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하늘높게

“국가의 명운이 걸렸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나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대통령
이번에도 역시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없을거같다
“일단 설명부터 해 주십시오”
본인이 직접 온 상황이라면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모자라다
“어서 회장실로!”
움직이는 대통령 뒤로 많은 경호원이 따라 붙는다
“그...경호원분들은...”
“잠깐 여기서 기다리시죠 다들”
대통령의 말에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경호실장은, 이내 멈춘다
아마, 적어도 한 명은 따라붙어야 한다는거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이제 대통령은 완전히 무방비상태로, 국가원수가 이렇게 경호 없이 회의에 들어가는 일은 아마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의 급박함을 말해주고 있다
“「세계연합회의」 총수 ‘레드’가 방금 대통령실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리나라, Make Us Happy사에게 ‘접대’를 받아고겠다고”
「세계연합회의」 전 세계 주요국가들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연합
그리고 그 총수는 세계 최고의 권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사람이 굳이 왜 우리를...?
“어째서 저희입니까? 직접 지명을 한 게 확실한가요?”
“네, 맞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우리를 아는 건 둘째치고 대놓고 접대를 받겠다니
“저번 세계자유박람회에서 총수의 아들이 우리나라에 방문해 접대를 받았습니다”
“참으로 인상적이였나봅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들이 아닌 본인이 직접 접대를 받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총수의 아들이 찾아온 것도 놀랍고 만족한 것도 놀랍고
누구나가 다 즐길 수 있는 접대를 지향했지만
이렇게까지 성공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연일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럼 언제 시작합니까?”
“3일 뒤입니다”
남은 시간은 고작 3일
그때까지 접대의 컨셉을 정하고 계획을 짠 후 상대를 맞이해야한다
“우리 접대의 마지막, 최종 보스인가”
이 이상 더한 사람이 나타나진 않겠지
좋게 말하면 세계 최고권력을 접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우리의 어깨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것
혼자 지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집이다
“지금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저희는 접대의 내용과 시간 계획을 짜겠습니다”
“장소 섭외는 대통령실에서 부탁합니다”
리허설 할 시간도 없다, 한 번의 시도로 완벽히 끝내야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일들도 마찬가지였긴 하지만
지극히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어
“바로 직원들과 회의에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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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접대도 마찬가지다
손님을 이렇게 기쁘게 할 수도 있고 저렇게 기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해서 아무 방법이나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마치 주관식과 같아서 완벽한 정답은 없어도
최선의 수는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최선의 수는 분명하다
“예니스!!!!!”
회사 전체가 떠나갈정도로 크게 외친다
아무래도 회사 안에는 없는거같아
대통령이 경호도 떼어놓고 회의에 올 정도로 급한 상황이다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다
온 가게들 지붕에 원격 ㄴ대형 확성기를 설치했고
목이 터질정도로 외쳤다
“예니스!!!!! 어디간거야 빨리 나와”
“네 도움이 필요해 거기 있는거 다 아니까 본사로 바로 튀어와!!!”
전국에 쩌렁쩌렁 울리는 나의 목소리
부끄럽긴해도...이게 최선이다
“인스, 뭐 하는거야?”
아니 뭐야 회사에 있었어?
“잠깐만, 떠난 거 아니였어?”
“접대 끝내고 힘들어가지고 휴게실에서 좀 쉬었지”
난 뭘 한거야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예니스가 돌아왔다는게 더더더욱 중요하다
“정말 중요한 사람을 접대해야해, 세계회의의 총수, 너도 알지?”
“흠, 대통령까지 올 정도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총수 까지야?”
“아, 물론 난 누가오든 자신이 있어, 네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지금 바로 준비해 볼까”
아마도 우리의 최종장이 될 마지막 여정으로
나와 예니스는 앞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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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도 안 되는구나”
근방 500m내 촘촘하게 깔린 경호원, 경찰, 군인들
오로지 총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책
대통령의 동행이 없었다면 나는 들어가기조차 하지 못 했을 거다
“인스 회장 대행님, 여기가 접대 장소입니다”
대통령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현대식 빌딩
그곳의 연회장을 아주 급하게 개조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네
테이블, 무대, 쇼파 등등 익숙한 풍경이다
늘 하던대로, 침착하게
총수도 이 자리에 앉으면 어디까지나 손님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대했던 수많은 손님들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난 언제나 최선을 다했기에 그저 하던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단지 내용이 좀 특별할 뿐
“접대 컨셉은 정해진 건가요?”
“네 맞습니다”
우리의 모든 걸, 나의 진심, 직원들의 진심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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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었어, 리라”
“나머지 사람들은 다 부른 거에요? 사장님하고 같이 일 했던 직원들이 더 있잖아요”
“응 너가 마지막이야”
이제는 명실상부 국민가수의 위치에 있는 리라
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다
결코 리라가 인기있는 가수여서이거나,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다
나와, 레이스티스에서 함께한 직원중 한명이였기에
빠트릴 수는 없다
“그래서 제가 두 번째 차례인가요?”
“맞아 해나가 끝난 후 바로 나오면 돼”
“소속사 대표님이 아시면 기겁을 하시겠어요 정말, 그래도 불러줘서 고마워요 사장님”
“저만 빼놓았으면 정말정말정말 화 날 뻔 했어요”
“고마워”
해나, 이스, 미네, 리페
그리고 마지막 리라까지 이제 준비는 끝났다
직원들을 이용하는 건 이걸로 마지막이야
이번 접대의 주인공은 나다
5명은 그저 나를 돋보이게 하기위한 장치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총수의 뜻도 역시 내 생각과는 다르지 않을 거야
총수나 되는 사람이 접대를 원한다는건
단지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에 맞춰줘야지
기호가 까다로운 손님이여서 단지 직원이 좀 많이 필요할 뿐
총수에게 나의 진심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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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우리나라 언론들을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그것도 목적은 비밀로 하고 들어오다니
언론들에서는 각종 음모론까지 나돌 정도다
“참 웃기네 안 그래 인스?”
“예니스, 조금은 긴장하는 게 어때?”
“내 앞에서는 그저 손님일 뿐이야”
참 본받아야 할 마인드다
“사장님 저흰 준비 끝났어요”
“좋아요~ 노래 한 곡 불러줄까요?”
“흐응?, 나도 채찍질하고싶은거 참고있어 무슨 노래야”
“다들 싸우지마요, 이번 접대는 사장님이 주인공이에요”
“후훗, 재밌겠어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대기실로 들어온 5명의 직원들
너무나도 공들인 티가 나지만
이들이 주가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인스, 떨리는 건 아니지?”
“나는 너가 아니야, 예니스 사람이라면 당연히 떨리지”
“하핫, 접대는 이미 성공했어 인스”
확신에 찬 예니스의 목소리
나도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잘 부탁해요 사장님”
“저희를 이렇게 이용하는데 실패하면 안돼요!”
“응 고마워 모두들, 최고의 접대를 보여줄게”
오늘은 내가 우리 직원들의, 우리 회사의, 우리나라의 대표다
“5분 후 총수 입장 예정입니다”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이 끝난 후 곧장 총수는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처음에 정말 어이없는 계기로 시작한 호스트 일이
어쩌다보니 이정도 스케일이 될 줄은...
한치앞을 모르는게 우리 인생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펼처질지 모르는것도 우리 인생이다
단지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장님! 저희 파이팅 한번 할까요?”
“...좋아 다들 모여”
평소같으면 오글거린다고 하지 않았을 파이팅이다
하지만 왠지 지금은 하고 싶어져
“하나 둘 셋”
“Make Us Happy 화이팅!”
“총수, 입장중이십니다 다들 준비해주시죠!”
수행원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우리는 대기실을 나선다
가보자고
당신이 믿고있는게 맞아 총수
나는 세상을 바꿨고, 사람들을 바꿨어
좋은건 나눠야지, 그쪽 나라라고해서 힘든 사람이 없는 게 아니잖아?
우리는 국제적이라고, 언제든지 온다면 환영이야
애써서 우리나라까지 온 보람을 느끼게 해줄게
세계를 향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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