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한야구를 빌드 업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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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고목나무.
그림/삽화
구공사팔
작품등록일 :
2024.10.01 22:42
최근연재일 :
2024.12.03 23:5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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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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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DUMMY

39화


‘어디서 봤더라. 분명 아는 얼굴인데······.’


호수는 유달리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얼굴.


이런 경우는 보통 실물을 본 적 없어 정확한 얼굴을 모르거나.


거의 스치듯 본 것이 전부라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 않은 경우였다.


유난히 눈을 반짝거리는 그를 유심히 보던 호수가 뭔가 떠오른 듯 눈이 커졌다.


‘조병학?’


그는 그제야 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바로 떠올리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미래 기억을 통틀어도 직접 그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실제로 얼굴을 본 적이 없어도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는.


다른 종목에서 활약하는 그를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몇 년 후 보성전문학교에서 럭비팀을 만드는 사람.


그가 조병학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야구선수를 뽑는 고려단 입단 테스트에 나타난 것.


게다가 꼭 붙겠다는 열정이 느껴지는 반짝이는 눈빛과 결연한 표정은 호수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어쨌든 잘해야 하는 거니까.’


럭비팀을 만들어야 할 사람이 야구단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뽑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아는 거니까.


일단 하던 대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호수는 평소처럼 웃터골을 달리기 전 가볍게 구석구석 늘리고 돌리면서 몸을 움직였다.


늘 그렇듯.


여기까지는 다들 잘 따라오곤 했다.


“줄 맞춰서 웃터골 10바퀴 뛰고, 단거리, 장거리 유산소 한 다음. 근력운동 간단히 하면 오전 체력 운동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수비랑 공격 훈련까지 마치고 나면 저녁이 될 거고. 그사이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언제든 편하게 말하고 가시면 됩니다.”


하도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 이제 시작 전부터 일과를 다 말해주고, 편하게 갈 수 있게 시간도 틈틈이 주었다.


“자, 그럼 뛰겠습니다.”


호수가 앞으로 서자 그 옆에 영수가 자연스럽게 섰다.


그 뒤로, 2줄로 선 참가자들 사이사이 고려단 선수들이 섞여 섰고.


호수의 구령에 맞춰 웃터골을 돌기 시작했다.


5바퀴를 넘어가자, 뒤로 뒤처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자리가 비면, 고려단 선수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2줄로 대형을 맞추었다.


“맨날 이 속도로만 뛰면 날아다니겠네요.”


태주가 5바퀴를 돌고 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헉, 헉, 헉. 저, 저한테 헉, 헉, 하시는 말인가요?”


태주 바로 옆에서 죽을 듯 거친 숨을 내쉬며 뛰고 있던 참가자가 물었다.


“네. 이래서 어디 추운 겨울에 온몸에 연기가 펄펄 나겠어요? 멈추면 바로 춥겠네요. 아휴.”


“······.”


태주의 말을 들은 참가자가 말없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그의 앞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달리고 있는 고려단 선수들이 보였다.


특히 선두에 선 강호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려단에서 후보선수였던 것을 알고 있었다.


‘후보선수도 저런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게 고려단이라고?’


참가자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다리가 달리는지, 내가 달리는지 알 수 없는 7바퀴가 되자.


대부분 참가자가 뒤에서 겨우 달려오는 상황이 되었다.


여전히 호수의 속도를 따라가는 사람 중에 고려단이 아닌 사람은 진박과 훈이 문수 그리고 병학이었다.


호수는 힐끔 뒤를 돌아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달리기 잘하네.’


진박과 훈이 그리고 문수는 체력이 좋은 걸 요 며칠 겪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학 역시 예상보다 잘 따라오는 모습에 내심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달리기야. 하려면 하니까.’


호수는 되도록 럭비팀을 만들 사람을 야구선수로 뽑고 싶지 않았다.


이런 편견을 가지고 선수를 테스트하면 안 되는 건 잘 알지만.


더 좋은 선수가 있다면 굳이 뽑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단거리 달리기도 나쁘지 않네.’


호수는 병학과 훈련을 하면 할수록 눈길이 가는 걸 막지 못했다.


다른 선수에 비해 큰 체격과 다부진 몸.


게다가 운동신경도 상당히 좋아서 빠르게 방향을 바꾸거나, 순식간에 스피드를 올리는 유산소 훈련도 거뜬히 해냈다.


아니 오히려 몇몇 고려단 선수의 처음 모습보다 나을 정도였다.


그럴수록 호수의 고민은 깊어졌다.


병학은 달리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타고난 하체가 좋은지 근력 훈련도 꽤 잘 따라왔다.


“처음 하는 거 맞으십니까아? 굉장히 잘하십니드아!”


“머, 멋지세요···!”


그런 생각은 비단 호수만 하는 건 아니었다.


며칠 동안 근력운동을 한 진박과 훈이가 보기에도 병학의 자세는 아주 좋아 보였고, 매우 안정적이었다.


“아닙니다. 그 정도는.”


가볍게 싱긋 웃는 여유까지 보이며 병학은 호수와 다른 고려단 선수들이 하는 동작을 유심히 쳐다봤다.


“아,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게 아니네요. 아래로 누르듯 하시는 것 같은데.”


낯선 동작을 하면서도, 유심히 다른 선수에게서 디테일을 발견하며 본인의 자세를 잡아나가는 그였다.


그런 병학의 모습을 본 호수는 또 마음에 흡족함이 차올랐다.


‘근력운동 좀 하네.’


보통은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동작이다 보니 초반엔 다들 낯설어하곤 했지만.


병학은 오히려 본인의 동작과 호수나 다른 고려단 선수의 동작을 비교하며,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그런 자세마저도 호수는 참 마음에 들었다.


2번 3번 4번 5번 가능하다면 6번 타자까지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타자를 배치하고 싶었던 호수에게.


병학은 딱 맞는 인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공을 치거나 잡는 훈련을 하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오늘도 야쿠타는 집안에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오늘도 출근 안 하시게요?”


“이불 밖이 얼마나 위험한 줄 알아! 안 나가. 아니 못 나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밖에만 나가면 누가 자기를 자꾸 공격한다며 허공에 대고 손을 허우적거리더니.


급기야 어제부터 출근도 하지 않는 야쿠타를 그의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한심한 조센징! 아악! 악! 실수야, 실수!”


야쿠타는 갑자기 이불로 입을 막으며 소리 질렀다.


어느 날 갑자기 미두장에 들어가려나 된통 봉변을 당한 뒤로는


조센징에게 패악질만 부려도, 아니 ‘조센징’이라는 단어만 써도 갑자기 온몸을 두들겨 패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를 지켜보던 아내의 눈이 커졌다.


“여보······.”


“하, 한심한 누군가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단 말이야. 그럼, 바로 공격이 들어와! 그런데 밖은 온통 화낼 일투성인데 내가 어떻게 집 밖을 나가나!”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야쿠타를 보며, 아내는 깊은 한숨을 지었다.


요즘 그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토류는 고려단에게 진 뒤로 고려단에 ‘고’ 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며 화를 냈다.


그 와중에 어딜 가나 고려단 선수 뽑는 이야기가 빠지질 않으니, 이토류는 집 밖에 나가길 극도로 꺼렸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


그런 이토류를 어떻게 되돌려 놓을지 고민이 많던 찰나에.


“······.”


바라만 봐도 답답해지는 야쿠타까지 걱정을 얹고 있었다.


아들만 해도 심란한데, 아버지라는 작자까지 이불을 꽁꽁 싸매고 이해 못 할 소리를 웅얼거리니 말이 좋아 답답하다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뚜렷한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답답한 숨을 삼키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 시각 준목은 쌀 저장고 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그 안쪽에 두시면 됩니다.”


“아, 거기 그 위쪽 그물을 좀 더 늘어뜨려야 할 것 같은데?”


“여기 못질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흔들리네.”


거의 그물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흔들린 그물을 두고도 위험할 수 있다며 못을 더 박아달라는 준목은 그 무엇보다도 안전에 진심이었다.


그 덕에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한 실내 야구 연습장이 생겼다.


튼튼한 건 튼튼한 거지만, 추위는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안이 추운데, 방법이 없으려나.’


최대한 바람이 들어오는 곳도 막아 웃풍을 최소화했지만.


그래도 애당초 난방 시설이 없는 창고다 보니 겨울 추위를 피하긴 어려웠다.


그런 고민을 호수에게 말했을 때 오히려 아들은 별일 아닌 듯 괜찮다고 했었다.


‘훈련하면 몸에 열이 나서 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준목은 호수와 다른 선수들이 걱정되어, 쌀 저장고 공사가 끝난 뒤에도 인부들이 사용하던 임시 거처를 팔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임시 거처여도 어쨌든 숙소였기에, 온돌도 다 되어 있고, 쌀 저장고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선수들이 잠깐 쉬기 좋은 위치였기 때문.


‘관리자 한 명 두고, 온돌만 계속 관리하면······.’


준목은 거처에 관리자를 두고, 온돌 온도를 잘 관리하면서, 언제 들어와도 방이 따듯하게 만들어 선수들이 훈련 중간중간 몸을 녹일 수 있게 만들 계획이었다.


그래도 잠시 몸을 녹이는 것뿐, 훈련 후 집으로 돌아갈 때는 추울 게 자명했다.


‘차로 매일 태우러 온다고 하면 난리가 날 테니.’


실제로 언뜻 운을 띄웠을 때, 기겁하는 호수의 얼굴을 보고 그 마음을 싹 접어둔 상태였다.


‘아무래도 그걸 만들어야겠어.’


준목은 얼마 전부터 생각해 둔 방한복 외투를 주문하기로 결심했다.


두툼한 목화솜을 겹겹이 덧대고, 발목까지 오는 아주 긴 누빔 옷을 선수단에 모두 줄 계획이었다.


롱패딩을 알 리 없는 그였지만.


오로지 아들의 추위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좋아하겠지?”


내일이면 모든 공사가 끝난다.


호수도 오늘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을 보고 내일까지 선수단을 꾸린다고 했으니.


훈련까지는 얼추 시간이 맞을 것이다.


호수는 그저 쌀 저장고 정도로만 생각하겠지만.


이미 이곳은 호수에 대한 준목의 사랑으로 훌륭한 실내 야구 연습장이 되었다.


“얼른 알아봐야겠다.”


준목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좋아할 아들을 생각하며 그 시대 롱패딩, 방한복을 주문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


'역시.'


호수의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야구를 해본 적 없다고 했지만.


병학은 괜찮은 타격감과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것 치곤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나중에 럭비로 일본팀들을 100점 이상의 점수 차로 이기는 경기를 하게 될 선수라 그런지, 신체 조건부터 남달랐다.


문수를 제외하면 참가자 중에 가장 실력이 좋았다.


‘뽑자.’


혹여나 병학이 야구를 하게 되면서, 럭비를 하지 않게 될까, 걱정하며 하루종일 고민했지만.


답 없는 고민임을 깨달았다.


오히려 야구를 배운 뒤로 럭비를 더 잘하게 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호수의 머릿속에 있는 미래가 바뀌지 않았다.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알고 있던 미래가 바뀌면, 그 부분이 흐릿해진다는 거였다.


떠올리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떠올릴 수 없다가, 그 미래에 가까워지면 그때 선명하게 보이는 구조.


‘일단 같이 훈련하면서 지켜보자.’


그래서 호수는 병학을 뽑기로 결심한 것이다.


진박과 훈이 문수와 병학까지.


예상했던 5명을 채우진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은 결과였다.


호수는 마침 병학 주변에 모여 있는 훈이와 진박, 문수에게 다가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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