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힐러는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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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라시오
작품등록일 :
2024.10.01 23:24
최근연재일 :
2024.10.14 07:2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742
추천수 :
64
글자수 :
94,018

작성
24.10.06 23:05
조회
143
추천
3
글자
12쪽

탐욕 - 1

DUMMY

시한 길드 본부.

생사를 오가는 헌터들이 모인 길드 본부는 대부분 거친 야생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한 길드는 전혀 달랐다.

여의도에 있는 시한 길드의 본부는 다른 금융권 회사와 마찬가지로 모두 정장 차림의 헌터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오전 8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헌터들이 아침부터 출근해 일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키보드 타이핑 소리와 조용한 대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때, 깔끔한 정장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걸음걸이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현재 대리님. 오셨네요."


자리에서 한창 보고서를 작성하던 직원이 김현재를 보고 인사했다.


"네. 일과 시작 전에 커피 한 잔 하러 갈까요?"


김현재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잠시만요. 지금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


직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뭔가요? 모닝 커피 시간도 못 챙길 정도로?"


김현재의 질문에 옆자리 직원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의 어깨가 축 처졌다.


"며칠 전에 시한 헌터 상해보험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나 봐요.

그런데 저희 길드에서 파견한 CS 담당자를 때려눕혔다고."


김현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한 헌터 상해보험에는 최소 B랭크 이상의 헌터를 파견시켰다.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상위 길드 헌터를 제외하고는 B랭크 헌터를 때려눕힐 수 있는 헌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네? 그렇다면 최소 A랭크 헌터는 되겠네요."

"아뇨. C랭크라네요. 그것도 겨우 힐러가."


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C랭크 힐러요?"


김현재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B랭크 전투원을 C랭크 힐러가 이기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김현재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가, 곧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불현듯 한 사람이 생각난 듯했다.


"희한하네요. 저도 보여드릴 수 있나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비슷해서..."



게이트에서 나오자 최현섭과 '헌터 구조대' 조끼를 입은 헌터 몇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최현섭이 긴장한 목소리로 헌터 구조대에게 뭔가 얘기하는 것이 들렸다.

내가 다가가자 최현섭이 나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어... 어떻게 된 건가요? 혹시 포기하신 건가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게이트가 소멸했다.

최현섭의 눈이 더욱 동그랗게 커졌다.


"서... 설마 혼자서 진짜 클리어하신 거예요?"

"네. 뭐. 그렇죠."

"어... 어떻게 힐러가..."


그의 표정에서 현재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 역력했다.

나는 그의 반응을 보며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나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자리를 뜨기로 했다.


"일단 클리어했으니까 저는 가볼게요."


나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현섭과 헌터 구조대들의 놀란 시선을 등에 받으며 걸어갔다.


'다음에는 누구라도 데리고 와야 되려나.'


다음에는 너무 의심을 사지 않게 다른 헌터와 오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다.

하지만 그러면 내 능력을 제대로 시험해볼 수 없을 텐데···

고민이 깊어졌다.


우웅


그때 전화가 온 것을 알리는 스마트폰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발신자를 보자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게이트를 토벌하고 연락온 사람은 김시연이었다.

나는 김시연의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그녀가 알려준 주소를 따라 낡은 상가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여기가 맞나?"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연식이 비슷해 보이는 오래된 상가들이 여러 채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시연이 말한 주소는 가장 낡아 보이는 상가였다.

건물 외관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균열이 생겨 있었다.


"뭐야. 엘리베이터도 없어?"


나는 한숨을 쉬며 5층까지 힘겹게 계단을 올라갔다.

드디어 5층에 도착하자 명함에서 봤던 '비정부헌터기구'라는 간판이 걸린 사무실이 보였다.


사무실 앞에는 커다란 덩치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서 있었다.

몸은 단단하고 큰 근육질이었고 엄청난 위압감을 뽐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디서 오셨죠?"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굉장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김시연씨를 만나러 왔는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떤 일로 오신 건가요?" 남자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때, 밖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김시연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 민혁씨. 오셨네요. 여기 앉으세요."


김시연이 반갑게 맞이했다.


"최민혁씨. 이분은 저희 비정부헌터기구의 부대표 김시준이라고 해요.

이쪽은 제가 말씀드린 최민혁씨."


나는 김시준에게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김시준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혹시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요즘 수상한 사람들이 자꾸 기웃거려서요."


김시준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김시연을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가운데에는 소파가 하나 있었고, 김시연의 책상은 엄청나게 많은 서류더미가 쌓여있었다.


"아. 죄송해요.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일단 소파에 앉아 계세요. 금방 갈게요."


김시연이 미안한 듯 말했다.


나는 손님용으로 되어있는 듯한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곧 김시연이 커피믹스 두 잔을 타와 하나를 건넸다.


"사무실에 별게 없죠?" 김시연은 민망한 듯 웃었다.


"아니요. 심플해 보이고 좋네요. 그나저나 다른 분들은 안 계시나요?"


"지금 시한 길드 건으로 다들 바빠서 사무실에 있는 분이 없네요.

피해자들도 모집하고 시한 길드 정보도 알아오고 있거든요. 원래 다 모이면 복작복작해요."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시연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가져온 서류와 볼펜을 꺼냈다.


"민혁씨. 일단 저희가 만난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래요?"

"네. 그게..."


나는 집에 돌아오고 나서 보험금 지급이 안된 것부터 CS 담당자 이현도와 다툼이 있었던 것까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 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김시연을 완전히 신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 힘은 숨겨야겠지?'


이현도를 쓰러뜨린 건 대충 근처에 있던 화분을 던지고 도망쳤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그렇군요. 그 날은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거에요.

CS 담당자랑 만나면 보통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나거든요."

"저도 뭐 그렇게 될 뻔하긴 했죠."

"진짜 다행이었어요."


김시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시한 금융이 그러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시한 길드가 국내 3위 길드로 올라간 뒤로 달라지기 시작했죠.

뭐 보험 약관으로 장난치는 건 옛날부터 그래왔지만 가장 달라진 것은 역시 고객응대죠."

"저도 소문으로는 듣기는 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시연은 커피믹스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시한 헌터 상해보험이 몇 개 안 되는 헌터 상해 보험사 중 가장 크고, 길드 단위로 가입하는 경우도 많아서 고객은 굉장히 많아요.

금융사로만 보면 현재 업계 1위일 겁니다."


어쩐지. 건물 입구부터 삐까번쩍하더라.


"그런데 그 많은 고객들 수에도 불구하고 컴플레인을 들어준 적이 1%도 안돼요."

"엄청 적네요..."


나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다 시한 길드에서 파견한 CS 담당자들 때문이죠."


그렇다면 컴플레인을 전달하지도 못한 99%의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그 숫자에 압도되었다.


"일단 저희가 민혁씨 같은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어요.

최대한 많이 모여서 단체로 목소리를 내야죠."

"글쎄요. 그걸로 될까요?"


나는 의문을 제기했다.

시한 길드는 국내 헌터 3위 길드.

단체로 목소리를 내는 것 가지고는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는 않았다.


"사실 작전이 하나 있어요.

그것만 성공해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일단 저희가 한 번 회사 앞에서 단체 시위를 하려는데 참석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단체 시위라.

사실 그런 거까지 할 시간은 없다.

지금은 복수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 마당이니.


'이건 일단 거절하자.'


나는 최대한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제가 좀 바빠서..."

"네? 하지만 민혁씨도 환급금 받으셔야 하잖아요!"


김시연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뭔가 나보다 더 화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단은 한 발 물러서야겠다.


"알았어요. 시간 되면 갈게요."


"네! 저희가 꼭 도와드릴게요.

단체 시위에 대해 정확한 날짜 나오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 날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바쁜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 거예요?"

"네?"

"저도 그렇고 다른 피해자들도 그렇고요."


그러고 보니 김시연과는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자원봉사자가 아닌 이상 김시연도 이렇게 하는 목적이 있을 터.


"혹시 시한 길드와 원한 관계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요... 다음에 기회 되면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저희를 믿어 달라는 말밖에 못 드리겠네요."


김시연은 약간 난처한 표정이었다.

뭐, 나도 더 이상은 캐묻지 않아야지.


"그러고 보니 민혁씨. 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에 온 진짜 목적을 잊고 있었다.


"네... 그게 시한 길드에서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지금 시한 길드 조사 중이라 이름만 말씀하시면 쉽게 찾을 거 같아요. 누구죠?"

"그게... 김현재라고..."

"잠시만요."


김시연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노트북으로 가서 뭔가를 열심히 찾더니 프린터에서 문서를 출력해 가지고 왔다.


"김현재. 시한길드 3년 차 헌터. 직업은 버퍼 계열이네요."

"와. 진짜 빠르네요? 어떻게 이렇게 바로..."

"음... 그건 영업비밀이에요."


김시연이 방긋 웃으며 출력물을 계속 보았다.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요?"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나는 김시연이 건넨 프린트를 넘겨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김시연은 출력물을 넘기지 않았다.


"민혁씨.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네? 그러면 시위에 참석하는 걸로..."

"아뇨. 그건 민혁씨 환급금 받기 위해 당연히 참석하는 거고요."

"아. 그런가요? 그러면 어느 걸로... 돈을 드려야 할까요?"


큰일났다.

돈은 지금 얼마 없는데...


"돈은 별로 필요 없고요. 혹시 저희가 프로필 넘겨 드리면 어떻게 할 건가요?"

"당연히 만나러 가야죠."

"이왕 만날 거면 시한 길드 본부에서 만나주세요."

"네... 그 정도야..."


시한 길드 본부에서 만나나 사우나에서 만나나 무슨 상관있으랴.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잠시만요."


김시연은 구석에 있는 케이지를 가지고 왔다.

케이지 안에는 주황색 카멜레온이 있었다.


"그리고 시한 길드 본부에 덱스를 풀어주세요."

"덱스요?"

"아! 얘 이름이요."


덱스는 크기나 외형은 카멜레온 같았지만 색이 주황색이었고 머리에 조그마한 뿔이 나 있었다.


"뭔가요? 귀엽게 생겼네요?"

"보그스 캘리라고 게이트에서 서식하는 몬스터에요. 투명 능력이 있는 게 특징이죠."

"대단하네요. 안녕 덱스야..."


나는 케이지 안의 덱스에게 인사했다.

덱스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아... 얘가 사람을 좀 가려서요."

"흠흠. 그래서 얘를 그냥 시한 길드에 풀어주기만 하면 되나요?"


나는 머쓱해서 화제를 돌렸다.


"네. 그럼 이 아이에게 내장된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그쪽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뭐라고? 김시연은 마이크랑 카메라로 시한 길드 내부 정보를 빼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일이 엄청 커질 수도 있다.

상대는 시한 길드. 국내 3위 길드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커질 수도 있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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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수상한 소녀 24.10.11 75 1 13쪽
15 탐욕 - 6 24.10.10 95 1 13쪽
14 탐욕 - 5 24.10.10 94 1 11쪽
13 탐욕 - 4 24.10.09 100 2 12쪽
12 탐욕 - 3 24.10.08 109 2 11쪽
11 탐욕 - 2 24.10.07 120 3 12쪽
» 탐욕 - 1 24.10.06 144 3 12쪽
9 괴물쥐 소탕 24.10.06 152 3 11쪽
8 헌터 상해보험 - 2 24.10.05 167 5 12쪽
7 헌터 상해보험 - 1 24.10.04 178 4 12쪽
6 복수의 시작 - 5 24.10.03 198 4 12쪽
5 복수의 시작 - 4 +1 24.10.02 192 4 13쪽
4 복수의 시작 - 3 24.10.01 196 6 13쪽
3 복수의 시작 - 2 24.10.01 225 5 11쪽
2 복수의 시작 - 1 24.10.01 289 6 12쪽
1 프롤로그 24.10.01 321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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