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한야구를 빌드 업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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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고목나무.
그림/삽화
구공사팔
작품등록일 :
2024.10.01 22:42
최근연재일 :
2024.12.03 23: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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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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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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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5화

DUMMY

45화


“음, 그러니까 말이다.”


영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궁금증 중에 몇 가지만 추려서 호수에게 묻기로 했다.


“이 계약기간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 거냐? 오늘부터 1년으로 되어 있는데······.”


영수는 계약서의 적힌 내용 중 가장 궁금했던 계약기간에 관해 물었다.


계약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영수 역시 전문학교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으니까.


그가 궁금했던 건.


계약기간이 끝난 뒤의 일이었다.


예상했던 질문.


호수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이 금액으로 1년간 계약한다는 겁니다. 내년엔 금액이 달라질 테니까요.”


“그래, 아무래도 이렇게 큰돈을 계속 주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난 줄어들어도 상관없다.”


영수는 당연히 금액이 적어질 거로 생각했지만.


호수의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돈을 왜 낮춰요?”


“그럼······?”


“올리기도 바빠요.”


호수는 선수들이 최소 100원을 받아 갈 수 있는 팀을 만들 생각이었다.



“뭐? 여기서 더 올린다고?”


영수가 마른침을 삼키며 호수를 쳐다봤다.


호수는 그런 그를 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야구만 잘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주장은 스스로 그만하고 싶으실 때까지 주장이십니다.”


영수는 놀란 눈으로 호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호수가 주장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안 그래도 주장 관련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 마음을 알았는지 호수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주장 아무나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는 영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고맙다.”


고려단을 가장 오래 지키고 있다는 것도.


남아달라는 부탁에 학교를 포기할 정도로 결단을 내리는 것도.


그런 이유를 굳이 달 것 없이 고려단 주장은 영수인 게 맞았고, 자연스러웠다.


“자, 그럼 내일부터 잘 해보시죠. 여기 사인하시면 됩니다.”


호수는 주장에게 계약서에 사인할 곳을 확인 시켜줬다.


물으려던 질문들이 주장에 관한 것, 연봉 금액에 관한 것이었으나.


짧은 대화로 궁금증은 모두 해결됐다.


고민할 것도 없이 영수가 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


“이제 다 된 거냐?”


“네. 나가시면 재호 형 좀 불러주세요.”


영수가 호수를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제대로 할 줄은 몰랐다.”


“전 늘 야구에 진심이에요.”


100년 전이건 후건.


시대도 날짜도 중요하지 않았다.


야구를 대하는 호수의 자세는 항상 같았다.


“그리고. 이 계약서 어디 소문 날까 무섭게 허접하니까. 아무도 보여주지 마세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이전 생의 기억을 더듬어 가장 중요했던 몇 가지만 적어 넣은 한 장짜리 종이에 불과한 계약서였으니까.


“비밀 유지 조항 봤다. 절대 말 안 하마. 그럼 나가보마.”


“네. 주장. 내년 일 년, 잘 부탁드립니다.”


호수의 말에 영수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소중하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고 일어선 주장은 삐걱거리며 방을 나갔다.


누가 봐도 주머니에 귀중한 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미처 방문을 닫지 못한 주장이 한창 혁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재호에게 다가갔다.


“이 돈을.”


“참말로.”


“매달.”


“준다고?”


재호부터 철만, 혁수, 병호까지.


다 따로 들어왔지만.


답을 외운 것처럼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 반응에 대한 호수의 답변 또한 외운 것처럼 똑같았다.


끄덕이며 미소 짓기.


사십 원을 받는 재호, 철만, 혁수, 병호는 각자 성격답게.


놀라거나, 미안해하거나, 울거나, 신나 했다.


넷은 고려단에 들어온 지 만 2년이 넘은 선수였다.


영훈, 상호, 동준, 태주는 만 1년을 넘겨 35원을 받게 되었고.


이번에 뽑힌 훈이, 문수, 병학, 진박은 30원씩 받게 되었다.


13명에 달하는 대장정 연봉협상 마지막 계약자는 진박이었다.


“저, 정말 이 돈을 주신다는 겁니까아!”



이번에 뽑은 선수들은 나이순으로 불렀는데, 동갑인 훈이 보다 진박이 더 생일이 늦어 마지막이 되었다.


“네. 비밀만 잘 지켜주시면요.”


“걱정마십시오! 제 입은 무게가 천근만근입니드아!”


금세 사인을 마친 진박이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년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드아! 열심히, 잘하겠습니드아!”


“말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전 지금 정말 편합니드아!”


“알겠습니다. 하하.”


연봉 협상은 2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거실로 나가시면 됩니다.”


“넵!”


진박이 문을 닫고 나가자, 호수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후. 끝났다.”


그 어떤 훈련보다 피곤함을 느낀 호수가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켰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계속 생각하던 연봉 문제가 정리되어,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홀가분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호수가 방을 나섰다.


호수가 나오자 시끌시끌하던 선수단이 조용해졌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26개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쏠렸다.


“드디어 14명 다 모였네요.”


호수가 그 눈빛을 자연스레 받으며 말했다.


“1927년은 고려단 선수 모두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겁니다.”


선수들도 같은 마음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처음 온 분들도 있고, 잠시 잊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숨을 고른 호수가 입을 열었다.


“고려단은 이기는 경기만 하는 팀이 될 겁니다. 그래서 내년, 아니 앞으로 새해 목표는 늘 같습니다. 절대 지지 않는다.”


“하, 한 경기도 말입니까아?”


“그, 그게··· 가능한지!”


진박은 여태 들었던 목소리 중에 가장 작은 목소리로, 훈이는 여태 들었던 목소리 중 가장 큰 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컸던 탓에.


자기 말을 듣고 선수들이 모두 훈이를 바라보자 아차 싶었는지 다급하게 그가 변명을 얹었다.


“무, 물론 고려단이 약하다는 건 아니지만···! 어, 그러니까 음···.”


잠시 그의 말을 기다리던 호수가 도움을 주듯 답했다.


“이해합니다. 경기라는 게 당연히 하다 보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실 테니까요.”


호수는 선수들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주변을 훑었다.


“그래서 이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다 이해합니다.”

“그래. 아무래도 경기라는 게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거긴 하구먼.”

“맞아. 항상 이긴다는 게 가능할까?”


“그럼, 내년에 우리가 하는 경기 중에서 1경기 빼고 다 이기는 건 가능합니까?”


“······.”


“그것도 어려우면 2경기는요? 아니 넉넉하게 10경기쯤 지는 건 가능하고요?”


선수들의 눈빛에 당황이 차올랐다.


“그래서 지는 겁니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호수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앞으로 우린 지면 안 됩니다. 안 질 거예요. 경기는 질 수도 있다. 이런 마음은 싹을 잘라 버리세요.”


그는 선수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자기 의지를 정확히 내비쳤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나면, 하이호든, 천봉단이든. 우린 실력으로 그들을 이길 겁니다.”


호수의 말에 고려단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절대 쉽지 않을 겁니다.”


호수의 말이 끝나고 순간 침묵이 흘렀다.


결연을 넘어 웅장하기까지 한 그의 목표에 선수 모두 압도된 것이 그 이유였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드아!”


그 침묵을 깬 건 감동한 눈망울로 호수를 보며 소리친 진박이었다.


“맞다! 내도 끝까지 해낼끼다!”

“나도 그렇구먼!”

“나도 한 독기 한다.”

“저, 저도···. 하이호 꼭 이기고 싶어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마음을 다잡는 선수들과 한마디씩 뱉으며 마음을 다잡는 선수들까지.


표현 방식은 달라도 모두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우리 소개 안 하나요?”


막내 태주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태주 말이 맞다. 새로 온 선수도 있으니 한 명씩 인사하자. 나부터 하마.”


영수도 막내의 말에 동조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정영수라고 한다. 17살이고, 고려단 주장이다.”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말투와 행동으로 선수단에게 자기를 소개한 영수가 옆에 앉은 재호를 쳐다봤다.


“나는 백재호라고 하는구먼. 나이는 주장과 동갑이고. 잘 지냈으면 좋겠구먼.”


“내는 17살 최철만입니다. 잘 지내 보입시다.”


“저는 16살이고, 이름은 최병호입니다. 아직은 고려단 4번 타자입니다. 하하하.”


“저는 이혁수라고 하고, 16살이에요. 고려단 포수입니다.”


“제 이름은 김영훈입니다. 15살이고 태주랑 동갑이에요. 제 성이 되게 흔한데. 고려단에는 저만 김씨네요. 아하핫. 잘 부탁드립니다.”


고려단의 또 다른 막내 영훈의 소개에 선수들이 신기해하며 웃었다.


“맞네! 김 씨가 영훈이 혼자네?”


“그걸 생각 안 해봐서 여태 몰랐구먼!”


“아하핫. 형, 얼른 하세요.”


관심이 부끄러운지 영훈이 옆에 앉은 동식에게 말했다.


“어. 그, 그래.”


동식 역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끄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크, 크흠. 이 몸은 17살이고 강동식이올시다. 잘 부탁드리오.”


유난히 고풍스러운 말투.


“말투는 좀 특이하나, 평범한 사내이올시다.”


새로 온 선수들이 동식의 말투에 당황하는 것을 느꼈는지 말을 좀 더 붙인 동식이 상호를 바라봤다.


“이제, 자네 차례요.”


그의 말을 받은 상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상호입니다. 나이는 16살이고, 외모도, 실력도 평범한데, 이상하게도 야구할 때 특별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내년에는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력까지 특별해지고 싶습니다.”


“저는 윤태주. 고려단 막내입니다. 영훈이랑 같이 15살이지만, 제가 생일이 더 늦거든요. 헤헤.”


이렇게 기존 고려단 선수단 소개가 끝나자.


잔뜩 긴장한 훈이가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이, 이훈이라고 합니다···. 16살이고, 목소리가 작은 편입니다. 훈련이나 경기 중에는 크게 내려고 노력 해 보겠습니다···.”


“로진박이라고 합니드아! 고려단에 뼈를 묻겠습니드아!”


“조병학이라고 하고, 나이는 17살입니다. 야구를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장문수입니다. 나이는 18살로 제일 많지만, 상관없이 편하게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장에서 시작해 가장 연장자인 문수까지.


짧은 자기소개가 끝났다.


고려단 선수들이 한 사람에게 시선이 모였다.


“16살, 강호수입니다.”


**


“하나, 후우, 둘, 후우, 셋, 후우.”


자기소개 후 내일부터 하게 될 훈련을 간단히 알려준 호수는 곧장 2층 방에 올라와 개인 운동에 집중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호흡이 가빠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 열아홉, 스물. 후아.”


기어코 마지막 세트까지 채운 호수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루가 길다.”


그대로 드러누워 자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더 남아있었기에.


호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신다. 아으.”


호수가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마무리 짓고 있을 때.


톡톡.


장돌이가 창문을 두드렸다.


“왔네.”


호수가 문을 열어주자, 장돌이가 폴짝 뛰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미야옹~”


“알아. 이 씨 아저씨지?”


“미야옹?”


녀석을 들어오자마자 스마트폰이 그려진 종이 주인이 누구인지 찾았다며 득의양양하게 말했지만.


호수가 먼저 선수 치자 당황해하며, 어디 있는지도 아냐고 물었다.


“그건 이제 알 수 있지.”


휙!


어느새 호수의 손바닥에 올라온 투명 공이 밝게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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