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한야구를 빌드 업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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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고목나무.
그림/삽화
구공사팔
작품등록일 :
2024.10.01 22:42
최근연재일 :
2024.12.0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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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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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8화

DUMMY

38화


가끔 세상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지금 야쿠타의 상황이 그랬다.


미두거래장과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자기를 두들겨 팼다.


“아악! 미치겠네! 뭐야 이거!”


결국 참다못한 그가 포효하듯 소리쳤다.


미두장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발끝을 살짝 더 밀어 넣어도 보고, 벽으로 붙어 들어가려고도 해봤지만.


귀신같이 일정 거리만 가까워지면 온몸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 그만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보는 눈들이 많습니다.”


발을 구르며 그 상황을 지켜보던 기사가 조심스레 그에게 돌아갈 것을 권했다.


“······.”


흙바닥을 설설 기어 미두거래소와 일정 거리 이상 벌어지고 나서야 공격이 사라진 상태.


야쿠타는 주변에서 자기를 흘끗거리며, 수군덕거리는 상인을 쭉 둘러봤다.


‘내 저것들을 가만히 두나 봐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던 그는 결국 미두장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에 잔뜩 묻은 흙을 털어내는 동안 기사는 차 문을 열고 그를 기다렸다.


쾅!


야쿠타는 뒷좌석에 앉자마자 차 문을 세게 닫았다.


문을 닫으려던 기사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날 정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말이야! 아, 아아···.”


화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갈수록 세지니 버틸 수가 있나.’


처음 공격은 그나마 버틸 만했었다.


놀라긴 했어도 무서울 정도의 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계속 미두장을 들어가려 할수록,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마지막엔 너무 아픈 나머지 나 좀 살려달라며 소리칠 뻔했다.


그 많은 상인이 보는 앞에서.


‘그건 절대 안 되지.’


마지막 자존심으로 마지막 말을 꾹 삼킨 야쿠타는 참을 수 없는 화를 억지로 삼키느라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야쿠타의 기이한 행동은 순식간에 동네 전역에 퍼졌다.


소문에 빠삭한 유모 역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호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진짜로?”


“아유! 그렇다니까요. 그걸 본 상인이 한둘이 아니래요!”


“혼자 누구한테 맞는 것처럼 온몸을 비틀고,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는 거지?”


“맞구만요! 그리고 미두거래장 입구 가까이만 가면 계속 소리치면서 구르더래요. 억, 억! 이런 소리를 내면서!”


호수는 유모의 말을 들으며 뭔가 알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투명 공이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사람이나 물건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특정 행동을 할 수 없게 막는 것도 가능하다는 건 몰랐던 일.


‘알면 알수록 사기템이잖아. 이거.’


호수는 저녁때 장돌이와 투명 공까지 삼자대면해야겠다 생각했다.


‘근데, 이게 맞나?’


그는 생각할수록 이 상황이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고양이와 투명 공과 사람.


이 셋이 서로 삼자대면을 한다는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스스로가 웃겼다.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


이상한 상황은 믿기 힘들어도 현실이었기 때문에.


호수는 내심 장돌이와 투명 공과 본인이 할 대화가 기대됐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김없이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왔다.


호수는 방에 앉아 장돌이를 기다리며 선수들 연봉을 정하고 있었다.


“일단 처음엔 연차로 가자.”


아무리 고민해 봐도, 처음엔 선수별로 나눌 뚜렷한 근거가 부족했다.


각자에게 맞는 훈련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수 간 뚜렷한 실력 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고려단 내에서도 차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제대로 훈련한다면 실력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호수가 내린 결론은.


야구를 시작한 기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고 연봉을 주는 거였다.


선수별로 연봉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기간을 다르게 하는 걸로 차등을 둘 생각.


“3개월 훈련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


호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려단 선수 이름 옆에 각자 연차에 맞는 연봉을 적어 내려갔다.


영수와 재호 옆에 금액을 적으며 호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각자 사정이 있어 더 이상 고려단에서 야구할 수 없던 둘에게 호수는 같이 야구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달했다.


영수와 재호가 있어야 고려단 선수가 다 돈을 벌면서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그가 그리고 있는 계획들을 하나씩 설명하자, 영수와 재호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었다.


“호수 네가 생각하는 세상이 현실이 된다고만 하면, 난 고려단에서 그 현실을 맞이하고 싶다.”


영수는 호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고.


“내는 이미 어제 맘을 굳혔었구먼.”


재호 역시 고려단에 남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절대 가볍고 쉬운 결정이 아님을 잘 알기에.


호수는 마음에 또 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둘에게 감사를 표했었다.


병호와 합이 좋은 재호.


아직 어깨 치료가 필요하긴 하지만, 구종만 다양해진다면 충분히 선발로 뛸 실력이 있는 영수.


이 둘이 고려단에 남음으로 인해서 호수의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진박이랑 훈이를 뽑는다고 하면, 2명만 더 찾으면 된다.”


호수는 이미 팀으로 합류한 문수를 제외하고 남은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했다.


그때.


톡톡톡.


장돌이가 호수의 창문을 꼬리로 치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난 호수가 문고리를 열어 틈을 만들어주자.


장돌이가 날쌔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미야옹~”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는 녀석에게 호수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아니, 날도 추운데 어디서 자고 다니는 거야. 집에는 들어와야 할 거 아냐.”


“미야옹. 미야옹~”


자기도 바쁘다며 대충 얼버무리더니 갑자기 야쿠타 이야기로 말을 돌리는 녀석.


말 돌린다는 걸 내심 알면서도 호수는 장돌이의 말에 호응해 주었다.


“그래. 그거 투명 공이 한 거 맞지?”


호수의 말에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사람이나 물건을 지키는 게 아니라 특정 행동을 못 하게 막을 수도 있는 거야?”


“미야옹.”


장돌이는 자기도 자세한 건 모른다며 투명 공을 불러 물어보자고 했다.


안 그래도 삼자대면을 생각하던 호수였기에.


그는 망설임 없이 투명 공이 손에 있다는 상상을 했다.


휙!


생각과 동시에 호수의 손 위에 나타난 투명 공.


호수는 장돌이에게 말했다.


“시장에서 야쿠타한테 있었던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돌이가 열심히 투명 공에게 물었다.


투명공은 주변을 휙휙 돌기도 하고,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열심히 무언가 설명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야옹. 미야옹~ 미야옹!”


호수에게 통역하듯 열과 성을 다해 상황을 설명했다.


“아버지가 야쿠타랑 했던 계약 조건을 어기려고 하면 그것도 감시한다는 거네?”


“미야옹.”


“···잠깐. 그러면 내가 만약에 야쿠타의 특정 행동이나 말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가능하겠네?”


호수의 질문을 들은 장돌이가 투명 공에게 내용을 설명하자.


호수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공은 위아래로 크게 여러 번 움직였다.


알면 알수록 쓰임새가 많은 투명 공이었다.


“너 진짜 대박이다.”


호수가 엄지를 내밀고 칭찬하자.


투명 공은 작은 원을 빙글빙글 돌았다.


호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간단한 걸 물을 때는 이렇게 특정 움직임으로 대답을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장돌아. 그 사람은 좀 찾아봤어?”


호수가 빙글빙글 도는 투명공을 두고 고양이에게 물었다.

“미야옹.”


큰 진전이 없었는지 귀를 내리며 시무룩해하는 녀석.


“괜찮아. 쉽게 찾을 리가 없지. 떨어진 종이를 주운 건데. 정 안되면 찾아오게 만들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사실 그랬다.


떨어진 종이의 주인을 찾는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호수는 선수단이 꾸려지고 나면, 그림 일부를 광고에 싣고, 당사자가 직접 자기를 찾아오게 할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장돌이는 그의 말에 안심한 듯 호수를 빤히 바라봤다.


‘그 사람은 최대한 빨리 만나야 해.’


미두거래도 해야 하고, 야쿠타 동향도 살펴야 하고, 개인 운동도 해야 하고, 선수단도 운영하면서, 숨 쉴 시간도 쪼개 쓰는 호수였지만.


휴대전화 그림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꼭 찾고 싶었다.


찾을 수 없다면 찾아오게 해서라도.


**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선수단 모집 마지막 날이 되었다.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혁수가 웃터골에 모인 예비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참 신기하구먼. 한 달 전만 해도 팀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여.”


“형하고 영수형이 나가면 사실 없어지는 게 더 자연스러웠죠. 매번 지는 팀에 장비도 마땅치 않은데, 응원은 해주지만 직접 뛰고 싶지 않은 그런 구단이랄까?”


태주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그렇지.”


뭐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비라고는 해질 대로 해진 글러브와 방망이 8개, 공 5개가 전부였으니까.


그나마 방망이는 4개가 금이 갔었고, 실제로 훈련하면서 그 4개가 다 깨져버렸었다.


“그때 호수형이 방망이랑 글러브랑 공까지 다 갖추면서 오히려 이 동네에서는 우리 고려단 장비가 가장 좋아졌잖아요. 헤헤.”


태주는 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팡팡 접었다 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디 그뿐이여? 옷은 어떻고. 동네 분들이 우리 이름까지 새겨준 경기복 아녀. 경기복 뒤에 이름 적힌 거 난 참 맘에 드는구먼,”


“저도요. 하이호 선수들이 등에 누가 이름을 적냐며 이상하다고 놀렸지만, 멋지기만 해요!”


“나도. 한글로 적힌 이름도 맘에 들어.”


혁수 역시 태주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돌려 흘끔 자기 등을 쳐다봤다.


“오늘은 그래도 제법 사람이 모였구먼?”


“그러게요. 요 며칠 몇 명 안 오길래 오늘도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입단 테스트가 혹독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던 참가자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꽤 많이 모였다.


심판 사무실에서 선수명단을 받던 선수들까지 다 모인 덕에 웃터골에는 꽤 많은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아! 오늘도 왔습니드아! 아이쿠! 참가할 때 뵙고 처음 뵙는 분도 계시네요! 반갑습니드아! 로진박입니드아!”


“그, 그래. 니 말은 내 많이 들었다. 내는 철만이라고 한다. 반갑데이.”


“제 이야기가 고려단 선수들 사이에서 나왔다니 영광입니드아!”


철만은 과한 열정을 내뿜는 진박에게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어서 너도 인사드려. 대선배님이시드아!”


진박이 조금씩 멀어지는 철만에게 인사하라며 훈이를 슬쩍 밀었다.


“아. 아···. 안녕하세요. 이훈이라고 합니다아···.”


예상보다 훨씬 너무 작은 목소리에 제대로 말을 듣지 못한 철만이 훈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뭐라고?”


“후, 훈···이라고 합···니다. 제, 제··· 이름이에요.”


“아! 훈이! 들어봤다. 반갑다.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웃터골에 나온다는 둘 맞제?”


“······네에.”


“맞습니드아!”


수줍어하는 훈이와 뿌듯해하는 진박은 철만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그를 바라봤다.


철만이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진박이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형님! 오셨습니까아!”


웃터골로 들어선 문수를 본 진박이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부른 것.


“말 편하게 하라니까. 아이고. 안녕하세요. 장문수라고 합니다.”


문수는 뒤늦게 철만과 다른 고려단 선수들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와. 안녕하십니까. 악수 한 번 해도 되겠습니까?”


손까지 미세하게 떨며 문수의 팬이었던 철만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물었다.


“아하하. 그럼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고려단 선수들은 장문수가 이미 한 팀이 된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선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보니 쉬쉬하고 있었지만.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모여주세요!”


호수가 여기저기 퍼져있는 참가자를 불러 모았다.


웃터골에 모인 사람들이 그의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달려갔다.


모두가 그랬지만.


오늘 처음 온 한 사람의 눈빛이 유난히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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