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한야구를 빌드 업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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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고목나무.
그림/삽화
구공사팔
작품등록일 :
2024.10.01 22:42
최근연재일 :
2024.12.03 23:5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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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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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1화

DUMMY

41화


“주장, 잠시만요.”


동화루를 나와 다들 집에 가는 상황.


호수는 집에 가려는 영수를 불렀다.


“그래.”


어깨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을 눈치챈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호수에게 다가왔다.


"그럼 우리 먼저 집에 갈까, 형?"


"좋다. 오늘 이모가 한과 만든다고 숙소에 두고 가신다 했다. 얼른 가서 먹자!"


"오! 한과! 얼른 가자!"


옆에서 호수와 같이 서 있던 철만과 혁수가 신난 얼굴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둘을 먼저 집으로 보낸 호수는 영수와 함께 근처 빵집으로 향했다.


“형, 몸은 좀 어때요?”


빵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호수는 본론부터 꺼냈다.


“이제 정말 괜찮다.”


"그래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씩씩한 표정으로 답하는 영수였지만.


그를 보는 호수의 눈엔 의심이 서렸다.


“그런 눈으로 볼 필요 없다. 정말 괜찮으니까. 허허.”


영수는 보란 듯 팔을 앞뒤 양옆으로 휘저었다.


제법 각도가 높이 올라가는 게 대충 봐도 전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


“어깨 치료는 때 놓치면 큰일 납니다. 수술로도 안 될 시대라 무조건 빨리 치료하는 게 답이라 하는 말이에요.”


“알았다.”


수술로도 안 될 시대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뭔가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 주장은 그저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고마워요.”


“뭐가 말이냐?”


“이것저것.”


“싱겁기는. 허허.”


그렇게 들어가기 어렵다는 연희전문학교를 포기하고, 자기를 믿고 고려단에 남은 영수였다.


호수에게는 그저 남겠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과정을 생략했지만.


그 안에 가족을 설득하는 힘들고 복잡한 사정이 분명히 있었을 거다.


그걸 모를 리 없는 호수였다.


“네 말대로, 나는 우리가 그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기는 강한 고려단이 되길 바란다. 오히려 호수 너에게 잘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데 고맙기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진중한 영수는 겨우 한 살 차이가 무색하게 어른스러웠다.


실제로 호수보다 9살 어린 거지만.


‘어쩔 땐 진짜 형 같단 말이지.’


말없이 빵을 먹는 영수를 보며 호수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주장은 그를 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신문 광고 덕을 톡톡히 봤다.”


“광고요?”


호수는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돈 받고 야구하는 건 광고 보고 부모님도 이미 알고 계셨거든. 금액을 말씀드리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시더라. 그래서 그나마 좀 쉬웠다.”


“아. 하하.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다들 궁금하긴 어지간히 궁금한가 보더라. 접수하면서도 어찌나 묻던지.”


“저도요. 주변에서 얼마나 물어보던지. 얼마 주는 거냐는 말. 진짜 귀 아프게 들었습니다.”


과장이 아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천 번도 넘게 들은 질문이었으니까.


“이해는 한다. 다들 얼마나 궁금했겠냐. 허허.”


주장의 말에 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얼마를 받는지가 제일 궁금했을 테니까.


호수는 의도적으로 광고에 금액은 싣지 않았다.


진짜 야구를 하고 싶은 선수를 뽑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


참가자들이 몰렸을 때 일정이 틀어질 것을 생각한 것도 있었다.


그만큼 이 시대에서 30원은 꽤 큰 가치가 있는 돈이었다.


‘하긴 이 정도 금액이면 KBO 신인 초봉보다도 높은 거니까.’


고려단 선수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였다.


그러다 영수와 재호를 설득하기 위해 둘에게만 매달 지급할 금액을 알려줬었는데.


고려단 선수들은 알게 되겠거니 예상했던 호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장하고 재호형 진짜 입 무겁네요?”


받는 금액이 여기저기 퍼진다면, 참가자가 몰려, 선수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생겼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 둘을 고려단에 남게 하고 싶어 공개했던 것인데.


영수와 재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


“호수 네가 부탁했잖냐. 그리고 거짓말 같아서 말 못 한 것도 있었다. 허허허.”


“주장이 30원 받는다고 말했으면, 거짓말이 맞죠. 주장은 30원이 아니라 50원을 받을 거니까.”


“······뭐?”


놀란 영수가 포크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제 들어온 신입 기준 30원이고, 연차 별로 5원씩 올릴 거예요. 형이 가장 오래 있었는데 3년 정도니까. 주장 활동비 좀 더 넣으면 그게 맞죠.”


“오, 오······.”


주장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웅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50원이면 웬만한 고소득자인 기자나 은행원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략 1년에 선수들 연봉으로 6~7천 원 정도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내년 이맘땐 선수별로 더 올려야겠지만요.”


'칠천 원이라니.'


마른침을 삼킨 영수가 호수를 쳐다봤다.


"너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는 거냐?"


호수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7천 원은 7억 원에 가까운 돈.


아무리 호수의 아버지가 돈이 많아도, 그렇게 큰돈을 매년 줄 수 없다고 생각한 영수가 물었다.


"벌면 돼요."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단팥빵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는 호수를 영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주장은 2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나는 준목은 호수가 부탁한다면, 그렇게 큰돈을 매년 줄 수 있을 만큼 부자라는 사실.


또 하나는 호수가 그런 준목 보다 더 큰 부자가 될 거란 사실이었다.


'매달 최소 30원을 받고, 모든 경기에 이긴다?‘


호수는 뱉은 말을 단 하나도 어기지 않았다.


그가 여러 차례 말한 고려단의 미래를 생각한 영수가 소름이 돋는지 몸을 떨었다.


‘정말 이번이 고려단을 가장 쉽게 들어올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구나.’


신문에 냈던 광고 마저 거짓이 없었다.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마지막 남은 거 제가 먹습니다?”


영수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수는 그저 무심하게 빵만 먹기 바빴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내년에 또 새로운 선수를 뽑게 된다면, 분명 엄청난 실력자들이 올 거였다.


영수는 급변하는 고려단의 위상을 느끼며 더 열심히 하리라 다짐했다.


**


다음 날 새벽.


짙은 어둠에 햇빛 하나 들지 않아, 시계를 보지 않으면 밤인지 새벽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


호수는 여느 때처럼 일어나 웃터골에 나갈 준비를 했다.


거의 한 달 만에 훈련이 없는 쉬는 날이었지만.


호수에게 운동은 쉬는 날이면 더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좋아지긴 했어.’


남들보다 약한 체력 탓에 처음엔 공 3개를 제대로 던지지 못할 정도로 저질스러운 운동능력을 가졌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몸에 근육도 조금 붙고, 몸집도 커진 상태.


‘아직 갈 길이 멀다.’


고려단 선수들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체력도 몸도 좋아지는 중이었지만.


호수는 거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였고, 객관적인 판단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시대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다는 거였다.


신문에 나올 법한 가십거리는 이미 머릿속에 들어온 기억에 저장된 상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고, 기사나 가십거리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적어도 남들만큼, 어떤 건 그보다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도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었지?’


호수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시간을 계산했다.


어제저녁 집에 들어온 준목이 호수에게 갈 곳이 있다며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그나마 여유 있는 오전 시간을 말하자.


준목이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던 것.


“무슨 일이지.”


어딜 가는지 말해주지 않아 궁금한 상태인 호수가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끗 보고 서둘러 움직였다.


모자를 쓰고 얼굴을 목도리로 칭칭 감아도 그사이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그의 볼살을 에였다.


“후, 후, 후, 후.”


호수는 그런 통증은 익숙한 듯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혼자 어두운 길을 달렸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나온 탓인지 고려단 선수뿐 아니라 단 한 명의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


불빛이 밝지 않은 길이지만.


그 나름대로 적응돼서 달릴 만했다.


“좋다.”


빛 하나 없는 짙은 어둠 속, 혼자 있는 상황이 무서울 법도 한데.


호수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끼며 기분 좋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오랜만에 오롯이 혼자 유산소를 하는 시간이 소중한 것도 있었고.


눈앞에 옅은 빛을 내며 길을 밝히는 투명 공과 심드렁한 표정으로 같이 달리는 장돌이가 있어서도 그랬다.


“후, 후. 누가 나오래?”


“미, 미. 미야옹!”


녀석에게 한마디 하자.


그러게, 왜 이 시간에 뛴다고 고양이 걱정을 시키냐며 따지는 장돌이였다.


“한 마디를 안 져요. 한 마디를.”


사춘기 시절 부모님의 마음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잘 계시겠지.’


되도록 이 시대에 오기 전 생각은 안 하고 있었지만.


혼자 달리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힘이 남아도나 보다.”


“미야옹.”


호수의 씁쓸함을 알아차렸는지 장돌이가 느닷없이 잘하고 있다는 말을 건넸다.


그 말에 동의를 표하는 건지 투명공 역시 위아래로 움직였다.


“뭐야.”


고양이와 대화를 하고, 투명 공이 자기를 지키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한 것을 넘어 따뜻하기까지 했다.


“좀 있다 육전 사줄게.”


“미야옹!”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었다는 듯 그를 흘끔 쳐다본 장돌이가 좀 더 속력을 올려 앞으로 나갔다.


호수 역시 장돌이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달렸다.


웃터골을 달리고 집으로 돌아와도 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씻고 개운하게 혁수와 재호가 있는 숙소로 갈 때쯤에야 희미하게 해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수가 들어가자.


그 둘은 허겁지겁 일어나며 나갈 준비를 했다.



“뭐해?”


“하아암. 달리러 가자는 거 아니었어?”


입이 찢어질 듯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빈 혁수가 물었다.


“준비 다 됐다. 가자.”


철만 역시 언제 옷을 입었는지 중무장을 한 상태였다.


“좋아. 바람직해.”


호수는 둘의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뭐고?”


“오늘도 뛰게? 난 생각해서 혼자 다녀왔는데? 또 뛰려면 해도 되긴 해.”


“아? 아니다. 그럼 난 더 잘란다.”


“아이쿠 좋은 꿈을 꾸다 깨가지고. 얼른 마저 꿔야겠어.”


순식간에 나갈 준비를 마쳤던 둘은,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근데 유산소도 안 할 건데 왜 깨운 거야?”


“그냥. 심심해서.”


“······할 거 없음 자라.”


“아. 여기서 뒹굴다가 아침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유산소에 근력운동까지 마치고 돌아온 호수는 사실 둘을 깨워 웃터골에 가려고 했었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조금 누리기로 했다.


넓은 방 굳이 한 이불 위에 서로 불편한 자세로 몸을 말고 자는 셋을 본 유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렇게 넓은데 참.”


내심 호수가 이 둘 사이에 섞여 쭈그려 자는 것이 흐뭇했던 유모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 우렁차게 외쳤다.


“아침 드셔요!”


노곤한 탓에 자기도 모르게 금세 잠든 호수와 혁수 재호가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으억!”


“아 깜짝이야!”


“국 식어요~”


아무렇지 않은 듯 셋을 깨우고 나가는 유모를 10대 사내아이들이 멍하니 쳐다봤다.


이미 밥 먹을 준비를 마친 준목과 뒤늦게 들어 온 나머지 셋이 한 상에 둘러 앉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갑기만 하던 집안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다.


"호수야 밥 먹고 잠시 어디 좀 가자꾸나."


"네. 도대체 어딘데 계속 말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어차피 금방 알게 될 텐데 뭐. 허허허. 너희도 같이 가도 된다."


준목은 혁수와 철만을 보며 말했다.


"저희도요?"


"그래."


준목이 흐뭇한 얼굴로 답했다.


'대충 예상이 가는데.'


눈치 빠른 호수가 어딜 가는지 어렴풋이 알아챘지만.


설레하는 준목의 마음을 굳이 방해할 필요는 없기에, 한껏 들뜬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우리 모두 가도 된다니! 너무 궁금한걸? 어디일까?"


"······."

"······."

"······."

"······."


말도 안 되는 호수의 연기에 모두가 입을 닫았다.


"아하하. 정말 모르겠네에~"


정작 연기가 엉망인 걸 모르는 건, 호수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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