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너의 진심

도시 근교의 넓은 부지, 주위엔 듬성듬성 아파트가 보이는, 한산하디 한산한 구역
이곳에 우리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설계 완료, 부지 확보, 사업시행자 확보”
“이제는 정말 삽을 뜨기만 하면 돼”
시청에 건설공사 허가를 신청하기 전 견학할 겸 잠깐 들렸다
시골이나 다름없는 풍경 대규모 공사를 한다 하더라도 반발할 사람조차 없을 것 같은 상황
몇몇 아파트가 보이는 게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이정도 수는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의 자금이 있다, 불만이 많으면 액수를 올려주고
협상도 내가 직접 할 거다, 걱정은 없겠지
슬슬 시청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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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금으로서는 허가를 내드리기 무리입니다“
“이유가 뭡니까?”
건축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청천벽력같은 소리
이미 설계까지 모두 끝낸 상황에서 공사를 할 수 없다니
“방금 시청으로 「Make Us Happy 테마파크 건설 반대 위원회」이름으로 된 문서 한 통이 왔습니다”
“건설 반대 위원회?”
그런 단체가 조직되었다고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
“문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주민들은 Make Us Happy 테마파크 건설을 절대 반대하며 착공을 막기위해 노력할것임
- (직인) 건설 반대 위원장 대리 예니스 -]
“하”
일이 정말 재밌게 풀리네
“오늘부터 테마파크 부지에서 시위를 진행한다 합니다”
“그럴리가요, 저희가 방금 보고 왔습니다 아무 사람도 없었습니다”
“전 그저 들은 대로 전달드릴 뿐입니다”
반대 위원회, 위원장 대행 예니스
날 막을거라고 한 예니스의말이 사실이였다
일단 현장으로 가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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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건설 결사반대]
[주민동의 없는 대규모 토목공사 웬말이냐!]
[어린이 정서 해치는 테마파크 물러가라]
정말로 시위대가 있다
빨간색 글씨로 칠해진 살벌한 구호들, 머리에 단단히 천을 동여매고
건설공사 장비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그리고 그 맨 앞에 확성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예니스!”
시위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금발 태닝남
혼자 확성기를 들고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며
우릴 맞이한다
“오랜만이야 인스, 국정감사 잘 봤어 연설 잘 하던걸?”
“말 돌리지 마 예니스 왜 여기 있는거야”
“당연히 널 막기 위해서지”
“인근 주민들과 함께 반대 위원회를 결성했어”
역시 이 사람들을 모은 건 예니스였다
“대체, 의도가 뭐야”
“방금 말했잖아, 널 막겠다고, 회장님을 배신한걸로도 모자라 대통령의 하수인이 된 너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말이야”
“...”
날 막겠다는 말
마치 연기를 하고있는것마냥 내가알던 예니스의 말투하고 너무 다르다
정말로 넌 진심인 거야?
할 말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일단은 당장 놓인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예니스의 숨겨진 의도가 있든 없든, 지금 그는 우리의 공사를 방해하려하고 있고
난 그걸 해결해야만 한다
“원하는게 뭐지? 보상금액에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협상하겠어”
“인스, 우리는 공사 철회를 원해”
예니스는 [테마파크 건설 결사반대] 라고 쓰인 피켓을 가리킨다
“일단은 물러나겠어”
우린 필수적인 장비들만 챙긴 채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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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실로 돌아온 나와 해나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도가 대체 뭘까요 회장 대행님”
“둘이 있을때는 그냥 사장님이라고 불러”
“예니스...확실한 건 돈은 아니야 보상금에 불만이 있지 않을거야”
평균 보상비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의 보상액수를 책정했다, 공사 중에 발생하는 각종 불편사항들까지 전부 고려해서
누가 봐도 부족함이 없는 금액, 오히려 과도하게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정도다
그런데도 시위를 한다는 건 분명
예니스의 주도겠지
예전에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였던 그가 적으로 돌아섰다
회사 내부사정을 나 만큼이나 속속들이 잘 알고있기에 협상이니 뭐니 하는 정면 승부는 우리가 불리하다
애초에 응해주지도 않을테지만
지금은 시위대의 의도가 아닌 예니스의 의도를 파악해야한다
“역시”
“짚이는 게 있으신가요?”
“돈이 아니라면 우리가 줄 수있는게 또 뭐가 있겠어”
“접대, 준비하자”
“하아, 결국 돌고돌아 이렇게 됐네요”
“강행한다거나 하는 다른 방법은 없는 거죠?”
“응, 설령 짓는다고 해도 개장을 할 순 없을거야”
방법은 한 가지 뿐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것, 그리고 예니스가 원하는 것
만족스러운 접대를 하는거겠지
‘뚜루루루“
“인스, 테마파크 철회하려고?”
“내일, 반대 위원회 회의실로 찾아가겠어”
“그리고, ‘접대’로 너를 포함한 모두를 만족시킬거야”
“하하하, 역시 인스 너야 우린 마음이 좀 잘 통한다고 이심전심이라고 하나?”
“그럼 기다릴게~”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온 건 내 기분탓인가?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해나, 오늘내일 고생좀 부탁해”
“접대 컨셉은 정하신건가요?”
“물론이지”
---
다음 날 반대 위원회 회의실로 찾아가는 길
“정장을 입고 접대하는건 살면서 처음이에요”
우린 접대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차려입었다
예니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한 접대
이번 반대 위원회가 우리 일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원래같으면 일일이 주민 의견을 하나하나 수용해야 했었겠지만
예니스가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아준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오늘 접대를 성공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테마파크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실 2층에 마련된 위원회 회의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계십니까? Make Us Happy 사 입니다”
“어이구 들어오게 오느라 고생했어!”
어제의 태도와는 전혀 딴판인데...?
마을 잔치라도 하는 듯이 바닥에 둘러앉은 사람들
우리를 가로막긴 커녕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갑게 맞이한다
“자자 여기야 여기!”
위원장은 아예 우리를 위한 자리까지 마련했다
“예니스는 어디있습니까?”
“아 그 젊은이? 자기 일은 끝났다면서 어제 가 버렸어, 오늘 당신들이 올거라면서 말이야”
한방...먹었군
보통 상대는 아니야 역시
“해나 준비하자”
테이블 위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그 위에 잔을 올린다
커튼을 닫고, 불을끈다
어두운 방 안에는 카메라 빛이 천장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쪼르르륵”
해나가 능숙함 솜씨로 술을 따른다
예전, 4박5일동안의 테마파크 개막식에서 예니스가 보여준 묘기
해나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길이 조금의 흔들림 없이 정확히 카메라 위에 놓인 잔에 떨어진다
“오오”
잔에 술이 채워지며 천장에 비치는 빛에 초점이 모여진다
그리고 우리 테마파크의 최종 구상도가 나타난다
“이게 우리 Make Us Happy사 테마파크입니다”
“국정감사 방송을 보신 분도 있겠지만, 저는 항상 일관된 하나의 목표를 향했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행복 단지 그 뿐입니다”
“Make Us Happy 회장 대행으로 말씀드립니다”
“공사는 안전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국가 공사와 함께 최신 기술을 적용한 공법을 사용하여 소음, 분진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할 겁니다”
“완공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저희 테마파크는 불법적이거나, 퇴폐적인 컨셉을 잡지 않겠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사이 해나가 테이블 위로 술잔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촤악‘
술병을 휘둘러 단숨에 술잔에 술을 따른다
“세상에, 말도 안돼”
너무나 정확한 손놀림, 주변에 조금도 튀지 않은 술들
이미 위원장과 주민들은 우리의 접대에 100% 몰입하고 있다
“한 잔씩 드시죠”
“크하”
“으하하하 인스 회장 대행 이정도면 됐어요”
“예니스라는 젊은이가 말 한 대로 정말 최고야!”
위원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해주실수 있을까요? 예니스가 어쩌다 여기 온 겁니까?”
“우리 아파트 근처에 테마파크가 들어선다길래 다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
“여긴 개발된 적이 없어서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아무도 몰랐거든”
“그런데 갑자기 그 금발 젊은이가 나타나서는 자기만 믿으라고 하더군, 단지 주민들만 좀 모아달라고”
“반대위원회를 꾸리는 방법, 시위 방법, 앞으로의 계획을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줬어”
아예 처음부터 모든 걸 꾸몄구나 예니스
“애초에 우린 처음 보상금액에서 만족했었어,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이였다구”
“근데 예니스라는 친구는 우리에게 제안을 하나 더 하더군”
“시위 한번만 하면, 당신들이 끝내주게 접대할거라고”
“난 대뜸 승낙했지, 난 인스 회장 대행 팬이라고 하하하”
‘하아’
다리에 긴장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 그리고 나갈 때 사인도 한 장 부탁해~!”
이걸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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