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의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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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10.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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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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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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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초능력과 클라스크

DUMMY

타악- 강렬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팔과 팔이 부딪히는 소리.

마치 격투기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지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연속해서 들려오는 타격음과 기합이 실내 체육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싸움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진심을 다한 승부를 원하는 듯 둘의 태도는 진지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곳에는 아직 소년인 존과 듀란이 대련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이어가며 승패를 가늠하고 있었다.


누구의 승리인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실력을 증진하고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으니까.


강해지려는 목적은 하나.


초능력 전투부대 안티플릭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곳곳에서 플리커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그들을 처단하고 도시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 초능력 단체 안티플릭.


그런 안티플릭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특히 존에게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커다란 계기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인연.


존은 머릿속으로 과거에 있었던 그때의 인연을 떠올렸다.

과거의 일이긴 해도 아직까지 머릿속에 생생한 기억.

괴물에게서 자신을 구해준 하덴 스커와의 일이었다.


그날 존은 길을 가던 중 괴물 같은 모습을 하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던 존재를 마주쳤다.

그 존재는 무엇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플리커라고 불리는 존재인 것 같았다.

괴물은 존의 앞에서 사람들을 마구 학살하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도 찾을 수 없는 무차별적인 학살.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만 같은 이질적인 생김새.

플리커가 세상에 큰 피해를 끼치는 존재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난동을 부릴 줄은 몰랐었다.


질긴 가죽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미지의 색 그리고 거대한 덩치와 팔다리에 난 커다란 발톱을 가진 정체불명의 괴물.

그런 외형을 가진 괴물에게서는 어떠한 종류의 감정이나 망설임 같은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우릴 죽이는 거야?


사람들을 학살하며 나타난 괴물의 모습을 보며 엄청난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차마 그런 걸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온 그 공포스러운 존재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지 조차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미지로 가득한 존재를 눈앞에 두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눈앞에 뒀다고 생각하던 그때 마침내 그가 화염을 퍼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화염의 초능력자.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하덴 스커. 그가 분명했다.

안티플릭 내에 화염의 초능력자는 단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신흥국가 헤이든의 치안을 지키는 초능력 전투부대 안티플릭의 정점이자 부대 전체를 통솔하고 있는 지휘관.

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화륵- 남자의 손끝에서부터 불길이 일어나자 괴물은 화염을 피해 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과 사람의 손끝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장면.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환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다.

불길과 함께 괴물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두려움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모든 것이 눈앞에 나타나준 그 사람의 덕분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그는 이미 전투를 거듭하며 상처를 입은 건지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힐링램프 같은 치료 장비가 없는 건지 아니면 상처를 치료할 시간이 없는 건지 남자는 그 상태 그대로 괴물을 쫓아 멀리 떠나가 버리고 말았다.


만약 그때 힐링램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사람을 치료해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대화 한 번 없었던 짧은 만남이었지만 존은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안티플릭이 되기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었다.

목숨을 빚진 남자.

화염의 초능력자. 안티플릭.

그것이 어느새 존의 꿈이자 목표가 되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물론 그렇게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단순히 지원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안티플릭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안티플릭 중에서도 초능력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 베일런서.

그 베일런서가 되는 게 지금 훈련 중인 두 사람의 목표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통과해야할 몇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우선은 시험을 통과해 안티플릭의 일원이 되는 것.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조건들 가운데에서 신체조건 및 자잘한 것들은 치워놓더라도 가장 중요하고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전투능력이었다.


전투능력이란 곳곳을 누비며 말썽을 부리는 플리커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였다.

그 핵심적인 요소를 통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대련을 이어나가며 실력을 키우고 있는 상태였다.


하압! 짧은 기합소리가 울러 퍼지고 존이 상대를 향해 팔을 뻗었다.

간단하게 가드를 올려 공격을 막아낸 듀란에게는 아직까지 꽤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에 비교해 존은 불리한 체격 조건 탓인지 완전히 지친 건 아니어도 조금 벅차하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때 짧은 노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존이 검은 머리의 소년 듀란을 향해 말했다.

체내에 이식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는 인공장기 클라스크에 관한 물음이었다.


“있잖아, 만약에 안티플릭에 입단해서 클라스크를 이식하게 되면 어떤 능력을 쓰게 될 것 같아?”

“글쎄. 나야 모르지. 클라스크를 이식한다고 해도 어떤 능력이 발현될지는 모르는 거잖아.”


듀란의 말이 옳았다.


클라스크를 이식한다고 해도 어떤 형태의 초능력이 발현될지는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이전 초능력자의 것을 이식받아도 둘의 능력은 서로 달라지는 것 같았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게 될 초능력을 미리 예측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존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가지고 싶은 능력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예를 들면 하덴 스커님처럼 강력한 화염 능력을 사용한다던가.”

“글쎄.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어. 아버지가 간부로 일하고 계셔서 나한테 안티플릭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 같은 거거든.”

“그건 전에도 들어서 알고 있어. 그러니까 한 번쯤 생각이나 해보라는 거지.”

“생각이라. 굳이 말하자면 나는 라이시스님처럼 되고 싶어. 라이시스님은 강하고 또 믿음직한 분이시니까.”


하덴 스커가 이끌고 있는 초능력 전투부대 안티플릭.

그 안티플릭 안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초능력자들을 의미하는 말인 베일런서.

베일런서들 가운데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퍼스트 베일런서’라고 한다.

그 퍼스트 베일런서 중 한 사람이 바로 듀란이 말한 라이시스라는 사람이었다.

라이시스는 강철의 초능력자이면서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리버트 지역의 수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리버트 지역에서는 라이시스의 인기가 가장 좋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존 역시 듀란이 라이시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었다.

따로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때 자연스레 전투가 멈춘 상태에서 듀란이 자리를 떠나며 내일 있을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일 시험 보려면 이제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그래. 꼭 통과해서 정식으로 입단해야지.”


안티플릭이 되기 위한 시험을 앞두고 두 사람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이 날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럼 늦지 말고. 내일 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대답을 하는 것으로 듀란과의 인사를 마쳤다.

듀란은 시험 준비를 위해 훈련장을 떠났지만 존의 훈련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까지도 훈련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에도 훈련을 이어가기 위해 존은 신발을 신고 가방 하나를 챙겨 훈련장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나씩 하나씩 걸음에 맞춰서 자신만의 페이스로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려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거리의 풍경은 익숙했다.

매일 훈련을 마치고 달렸던 풍경.

큼직한 블록들로 구성된 거리와 얇은 벽으로 지어진 건물들.

그리고 그 벽들 속에 들어가 있는 홀로그램 화면들이 수많은 광고와 영상들을 띄우며 존을 따라 움직이거나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 관심이 가는 영상은 없었지만 가끔은 옆을 지나가는 사이에도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새로 나온 차량과 로봇에 관한 정보나 게임에 관련된 얘기들이었다.

가끔은 안티플릭에 관한 얘기도 들려오긴 하지만 그런 정보들은 이미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기 때문에 영상으로 정리된 소식에 놀랄 일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관심사가 그런 쪽이다 보니 관련된 소식들에 흥미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호흡을 조절해나가며 거리를 달리는 동안 존의 옆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초전도 차량들이 도로 위를 비행했다.

완전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차량들은 도로 위를 비행하며 거리로 작은 바람들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차량의 앞뒤에 연결된 배기장치는 그리 큰 바람을 뿜어내지 않았고 존이 달리고 있는 인도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차량은 운행하면서 특별한 소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차량의 하부에 장착된 배기구에서 뿜어내는 작은 바람 소리 이외에는 소음을 일으키는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거리에는 많은 소음이 있지 않았다.

유일하게 소음을 내는 것은 벽에 붙어 있는 화면 속 영상들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작은 크기의 화면 하나가 존의 움직임을 따라 다니며 영상을 재생했다.

일부 사람에게는 그것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존에게는 늘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익숙한 일 중에 하나였다.


익숙하다고는 해도 매번 영상의 내용이 같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늘 새로운 느낌을 받으며 기대감을 가지고는 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의 소식이 흘러나오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걸어가는 동안 마침내 존의 옆으로 벽을 타고 이동하며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별다른 소식이 없었는지 언제나처럼 안티플릭이 플리커들을 제압하고 평화와 안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내용이 흘러 나왔다.

비슷한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수없이 들어왔던 터라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애초부터 신흥국가 헤이든에 대항하는 플리커들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안티플릭이었으니까.

플리커들을 제압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데 그때 무심하게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달리고 있던 존이 뒤이은 한 가지 특별한 소식에 걸음을 멈췄다.

언제나 듣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것과 달리 존이 살고 있는 리버트 지역에 대한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서는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의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리버트에서 베르세다라는 이름의 플리커 단체가 베일런서를 공격해 살해하려다가 실패해 달아나고 있다는 내용의 말이었다.


플리커 단체라.. 대체 어떤 곳이란 말이지?

꽤나 소름끼치는 말이었다.

비록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플리커 단체가 베일런서를 공격하고 도망치고 있다니..

아무리 규칙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구는 플리커들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썽을 부릴 줄은 몰랐었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줄이야.


불안한 소식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어쨌든 안티플릭의 베일런서들이 범인들을 쫓고 있을 게 분명했다.

플리커들을 상대로 늘 승리해왔던 베일런서들이었으니 분명 금방 일을 끝낼 수 있겠지.

베일런서라면.

그날 괴물의 코앞에서 자신을 구해줬던 하덴 스커 같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아무 일 없이 일을 끝내줄 것만 같았다.

분명히 그래주겠지.


그렇게 믿으며 설마 자신에게까지 이 문제가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지라 조금은 불안해진 마음을 누르며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계속해서 달려 나가는 중에도 거리는 온통 플리커들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베일런서를 공격한 다섯 명의 플리커.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거리에 퍼질수록 마음속에서는 플리커들에 대한 반감이 커져갔다.

도시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더니 이제는 시민들을 지키는 안티플릭까지 공격하는 통제 불능의 문제아들.


안티플릭이 되면 무자비하게 날뛰는 플리커들을 전부 때려눕히고 말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달리기를 이어가던 중 신경 쓰이는 단어 하나가 존의 뇌리에 박히고 말았다.


화염의 초능력자.


안티플릭을 공격한 다섯 명의 플리커 가운데 화염의 초능력자가 있다는 말이었다.


잠깐이지만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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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존과 듀란(3) 24.11.17 5 0 13쪽
18 18화 존과 듀란(2) 24.11.10 4 0 12쪽
17 17화 존과 듀란 24.11.08 5 0 14쪽
16 16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6) 24.10.30 6 0 15쪽
15 15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5) 24.10.28 7 0 13쪽
14 14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4) 24.10.27 7 0 13쪽
13 13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3) 24.10.26 9 0 12쪽
12 12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2) 24.10.25 10 0 13쪽
11 11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 24.10.23 10 0 13쪽
10 10화 각성(5) 24.10.21 15 0 13쪽
9 9화 각성(4) 24.10.19 12 0 13쪽
8 8화 각성(3) 24.10.19 13 0 12쪽
7 7화 각성(2) 24.10.14 14 0 13쪽
6 6화 각성 24.10.13 18 0 13쪽
5 5화 초능력과 클라스크(5) 24.10.12 20 0 16쪽
4 4화 초능력과 클라스크(4) 24.10.11 19 0 13쪽
3 3화 초능력과 클라스크(3) 24.10.10 28 0 13쪽
2 2화 초능력과 클라스크(2) 24.10.08 28 0 15쪽
» 1화 초능력과 클라스크 24.10.05 6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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