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의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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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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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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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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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2)

DUMMY

그렇게 주민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병사들에게 시신의 수습을 맡긴 뒤에 마구스가 잠깐이었지만 현장을 떠날 의사를 밝혀왔던 것이다.


“주변에 플리커가 더 숨어있을지 모르니 잠깐 순찰을 돌고 오겠다.”


신고에 접수되었던 내용에 숨어 있는 플리커는 게토스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플리커들의 특성상 주변에 또 다른 플리커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긴 했지만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에 돌아가는 게 더 확실할 것 같았다.

혹시나 수배된 플리커들이나 게토스처럼 기습 공격을 해오는 플리커를 더 찾아낼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마구스가 주변을 순찰하기 위해 떠났을 때였다.


키리가 다급하게 존의 개인실을 찾아갔다.

게토스의 연락을 받은 현장으로 출동하기 위해서였다.


“존, 빨리 서둘러! 단장님이 지금 급하게 어딜 가시려고 해! 아마 안티플릭이랑 싸우려고 하시나봐!”


안티플릭이랑 싸우려고 하신다고?


안티플릭과의 싸움.

클라스크를 이식받고 플리커가 된 이상 그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무란과의 일이 있고 겨우 하루.

하루 만에 또 다시 안티플릭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니.


경험과 성장의 측면에서 본다고 해도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다행히 제때 치료를 받아서인지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좀 꺼림칙한 느낌이 있었다.


아직 제대로 된 능력 사용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안티플릭과 싸운다는 게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존이 베카모레를 따라 나서는 걸 망설이고 있었지만 키리는 망설이는 존을 그 자리에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뭘 멍하니 있어? 빨리 나가서 단장님을 도와드려야지!”


으아악! 강제로 밀려나다시피 하며 끌려 나가게 생기자 존이 저항하며 소리쳤다.


“내가 가서 뭘 어쩌라고?”


존이 버티면서 하는 말에 키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안티플릭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건 단장님이랑 너밖에 없는데 네가 안가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초능력자들인 안티플릭을 상대로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는 건 같은 클라스크 이식자 외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제 겨우 초능력자가 된지 며칠밖에 안 된 자신이 베일런서들과 싸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과 싸워서 이길 자신도 없었으며 비록 오해였다고는 해도 한때 자신의 꿈이었던 안티플릭과도 아직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안티플릭이 악이다.

플리커인 베카모레는 그렇게 말했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맴돌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괜히 심드렁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가봤자 뭘 할 수 있겠어? 괜히 짐 덩어리만 될 뿐이라고.”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으로 키리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내왔다.


“그러다가 단장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이제 남은 사람들은 네가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뜻이야?”

“뭐? 내가 버닝라이트를 이끌어야 한다고?”


버닝라이트 내에 베일런서와 싸울 수 있는 초능력자는 존과 베카모레 단 둘 뿐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베카모레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 초능력자는 존 한 사람만 남게 된다.


물론 예외적으로 누군가가 베카모레의 클라스크를 이어받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건 지나치게 변수가 많은 가정이었다.

그런 변수가 많은 가정들을 제외한다면 자연스레 존이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갑자기 버닝라이트의 리더라니.

만약이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더욱 끔찍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존이 상황을 이해하고 의견을 굽히는 듯하자 키리가 말했다.


“너도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지? 그러니까 단장님을 따라다니면서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게 도와드리는 거야.”

“으..응.”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상황만은 막고 싶었던 존이 어쩔 수 없이 키리의 의견에 따라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싸움에 대한 반발심은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현장까지 가야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차량을 타고 마구스가 헤집어놓은 현장을 향해 이동한 버닝라이트 팀은 그곳에서 시신을 수습중인 병사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살해당한 게토스와 주민들의 시신이 바디 백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자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상황의 엄중함을 알고 베카모레가 자신을 따라 온 존과 키리를 향해 말했다.


“물러서 있어라.”


두 사람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베카모레가 병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사망자의 얼굴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게토스가 연락이 되지 않는 걸 통해 그가 사망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확인은 제대로 해줄 필요가 있었다.

시신 주위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 옆으로 가까이 접근해 확인해보자 바디 백 안에 누워 있는 게토스의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살해당했던 거였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눈으로 게토스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니 화가 치미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분노를 느낀 베카모레의 얼굴이 떨려왔다.


그때 자신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 것을 눈치 챈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베카모레를 향해 말했다.


“넌 뭐하는 놈이야? 썩 저리 꺼지지 못해?”


병사의 외침에 베카모레가 낮은 음성으로 답했다.


“게토스를 이렇게 만든 놈이 누구냐?”

“응?”


황당했다.

썩 꺼지라는 말에 오히려 질문을 던져오는 놈이 있을 줄이야?


“무슨 헛소리야? 썩 꺼지라는 말 안 들려?”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베카모레의 특이한 생김새와 행동이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잠깐, 서.. 설마 이 녀석 플리커인 건가?”

“프.. 플리커?”


플리커라는 말에 병사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베카모레의 정체가 들켜버릴 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카모레는 전혀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넷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병사 하나가 긴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틀림없어! 이 녀석은 버닝라이트의 베카모레다! 같이 온 녀석들도 분명 플리커들일 거야! 어서 마구스님께 연락해!”


병사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로서는 초능력자인 베카모레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필이면 베일런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플리커가 나타날 줄이야.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진을 구축하며 무기를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베카모레와 병사들 사이에는 팽팽하게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무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초능력자가 아닌 병사들은 베카모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건 클라스크가 널리 퍼져 있는 헤이든에서는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베일런서인 마구스가 도착할 때까지 병사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기껏 찾은 플리커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으니까.


병사들과 베카모레가 대치하며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순간.

안티플릭의 베일런서 마구스의 이름을 들었던 베카모레가 의문을 표하며 말했다.


“게토스를 이렇게 만든 베일런서가 마구스였던 건가?”

“움직이지 마! 한 번만 더 움직이면 쏴버린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경고로는 베카모레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뚜벅뚜벅 천천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베카모레의 모습을 보며 병사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으.. 으윽.


총을 쏘면 자신은 죽게 될 거라는 걸 병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멍하니 서 있다가 죽을 수는 없었으니 다급해진 병사가 베카모레를 향해 리틀보우의 탄환을 조준해 발사했다.


으아악! 악에 받친 표정으로 탄환을 발사하기 시작한 병사를 뒤이어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함께 베카모레에게 사격을 시작했다.

탕탕탕탕! 엄청난 크기의 총성과 함께 한동안 계속해서 사격이 이어졌지만 베카모레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총알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 공격을 가했던 병사들이 놀라 사격을 중지할 지경이었다.


“자.. 잠깐! 사격 중지! 내가 총에 맞을 뻔했잖아!”


총알이 자신의 머리 옆의 벽면을 뚫고 들어가는 것을 본 병사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총알이 전혀 통하지 않잖아?

베카모레에게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병사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순식간에 전투의지를 잃어버린 모습.


자신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무슨 수로 대항할 수 있을까?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하는 모습은 베카모레를 웃음 짓게 만들고 있었다.

진땀을 흘리며 빨리 자신들을 구해줄 베일런서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병사들이었다.


완전한 오합지졸이 되어버린 적들.

그런 적들을 제압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베카모레가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사용해 병사들의 무기를 빼앗아버린 뒤 큰 소리로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썩 꺼져라!”

“빌어먹을!”


무기를 잃은 병사들은 꽁무니를 빼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총기도 없이 초능력자를 상대로 무슨 대항을 할 수 있을까?


현장을 이탈한 죄로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들이 처리하고 있던 시신들과 같은 꼴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병사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본 베카모레가 비로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방해꾼들이 사라졌으니 마음 놓고 게토스의 마지막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로 쓰러져 있는 모습.

힐링램프를 사용해 구해보려 해도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다.


“게토스···.”


바디백에 싸여 있는 게토스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베카모레가 조심스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당연하게도 그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베카모레는 아직까지 그의 음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차분하고 긍정적이며 울림이 있던 목소리.


언제나 긍정적이고 책임감 넘치는 모습으로 플리커로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던 사람이었다.

필요한 일이라면 잡다한 허드렛일부터 위험을 무릎 쓰고 안티플릭의 병사들을 마주해야 하는 일들까지 가리지 않고 맡아줬던 듬직한 플리커.


그것이 바로 게토스라는 사람이었다.

이제 자신을 비롯한 몇몇 플리커들 사이의 기억에만 존재하게 되겠지만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버닝라이트가 있다.


그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베카모레가 잠시 그의 죽음을 기리고 있었다.


그때 존과 키리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게토스를 비롯한 세 주민의 시신이 모여 있는 현장.


시신은 모두 끔찍한 모습으로 바디백에 담겨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시신을 목격한 존이 베카모레를 향해 물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플리커였던 건가요?”


모두 플리커냐는 물음.

그것은 그들이 플리커였기 때문에 살해당한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자리에 플리커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게토스 단 한 사람뿐.


그 이외의 사람들은 설령 플리커에 우호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평범한 주민들이었을 뿐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베카모레는 존을 향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안티플릭의 베일런서가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아니. 이 자리에 있는 플리커는 게토스 한 사람 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존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넷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플리커는 한 사람 뿐이라니.


그럼 나머지 세 사람은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소리인가?

안티플릭이 시민들을 세 명씩이나 살해하고 떠났다니.


도대체 왜?

이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안티플릭은 시민들을 보호하고 안정을 유지하는 집단이 아니었단 말인가?


눈앞의 시신과 그들을 수습하던 안티플릭의 병사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모든 게 자신의 오해인 걸까?


안티플릭이 사람들을 살해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베카모레는 자신의 동료를 살해한 적이라고 해도 병사들을 함부로 살해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을 위협하는 진짜 악은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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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존과 듀란(3) 24.11.17 4 0 13쪽
18 18화 존과 듀란(2) 24.11.10 3 0 12쪽
17 17화 존과 듀란 24.11.08 4 0 14쪽
16 16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6) 24.10.30 5 0 15쪽
15 15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5) 24.10.28 7 0 13쪽
14 14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4) 24.10.27 7 0 13쪽
13 13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3) 24.10.26 9 0 12쪽
» 12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2) 24.10.25 9 0 13쪽
11 11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 24.10.23 9 0 13쪽
10 10화 각성(5) 24.10.21 14 0 13쪽
9 9화 각성(4) 24.10.19 11 0 13쪽
8 8화 각성(3) 24.10.19 13 0 12쪽
7 7화 각성(2) 24.10.14 14 0 13쪽
6 6화 각성 24.10.13 18 0 13쪽
5 5화 초능력과 클라스크(5) 24.10.12 20 0 16쪽
4 4화 초능력과 클라스크(4) 24.10.11 19 0 13쪽
3 3화 초능력과 클라스크(3) 24.10.10 26 0 13쪽
2 2화 초능력과 클라스크(2) 24.10.08 28 0 15쪽
1 1화 초능력과 클라스크 24.10.05 6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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