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다음 상대는 대통령?

애초에 무슨 전략을 세우건 손님들의 만족도는 분명 100%이다
우리 직원들은 프로다
세계 어딜 가도 이런 접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이정도 퀄리티의 접대는 손님 대부분이 처음 접해본, 아주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일게 분명하다
손님들이 기뻐하는 건 인지상정
단지 컨셉이 조금 재밌을 뿐
“자기가 공무원이되고 유흥주점에서 보고를 받는다니”
“참 웃기네요,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두 단어에요”
“그걸 노린겁니다 리페씨”
‘경제위기’ 우리 접대의 주제다
‘무리하게 추진한 「세계자유박람회」 때문에 국가 재정이 날로 궁핍해지고 있다’
‘심지어 재미가 없다, 관람객들이 죄다 실망하고 떠난다’
우리가 손님들을 마치 상관을 모시듯이 보고하는 형식
정부에겐 아주 엿을 봉지째 먹여주는 급
손님들 역시 박람회가 재미없다는 것을 공감하고 같이 욕을 하는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이고
접대는 성공, 우리 직원들이 말을 보통 잘해야지 말이야
그리고 이번 박람회의 비하인드, 총리가 대뜸 우리 회사에 찾아와서 권력으로 찍어누른 일들을 조금씩 가미해준다면
손님들의 만족과, 총리에 대한 복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내일, 총리 표정이 어떨지 엄청 궁금하네”
남에게 피해를 줬으면, 자기도 피해를 입을 것도 각오해야지
하기도 싫은 이런 접대, 누가 나서서 맡는다고
우릴 너무 순진하게 믿었어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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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진행된 간부회의
“손님들의 접대 만족도는 100%로 전국 모든 가게에서 단 한 명도 불만족한 손님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경이적인 결과입니다, 불만족한 손님이 전혀 없는 건 정말 드문 일입니다”
“또한 접대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박람회를 재미없게 만든거냐는 반응까지 있었습니다”
“통계와 후기 모두 우리에게 긍정적입니다”
실망 뒤에는 기대가 찾아오는 법
잔뜩 기대한 박람회가 그렇게나 재미없었으니
관람객들은 분명 해외에 온 보람도 없고, 후회만 가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의, 가게들의 접대가 그들의 실망을 행복으로 바꿔줬다
우리가 없었다면 단지 기분나쁜 추억으로만 남았을 이번 박람회를
아주 색다른 경험으로 말이다
“완벽합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가기 전 잠깐만 대기하시죠”
“거쳐야 하는 절차가 하나 있어서 말입니다”
총리하고 전화한번 해야지, 내가 걸지 않아도 분명-
“뚜르르”
역시
난 스피커폰을 키고 소리를 최대로 올린다
“네, 총리님 인스 회장 대행입니다”
“자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뭐긴요, 관람객들이 박람회를 보고 잔뜩 실망했으니 기쁘게 해드려야죠”
“그냥 저희 할 일을 한 겁니다”
실제로도 맞잖아? 이런 걸 기대한거 아니였어 총리?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거야?”
“당장 가게들 원래대로 복귀시켜! 포스터도 바꾸고 복장도 노동복으로바꿔!”
“싫습니다”
“개자식, 너희 가게 전부 닫아버릴거야, 폐업시켜버릴거라고!!”
녹음될 수 있는 통화에 욕까지 하다니 총리
정말 많이 흥분했나보네
“그럼 어쩌시겠다는거죠?”
“어쩌자고?!”
“총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관람회가 너~무 재미 없다는 거”
“그리고 다 보고 받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관람회에 실망한 관람객들이 우리 회사 접대에 너~~~~무 만족했다는 걸요”
“지루한 관람회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릴만큼”
총리한테 이런 거 알려준다고 잠도 못 자고 보고서를 썼을 담당 공무원들만 불쌍하다, 분명 밤을 꼴딱 샛겠지
“가게를 강제로 닫으셔도 좋습니다”
“물론 그렇게되면 관람회는 망하겠죠?”
“허접쓰레기같은 놈 감히 날 협박해?”
“아니 사실이지 않습니까? 전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첫날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던 가게들을 정부가 강제로 닫는다?”
“다른 나라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저런 국가가 21세기에 있다니?, 독재국가아냐?”
“X같은X끼!”
총리의 목소리가 격양된다, 수화기 너머 얼굴이 새빨개진 총리의 모습이 어떨지 절로 상상된다
“전 단지 걱정이 되어서 말씀을 드리는겁니다”
“우리 가게들을 강제로 닫는건 총리님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다는 걸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넌 박람회가 끝나면 나한테 죽었어, 너희 회사와 가게들도 하나도 ᄈᆞ짐없이 싹 다 망하게 할 거야”
“무릎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빌어도 소용없어”
하 총리는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 하고 있네
박람회가 끝나면 죽는 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야
곧바로 경질 최소 파면에 최대 징역이야 당신 코가 석 자인데 무슨 우리를 협박하고 있어
마음같아서 한껏 악담을 쏴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총리가 지금 뒷목잡고 쓰러질 것 같아서 얌전히 있는다
혹시 동정여론이 생길 수도 있기에 총리는 지금 아프면 안 된다
아프더라도 관람회가 끝나고 아파야지 꾀병부린다는 시선을 받을 테니
그때까지 잘 있어줘 총리
“네! 총리님 저희는 그럼 오늘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팍!
총리 아무래도 핸드폰을 집어던졌나보네
수발드는 공무원들이 총리 밑에서 얼마나 고생을 할지 상상조차 안 간다
참 걱정이야
“푸흡 푸하하”
자리에 앉은 간부들이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일제히 웃음을 터트린다
“인스씨 나이스샷~”
“표정이 볼만 하겠는데요 총리라는 사람”
“그렇게 패악질을 많이 부렸는데 이정도는 약과지 약과”
간부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좋습니다, 분위기도 대충 어떤 지 아실거라고 믿습니다”
“문 닫을 걱정은 마세요 다들”
“오늘도 열심히 Make Us Happy!"
"Make Us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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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
세계자유박람회] 후속조치로 기획한 Make Us Happy 사의 접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어이구야
이렇게 고마울수가
정부가 나서서 보도까지 해주다니
이 바닥에서 가장 무서운 건 술값을 안 내겠다는 진상도
뭐 하나 걸려보라는 식으로 매일같이 조사하는 경찰도 아니다
무관심
아무 손님도 찾지 않는 것
그게 우리에겐 가장 치명타이다
그런데 공식 보도자료에 우리 이름까지 떠억하니 박아주다니
이제 전 국민이 우리 Make Us Happy가 기획한 접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체 무슨 접대길래 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는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절로 찾아오게 만들 것이다
혹시 우리를 도와주려고 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야
첫날에는 그저 박람회에 실망한 손님들이 속는셈치고 왔었다면
이젠 아예 지루한 박람회를 다 보고 우리 가게에서 접대받는게 일종의 정해진 코스가 되었다
너무나 손님이 많이 온 탓에 본사 직원들까지 각 가게로 차출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건 시작이다
박람회의 기간은 한 달, 지금은 고작 일주일 차
이미 소문이 퍼지고 있다, 역대 가장 특이한 박람회라는 별명과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로 오는 비행기 예약이 치솟고있다는 현황이 나오고
가장 성공한 「세계자유박람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등장한다
이정도면 훈장 정도는 받아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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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내주는 가게야, 컨셉도 재밌고 접대도 너무 좋아”
“재밌긴 한데 어떻게 허가가 난 걸까?”
“뭐긴 다 합의된 거겠지 설마 허가도 안 받고 하는 거겠어?”
우리 가게들에 오는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정부 공식 「세계자유박람회」 테마 가게에서 정부욕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오히려 그런 면모가 더욱 상황을 재미있게 만든다
이젠 아예 박람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우리 접대를 받기 위해 박람회를 보고오기까지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연출된다
2주차, 박람회가 끝나기까지 아직 2주나 더 남았는데
이미 이전 국가의 관람객수를 갱신,
3주차. 결국 역대 최고치를 찍다
외국인들이 보는 우리나라는 이미 정부가 자기욕을 하면서까지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명실상부 최고의 꿀잼국가로 이미지가 굳혀졌다
나도, 직원들도, 관람객들도 모두 하루하루 축제 분위기다
몰려든 사람들덕에 우리나라 국민들 역시 관광 특수를 누리기까지
총리랑 중앙 공무원들은 죽을맛이겠지만
업보라고 생각해 다들
그렇게 지금, 4주차
“인스씨, 아니 인스 회장 대행님, 수상이 되었어요”
“아니 박람회도 안 끝났는데 벌써? 정부에서 주는거지?”
“아니에요, 「세계자유박람회」개최기구에서 수상합니다, 수상자는 우리나라”
“박람회 마지막 날 대표로 대통령이 상을 받는다네요”
“회장 대행님도 반드시 참석하셔야 한다고 연락 왔어요”
허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게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망할뻔한 박람회를 살려준 건 난데 상을 엉뚱한 사람이 받아버리다니 말야
“그...가실 거에요?”
리페는 불안한 눈치다, 하긴 그렇게 까댔으니 정부에서 날 보는 시선이 좋을 리 만무하다
마음같아서야 당장 감옥에라도 넘고 싶겠지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고
“괜찮아, 시상식에선 날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애초에 모두가 알고 있잖아? 이건 우리 회사의 공이라는 걸”
전 국민, 전 세계인이 알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우리 회사의 접대는 자기하고는 관련 없다는 보도까지 내어서 우리회사가 주관한 것이라는 것을 못까지 박아줬다
오히려 이럴 때 내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간 역풍을 말도 안 되게 심하게 맞을테니
설령 날 처벌한다해도 한참 뒤의 일이다 그 때 일은 그 때 생각해야지
“당연히 참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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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자유박람회」개최본부는 이번 박람회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 공로를 높이 사 이 상을 수여합니다”
대통령이 세계자유박람회 총수로부터 상장을 인도받는다
당연히 이 자리에 정부 각계 인사가 전부 참석...
아 총리는 짤렸지
수상 전날 쥐도새도 모르게 짤렸다 소문에 따르면 개처럼 빌면서 질질 끌려나갔다고 하던데
아주 통쾌한 복수는 아니지만, 뭐 만족스러워
“앞으로도 문화 선진국으로서, 세계인들에게 행복을 주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짝짝짝’
“인스 회장 대행님, 대통령 비서관 부천이라 합니다 끝나고 대통령과의 독대가 있을 예정입니다”
“잠깐 남아주시겠습니까”
대통령 비서관의 요청, 저번 총리의 위압적이였던 명령과는 다르게 한껏 예의를 갖춰 날 대우한다
태도를 보아하니 나쁜 일로 부르는 건 아닐테고,
그렇다고 칭찬만 하자고 독대를 하자는 것도 아닐텐데
“알겠습니다”
뭐 가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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