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의 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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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신너
작품등록일 :
2024.10.0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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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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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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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7. 꼬리 아홉개 (6)

DUMMY




ep 07. 꼬리 아홉개 (6)



"먼길을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의상이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멀군요. 덕분에 엉덩이가 얼얼해서 정말이지 쪼개지는 줄 알았습니다."

"엉덩이가 쪼개져있지 않다면 사람이 아니지요."


도호부 관아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북서쪽 주둔지.

오히려 여기서는 관아보다 항구가 더 가까웠다.


물론, 권 대부를 만나뵙고자 요청한 건 가토 특사였으나...


이런 외딴 곳으로 자신을 부른 권 대부를,

가토 특사는 내심 언짢게 생각했다.


가토 특사는 지금껏 살아오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자화자찬의 범주가 아닌,

남들과 다르게 본인 주변에 놓여진 이해관계 파악에 소질이 있었고, 거기서 비롯되는 이해득실을 활용함에 꺼리낌이 없었다.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데 따른 거부감이,

가토 특사에겐 없었다.


유일한 그의 장점은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에 적합.

물론, 바로잡히는 사회 질서의 기준은 항상 자신에게, 자신이 속한 무리에게 유리한 방향이었다.


유리한 무리가 있다면 불리한 무리도 있다.


가토 특사는 언제나 유리한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는 뼛속까지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허나, 출신의 한계와 잡을 수 있는 연줄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신물이 난 가토 특사는 연줄을 기다리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스스로 연줄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주로 타국으로.

본국이 아닌 중화국으로.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여 중화국에 이득을 조공하고, 손해되는 부분은 아랫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하여금 메꿔가도록 하였다.


부하들이 망가지든, 관리하는 지역이 망가지든 무슨 문제랴?


어차피 자신이 있을 때까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문제없다.


문제가 생길 때 쯤이면 나는 이 자리에 없으리라.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의 책임을 촉구받는건 후임자의 일이다.


나는 단물만 빨아먹으면 된다.


가토 특사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도 주효했다.


높은 성과는 가토 특사가 가져가고,

황폐해진 땅과 주민은 후임자에게 떠넘겨졌다.


후임자는 자신의 자질과 가치관, 능력이 의심받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전임자를 탓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눈물을 쏟으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꾸준했던 조공 덕분에,

중화국으로부터 기대되는 성과와 입김으로 특사 자리에 오른 가토.


지금껏 살아오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던 그는,

이 먼길을 오게 한... 기껏해야 대단할 것 없는 지방의 관리직에게 섭섭하고 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허나, 사절이라 하면 그 나라를 대표하여 타국으로 파견되는 인물.

본국의 대표나 마찬가지인 자신이 지방 관리직의 소소한 무례에 일일이 성질내며 대응하는 행동은 부적절하다 판단하여 억지로나마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그 전에 알아봐야 할 것도 있고... 그러기엔 앞에 있는 이 자의 영향력이 유효하니, 지금은 작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너그럽고 대범한 자신을 드러내어 상대를 감화시키자.


가토 특사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낯빛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으십니다, 권 대부님."

"잠을 제대로 못 자서요. 나랏일만 생각하면 근심걱정이 앞섭니다."


가토 특사는 권 대부가 권한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천막.

오늘 아침에 쳤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하여 세월의 흔적이 없다.


"걱정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아편이 흘러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편이요?"


중화국 관리의 의향으로 중화국에서 제작한 아편을 본국으로 유통한 경험이 있는 가토 특사였으나, 이 자리에서는 짐짓 모른척 하였다.

드러내어 좋을 것이 없다 판단한 행동이었다.


"양귀비 열매에서 추출하지요. 보통 진통제나 마취제 용도로 소량 허용하기는 했으나 습관성 중독이 강하여 약제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법으로 금하여 이를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듯 합니다."

"문제는 중화국에서 들어오는 아편인데..."


가토 특사는 여전히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표정.


"이게 우리나라를 거쳐 본국으로 이동되는 모양입니다. 유통 거점이 되버린게 아닌가, 그게 걱정입니다."

"그렇군요."

"이동 과정도 문제입니다. 도중에 일부 유출되어, 약용이 아닌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첩보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권 대부님 말씀으로는... 이동 과정에서 유출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말씀인지요."

"그것도 아니될 말이지요. 엄격히 금해야 할 일입니다."

"뭐, 들키지 않으면 죄가 아니지요."

"특사님의 말씀엔 동의합니다. 모두 부지런하지 못 한 나랏님 탓이지요."


권 대부는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를 가토 특사에게 밀면서 권했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제가 출출하여 만들어 달라고 한 주먹밥입니다. 특사님도 함께 어떠십니까?"


가토 특사는 사양했다.


"굶어 죽더라도 신분이 낮은 음식은 먹지 않는 주의라..."

"그렇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시군요. 뭐, 그건 그렇고..."


허리가 앞으로 기운다.


"예의 그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예의 그 건이 무슨 건인지요? 무수히 많은 업무들이 산적해 있어 어떤 건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구에서 절 노렸던 시정잡배들을 얘기하는 겁니다."

"아, 그 말씀이셨군요."


권 대부는 이제서야 생각났다는듯이 행동했으나,

행동이 다소 어색했기에 이 모두가 연기임을 가토가 눈치채는데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나 이 어색한 연기 역시 권 대부의 노림수였다면 사람들은 믿어줄까?


머리 좋은 사람들의 심리적 다툼은 극을 달하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의금부가 잠시 빈 틈을 타서 도망갔다고 들었습니다."

"도망을 갔다니요! 잡을 수는 있겠습니까?"

"글쎄요. 워낙에 날쎈자들이라, 저희도 동분서주하고는 있으나 장담은 못 드리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의금부가 비었단 말입니까."

"여기는 항구가 크다 보니 워낙에 오가는 분들이 많아 이런저런 일들이 터지는 곳이라서요. 목숨이 노려지는 일은 사사롭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탈출한 그놈들이 다시 저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특사님 곁에는 든든한 호위 무사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항구에서도 멋진 칼솜씨를 선보였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가토 특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칼솜씨라니요!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모두 특사인 저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당신네들 땅이 아니야."


권 대부는 묵묵히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가토 특사는 들어오지 않았다.


"똑바로 판단하세요, 특사님. 본국의 관리가 본국의 암살자들에게 목이 노려진 사건입니다. 사상자가 다수 나왔으나 그 대부분은 우리 백성, 장소 역시 우리네 땅. 당신네 나라에서 터졌어야 했고 해결했어야 됐을 일을 여기까지 가져온 건 당신들이야. 그쪽에서 해결했었어야지. 때문에 어질러진 원한은 우리 백성의 피로 씻었어. 당신이 입은 피해, 앞으로 입을 피해는 내 관심이 아니야.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총탄에 뚫리고 칼을 맞은 우리 백성들이지.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와 섭섭하지 않을 보상에 대해 지금부터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 특사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본국과 중화국에서 권 대부님의 무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권 대부의 눈에,

가토 특사는 들어오지 않았다.


"본국의 대사와 중화국의 대사와는 늦은 오후에 우리 관아에서 보기로 하였소. 방금 했던 아편 이야기를 좀 상세히 해볼까 해서... 유통하는 자도 분명 있을 것이고, 보통 역사적으로도 이런 일을 벌려서 이득을 얻는 자가 범인이기는 하지. 나라의 녹을 먹는 자가 부지런하지 못하여 사고가 터졌으니, 지금보다 더 부지런해보려고 합니다."

"......"

"나랏일만 생각하면 근심걱정이 앞섭니다. 여기에 특사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원한까지 제 머릿속에 넣어두고 싶지는 않군요. 자리가 부족해서."

"......"

"먼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테니, 우리네 땅에서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대책과 보상안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지요."


더이상 하실 말씀이 없다면 그만 가시라는 뜻입니다, 라는 권 대부의 말을 끝으로,

대부와 특사 간의 비공식 회담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가토 특사가 얼굴을 붉히며 박차고 나간 자리.


권 대부는 앉은 의자에서 흘러내리듯 크게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아직 심부름꾼을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

짧게 전해들은 바로는 그 청년... 효우는 무사히 도망쳤다고 한다.

새하얗게 차려입은 여인에게 멱살잡혀 끌려가다시피 도망쳤다고 한다.


"다행이다."


천막을 걷고 주둔지로 나와 잠시 걷는다.


해는 중천.

이제 곧 식사 시간인지, 배식대가 분주하다.


"오늘 식단은 뭐지?"

"안녕하십니까! 권 대부님!"

"...귀 아프니까 식단만 얘기하거라."

"넵! 보리밥과 무국, 산나물로 만든 부침개입니다!"

"거기에 고기를 2종류 얹어서 여기있는 모두에게 만들어 주거라. 고기값은 내가 내겠다."


좋지 않은 사람이 내게 들러붙지 않도록 좋은 기억으로 털어내야지.


권 대부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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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p 08. 이름 없는 이들 (6) -시즌1 종료- 24.11.23 11 0 12쪽
55 ep 08. 이름 없는 이들 (5) 24.11.22 8 0 10쪽
54 ep 08. 이름 없는 이들 (4) 24.11.21 9 0 9쪽
53 ep 08. 이름 없는 이들 (3) 24.11.20 13 0 10쪽
52 ep 08. 이름 없는 이들 (2) 24.11.19 10 0 11쪽
51 ep 08. 이름 없는 이들 (1) 24.11.18 12 0 10쪽
50 ep 07. 꼬리 아홉개 (7) 24.11.17 12 0 10쪽
» ep 07. 꼬리 아홉개 (6) 24.11.16 12 0 10쪽
48 ep 07. 꼬리 아홉개 (5) 24.11.15 12 0 10쪽
47 ep 07. 꼬리 아홉개 (4) 24.11.14 14 0 10쪽
46 ep 07. 꼬리 아홉개 (3) 24.11.13 15 0 11쪽
45 ep 07. 꼬리 아홉개 (2) 24.11.12 16 0 9쪽
44 ep 07. 꼬리 아홉개 (1) 24.11.11 17 0 10쪽
43 ep 06. 풀 밟는 남자 (9) 24.11.10 19 0 11쪽
42 ep 06. 풀 밟는 남자 (8) 24.11.09 17 0 10쪽
41 ep 06. 풀 밟는 남자 (7) 24.11.08 16 0 10쪽
40 ep 06. 풀 밟는 남자 (6) 24.11.07 17 0 10쪽
39 ep 06. 풀 밟는 남자 (5) 24.11.06 19 0 10쪽
38 ep 06. 풀 밟는 남자 (4) 24.11.05 17 0 10쪽
37 ep 06. 풀 밟는 남자 (3) 24.11.04 16 0 10쪽
36 ep 06. 풀 밟는 남자 (2) 24.11.03 17 0 10쪽
35 ep 06. 풀 밟는 남자 (1) 24.11.02 20 0 10쪽
34 ep 05. 인형사 (9) 24.11.01 20 0 11쪽
33 ep 05. 인형사 (8) 24.10.31 22 0 11쪽
32 ep 05. 인형사 (7) 24.10.30 23 0 11쪽
31 ep 05. 인형사 (6) 24.10.29 22 0 10쪽
30 ep 05. 인형사 (5) 24.10.28 26 0 9쪽
29 ep 05. 인형사 (4) 24.10.27 27 0 10쪽
28 ep 05. 인형사 (3) 24.10.26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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