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모든 건 직원들 덕분에
“이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정상이 있는가?”
총수의 제안이 정상 전원 동의를 얻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동의한다고 해서 손해를 볼 게 전혀 없는 상황
오직 우리나라의 대통령만 할 일이 좀 늘어날테지
나도 물론이고
하지만 이런 일이라면 대환영이다
언제든지 기꺼이 나서겠다
“그럼 안건은 의결되었네”
이제 Make Us Happy사의 접대방식은 세계로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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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고맙습니다, 인스 사장 대행”
연신 고개를 숙이는 대통령의 모습에 내가 오히려 더 무안할 정도다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해외에서 우리의 접대 방식을 알릴 직원을 선출하고 계획도 세워야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방식을 모든 나라들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나름의 현지화도 해야하고요”
이 역시 분명 쉽지 않은 일
가장 문제는 누가 나서서 하느냐인데...
선택지는 없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지
이건 하루이틀가는 여행이 아니다, 수 년에서 혹은 수십년 이상일지도 모른다
성공해야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나서야한다
각 나라들에 맞게 일일이 접대방식을 조정해야 하는데다
이동할때마다 매번 현지에 적응해야하는 문제까지
파견이야 각각 직원들을 보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총괄하는 사람은 한명이어야 한다, 전 세계의 표준을 세우는 일이니
그런 중요한 일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다, 애초에 그건 단지 책임회피일 뿐이지
이건 내가 져야할 짐이다
각오는 진작에 했었지만 그래도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
지금까지 한 하루의 휴일을 빼고 쉼 없이 달려왔다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 조용히 살려고 했지만
내 운명이란게 애초에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닌거같네
좋아 그러면 떠나기 전 마지막 정리를 해 볼까
지금까지의 경과에 대한 보고,
아마 마지막이지 않을까 이번 보고가
버윈 회장, 이정도면 당신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해
이제 남은 건 나의 일 뿐이야
그래, 그거면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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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의 병원은 여전히 환자들로 붐빈다
이젠 회장을 보러 갈 때 신원 확인이라든지 전신 소독이라든지 하는 복잡한 절차는 필요없다
단지 다른 환자들처럼 면회증을 받아서 일반 병실로 들어가면 끝
“어머, 인스 회장 대행님 아니세요?”
“팬이에요! 사인 한 장 부탁드려요!!”
일반실로 가다보니 이런 재밌는 상황도 연출된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도착한 곳은
잘 꾸며진 병원 일인실
“회장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핫핫핫, 인스 자네 덕분에 늘 좋지 최고의 컨디션이야”
이젠 지팡이 없이도 걷는 건 거뜬하다는 듯한 회장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지금까지 일에 대한”
“보고가 뭐가 필요한가, 이미 자네의 업적을 세상이 다 알고있는데”
“...”
입이 좀처럼 떼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꼭 해야하는 일이다, 지금이 최적의 기회란 것도 알고 있다
하아,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세계연합회의에서 저희 Make Us Happy사의 접대를 전 세계 접대의 표준 방식으로 만드는 안건이 의결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나라에 우리의 접대 방식을 전파하고 소개할겁니다”
“그 총 책임자로-”
내가 총 책임자로 나서겠다는 말을 하려던 그 순간
“이미 말씀드렸어 인스, 내가 나서겠다고”
등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더 충격적인 이야기
“예니스...”
“잠시 화장실 다녀왔는데 그새 왔어? 회장님께는 전부 보고드렸어”
“쉽지않은 일이야, 그정도 역량이 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지않아?”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 말에 대해 부정해야할지 긍정해야할지 내 머릿속에서 수천번의 생각이 오갔다
감성은 긍정을, 이성은 부정을 말하고있지만
솔직히말해서 긍정하고싶다, 가고싶지 않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단지 침묵
“그래, 나도 동의하는바네, 이정도 중역은...예니스밖에는 수행할 수 없어”
상황에 쐐기를 박는 회장의 말
이젠 되돌릴수 없다
참으로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거지, 아니 이런 사람이 있는 걸까
마치 모든 일이 세상 편하게 돌아가게 해주는 도우미가 있는 듯이
예니스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도와줬다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네 허허 셋이 보는 건 참 오랜만이지 않나?”
“회장님 진료 시간입니다”
“아, 찾아왔는데 미안하네 인스, 나중에 오면 차라도 한 잔 합세”
그렇게 나와 예니스 둘만이 남았다
“예니스 잠깐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병원을 나선다,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머리를 짜내서, 예니스에게 고마움을 최대한 전할 방법을 고심한다
최대한...최대한...
너무나 갑작스러운일이라 좀체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한참이나 이어진 정적 끝에 결국 내가 꺼낸 말은
“고마워”
“하하 좋아, 그거면 충분해”
“예니스, 너는 대체-”
“인스, 혼자만 재미볼순 없지, 나한테도 돌아가는 일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안 그래도 우리나라에만 있는건 너무 답답했어, 원래부터 바깥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었다구”
“그리고 말야 정말 무슨 생각이야?”
“너가 떠나면 회장 대행은 누가 맡는다고? 회장 대행의 대행을 세워야 하나? 하하”
“제일 잘 알잖아? 자기한테 맞는 자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깜빡 속아넘어갈정도의 연기와 함께
예니스는 그저 뒤돌아 손을 흔들며 떠나간다
“손편지나 좀 써줘~”
참으로 편한 인생이지 않은가
이렇게 모든 걸 도와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으니
내가 이렇게 성공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오직 이 모든 게 나의 성과라고 착각하지만
절대로 나 혼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일들
뒤에서 끊임없이 힘써준 모두가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고맙다 예니스
도와준 직원들의 공로를 줄세우기를 할 순 없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예니스가 없었다면 난 진작에 끝났었어
죽을때까지 감사를 표해도 모자를 정도로 말야
고마운 마음은 성과로 갚아야지
회장 대행 역 끝까지 진심으로 수행하겠다
그게 예니스에게 해줄수 있는 내 최고의 감사다
좋아, 다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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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씨!! 그게 정말이에요? 예니스가 해외로 떠난다는 것”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내가 갈 뻔했다는 것도
리페에게 상세히 설명해준다
“아니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둘 중 한명은 반드시 가야했다니”
“그건 어쩔수 없어,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는 게 아니야”
“그만큼 회사를 잘 운영해야지, 예니스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그게 내 각오이자, 앞으로의 목표다
버윈 회장의 꿈은 확실히 이뤘다
이젠 우리나라 국민 누구도 접대를, 물장사를 예전의 그 낯뜨거운 모습으로 보지 않는다
온 가족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제 단지 엇나가지 않게 유지를 잘 해야겠지
인기를 얻는것만큼 인기를 유지하는것도 중요하다
특히 지금의 Make Us Happy 사는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 자칫 사소한 문제 하나를 일으킨 것만으로도 그 파급력이 굉장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지금 우리 회사를 보고있다
그만큼 직원관리에 힘써야지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에전부터 벼르고 있던건데 이젠 정말로 직원 체계를 잡아야 한다
단순히 일 잘하는 호스트/호스티스를 뽑는 걸로는 회사를 유지하기 힘들다
몇몇 직원들이 그나마 힘써주고 있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랐음을 잘 알고 있다
인사/재무/회계/홍보/법률 분야에 특화된 직원들을 채용하고
회사의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리페씨, 1차 채용공고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그게, 접속자가 너무 많이 모여서 홈페이지가 터졌어요...”
흠... 프로그래밍 분야 직원도 뽑아야겠네
그래도, 옛날 물장사하는 기업이라고 기껏 뽑은 직원들이 도망갔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감개무량할 정도의 성장이다
뭐 지금은 당연한 건가
그리고 이번 채용과정에는 나도 함께할 생각이다
어떤 지원자들이 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는 첫 공채니까 좀 심혈을 기울여 선발하려 한다
최고 관리자가 직접 하는 면접이라, 지원자들의 표정이 볼만하겠어
이 자리에 있으니 이런 악취미만 늘어가네
예전에 사장들 사원증 만들던 회장이 고약하다고 욕 할 게 없었어
“홈페이지가 복구되고 서류가 모이면 먼저 제게 보여주시겠습니까?”
“네? 적어도 몇천개는 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래도 저희쪽에서 한 번 거르는게 낫지 않을까요?”
참 걱정도 팔자야 고작 이력서가지고
“괜찮습니다, 중앙은행에서는 이보다 더한 것도 많이 봤습니다”
어떤 지원자들이 올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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