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힐러는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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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라시오
작품등록일 :
2024.10.01 23:24
최근연재일 :
2024.10.14 07:2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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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수 :
94,018

작성
24.10.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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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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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탐욕 - 2

DUMMY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김시연은 아련한 표정으로 케이지에서 덱스를 꺼내 쓰다듬었다.


"이게 아까 말한 작전이에요.

만약 걸리게 된다면 엄청난 법적 책임을 져야하죠."

"그런데 왜..."


내 목소리가 떨렸다.


"뭐 그 정도로 지금 안 좋은 상황인 거죠."


뭔가 김시연은 막다른 길에 있는 듯했다.

이거 어쩌지. 만약에 들키기라도 했다가는 나도 큰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만약 이걸로 시한 길드가 타격을 입게 되면 김현재에게 하는 복수 중 일부가 성공하는 것일지 몰라.

거기다가 이걸 거절하면 김현재의 정보도 못 얻게 되고.’


"네. 그 정도야 제가 해 드릴게요." 결국 나는 결심을 내렸다.


"거래 성립이네요." 김시연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덱스. 너만 믿을게."


김시연이 덱스를 어루만지자, 덱스가 기분 좋은 듯 김시연의 손에 얼굴을 부비었다. 그때였다.


"김시연... 또 다른 피해자가 찾아왔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김시준과 한 아줌마가 들어왔다.

아줌마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어서 앉으세요. 커피 믹스 드시나요?" 김시연이 다정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게이트에서 사망한 저희 아들 보험금을 못 받아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슬쩍 눈치를 보고 먼저 가겠다고 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 더 있다가는 내 마음도 무거워질 것 같았다.


"잘 부탁해 덱스."


내 말에 덱스는 고개를 외면하며 케이지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나는 덱스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거리로 나와 나는 바로 프린트에 적힌 김현재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뚜우···


통화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나는 프린트에 적힌 다른 정보들을 훑어 보았다.


‘나랑 동갑이었구나.’


딸깍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먼저 입을 연 것은 김현재였다.


"당신이 먼저 전화하다니. 제 번호는 어떻게 안 거죠?"


김현재의 말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발신자가 나라는 걸 당연하게 아는 눈치였다.


"그러는 너야말로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뭐. 그야 당신이 우리 회사에서 그렇게 난리를 피우고 갔으니까요?"


그런 거였군.

김현재와 접촉하기 위해 컴플레인을 걸던 게 효과는 있었나 보다.

내 계획이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는 생각에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맺혔다.


"그래. 내가 해지 환급금을 못 받아서. 네가 대신 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건 만나서 얘기하죠. 녹음되면 안 되는 대외비도 많아서요."


김현재는 통화녹음을 의식한 듯 말했다.

그래. 나도 복수에 대해 괜히 녹음되는 것이 싫긴 하다.

그리고 어차피 시한 길드 내에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좋아. 내가 시한 길드 본부로 갈게. 가서 자세히 얘기를 하자."

"좋아요. 자세한 날짜랑 시간은 내부 회의 후에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오늘 내로 알려드릴게요."


통화가 종료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곧 있을 김현재와의 만남, 그리고 시한 길드에 대한 정보 수집.


'김현재, 넌 아직도 날 모르는구나.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나는 이제 나약한 C랭크 힐러가 아니다.

김현재는 그걸 모르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김현재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현재와 만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통화가 끝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김현재에게 다음 날 바로 만나자는 문자가 왔다.

김현재도 오래 끌 필요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


"여기가 시한길드구나."


시한 길드는 여의도 시한 헌터상해보험 본부 근처에 있었다.

시한 헌터상해보험과 마찬가지로 으리으리하게 크고 멋있게 생긴 건물이었다.

나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꿀꺽."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팔 소매 안에 있는 덱스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덱스의 작은 몸이 내 팔에 살짝 닿았다.


"덱스, 잘 할 수 있지?"


덱스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덱스를 안 보이게 넣어놓고 시한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시한길드 안에 들어가자 선글라스를 낀 가드 둘이 입구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들의 위압적인 존재감이 나를 긴장시켰다.


"어떻게 오셨죠?" 그 중 하나가 팔짱을 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김현재씨 일로 왔는데요."


가드 한 명이 어딘가에다가 연락을 하는 듯했다.

잠시 후, 사실 확인을 한 듯 출입명부와 펜을 가지고 왔다.


"신분증 맡기시고 여기 성함이랑 이름 적으시면 됩니다."

"원래 이렇게 빡세게 검사 하나요?"

"네. 여기 있는 회사들 다 그래요."


나는 가드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자용 출입카드를 받았다.


"따라오시죠."


나는 출입구에 설치된 출입 기록기에 방문자용 카드를 찍고 가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보안이 진짜 빡세구나.'


그러니 김시연이 나한테 이런 일을 부탁한 거겠지.

이정도 보안이면 몰래 침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나는 가드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가드는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나는 계속 곁눈질을 하며 소매를 슬쩍 열었다.

그러자 투명해진 덱스가 내 소매에서 슬금슬금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금방 덱스의 기척이 사라졌다.


'일단 미션은 성공했고.'


김시연과의 거래는 이걸로 끝.

이제 남은 것은 나의 복수였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아무 일 없던 척하며 가드를 따라 들어갔다.

곧이어 내린 곳은 12층.


"여기입니다. 그럼."


가드는 나를 소회의실이라는 곳에 데려다 주었다.


"여기라고?"


나는 12층의 소회의실이라는 곳을 보자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곳과는 달리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조그마한 방이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안에는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뭐야. 이게...'


내가 밖에서 쭈뼛쭈뼛 서 있자 회의실에 있던 사람이 나를 보고 나왔다.


"어? 다음 시간 분 오셨나 보네. 2시부터 3시 이용자 맞으시죠?"

"네?? 네... 2시에 오라고는 했는데..."

"아. 맞나 보네. 잠시만요 저희 회의가 늦게 끝났어가지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나갔다.

나는 텅 빈 회의실에 홀로 앉았다.


'뭐지?'


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이곳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어두침침한 비밀방에서 있는 비밀회담을 생각했건만.

고성과 삿대질, 욕설이 오가며 설전을 벌이다가 마지막에 내가 복수하는 그림을 생각했던 것이다.


"뭐. 이리 개방된 곳을..."


여기는 애당초 벽이 유리로 되어있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였다.

다가 아까 밖에 있을 때도 안에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마저 좋지 않았다.


'뭐 아무것도 못할 것 같네.'


내가 고심에 빠져 있을 때, 노트북을 든 김현재가 들어왔다.


"아. 일찍 오셨네요."


김현재는 멀끔한 정장차림이었다.

그때와 같은 점은 역시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는 것.

갑자기 나를 배신하던 김현재가 떠올라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폈다.


"낯빛이 좋아졌네.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나 봐?"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 A랭크 버퍼가 되었거든요. 아시죠? 국내에 A랭크 이상 되는 버퍼는 몇 명 없다는 것을."


그렇다. 국내에는 S랭크 버퍼조차도 없고 A랭크 버퍼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아마 덕분에 김현재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겠지.


"그나저나 어떻게 살아남으신 거죠? 분명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김현재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묻어났다.


"어. 억울해서 나 혼자 곱게 못 죽겠어서!"


나는 순간 울컥해서 책상을 주먹으로 쾅 쳤다.

그러자 큰 소리에 놀란 회의실 밖 길드원들 몇 명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여기 너무 개방되어 있지 않아?"


나는 너무 이목이 집중되자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뭐. 오래 안 있을 건데요. 한 시간밖에 예약 안 했으니까요."

"뭐? 한 시간?"

"네. 바로 본론으로 갈까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공대원들의 배신으로 나는 죽을 뻔했다.

진짜 운이 좋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저 사무적인 태도는 무엇인가?

김현재는 그저 외부 업체와 미팅을 하는 듯한 사무적인 태도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장소며 태도며 모든 것 하나 진지하지 않은 듯했다.


"지금 내가 장난하러 온 거 같아? 난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이고 싶다고."


내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네요."


김현재는 헛웃음을 지었다.


"죽여보세요."

"뭐?"

"죽일 수 있으면 죽이라고요."


김현재는 뿔테 안경 너머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이 차가웠다.


"뭐라고?"


무시하는 건가?

나는 더 이상 예전의 C랭크 힐러가 아니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 완드를 꼭 쥐었다.


"하지만 저라면 안 그럴 겁니다."

"어째서?"


나는 완드를 쥔 손에 힘을 너무 준 나머지 부들거렸다.


"그야. 손해니까요."

"뭐? 손해?"


예상치 못한 발언에 손의 힘이 풀렸다.


"아주 만약에 당신이 나에게 복수를 성공한다고 합시다.

저한테 상해를 입히거나 아주 만약에 저를 살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거죠?"


그 다음?

거기까지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막연히 복수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여기는 아까 보셨다시피 시한 길드원으로 가득 찬 건물 내부에요. 도주는 불가능하죠. 잡히면 그다음엔 법적 책임까지는 지게 될 거고요."

"하지만 너희도 살인미수잖아. 날 죽이려고 했다고!"

"최민혁씨. 게이트 내부는 치외법권이에요."


게이트는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만큼 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처벌받기가 힘들다.


"당신은 거기서 있었던 일을 증명할 수도 없고, 증명한다 쳐도 저희는 아무 죄가 없어요."


김현재는 담담하게 말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들의 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증명할 수도 없었고.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것보다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죠."

"최소한 나한테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사과요?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뭘 사과를 하죠? 감사라면 할 수 있습니다."


잘못한 게 없다고?

설사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도리가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감사라니.


"저는 A랭크 버퍼가 되었죠. 그 덕분에 이번에 큰 프로젝트 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저는 그때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전혀 잘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저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닥쳐!"


나는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완드를 겨눴다.

그러나 김현재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큰 소리에 놀란 시한 길드의 길드원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A랭크, B랭크로 되어 보이는 헌터들이 최소 10명은 넘게 보고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잠시 의견 충돌이 있어서요."


김현재가 양손을 들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자헌터들은 다시 나갔다.

몇 명은 미심쩍다는 듯 유리 너머로 슬쩍슬쩍 보았다.


"보셨죠? 큰 소리 피워서 좋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쳇."


나는 의자에 쾅 앉았다.

김현재의 말은 사실이다.

사실 버퍼인 김현재를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다.

복수의 대상은 김현재뿐만이 아니었다.

신중하게 행동할 수 밖에.


'역시 길드 밖에서 만나자고 할 걸 그랬나?'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그때, 김현재는 옅은 미소와 함께 서류철을 내밀었다.


"뭐야? 이건?"

"복수보다 당신한테 더 필요한 거요."


나는 서류철을 보았다.


“이건..?”


나는 놀라서 다시 김현재를 쳐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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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탐욕 - 3 24.10.08 109 2 11쪽
» 탐욕 - 2 24.10.07 120 3 12쪽
10 탐욕 - 1 24.10.06 143 3 12쪽
9 괴물쥐 소탕 24.10.06 152 3 11쪽
8 헌터 상해보험 - 2 24.10.05 167 5 12쪽
7 헌터 상해보험 - 1 24.10.04 178 4 12쪽
6 복수의 시작 - 5 24.10.03 198 4 12쪽
5 복수의 시작 - 4 +1 24.10.02 192 4 13쪽
4 복수의 시작 - 3 24.10.01 196 6 13쪽
3 복수의 시작 - 2 24.10.01 224 5 11쪽
2 복수의 시작 - 1 24.10.01 289 6 12쪽
1 프롤로그 24.10.01 321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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