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갑자기 물장사 회장이 되었다(完)
입사 지원 홈페이지가 복구되는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터
그 전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끝내야하겠다
당장 내일 있는 Make Us Happy 테마파크 1차 개막식
지원서를 보는 건 그 이후에서나 가능할 성 싶다
벌써 테마파크는 절반이나 지어졌다
설계당시부터 1차와 2차를 반반씩 나눠서 개장할 걸 계획했고
지금은 처음 절반의 지역 공사가 끝났다
내일있을 행사에 분명 현장은 지금 분주하겠지
한번 가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괜히 내가 예정에도 없는 방문을 한다고 직원들 고생할 거 생각하니 마음을 접었다
내일 가도 충분하다,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대신 잠깐의 여유를 즐기자, 리페역시도 준비하러 간 상황, 회장실은 나 혼자 고요하다
잠깐 눈을 붙여도 괜찮겠지
포근한 쇼파에 누우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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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꿈이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실감나는 풍경
그렇지만 조금의 흠 하나 없는 너무나 이상적인 모습이
내 눈 앞 풍경이 현실일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젠, 끝까지 완공된 우리의 테마파크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근데 아무리 내가 구상했다지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장대하고 대단한 모습,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접대를 받고싶은 욕구가 샘솟을정도다
그리고 군데군데 놓여진 형형색색의 꽃이 핀 정원들
이건 내 구상에는 없었는데, 아마 이 꿈의 주인 취향이 아닐까
배울점은 나도 배워야지, 깨어난다면 우리 테마파크에도 꽃을 좀 심어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들려오는 감미로운 노랫소리
고개를 돌리자 내 눈 앞에 보인 거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고있는 아름다운 여자
날 두 번이나 이곳으로 인도한 바로 그 사람
목소리를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청아한 목소리다, 리라와 견주어봐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나는 넋을 잃을 정도로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짝짝짝’
이내 노래가 끝나자 나도모르게 박수가 나온다
그 여자는 빙그레 웃더지, 내게 가볍게 인사하고선
“아?”
다시 사라져버렸다
“핫!”
그와 동시에 나도 잠에서 깨어났다
이번엔 이유가 뭘까
완성된 테마파크의 모습을 참고하라고? 그럼 기꺼이 반영하겠어
풍성하게 꽃을 심어두겠다
아니면, 노래 실력을 자랑하자고? 박수를 더 쳐줬어야 했는데...
아니면 그저
나에 대한 포상일수도 있다
“참, 말이라도 한마디 나눠보고싶은데”
왠지 지금의 만남이 마지막이될거같아 조금은 아쉽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지나가고
테마파크 개막식 날이 되었다
모든 언론들이 앞다투어 우리 테마파크 개막식을 보도하고
고작 잠깐의 개막식을 위해서 손님들도 무지막지하게 와 있다
오늘이 정식 오픈일이라고 착각하게 할 만큼
정말 인산인해다
“아! 인스씨 여기에요!”
행사장 중앙, 제일 잘 보이는 자리
직원들이 준비한 단상
곧 내가 연설하게 될 장소
기나긴 대장정의 쉼표를 찍는 날
나는 잠시 태세를 가다듬고 목을 푼다
‘흠흠’
“오늘 먼 곳까지 와주신 모든 분들게 고개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우리 Make Us Happy사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은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입니다:
“새로이 열리는 우리의 테마파크와 함께 더욱 나은, 행복한 경험을 선사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Make Us Happy 회장 대행으로서 보증하겠습니다”
와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져나온다
이제 접대에 대한 모든 편견과 고정관념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남았다
모든 접대는 이곳에서 새로 시작할 것이다
“사장님 정말 멋졌어요!”
“뭘, 다들 너희들 덕분이지”
거의 전 직원이 참석한, 너무나도 기쁜 분위기지만, 한 사람은 오지 못했다
예니스...
떠난다는 문자 하나만을 남기고 어제 정말로 해외로 나갔다
병원에서의 짧은 만남이 마지막이였었다면
밥이라도 한 끼 먹었어야하는데 하는 후회가 몰려온다
“사장님 이전 좋은날 왜 그리 심각한 표정이에요?”
“미네 부탁하나만 할게, 사진 한 장만 찍어줄 수 있을까?”
“정말요? 평소 사장님의 모습이 아닌데?! 당연하죠 몇장이고 찍어드릴게요”
편지 꼭 보낼게 예니스, 테마파크 사진도 같이 담아서
예니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마찬가지로 개막식에 와 있는 아철 본부장에게 간다
“본부장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구상이 워낙 좋아가지고, 저흰 그저 그대로 따라간 것일 뿐”
국가 공사가 맡았으니, 하자도 적을거야 왠지 든든하단말이지
“아, 그런데 혹시 꽃을 좀 심어주실 수 있을까요?”
“꽃이요? 어차피 나머지 절반 공사를 해야하니 그 때 맞춰서 심으면 됩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하하 회장 대행님 의외로 소녀같은 면이 있으십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니 걱정 마시죠”
“김시힙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나만 보기는 너무 아깝지
모두와 함께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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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테마파그 개막식이 일단락되었다, 내가 할 일은 끝났겠지
남은 건 직원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만 하면 돼
그리고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지원서
“이렇게나 많이 지원했어?”
“5000명이에요! 인스씨가 전부 다 가져다 달라해서 그대로 드려요~”
나는 지원서를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스펙이 넘치다못해 하늘을 뚫어버리는 지원자들
예전같으면 우리 기업을 쳐다도 안 봤을 지원자들이 이젠 들어올려고 난리다
그만큼 우리가 성공했다는 거겠지
의욕도 하나같이들 넘친다
회사에 뼈를 묻겠다느니 물 대신 술을 마시겠다느니 하는
재밌네 다들, 나도 예전에는 이랬었나?
그런데 그중 눈에 들어오는 지원서가 한 장 있다
좋은 대학 출신에 3개국어가 가능하고, 사기업 근무경험까지
단지 신입으로 오긴 나이가 조금 있는 지원다
“동기가...여자를 알고 싶다?”
‘푸흡’
자신이 여자에게 얼마나 인기가 없었느지부터 시작해
온갖 자기비하와 연민으로 가득 채운, 진지한 자기소개서라기보단 고해성사와도 같은 글
그렇지만 왠지 난 이 지원자에게 끌린다
얼굴이 어떨지 궁금하네~
이 친구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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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따라 길게 앉아있는 지원자들
이 면접에 많은 게 걸려있는지, 다들 하나같이 표정이 비장하다
굳이 이정도로 각오를 할 필요는 없는데
표정을 다들 좀 풀라구, 내가 더 무서워
그리고 우리 회사 분위기하곤 하나도 안 맞으니까
면접관으로는 나와 두 명의 인사과 직원이 공동으로 평가한다지만
사실상...내 평가가 절대적인 구조
어쩔 수 없다 몇 년만에 공채인데
심혈을 기울여서 뽑아야지
앞으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 나갈 주역들이다
언제까지고 내가 모든 걸 관리하면서 일일이 지시할 수는 없다
믿을 만한 직원들을 선출하고 체계를 세우는 일
이것이 지금 우리 회사에 가장 필요한 일이며
다른 누구에게 맡길 순 없다
다행이도 다들 출중한 지원자들이기에 걱정은 없긴 하지만
단 하나, 이들이 우리 회사의 실상을 완벽히 이해하고 오는지는 의문이 간다
인식이 급변했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 일의 본질은 접대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아야하는 서비스업
난 본사 직원들이라고 해서 그 예외를 두진 않을거다
지금 각 가게들로 나가있는 직원들과 언제든 자리를 바꿔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 혹은 최소한 의지 정도는 필요하다
내 요구가 좀 과하긴 하지만, 적어도 내 각오만은 그렇다
과연 그런 지원자가 있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찰나, 면접시간이 되고 첫 번째 지원자가 들어온다
“안녕하십니까! Make Us Happy사에 지원한-”
어 잠깐만, 저 이름은 분명
여자를 배우고 싶다는 그 지원자
생긴건 의외로 멀쩡한데?
힘차게 자기소개 하는 걸 보니, 자신감도 어느정도는 있는 것 같고
설마
“지원자는 여자를 알고 싶다 해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는데 혹시 어떤 계기가 있던겁니까?”
“넵...좋아하던 여자에게 차이고 나서, 갑자기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지난 날의 난 정말 시간을 헛되이 보냈구나하고”
“그래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후에 여기 다시 지원하게 된 겁니다”
“근데, 여긴 Make Us Happy 본사입니다, 직접 손님을 접대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게...실은 먼저 Make Us Happy 가게로 가서 호스트 지원을 했습니다, 근데 다 떨어졌습니다, 너무 재미가 없다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본사에 지원했습니다”
얼마나 재밌는 상황이지? 호스트가 못 되어서 본사에 지원했다고?
쟁쟁한 스펙의 지원자들도 여기 들어오지 못하고 서류에서 탈락했는데 말이야
“그럼 지원자께서는 우리 회사에 들어온다면 어떤 직무를 맡고 싶으십니까?”
“처음엔 어느 직무라도 상관없습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충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단지”
“단지?”
“그 후에는 호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같다면 당장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기쁘네
첫 지원자부터 이런다면야, 두말할 필요 없겠어
어쩌면 더 이상 내가 필요없어질지도
그런 미래라면 대 환영이야
우리 회사가 나아가는 길, 굴곡도,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들과 함께라면 분명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명' 이니까
1부 「갑자기 물장사장이 되었다」 完
- 작가의말
다음화는 에필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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