.’


히로시는 빠르고 정확한 타격 능력이 있었지만, 특히 몸쪽으로 깊게 들어오는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 공이 오면 방망이를 충분히 뻗지 못해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었다.


호수는 이 점을 활용해 첫 공으로 몸쪽 깊숙이 빠른 직구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포심으로 가자.’


호수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공의 실밥 두 줄을 가로지르게 잡고, 엄지는 공의 아랫부분 가운데 위치시켰다.


오른발을 단단히 딛고 상체를 고정하며 와인드업한 뒤, 공을 손끝에서 빠르게 풀어주며 히로시의 몸쪽으로 깊숙이 던졌다.


슈우우욱!


공이 날카롭게 히로시를 향해 파고들며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날아갔다.


퍼억!


그 공은 깔끔하게 혁수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고.


심판의 호쾌한 외침이 퍼졌다.


“스트라이크!”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궤적의 직구에 하이호 선수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호수가 저런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놀랄 시간도 없이 호수는 다시 한번 강속구를 날렸고.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타자는 0 볼 2 스트라이크까지 몰렸다.


‘뭐지? 이게 무슨 공이지?’


분명 손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방망이를 돌릴 새도 없이 공이 글러브로 들어갔다.


스윙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당황한 히로시에게 호수는 기다려주지 않고 공 하나를 더 던졌다.


슈우우욱!


이번 공 역시 포심이었지만, 이번엔 몸쪽이 아닌 바깥쪽이었다.


몸쪽 공을 치기 위해 팔을 최대한 붙이고 있던 타자에게, 바깥쪽 위로 날아오는 공은 헛스윙을 내기 좋은 공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

“······와아아아!”


심판의 아웃 판정이 나온 줄 모르고 넋을 놓고 투수의 공을 보던 사람들이 조금 늦게 환호성을 지르며 아웃을 즐겼다.


관중들은 호수의 변화된 모습에 경악하며 감탄을 쏟아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사람이 호수 맞아······? 저렇게 힘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몸이 약하다는 건 옛말이네! 옛말이야!”


“하이호보다 강한 천봉단 경기도 봤네만, 천봉단 투수 호치이로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공일세!”


“아니, 몸집도 크지 않은데, 어떻게 저런 공을 던지느냐 말이야! 허허허.”


“정말 고려단의 미래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반응을 입증이라도 하듯.


호수는 하이호의 3번과 4번 타자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4회 초를 마무리 지었다.


**


4회 말.


또다시 강력한 공을 던져 호수가 하이호 4번 타자를 돌려세우자, 준목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앉은 야쿠타를 향해 가볍게 말했다.


“그 말이 응원이 됐나 보네요.”


“무슨?”


준목은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느라, 입술이 바르르 떨리며 미소 짓는 야쿠타를 얄궂게 쳐다보며 웃었다.


“몸이 아파 후보선수였지, 하면 잘할 거라는 말 말입니다. 하하하.”


“제, 제가 그런 말을 했나 보네요······?"


야쿠타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했다.


준목은 그런 그를 보며 계속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2점을 내주긴 했지만, 설마 또 점수를 내주겠습니까. 이토류 군도 아직 기회가 있겠죠.”


“······.”


“아이쿠 저런. 호수가 또 2루타를.”


“······.”


“어이고. 호수가 도루까지 성공했네요? 허허허.”


“······.”


“안타가 또 나오네. 호수가 운 좋게 오늘 홈을 두 번 이나 밟긴 했지만. 이토류도 아직 기회는 있을 겁니다. 하하하.”


두 아들 못지않게, 두 아버지의 신경전도 날카롭게 펼쳐지는 웃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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