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힐러는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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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라시오
작품등록일 :
2024.10.01 23:24
최근연재일 :
2024.10.14 07:2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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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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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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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의 시작 - 1

DUMMY

이 작고 더러운 사무실은 마치 닭장 같았다.

나는 멍한 눈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젠장, 지금 몇 시지?'


이쯤이면 분명 점심시간이 됐을 거다.

오늘 지하 1층 한식 뷔페에서는 무려 보쌈이 나오는 날이었다.

2주에 한 번 수요일마다 특식이 나오는데, 단돈 7천원에 보쌈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었다.


10시 20분


시계에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내가 그럼 출근한 지 겨우 8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인가?

분명 아까 봤을 때는 10시 10분이었는데?


'어휴. 시간 더럽게 안 가네.'


나는 괜스레 기지개를 켜며 사무실을 쓱 둘러보았다.

2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는 다섯 개 정도 되는 작은 책상과 낡은 컴퓨터만 있을 뿐이었다. 누가 봐도 중소기업, 아니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영세한 회사임을 짐작할 수 있는 비주얼이었다.

그 적은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은 나와 사장님, 단 둘뿐이었다.


"민혁아...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오늘 보쌈 나옵니다."

"난 짜장면 땡기는데..."

"사장님, 보쌈이 2주에 한 번 나오는 특식인 거 아시죠? 짜장면은 내일 드시죠."

"그럴까?"


사장님과의 점심 메뉴 결정 후, 사무실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나는 뉴스 창을 하염없이 새로고침하며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재미있는 기사거리를 발견했을 때, 사장님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젠장! 이게 말이 돼?! 이런 나쁜 놈을 보았나!'

나는 흥분한 표정으로 기사를 읽었다.


유명 유튜버가 운전 중에 핸드폰을 만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댓글을 보니 역시 유튜버의 욕부터 시작해서 테러를 할 좌표까지 상세히 나와 있었다.

그러나 댓글을 달기 전, 사장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사무실에 울렸다.


"네! 사장님! 힐러요? 아 물론이죠. 저희는 최상의 힐러만 모인 케이힐 아닙니까? 하하하"


'최상의 힐러들?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코웃음을 쳤다.

게이트가 전 세계에 나타나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

그중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은 헌터가 되어 게이트를 토벌할 공대를 꾸리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환영받는 직업은 역시 힐러였다.


'힐러가 없었으면 분명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겠지.'


게이트 안은 게임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스킬이며 아이템이며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까지···

하지만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는 죽으면 끝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직업은 역시 힐러였다.

심지어 A랭크 이상의 상급힐러들은 게이트 안에서 부활까지 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국가적인 힐러 양성이 시작되었지...'


헌터는 목숨을 걸고 게이트를 탐사하므로, 그들이 버는 돈은 다른 직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것은 힐러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힐러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매일 수백 명의 힐러들이 양성되었다.


'그 덕에 나도 C 랭크 힐러로 이렇게 밥 벌어먹고 있는 거지. 하지만...'


하지만 수많은 힐러학원에서 양성된 교육생들은 곧 과잉 공급 현상을 빚어냈다.

매월 대량으로 양산되는 B랭크와 C랭크 힐러들은 결국 대기업 하청업체의 헌터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나도 이런 조그만 회사에서 파견이나 나가는 신세가 되었지.'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고등학교 때 적성을 살려서 격투가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당시 힐러가 취업이 잘된다는 말에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그래. 그래도 아직도 공무원 준비하는 이재영보다는 낫지.'


나는 다시 만족하는 웃음을 지었다.

이재영은 고등학교 친구로, 공무원 공부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다.


'그래. 힐러 얼마나 좋냐? 이렇게 일 없을 때는 사무실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웹서핑이나 해도 되고.'


그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이 미친 세상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긍정적으로.


"아! A랭크 힐러요? 물론 있죠! 아니 있다 못해 너무 많아서 문제죠! 잠시만요..."


사장님은 대충 마우스로 깔딱깔딱 누르면서 뭔가를 찾는 척을 했다.

A랭크 힐러라니.

그런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 있을 리가.


케이힐.

최상의 힐러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로 각종 길드나 공대에 전문적인 힐러들을 파견하는 힐러전문 아웃소싱 업체···

라고는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은 힐러들을 보내고 보수를 사장이 가로채는 아웃소싱 중소기업이었다.

심지어 힐러 등급 뻥튀기도 일상적이었다.


'내가 C랭크 힐러인데 B랭크로 뻥튀기해서 파견 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말 다했지.'


물론 랭크 뻥튀기는 불법이었지만 힐러가 힐만 제대로 넣으면 되니까 대충대충 보는 듯했다.


"아! 지금 마침 일이 비어있는 힐러 한 명이 있네요.

네.네. 힐이요? 물론 뛰어나죠.

죽은 사람도 그냥 살려낼 정도죠.

A랭크이면 말 다한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에휴. 누가 A랭크 힐러로 뻥튀기 돼서 나갈지 정말 불쌍하다.

아마 상민이 형이 가려나?

상민이 형은 그래도 경력 5년 차의 B랭크 힐러니 말만 잘 한다면 A랭크 힐러인 척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네! 내일이요? 이렇게 갑자기요??

아! 안 된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해당 힐러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네!"


사장은 전화를 끊고 싱글벙글 웃었다.

표정은 마치 '흐흐흐 A랭크 힐러라니. 보수가 얼마야...' 하며 계산하는 표정.

계산이 끝난 듯 사장은 싱글대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민혁아. 통화 들었지? 그렇게 됐다."

"네? 뭐가요?"

"아. 못 들었어? 인터넷 서핑을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

A랭크 힐러로 내일 모래 나가면 된다고. 장소는 시청역. 9시."

"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문이 막힌다고 하나?

지금 내 상황이 그렇다.

물론 B랭크 힐러로 나가는 건 당연한 일상이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A랭크라니.

B랭크와 C랭크의 차이도 크지만, A랭크와 B랭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사장님. B랭크 힐러가 A랭크 힐러인 척하고 가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제가 A랭크 힐러로 가라니요.

이건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바로 들켜요!

상민이 형 보내면 되잖아요."


"상민이는 관뒀다..."


이건 또 무슨 소리여.


"네? 언제요?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지??"

"그러게. 나도 굉장히 아끼던 친구였는데..."


사장님은 굉장히 씁쓸한 표정으로 먼산을 바라보았다.

상민이 형은 언제나 사무실에서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던 사람이었다.


"우리 회사가 퇴직금이 없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관두겠다고..."

"네??? 우리 회사 퇴직금이 없어요??"

"아! 너도 몰랐구나."

"몰랐구나가 아니라, 말한 적도 없잖아요. 이거 불법 아니에요??"


사장님은 굉장히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먼산을 바라보았다.


"사정이 그렇게 되었다.

아무튼 내일이 파견이니 오늘은 이만 집에 가도 좋아.

내일 게이트 갈 준비해야지."


사장님은 어깨를 툭툭 치고 다시 자리로 갔다.

뭐? 준비? 지금 게이트 갈 준비가 아니라 자살을 준비하는 꼴이다.

A랭크 힐러가 필요한 게이트면 일단 최소 A급 게이트라는 것인데.

내가 A급 게이트에 간다고?

이건 지금이라도 거절해야 한다.


'그래.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거기다가 퇴직금이 없다니.

여기서 3년이나 일했는데 이 건 말도 안 되잖아.'


나는 거절 의사를 표현하러 일어나려 했다.


우웅.


그때 전화가 울렸다.

고등학교 친구, 이재영이었다.


"어. 웬일?"

나는 목소리를 낮춰 전화를 받았다.


"민혁아! 인마! 형님 드디어 합격했다!"

"뭐??? 네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그려~ 이번에 안 되면 진짜 때려치우려고 했는데 드디어 빛을 보네.

우리 다 같이 한 번 모이자. 내가 한턱낼게!"

"어 그래야지..."


이재영의 공무원 합격 소식은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난 배가 아픈 걸까...


"그나저나 헌터 생활은 어떠냐? 나 공무원 되면 아마 그쪽 일로 배정될 것 같은데."

"어. 그래? 나 그냥 그렇지..."


그때 사장님이 슬쩍 종이에 뭐라 적어 보여주었다.


'이번에 A랭크 게이트에 간다고 해.'

"네? A랭크이요???"


갑자기 그걸 왜 말하려는 거지?

하지만 내 목소리가 전화기로 들어가 버린 모양이다.


"응?? 뭐가?? A랭크??"


이재영의 어리둥절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아... 아니야. 사실 내가 이번에 또 A랭크 게이트에 배정이 됐거든.

너무 자주 가서 그런지 약간 지겨워서~"

"우와. A랭크 게이트?? 그거 아무나 가는 거 아니잖아. 너 좀 잘나가나 보다??"

"하하 그렇지. 슬슬 준비 좀 해야겠다. 단톡방에서 날짜 잡자~"


나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었다. 친구가 잘나가자, 순간 나도 모르게 허세를 부리고 말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거기 실력파들만 모여서 위험한 일 하나도 없어.

너는 그냥 뒤에서 힐만 잘 넣으면 될 거야.

네 이력에도 A랭크 게이트 클리어. 얼마나 멋있냐."


사장님이 내 어깨를 두들겼다.


"A랭크 게이트 클리어..."


A랭크 게이트 클리어 이력은 확실히 끌리기는 한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왜 A랭크 게이트라고 먼저 말 안 하셨어요!"

"그러면 네가 안 한다고 할까 봐... 그래서 안 할 거야?"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A랭크 게이트에 들어갈 기회는 없다.

확실히 이번 일은 기회다.

내가 C랭크 힐러라는 것을 들키지만 않는다면 꽤 좋은 이력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래. 이재영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언제까지 B랭크 게이트를 다닐 거야.'


나는 마음을 정했다.


"알았어요. 할게요."

"그래! 그럼, 집에 얼른 가봐!

오늘 큰 건 했는데 나도 퇴근해야지. 하하."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들겼다.

두고 봐라. 이번 일만 끝나면 바로 이력만 챙기고 퇴사할 거다.

퇴직금도 챙겨주고 일 없을 땐 출근 안 해도 되는 회사로.


"아! 맞다. 이번에 가면 부 공대장만 조심해."

"부 공대장이요? 누군데요."


사장님은 뭔가 캥기는 게 있는 듯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곽마권..."

"곽마권... 네?? 곽마권이요??"

"응.. 아마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을 거야.

그 이름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아니 그걸 왜 미리 말 안 했어요!"

"아~ 몰랐구나?"

"몰랐구나가 아니라 아예 말을 안 했잖아요!!"


갑자기 찾아온 편두통에 나는 머리를 짚었다.

사장님은 그런 내 눈치를 보며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기필코 이직이다.


***


한국에서 헌터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 곽마권을 모른다면 간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S랭크 전사, 그중 탱커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곽마권.

그 곽마권이 게이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체구.

온몸을 덮은 문신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분명 헌터가 아니라 깡패로 봤을 비주얼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파견 나온 힐러, 최민혁입니다."


나는 곽마권에게 뛰어가 꾸벅 인사했다.


"귀찮게 통성명까진 하지 말고, 저기 안경잽이한테 서류나 넘기고 와."

"네엡."


곽마권은 고갯짓으로 정장을 입은 채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저 남자가 서류 담당관인가 보네.'


나는 사장님이 한 땀 한 땀 조작한 가짜 A급 힐러 헌터 증명서를 가지고 안경을 쓴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때 한 사무용 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당신이 이번 공대에 오신 A급 힐러군요.

반갑습니다. 이번 공대의 공대장, 최광훈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최민혁입니다."


나는 얼떨결에 중년의 남자가 건넨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잠깐만... 최광훈??'


나는 번쩍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나이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은 그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설마?... 소드마스터... 최광훈??"


전 세계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유일한 SSS랭크 검술사, 최광훈. 내 말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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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백두태권문 -1 24.10.14 32 2 11쪽
17 랭크 재측정 24.10.12 58 2 11쪽
16 수상한 소녀 24.10.11 76 1 13쪽
15 탐욕 - 6 24.10.10 97 1 13쪽
14 탐욕 - 5 24.10.10 95 1 11쪽
13 탐욕 - 4 24.10.09 101 2 12쪽
12 탐욕 - 3 24.10.08 110 2 11쪽
11 탐욕 - 2 24.10.07 121 3 12쪽
10 탐욕 - 1 24.10.06 145 3 12쪽
9 괴물쥐 소탕 24.10.06 153 3 11쪽
8 헌터 상해보험 - 2 24.10.05 169 5 12쪽
7 헌터 상해보험 - 1 24.10.04 179 4 12쪽
6 복수의 시작 - 5 24.10.03 199 4 12쪽
5 복수의 시작 - 4 +1 24.10.02 193 4 13쪽
4 복수의 시작 - 3 24.10.01 198 6 13쪽
3 복수의 시작 - 2 24.10.01 226 5 11쪽
» 복수의 시작 - 1 24.10.01 291 6 12쪽
1 프롤로그 24.10.01 324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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