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우리는 정부를 뒤집어

개막식 3일차 밤
“예니스 손목은 괜찮아?”
“뭐 괜찮긴 한데, 내일은 병말고 가벼운 캔을 들어야겠어”
아직도 예니스의 손목은 빨갛게 부어올라있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서 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일은 쉬는게 어때?”
“안되지 안돼, 주인공 역을 뺏길 순 없잖아?”
“지금 여기 있는 누구한테 물어봐도 분명 내일 나온다고 할 거야”
“자기 일은 자기가 끝내야지”
“컨디션이 조금 나쁘다고 남한테 자기 일을 맡기는 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야”
이런다고 해서 돈을 더 주지도, 승진을 시켜주지도 않는데
단지 자기 일이라는 것 그것 하나뿐인가
예니스의 결심은 확고하다, 리페를 포함한 나머지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말이 나올거다
바보같고 유치하고 술이나 마셔대는 호스트/호스티스지만
그들이 가진 신념만큼은 두 말할 필요없이 진짜다
“내일 보자구 회장 대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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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4일차’
「Make Us Happy 테마파크 개막식」 4일차의 모습은 이전 회차하고는 사뭇 달라졌다
전날까지는 30명의 직원이 한 부스를 맡았다면, 이젠 두 명의 직원이 담당한다
“죽 쒀서 남 줄 수는 없지, 오늘은 우리가 있을게”
“흐응~ 어제 그렇게 우릴 환영했던 게 누구였더라?”
“이젠 충분히 쉬었어, 고맙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개막 전 처음 담당했던 직원들과, 3일차 점심에 바뀐 직원들 간에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인스씨 누가 들어가야겠어요?”
“사장님 기껏 우리 불러놓고 땜빵으로만 쓰기에요?”
뭐 해답은 당연하지 않나?
“모두 들어가”
그렇게 해서 임시 동맹 체결
한 부스에 두 직원이 들어가고, 같이 협동해서 손님을 접대한다
손님들의 반응은 가히 폭팔적으로
어느 한 쪽을 뺄 수 없어 급조한 기획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이게 나름 우리가 신경쓴 이벤트로 보여진것 같다
그 결과
[Make Us Happy 개막 4일차 대기인원 추산 30만명]
[KIDEX 역대급 방문객수 갱신]
3일간의 입소문을 탄 데다 마지막 날 특별 이벤트를 한다고 기사가 나버려
KIDEX 개청이래 가장 많은 방문객수를 실시간으로 갱신하고 있다
“한 잔 드리겠습니다, 손님”
더욱 더 다양해진 테마
방문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그러던 중 아이와 함께 온 한 가족 손님이 묘기를 보며
“우어 저도 나중에 아저씨처럼 될 거에요”
“하하 난 아저씨가 아니야, 그리고... 먼저 부모님 허락을 맡아야지”
옆에서 아이의 장래희망을 듣는 나도 눈치가 좀 보였지만
“그래~, 이런 호스트라면 나쁘지 않을수도 있겠어”
“와아 신난다! 저한테도 가르쳐주세요!!”
정말 눈물이 절로 나는 순간이다
이 한 마디를 듣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겪고
얼마나 많은 핍박을 받았는가
버윈 회장이 이 말을 들었다면 기뻐서 쓰러졌을거라고 확신한다
“고마워 다들”
눈코뜰새없이 바쁜 상황탓에 지금 내가 직원들에게 해줄수 있는 건 없지만
반드시 보답하겠어
‘개막식 4일차 17:00’
이제 개막식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내일은 마지막날로 내 연설만을 할 뿐
실질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방문객 한 사람도 오늘의 기억을 놓치기 싫은 듯
좀체 나가려 하지 않고 있다
‘개막식 4일차 20:00’
마지막으로 바닥에 누워 돌아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일으켜 보낸 후
드디어 모든 접대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하아”
“털썩”
직원들은 너나할거없이 자리에 주저앉는다
다들 목, 손목, 어깨 몸 하나 어디 성한 곳이 없다
“사장님, 어때요 이 정도면?”
“완벽했어, 미네 옷이 다 해진거 아니야? 괜찮아?”
코스프레 의상 부스를 연 미네의 전시옷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입은 탓인지 잔뜩 해져있다
“당연하죠, 옷이 이렇게 쓰였다면 저로서는 최고의 행복이에요”
미네는 앉은 채 밝은 미소를 내보인다
“어때 인스, 4일간의 개막식을 평가하자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해”
“하핫”
모두가 고생했지만 그래도 가장 애써준 건 예니스지
수없이 고마움을 표해도 모자를거야
예니스, 리페, 해나, 미네, 그리고 직원 모두
정말 고마워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힘드시더라도 내일 마무리 연설까지만 참석 부탁드립니다”
“편한 복장으로 오셔도 괜찮습니다”
“후우”
“그래도 나름 회장님 대행 역을 수행하긴 하시네요”
말투는 여전히 쌀쌀맞지만, 날 다시 봤다는 듯
해나 역시도 날 보며 웃는다
정말 힘든 싸움이였어! 힘이 정말 팍팍 나네
나의 고생쯤이야 저 미소 한 번이면 모두 오케이다
좋아, 내일까지 힘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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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5일차 10:00’
나의 마무리 연설시간
평일인데다, 어떤 행사조차 준비되어있지 않고
오직 내가 단상에 서서 말 할 뿐인 날
그럼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주었다
물론 4일차까지 인원보단 적긴 하지만
지금까지 직원들이 애써주었다면
오늘은 내 몫이다
그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겠어
“우리 Make Us Happy 사의 목표는 오직 하나입니다”
“손님의 행복”
“우리는 어떤 다른 모종에 이유가 있어서, 이 일을 하는게 아닙니다”
“그저 손님들이 저희 가게에서 보낸 시간이 즐겁고”
“웃으면서 나가실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난 4일간, 우리 회사는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손님 여러분들이 저희와 함께하고 웃고 즐기며”
“둘도 없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에게도, 우리 직원들에게도 평생 가슴에 새길 기억입니다”
“저흰 앞으로도 계속 모든 손님 여러분들께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드리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겠습니까”
감정이 북받쳐오른다
내 볼을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린다
우리 가게에서 접대를 받고 감동하고 눈물흘린 손님들의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이 기분과 감동이 날 감싼다
“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날 맞이한다
개중에는 기분이 너무 좋은건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방문객들도 있다
중앙은행을 떠나고 호스트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보람있는 날을 꼽으라 하자면
바로 오늘이다
“짝짝짝짝”
“질문있습니다!”
“테마파크 오픈은 언젠가요?”
“지금 열려있습니다”
“전국 모든 지역에는 저희 가게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전부 저희 Make Us Happy의 테마파크입니다”
“오오!”
곳곳에서 환호성이 나온다
“애들 데리고 가도 되나요?”“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곧 어린이들도 올 수 있게 가게들의 업종변경을 진행하겠습니다”
“오오!!!”
“Happy!, Happy!!, Happy!!!”
하하, 아무래도 우리 회사 구호가 정해진 거 같네
우리 직원들마저 ‘Happy’라는 구호를 연호하고 있다
오늘은 우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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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Make Us Happy를 위하여!”
예니스의 가게를 통채로 빌렸다, 60명이 넘는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좀 오글거리는데, 안 하면 안될까?”
“인스 무슨말이야 그럼 열심히 일 한 보람이 전혀 없잖아!”
“사장님 아직도 호스트 물이 덜 들으셨네요”
“자! 얼른 건배사 한번 해야죠!”
“미네, 그리고 난 사장이 아니라 회장 대행이야 이젠 제대로 불러줘”
“네~ 회장 대행님 건배사 부탁드립니다”
난 신입사원때 국장님이 제안한 건배사도 거절한 사람이다
내 생에 다시는 이런 걸 안 하리라 다짐했는데...
“절대 절대로 안 해!”
“와 실망이에요 사장님, 회장 대행이라고 안 부를 거에요”
“그래 미네 맘대로 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인스 근데 아까 한 말 사실이야?”
“어떤 말?”
“가게들 어린이도 올 수 있게 할거라는거”
예니스가 정곡을 찔렀다, 내 다음 목표이자 접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절대적인 필수조건
지금 Make Us Happy 사 소속 가게들은 거진 절반이 유흥주점으로 분류되어있어 미성년자들은 출입조차 못 하고
나머지 절반은 술집으로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을 받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리고 애초부터 술을 파는 걸 상정하고 가게를 연 것이기에
쉽게 바꿀수 있을지 만무하다
“유흥주점으로 영업허가 받은 걸 어떻게 바꾸게?”
“다른 방법이 있어? 솔직히 하루이틀 걸려서 해낼 수 있을 건 아닌데”
“네 말이 맞아 예니스, 절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정부를 설득해야지, 적어도 지금 여론은 우리 편이야”
공무원들만큼이나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정 대화로 해결할 수 없다면 여론에 호도하는 수라도 쓰겠다
“그럼 인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예니스, 너 또라이 아니야? 자신있어?”
“너가 도와준다면, 물론이지”
세상을 놀라게 할 우리의 계획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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