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의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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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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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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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초능력과 클라스크(4)

DUMMY

“버닝라이트의 단장 베카모레다.”


베카모레?


클라스크를 이식한 초능력자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이쪽에서는 꽤나 중요한 인물인 것 같았다.


플리커 단체 버닝라이트.


이 사람들의 목적은 뭘까?

머릿속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로는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큰 해를 입힐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밴디 아저씨에 대한 것이었다.

밴디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말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저씨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그리고 돌아가신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아직 제대로 듣지 못했으니까.


“밴디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게 정말인가요?”

“그래. 네가 쓰러져 있는 동안 이미 장례도 치룬 상태다. 참여하지 못한 건 아쉽겠구나.”


밴디 아저씨가 정말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혼자서 그 사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으니까.


자신이 쓰러져 있는 동안에 플리커들 사이에서는 밴디 아저씨의 장례가 치러졌던 모양이었다.

잠깐 쓰러졌다 일어난 것뿐인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 있을 줄은 몰랐다.


잠깐 사이에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린 듯한 느낌.

그것이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려 잠시 멍해 있던 사이.

멀리 떠나 있던 존의 정신을 되돌리며 베카모레가 말을 이었다.


“잠깐 자리를 좀 옮기지. 할 얘기가 있다.”


할 얘기라니?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따로 장소를 옮겨서까지 이야기하려는 걸 보면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베카모레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목적지는 조금 전 나왔던 건물의 옥상인 것 같았다.

어째서 옥상으로 올라가는지 이유를 알기 어려웠지만 일단은 따라가 보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베카모레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간 두 사람은 그곳에서 난간 벽에 기대 자리를 잡고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장소를 정했던 베카모레였다.


“한 가지 묻겠다. 그 장소에는 왜 갔던 거지?”


베카모레의 물음은 합당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날 그 장소.


존에게는 아직까지도 생생한 밴디가 자신을 대신해 목숨을 잃던 순간.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존이 베카모레를 향해 말했다.


“밴디 아저씨를 보러 갔었어요.”

“밴디를?”


밴디와 아무 관계도 없는 어린애가 밴디를 대체 왜?

의문이 들었지만 아주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곧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일이었다.


그 기대에 걸맞게 존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예전에 밴디 아저씨가 저를 구해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화염의 초능력자. 저는 그 사람이 안티플릭의 하덴 스커라고 생각했어요.”


안티플릭의 하덴 스커.

존의 말대로 화염의 초능력자라고 알려져 있는 남자였다.


밴디를 하덴 스커로 오해하다니.

플리커인 베카모레의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불쾌한 일이었지만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도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밴디의 정체를 확인하러 거기까지 갔다는 거냐?”

“네. 저는 그 사람이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처럼 되려고 안티플릭이 되려고 했었던 거였는데···.”


과거에도 밴디에게 구해진 적이 있었던 소년.

확실히 밴디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려고 하던 존재였다.

그런 밴디의 뒤를 이으려고 생각하던 소년존 밀리어.

그 아이에게 밴디는 자신의 클라스크를 넘겼다.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한 베카모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확실히 밴디는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하려고 노력해왔다. 안티플릭이 아닌 플리커로서 말이지.”


플리커와 안티플릭.

대체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단 말인가?

모든 게 뒤바뀌어 있는 듯한 세상의 진실을 찾기 위해 존이 진심어린 표정으로 베카모레를 향해 물음표를 던졌다.


“대체 플리커와 안티플릭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거죠? 안티플릭은 정의의 단체가 아니었던 건가요?”


현재의 상황은 존에게 엄청난 혼란과 함께 커다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호기심을 해결해주기 위해 베카모레가 입을 열었다.


“플리커와 안티플릭에 대해 알려주마.”


플리커와 안티플릭.

드디어 이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의 진실을 파악할 단서를 얻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과연 존이 알지 못하고 있던 세상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호기심을 느끼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베카모레의 말이 이어졌다.


“플리커와 안티플릭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을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다. 아마 플리커는 악당 그리고 안티플릭은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 말대로였다.


플리커는 악, 안티플릭은 정의.

존이 살고 있는 헤이든에서는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일이었다.

완전히 안티플릭의 입장에서 짜여진 구도.

어쩌면 그걸 그대로 믿고 살아 왔던 건 커다란 실수였는지 모른다.


밴디와 베카모레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처럼 안티플릭은 시민을 보호하는 집단이 아니었는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점점 확신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맞아요. 방송을 통해서 오랜 시간동안 그런 얘기들을 들어왔으니까요.”


같은 내용의 방송은 비단 리버트 지역에서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헤이든 전역이 아마 같은 내용의 방송을 듣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소름이 끼쳤다.


이 세상 어딜 가도 그런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한다니.

그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쉽게 가늠하진 못해도 아마 끔찍한 일이겠지.


이런 상황에서 마침내 베카모레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안티플릭은 네가 들어왔던 것처럼 시민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단체가 아니야.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지.”

“반대요?”

“그래. 플리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는 아마도 우리 같은 초능력자들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처음 그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우리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평범한 시민들이요?”


평범한 시민이었다니?

초능력자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 그들이 말하는 최초의 플리커들이었다는 말인가?

그 사람들이 플리커라고 불려야 할 정도로 문제를 일으킬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초능력자들의 집단인 안티플릭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 사람들일 텐데.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베카모레의 말처럼 평범한 시민들에게 조차 그런 말이 사용되는 거라면 그들이 정의하는 플리커라는 말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의문은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아직까지 많은 걸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안티플릭이 자신을 속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안티플릭은 무차별적으로 날뛰는 플리커들로부터 시민을 지키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단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건 플리커인 밴디였고 오히려 안티플릭인 라이시스가 자신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왔다.


자신을 다른 플리커들과 헷갈렸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도 차이를 보였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던 플리커들처럼 수배가 내려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무차별적으로 자신을 공격해왔던 걸까?


간단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그때 그런 의심을 더욱 강화하듯 베카모레의 말이 이어졌다.


“안티플릭은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에게는 상대가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플리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학살을 벌여왔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조용히 감춰왔지.”


평범한 사람들에게 플리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학살을 벌여왔다고?

그렇다면 처음 밴디를 만났던 날 사람들을 학살하던 괴물은 안티플릭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안티플릭 속에 그런 괴물들이 숨어있다는 뜻인가?


그런 생각을 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학살이라니, 설마 그럴 리가요.”

“아마 머지않아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날이 올 거다. 놈들이 시민들을 학살하는 건 그리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니까.”


학살이라니.

자신이 믿어왔던 안티플릭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존재에게는 가리지 않고 플리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학살한다.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플리커라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선에서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멋대로 사용하는 말이라니.

그게 무차별적인 학살과 이어진다면 정말이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베카모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밴디에 의해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고는 해도 다른 플리커들 역시 그와 같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베카모레의 말에서는 묘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자신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뭔가를 확신하거나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안티플릭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깊이 관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들에게서는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베카모레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는 시민들을 학살하는 안티플릭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건 플리커였다고?

지금까지 들어왔던 말들과 완전히 다른 정반대의 이야기였다.


도저히 쉽게 믿어지지 않는 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혼란은 여전히 가중되어 갔다.


어떤 것을 믿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믿고 따를 것인지는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일.


선택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일들이 따라온다.

그저 그것뿐인 세계에서 존은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플리커.


그들은 과연 믿을만한 존재들일까?


기존의 상식과 눈앞의 상황이 괴리를 일으키는 순간.

아직 존에게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상태였다.


믿었던 상대에게 한 번 배신감을 느낀 뒤에 또 다시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때 베카모레가 존을 향해 뭔가를 내밀었다.

중앙에 주황색 빛을 내는 보석이 박혀 있는 작은 크기의 목걸이였다.

그걸 왜 자신에게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베카모레의 설명은 한번에 그 이유를 납득하게 했다.


“그건 밴디가 항상 차고 다니던 목걸이다.”

“밴디 아저씨가요?”


화염의 초능력자였던 밴디가 늘 착용하고 다니던 목걸이.

그걸 자신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존은 베카모레에게서 그것을 넘겨받았다.


밴디 아저씨가 착용하던 목걸이라니.

정말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건가?

목걸이를 손에 쥐자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왔다.


아저씨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며 더 큰 괴로움을 만들어냈다.

그날 그 현장을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후회한다고 해봤자 결과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착잡한 심정으로 목걸이를 꽉 쥐고 있던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우상인 밴디의 물건을 건네받는 건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밴디가 항상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물건을 왜 자신에게 넘겨주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었다.


그 의문을 해소하고자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이걸 왜 저한테 주시는 거죠? 저 때문에 아저씨가 돌아가셨는데.”

“글쎄. 나도 현장에 있던 건 아니라서 자세히 얘기해줄 수는 없다. 간단히 얘기하면 죽기 전에 남긴 밴디의 유언이었다더군.”


밴디 아저씨의 유언?


밴디 아저씨가 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밴디 아저씨를 동경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눈 적도 없이 겨우 두 번밖에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넘겨주다니.

더군다나 자신 때문에 아저씨가 죽게 되었다는 것도 알고 계실 텐데. 대체 왜?


납득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상황을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물건을 가진 당사자가 자신의 것을 넘겨주기로 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그 물건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타당성에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밴디의 죽음.


그리고 그것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의 클라스크를 이어받고 소중하게 간직하던 물건을 건네받다니.


이 상황을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을까?

아직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존이 다시 건네받았던 목걸이를 베카모레를 향해 내밀며 말했다.


“감사하긴 하지만 저는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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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존과 듀란(3) 24.11.17 5 0 13쪽
18 18화 존과 듀란(2) 24.11.10 4 0 12쪽
17 17화 존과 듀란 24.11.08 6 0 14쪽
16 16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6) 24.10.30 6 0 15쪽
15 15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5) 24.10.28 7 0 13쪽
14 14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4) 24.10.27 8 0 13쪽
13 13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3) 24.10.26 9 0 12쪽
12 12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2) 24.10.25 10 0 13쪽
11 11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 24.10.23 10 0 13쪽
10 10화 각성(5) 24.10.21 15 0 13쪽
9 9화 각성(4) 24.10.19 12 0 13쪽
8 8화 각성(3) 24.10.19 13 0 12쪽
7 7화 각성(2) 24.10.14 14 0 13쪽
6 6화 각성 24.10.13 18 0 13쪽
5 5화 초능력과 클라스크(5) 24.10.12 20 0 16쪽
» 4화 초능력과 클라스크(4) 24.10.11 20 0 13쪽
3 3화 초능력과 클라스크(3) 24.10.10 28 0 13쪽
2 2화 초능력과 클라스크(2) 24.10.08 29 0 15쪽
1 1화 초능력과 클라스크 24.10.05 6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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