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의 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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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신너
작품등록일 :
2024.10.02 00:38
최근연재일 :
2024.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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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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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5. 인형사 (4)

DUMMY




ep 05. 인형사 (4)



"신입, 이렇게 하도록 하지요. 어차피 저들에겐 제가 안 보이고 말을 해도 안 들릴테니 제가 하는 말, 제가 하는 질문을 대신 전달하여 주십시오. 허나, 저와 신입이 대화를 하게 되면 저쪽 입장에선 허공에 혼잣말을 하는 멍청이로 보일테니, 제 말에 긍정이면 엄지 손가락을 한번, 부정이면 엄지 손가락을 두번 구부리면 됩니다. 조금은 덜 멍청해 보이도록 노력합시다."


세세한 지시... 듣는 쪽에선 이해하기 편해서 좋은데,

이거, 영 기분이 이상하네.


"알아 들었나요."


명부는 여전히 동그랗게 말아져 있었기에,

나는 급하게 엄지 손가락을 한번 굽혔다.


"그래서."


닷치는 허리에 찼던 칼 2자루를 풀어 벽에 기대어 놓고,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쟤들 이름이 분명 이타콰와 크투가였지? 루이스 수녀님이 지은 이름이다. 제작 요청은 이온이 했고.


단 한사람만을 위해 특별히 제조한 수제품.


연방국의 강철과 본국의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특수 제작품.


고급스런 정성이 흘러 넘친다.


정작 사용자에겐 그저 수많은 칼 중 하나겠지만. 손에 좀 더 잘 맞는 칼이겠지만.

오빠에게 칼을 선물하는 여동생이라니, 내 주변엔 으스스하고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너무 라고 할 정도로 많다.


그나저나 대낮에 저렇게 칼을 들고 다녀도 괜찮은가? 찬 대장님이 여길 자주 들락거리니 거리에 있는 병사들 입장에선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하겠지?


"뭐가 궁금하다고?"


닷치의 보채는 말투에 감찰관님은 나를 보며 말했다.


"저분에게 질문하여 주십시오."


엄지 손가락을 한번 굽혔다.


"최근 주변에서 다시 살아난 사람이 있는지."

"읍!"


짧게 뱉은 신음소리, 닷치의 얼굴엔 물음표가 떠올랐다.


"왜 그래? 물이라도 줘?"

"아니, 아니, 아니. 갑자기 속이 느끼해서. 물 먹었다간 채할거야."

"식당까지 와서 할 소리냐."


닷치는 싱겁게 웃었다.

그나저나 다시 살아난 사람이라니, 단어 그대로 부활 아닌가? 그런게 있을리가.


"저기... 그..."


말이 입 안에서 맴돌며 좀처럼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되살아난 사람을 본 적이 없냐니, 이런 해괴망측한 질문이 어디있담.

도저히 주변 상황을 물어볼 염두가 나지 않았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비논리 덩어리였다.


아니?

그치만?

그렇게 따지면 저승사자라는 존재는 언제부터 논리적이었나?

내 옆에 서 있는 저승사자는 지금까지 논리적이었기에 존재했나? 그건 아니지 않는가.


심령 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종교의 발현이라 여겨져도 좋다.

여기에 있으면 믿지 않을 수 없다. 못 믿을 것도 없다.


보이니까.

이것보다 명확한 증명은 없다.


문제는,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한 문제는,

기이하기 때문에, 기이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저승에서는 감찰관을 보내서까지 확인하려 한 거다.

굳이 이승까지 찾아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찰관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다.


왜냐하면,


이상하니까.


이상하지 않은 걸 굳이 찾으러 다니며 물어보고 확인하며 시간을 허비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잘 없다.


있기는 있겠지.

없지는 않겠지.


하지만 감찰관님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러니.


이상하지만,

이상하다고 여기면 안 된다.

이상하다고 거부감이 들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상하다' 가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았으면 모든 일은 시작되지 않았다.

소체와의 만남도... 역시 그러했다.


"닷치, 웃지 말고 잘 들어봐. 내가 지금 찾고 있는게 있거든."

"뭐길래 그렇게 뜸을 들여. 빨리 말해. 나 장사하려면 슬슬 재료 다듬어야 하니까."

"혹시 사람이 다시 살아난 걸 본 적 있어? 아님 들어봤거나."


힐끔 힐끔 주방을 보던 닷치의 시선이 내게로 고정됐다.

장난하냐, 라는 눈이었다.


"아침밥을 차갑게 먹었어? 그런 얘기하려고 여기까지 걸어 왔냐. 농담에 정성이 지나친데?"

"웃지 말고."

"안 웃게 생겼냐? 재밌어서 웃는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진지하게 헛소리하는 건 찬 나리랑 흰 도마뱀으로 그쳤으면 좋겠는데, 너도 물들었어? 제발 좀 살려주라."


어지간히 질린다는 손짓.


"정말 없어? 되살아난 사람?"

"그런게 있으면 나한테 소개 시켜주라. 나 같은 사람에겐 요긴하겠네. 밥 먹고 사람 썰기 바빴을 때, 나한테 숨 끊어진 놈들 중 여태껏 다시 걸어서 찾아오는 놈은 없었거든? 되살아나는 신통하고 기묘한 방법이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랑 말 나눌 여유도 없이 죽였던 놈들을 썰고 또 썰고 있었겠지. 숨 쉴 틈도 없이 쏟아져 들이닥칠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네. 식재료나 썰면서 너랑 농담이나 나눌 여유는 있어서."


그 놈들, 혹시 되살아났는데 바다 건너와서 날 못 찾는거 아냐? 헛 참, 이라며 비웃음 섞인 한숨을 뱉는 닷치.

그 말을 듣던 이온이 천 가방에서 음식 재료들을 꺼내다 말고 우리 말에 끼어들었다.


"그러고보니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있어요, 심부름꾼 오라버니."

"어떤 이야기?"


금새 닷치 옆자리에 앉은 이온.


"남문 쪽에서 오신 분들께 들었는데, 어두컴컴한 밤중에 산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을 봤다고 하더라구요."

"응? 그다지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아?"


오히려 평범한 느낌?

급하게 서두르려면 낮이든 밤이든 시간이 대수랴. 나도 야밤에 산을 넘은 기억이 있다.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사냥꾼들이 얘기하더라구요. 풀숲이 움직이길래 짐승인가 싶어 총을 쐈다. 그런데 사람이더라. 사람이 총을 맞고 옆으로 쓰러지더라. 놀라서 달려갔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더니 반대 방향으로 줄행랑을 쳐서 결국 놓쳤다, 라고."

"빗겨 맞았겠지. 아님 실제로는 못 맞췄거나. 그 놈은 뭔가가 구려서 도망갔을거고."

"총을 맞고 쓰러졌다니깐요, 소이치로 오라버니."


나도 닷치의 의견에 한표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상할 것도 없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오인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고, 총을 맞췄다고 착각을 했을 수도 있다.

사냥감으로 오인 받은 사람은 놀라서 도망갔을거고. 사냥꾼을 산적으로 오인했겠지.


깊은 밤에 산을 넘으려면 위험 요소가 많다.

모두 감안을 한 발걸음이 아니었을까?


혼자서 납득하는 사이, 감찰관님이 내 어깨를 잡았다.


"저자들이 말하는 남문으로 갑시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현 상황에선 생각을 할 재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재료를 구하러 가지요."


나는 엄지 손가락을 한번 굽혔다.


"이온."

"네, 심부름꾼 오라버니."

"아까 말했던 사냥꾼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지?"

"며칠 됐으니, 아마 다른 마을로 넘어갔을 거에요. 여긴 잡을게 없다고 투덜거리더라구요."

"그래? 남문 방향에 있는 산이라고 했지?"

"네, 맞아요."


나는 닷치와 이온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닷치는 싱거운 놈이라고 했고, 이온은 나가는 문 앞까지 와서 배웅해줬다.


다시,

둘이서 걷는 모양새가 됐다.


감찰관님과 나.


시장통을 벗어나 인적이 드물어질 시점에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서는 허공에 혼잣말을 하는 나를 멍청이라 부를 사람은 없었다.


"감찰관님."

"듣고 있습니다."


뒷짐을 쥐며 묵묵하게 걷는 감찰관님.

드문 드문 안경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되살아난 사람은 왜 찾으시나요?"


이상한 질문.

기이한 현상.


하지만,

나는 저승은 커녕 저승사자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사람은 되살아나선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이치를 거스르는 일.

그래서는 안 되는 일.


되지도 않은 소리다.

하지만 저승에서는 되살아난 사람을 찾고 있다.


분명, 그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으리라.


"앞서 언급한대로."


감찰관님은 안경을 바로 잡으며 말했다.


"한 사람당 명부는 2권이라고 하였지요."

"원본과 사본."

"좋습니다. 잘 기억하고 있군요. 하지만 그건 판결을 받기 전 이승 사람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판결을 받기 전... 인가요?"

"그렇죠. 아직 판결을 받지 않은 이승 사람은 명부가 2권. 원본은 염라청에서 보관하고 있고, 사본은 저승사자가 이승으로 들고 가죠. 여기까진 이해 되었습니까?"

"네."


염라청.

수백, 수천, 수억의 명부들.

이를 관리하는 사서도 수백, 수천, 수만, 수억.


"저승으로 도달하여 판결을 받은 이승 사람은 본인이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됩니다. 판결에 따라서. 이때 사본은 폐기되고, 원본만 남게 되지요. 즉, 판결을 받은 이승 사람은 명부가 1권이 된다. 이해 했습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이승에 살아 있을 때부터 죽고난 뒤,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명부가 2권, 판결을 받은 이후는 사본이 폐기되어 1권. 명부가 1권이란 뜻은 판결을 받은 이승 사람이란 뜻이군요."

"옳습니다."


박수를 쳐주지는 않았지만,

감찰관님은 나름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뭐가 이상한가요?"

"저승에서 판결을 받은 이승 사람의 숫자와 염라청에서 보관하고 있는 명부의 숫자가 최근들어 맞질 않고 있습니다. 명부가 더 많지요. 여기서 말하는 명부는 사본이 폐기되어 원본만 남아있는 명부를 얘기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그래요. 사람이 모자랍니다. 저는 그 이유를 찾으러 왔습니다. 가능하다면 해결까지."


남문에서 시작해서 남동쪽으로 길게 뻗은 산맥.


그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저 멀리 검붉은색의 한복을 입은,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손을 크게 흔들며 나를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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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p 08. 이름 없는 이들 (6) -시즌1 종료- 24.11.23 11 0 12쪽
55 ep 08. 이름 없는 이들 (5) 24.11.22 9 0 10쪽
54 ep 08. 이름 없는 이들 (4) 24.11.21 9 0 9쪽
53 ep 08. 이름 없는 이들 (3) 24.11.20 13 0 10쪽
52 ep 08. 이름 없는 이들 (2) 24.11.19 10 0 11쪽
51 ep 08. 이름 없는 이들 (1) 24.11.18 12 0 10쪽
50 ep 07. 꼬리 아홉개 (7) 24.11.17 12 0 10쪽
49 ep 07. 꼬리 아홉개 (6) 24.11.16 12 0 10쪽
48 ep 07. 꼬리 아홉개 (5) 24.11.15 12 0 10쪽
47 ep 07. 꼬리 아홉개 (4) 24.11.14 14 0 10쪽
46 ep 07. 꼬리 아홉개 (3) 24.11.13 15 0 11쪽
45 ep 07. 꼬리 아홉개 (2) 24.11.12 16 0 9쪽
44 ep 07. 꼬리 아홉개 (1) 24.11.11 17 0 10쪽
43 ep 06. 풀 밟는 남자 (9) 24.11.10 20 0 11쪽
42 ep 06. 풀 밟는 남자 (8) 24.11.09 17 0 10쪽
41 ep 06. 풀 밟는 남자 (7) 24.11.08 16 0 10쪽
40 ep 06. 풀 밟는 남자 (6) 24.11.07 17 0 10쪽
39 ep 06. 풀 밟는 남자 (5) 24.11.06 19 0 10쪽
38 ep 06. 풀 밟는 남자 (4) 24.11.05 17 0 10쪽
37 ep 06. 풀 밟는 남자 (3) 24.11.04 16 0 10쪽
36 ep 06. 풀 밟는 남자 (2) 24.11.03 18 0 10쪽
35 ep 06. 풀 밟는 남자 (1) 24.11.02 20 0 10쪽
34 ep 05. 인형사 (9) 24.11.01 20 0 11쪽
33 ep 05. 인형사 (8) 24.10.31 23 0 11쪽
32 ep 05. 인형사 (7) 24.10.30 23 0 11쪽
31 ep 05. 인형사 (6) 24.10.29 22 0 10쪽
30 ep 05. 인형사 (5) 24.10.28 27 0 9쪽
» ep 05. 인형사 (4) 24.10.27 28 0 10쪽
28 ep 05. 인형사 (3) 24.10.26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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