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힐러는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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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라시오
작품등록일 :
2024.10.01 23:24
최근연재일 :
2024.10.14 07:2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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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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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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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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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복수의 시작 - 3

DUMMY

"키에에엑!!"

"쿠워어어어!"


게이트 입구에서부터 정예 오우거 5마리가 달려들었다.

일반 오우거도 성인 남성 키의 두 배만 한데, 정예 오우거는 그 일반 오우거보다 두 배나 컸다.

C랭크 게이트였다면 보스 몬스터로나 등장할 법한 이 괴물들이 시작부터 5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역시 A랭크 게이트란 건가? 시작부터 장난 아니네."

"기분도 안 좋은데 빨리 뒈져라 새끼들아."


하지만 정예 오우거들보다 더 무서운 건 몬스터를 보자마자 전방으로 뛰쳐나간 곽마권이었다.

순간, 외모로만 보면 곽마권과 오우거가 구별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 로어!"


곽마권의 드래곤 로어가 울려 퍼졌다.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자신에게 끌면서 동시에 상대들의 능력치를 감소시키는 기술로, S랭크 이상의 탱커들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이었다.

국내에서는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곽마권뿐이었다.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김민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의 실눈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뭐하냐! 어그로 끌고 있을 때 딜 넣어 새끼들아!"

"네! 알겠습니다!"


김민은 씩 웃으며 단검을 뽑아들고 뛰어들었다.

너무나 빨라 잔상만 보이던 그가 정예 오우거의 뒤에서 나타났다.


"라스트 카니발"


김민의 단도가 빛의 속도로 정예 오우거를 난도질했다.

내 눈에는 그저 단도가 스쳐간 빛의 잔상만이 보일 뿐이었다.

정예 오우거는 자신이 무슨 공격을 받았는지 알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거대한 괴물 하나가 땅에 쓰러졌다.


'확실히 S랭크라는 건가.'


S랭크 둘만 싸움에 참여했을 뿐인데도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S랭크면 일반적으로 공대장을 맡을 수준이다.

나 같은 C랭크 헌터와는 마주칠 일조차 없을 사람들이다.

내가 이런 수준 높은 전투를 구경할 수 있는 것도 A랭크 힐러로 위장취업한 덕분이었다.


'S랭크가 이 정도면 SSS랭크는 어느 정도인 거야?'


이런 괴물 같은 S랭크 헌터들도 SSS랭크 헌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C랭크와 S랭크의 차이보다 SSS랭크와 S랭크의 차이가 더 크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SSS랭크 헌터를 볼 일이 없으니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내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었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과 함께 남은 네 마리의 정예 오우거들이 괴성을 내며 쓰러졌다.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던 공대원들은 모두 놀라 총성이 울린 곳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스나이퍼 총을 들고 있는 케이트가 서 있을 뿐이었다.


"스킬도 안 쓰고 정예 오우거를 한방에 잡았다고?"

"소문으로만 봤던 SSS랭크를 실제로 보니 소문보다 더 강하네요."


나뿐만 아니라 김현재와 박연우까지도 감탄했다.

압도적인 고랭커들의 퍼포먼스에 우리는 공대원에서 관객으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화려한 전투라면 관객이라도 환영이지만.


"아 뭐야. 어그로 끌 필요조차도 없었네."


곽마권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그의 표정에서 불만이 역력했다.


"아닙니다. 총 꺼낼 시간은 벌어주셔서."

"하하! 총 꺼낼 시간을 벌어?"


곽마권은 살짝 기분이 상한 듯 헛웃음을 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유일한 S랭크 탱커인 그는 어딜 가든 공대장을 맡았을 터.

그런 그가 지금은 총 꺼낼 시간이나 벌어주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곽마권의 성격으로 보아 현재 상황이 굉장히 기분 나쁠 것이 눈에 훤했다.


퍽!


그때 곽마권의 커다란 손이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얌마! 놀러왔어? 전투 끝났으면 힐이나 해!"


곽마권은 화풀이 대상을 나로 잡은 듯했다.

나를 몇 초 노려보더니 내 어깨를 툭 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곽마권을 노려보고 있자 최광훈이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민혁씨가 이해해주세요. 저 친구가 원래 전투 중에는 예민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나는 곽마권 뒤통수에 대고 저주의 힐을 날렸다.

저주의 힐은 굉장히 무서운 기술로, 내 욕지거리가 담긴 힐이었다.


'체력 얼마 까이지도 않았구만. 개자식. 힐이나 먹어라.'


그 뒤로도 몬스터와 열 번 정도 조우했지만 내가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곽마권이 '총 뽑을 시간'을 벌고 케이트가 총을 쏘면 끝.

나머지 공대원들은 그저 뻘쭘하게 구경만 할 뿐이었다.


"이야. 정말 SSS랭크는 장난 아니네요."


김민은 내 옆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 던전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건 김민과 공대장인 최광훈뿐이었다.


"괜히 처음에 나댄 것 같아 민망하네요."

"민망하다뇨. 그냥 케이트가 상식 밖의 사람인 거죠."

"역시 세계에 10명만 존재하는 SSS랭크 헌터답네요. 이렇게 되니 아까 게이트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네? 뭐가요?"


김민은 묘한 미소를 계속 지으며 말을 이었다.


"최민혁님은 아무리 A랭크 게이트라고 해도 멤버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 들지 않나요?"

"조금 그렇긴 하네요."


확실히 그랬다.

보통 A랭크 게이트면 S랭크 공대장 한 명에, 다른 멤버는 A랭크로 해도 충분했다.

멤버가 과하게 강하다는 건 나도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뭐 약하게 가는 것보다는 강한 멤버로 가는 게 훨씬 낫지 않는가.

인건비 아낀다고 약한 멤버로 모이는 경우보다는 훨씬 낫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라? 이번에는 꽤 좋은 템이 나왔는데?"


그때 곽마권이 몬스터한테서 나온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에게는 가끔 능력치를 올려주거나 특수 능력이 있는 장비가 나오곤 했다.

장비의 소유권은 보통 공대장이 결정하기에 곽마권은 최광훈에게 목걸이를 가져갔다.


"최광훈님. 어떻게 할까요?"

"흠. 간이 감정 아이템을 사용해 볼게요."


최광훈은 간단한 감정을 도와주는 돋보기 모양 아이템을 꺼내 목걸이를 살펴보았다.


"악마의 눈물이라는 목걸이인데 꽤 좋아 보이네요. 등급도 유니크고 정밀 감정하면 특수 능력도 있다고 하네요."

"헉! 유니크!"


유니크 등급이라는 소리에 이유리가 관심을 가졌다.

그동안 곽마권한테 애교 부릴 때 말고는 별말도 안 하더니 얼굴에 화색을 띠운 채 목걸이를 보러 왔다.


"너무 예쁘다.. 오빠~ 유리 이거 가지고 싶어~"

"허허. 전리품 분배는 공대장 권한이라."

"공대장님~ 제발요~ 네?"


이유리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런 과도한 컨셉은 곽마권 말고는 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텐데 이제 와서 컨셉을 바꾸기 힘든가 본지 나이차이가 꽤 나는 최광훈한테도 비음을 잔뜩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케이트씨한테 주죠. 이제까지 제일 공로가 높은데."


역시 최광훈은 이유리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물론 이건 중간 전리품이고 보스 클리어 시 전리품이 훨씬 많이 나올 테니까 적절하고 공평하게 분배하겠습니다."

"네!"


최광훈이 멀어지자 이유리가 혼잣말로 조그맣게 "씨발"이라고 중얼거렸다.

최광훈 정도 경지면 그 정도 소리는 들을 수 있는데, 겁이 없는 건지 멍청한 건지.

이제까지 하는 행동 봐서는 멍청한 쪽인 것 같지만.


"씨발. 걸리적거리지 않게 서 있지 말고 빨리 가!"


곽마권은 본인도 기분이 나쁜 듯 내 어깨를 세게 치고 지나갔다.

곽마권에게 바로 이유리가 찰싹 달라붙어서 뭐라 뭐라 귓속말을 하는 것을 보며 나도 발을 뗐다.

곽마권의 앞에는 거대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보스 방인 것을 상징하는 듯한 커다란 문양이 있었다.


'뭐 하시는 거지?'


그때 나는 최광훈이 혼자 중얼거리며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바위에 손을 대는 것을 보았다.


우웅


거대한 문에 순간 보랏빛이 감돌았다.


'뭐... 뭐야?'


"이제 곧 보스몬스터다! 각자 정비할 시간 5분 줄 테니까 알아서 정비하고!"


그때 곽마권이 문을 등지고 서서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버스 탔다고 보스 몬스터까지 버스 탈 생각하면 뒤진다. 특히 힐러 너!"

"네?"

"힐 좀 잘 넣어! 왜 이렇게 찔끔찔끔 차?? 보스 방에서도 그따위로 힐 넣으면 너는 보스가 아니라 나한테 뒤진다?"

"네. 열심히 넣겠습니다."


'나도 보스가 아니라 너를 토벌하고 싶다...'


곽마권은 소문보다 성격이 100배는 더 더러웠다.

나는 궁시렁대며 장비를 점검했다.


"방어형 버프를 넣어주겠습니다."


그때, 김현재가 다가왔다.

그는 방어력, 체력, 치명타 저항력, 회피율이 증가하는 버프들을 나에게 넣어주었다.


"감사합니다..."

"혹시나 힐러가 죽으면 공대 전체가 위험해지니까요."


김현재는 주머니에서 껌을 하나 꺼내 씹었다.


"아. 이렇게 껌을 씹으면 좀 긴장이 풀리거든요."


껌을 씹고 있는 내 눈길을 보자 덧붙였다.


"그럼 저도 하나 주실 수 있나요?"

"그건 어렵겠네요. 저는 제 것 나눠주는 거 싫어해서요."


김현재는 목례를 까딱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버프를 돌리러 떠났다.


'거참. 껌 하나로 째째하구만.'


하지만 무뚝뚝하고 인색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닌 듯했다.

박연우 쪽을 슬쩍 보니 어느새 과자 봉지를 뜯어 먹고 있었다.

곽마권도 뭐라고 말하려다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것을 보니 대단하긴 대단하다.


'그래. 보스만 잡으면 끝이니 힘내자.'


"자! 준비 다 됐으면 후딱후딱 끝내자!"


정비를 마친 우리는 곽마권을 필두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웅


곽마권이 문을 열 때 문에서 뭔가 빛이 났다.

하지만 곧바로 보이는 보스 몬스터에 의해 그 빛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크르르..."


보스방에 들어가자 머리가 7개 달린 뱀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격하게 날뛰는 것이 그동안 오래 굶은 듯했다.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뱀이라. 그렇다면?


"설마... 히드라??"


게이트에는 과거 신화에서 나오는 괴물이 많이 등장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생김새로 보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보스의 정체를 지금 짐작해야 하는 이유는 저렇게 생긴 생명체는 게이트에서 발견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거 A급 게이트 맞아?

히드라라니! 들어본 적도 없었어!"


곽마권은 땅에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미지의 괴물을 조우하자 공대원들은 긴장한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히드라였다.


화악


"으아악!"


히드라의 독이 박연우의 팔을 스쳤다.

박연우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방어 버프!"


김현재가 외치며 박연우에게 방어 버프를 걸었다.

곽마권은 재빨리 히드라의 공격을 막아섰다.


"힐러! 왜 멍때리고 있어! 힐 좀 해!"


나는 황급히 박연우에게 힐을 걸었다.

하지만 내 힐은 A랭크 힐러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길. 들통나면 어쩌지?'


"힐러! 신성 보호막!"

“네? 아직 그 스킬은···”

“뭐 이새끼야?”


매직쉘은 A랭크 힐러가 되면 배울 수 있는 기술로 일정 시간 공격과 상태이상을 막아주는 쉴드를 생성하는 스킬이다.

물론 문제는 내가 A랭크 힐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다 들키겠네. 아씨. A랭크 힐러 위장은 오바였나...'


다행히 긴박한 전투 덕에 곽마권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전투에 집중했다.

나는 최대한 많은 힐을 곽마권에게 넣어주었다.

그때 최광훈이 빠르게 뛰어나갔다.


"오른쪽 머리 네 개는 제가 맡겠습니다. 모두 나머지 세 개의 머리에 집중하세요!"

"씨발! 빨리 시키는 대로 해!"


곽마권의 고함과 함께 제일 먼저 달려간 것은 김민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히드라의 머리 위에서 단검 두 개를 들고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라스트 카니발"


순식간에 난무하는 단검. 너무나 빠른 속도에 검의 잔상만 보일 뿐이었다.

히드라의 한 머리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아울베어!"


이유리의 영창과 함께 몸은 곰, 얼굴은 부엉이인 거대한 아울베어가 소환되었다.

아울베어는 포효와 함께 히드라에게 돌진했다.


"맨 왼쪽 머리부터 디버프 넣겠습니다."

"오케이!"


김현재는 히드라의 머리마다 디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그때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번뜩이더니 박연우를 향해 날아갔다.


'헉'


히드라의 저주 때문일까. 박연우는 피하지도 못한 채 몸이 굳어버렸다.


"젠장!"


박연우의 몸에 히드라의 송곳니가 깊숙히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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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백두태권문 -1 24.10.14 31 2 11쪽
17 랭크 재측정 24.10.12 57 2 11쪽
16 수상한 소녀 24.10.11 75 1 13쪽
15 탐욕 - 6 24.10.10 95 1 13쪽
14 탐욕 - 5 24.10.10 94 1 11쪽
13 탐욕 - 4 24.10.09 100 2 12쪽
12 탐욕 - 3 24.10.08 109 2 11쪽
11 탐욕 - 2 24.10.07 120 3 12쪽
10 탐욕 - 1 24.10.06 144 3 12쪽
9 괴물쥐 소탕 24.10.06 152 3 11쪽
8 헌터 상해보험 - 2 24.10.05 167 5 12쪽
7 헌터 상해보험 - 1 24.10.04 178 4 12쪽
6 복수의 시작 - 5 24.10.03 198 4 12쪽
5 복수의 시작 - 4 +1 24.10.02 192 4 13쪽
» 복수의 시작 - 3 24.10.01 197 6 13쪽
3 복수의 시작 - 2 24.10.01 225 5 11쪽
2 복수의 시작 - 1 24.10.01 289 6 12쪽
1 프롤로그 24.10.01 322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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