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폭압의 베일런서 마구스(6)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베카모레가 존의 활약을 칭찬했다.
시민들을 피해 마구스에게만 공격을 성공시킨 모습.
이건 초심자에게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성과가 아니었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고작 이제 능력을 쓰기 시작한 단계에서 벌써부터 한 사람 분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으니 든든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마구스가 만들어낸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공격당했던 마구스가 엄청난 기세로 분노를 폭발시켰다.
크어어어! 천지를 뚫을 듯 솟아오르는 마구스의 분노와 기세가 주위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자잘한 공격으로 자신을 귀찮게 하는 존 밀리어를 향해 마구스가 진심으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하찮은 플리커 놈들이!”
마구스가 진심으로 화가 난 것처럼 보이자 존이 긴장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저 녀석한테는 내 전기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거지?”
당연한 물음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전기에 닿은 생명체는 감전에 의한 피해입고 큰 통증과 함께 신체 마비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마구스에게는 자신의 전기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베카모레가 존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능력자들이 만들어내는 사이오네틱 에너지는 서로 충돌하면서 힘이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충돌하면서 상쇄되는 효과라니.. 그럼 제 공격이 에너지 방벽에 막혀서 제대로 적중되지 않았다는 얘기군요?”
존이 이해한 그대로의 일이었다.
사이오네틱 에너지는 설령 불이나 전기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도 서로 충돌하며 에너지를 상쇄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
그렇기 때문에 적의 방어를 뚫고 공격을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이오네틱 에너지 방벽을 무력화하거나 관통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이었다.
“마구스에게 직접적인 데미지를 주고 싶다면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 시켜라!”
에너지의 집중.
그것만이 방벽을 마구스에게 직접적인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며 마구스의 상태를 살피던 그때.
마구스가 장치에 이상이 생긴 둠클리버를 들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애송이들을 상대로 쓰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군!”
한눈에 보아도 불길함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마구스가 손에 쥔 둠클리버를 향해 자신의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순식간에 에너지가 주입되며 둠클리버의 주위를 감쌌다.
투명한 에너지가 도끼의 날을 감싸며 진동하는 듯한 모습!
자신이 가진 사이오네틱 에너지로 둠클리버를 강화시킨 마구스.
그걸 지켜보던 존은 사이오네틱 에너지의 다양한 활용 방법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저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아직 진짜 능력 발현은 제대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일렁거리며 둠클리버 주위에 둘러진 에너지.
그것은 단순히 무기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를 완전히 멸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너지!
그것을 본 베카모레가 존에게 위험성을 알려왔다.
“저건 위험하니 특별히 주의해라.”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
베카모레까지 경고를 한다면 분명 큰 위험을 가진 무기인 것처럼 보였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아직까진 그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
마침내 마구스가 에너지가 둘러진 둠클리버를 두 사람을 향해 내리쳤다.
“죽어라!”
콰아아아앙! 엄청난 기세를 풍기며 순식간에 두 사람을 향해 에너지가 뿜어져 나갔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대지를 가르며 날아간 에너지!
으아악!
위험을 감지하고 황급히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하자 뒤쪽으로 날아간 에너지가 그대로 존의 뒤에 있던 건물의 벽을 갈라버렸다.
한 순간에 반으로 쪼개질 듯 갈라진 건물!
설마하니 건물까지 갈라버릴 정도의 위력이라니?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공격이었다.
가까스로 피할 수는 있었지만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몸이 눈앞의 건물처럼 반으로 갈라져버릴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놀란 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비단 그 도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뿐만이 아니었다.
죽음을 부르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 자체인 마구스가 다시 둠클리버에 에너지를 두르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기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저 정도인데 무기에 직접 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건 보나마나 뻔한 일이었다.
닿는 즉시 그 자리에서 즉사!
그런 위험성을 가진 무기가 지금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둠클리버를 들고 거대한 덩치로 날아드는 마구스!
단번에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면 침착하게 공격을 피해내야만 했다.
휘익! 휘익! 콰앙! 존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힘을 실은 채 이어지는 연속 공격!
그동안 해왔던 단련이 도움이 됐던 걸까?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격을 피해내긴 했지만 가슴 한 복판이 뜨거워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잠시 거리를 벌리고 상태를 확인해보니 가슴팍에 피가 흐르며 상처가 생긴 듯한 느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가 생긴 것이 의아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공격에 직접 닿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아마도 둠클리버에 둘러진 에너지 때문인 걸로 추정됐다.
무기에 둘러진 투명한 에너지 때문에 실제 둠클리버의 날보다도 무기의 공격 범위가 길어진 것이었다.
사이오네틱 에너지가 저렇게 날카롭고 강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새롭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는 날에는 진짜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반격을 가해 빈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계속 공격을 당하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구스의 방벽을 뚫어낼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
그런 에너지를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해내지 않으면 안 됐다.
마구스가 다시 공격을 시작해오기 전에!
찰나의 순간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한 순간에 폭발시켜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존이 자신의 몸속에 있는 에너지들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공격을 피하는 것을 멈추고 반격을 시작할 속셈!
그렇게 에너지가 집중된 오른손 끝에서 커다란 에너지 덩어리가 발사되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에너지 덩어리 중에서는 가장 거대한 크기!
그것을 보고 반격이 시작되는 것을 눈치 챈 마구스가 방벽의 크기를 키우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과연 마구스는 혼신의 힘을 담은 존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존이 가진 초능력은 빛처럼 빠른 속도를 가진 전기 에너지!
한 순간만 방심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마구스는 자신 역시 존이 만들어낸 에너지 덩어리의 크기만큼 자신의 방어막의 크기를 키웠다.
공격의 성패를 가르는 완전한 두 사람의 정면 대결!
하지만 마구스는 이미 사이오네틱 에너지 사용에 익숙한 전투의 프로.
시간을 끌수록 존에게는 불리한 일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마침내 발사되기 시작한 존의 강력한 전격의 에너지!
콰지이이익! 강력한 전기 에너지가 존의 손바닥 앞에서부터 마구스에게 이르기까지 기다란 선을 만들어내며 빛을 뿜어냈다.
타앙! 눈 깜짝할 새도 없이 한 순간에 도달한 강력한 빛의 폭발!
그 빛의 폭발에 닿은 마구스의 팔에서는 충격과 함께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피시시식.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연기는 한동안 시야를 가리며 마구스의 상태를 감추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다.
최소한 마구스의 방벽을 뚫고 작은 피해라도 입혔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결과는 존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연기가 사라지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마구스.
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어헉! 충격을 받은 존이 놀라 급하게 숨을 들이켰고 이는 곧 그게 존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게 했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담아 사용한 공격조차 전혀 통하지 않다니.
그럼 대체 어떻게 마구스를 물리쳐야 한단 말인가?
눈앞이 캄캄해지며 머리가 흐릿해지던 순간.
마구스가 다시 한 번 존을 향해 공격을 시작해왔다.
이제 완전히 존을 끝장낼 듯 강력한 일격을 쏟아내려 하는 마구스를 보며 존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몸을 움츠렸다.
아직 제대로 된 방어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
이 상태로 공격을 당한다면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마구스의 사이오네틱 에너지 속박!
존은 자신의 주위로 날아온 마구스의 사이오네틱 에너지가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억누르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럴 수가?
체급 차이에서 오는 압도적인 에너지 총량의 차이.
존이 가진 에너지만으로는 그 차이를 극복하고 속박을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으으으윽! 아무리 애써도 도저히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그때 사로잡은 존을 완전히 마무리하려는지 마구스가 다시 한 번 둠클리버를 내리쳐왔다.
“잘 가라!”
더 이상 도망칠 방법이 없는 상황!
자신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아는지 마구스는 존에게 미리 작별인사를 고했다.
과연 그 말처럼 존은 마구스의 공격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완전히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순간!
“으아아악!”
마구스의 속박에 걸린 채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존의 앞에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나타났다.
남색 빛을 내는 거대한 에너지!
다시 한 번 베카모레가 존을 보호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둠클리버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에너지.
그것을 막아내며 베카모레가 만든 메더 배리어가 순식간에 모습을 바꿔 마구스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우우우웅-! 피슈웅!
형태를 바꾼 거대한 크기의 메더볼이 마구스를 향해 날아갔다.
예상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나타난 카운터 공격!
으.. 으억!
완전한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던 마구스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이 타이밍에 역으로 자신이 위기에 처할 줄이야?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마구스는 베카모레의 공격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는 이미 메더볼이 다가오고 있는 상태!
급한 대로 둠클리버를 이용해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걸로 베카모레의 메더볼을 막는 것은 무리였다.
키기기기기기깅! 순식간에 갈려나가며 부서지는 둠클리버!
“으어어어억!”
공격을 막지 못한 마구스는 메더볼에 몸을 관통당하며 쓰러졌고 그 모습은 마치 그에게 몸을 관통당한 게토스의 모습과 같아졌다.
완벽하게 복수를 성공한 베카모레.
마구스는 몸을 관통당한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지자 마구스는 점점 몸의 크기가 줄어들더니 점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토록 강하던 안티플릭의 베일런서를 일격에 쓰러뜨리다니?
대체 베카모레가 가진 힘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거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금세 다급한 목소리를 한 베카모레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서둘러라! 안티플릭이 찾아오기 전에 빨리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
안티플릭의 베일런서가 쓰러져 버린 상황.
서둘러 현장을 떠나지 않으면 엄청난 수의 병사들과 함께 다른 베일런서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존과 키리마저 위기를 느낀 상황!
베카모레는 쓰러진 마구스에게 다가가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이용해 그의 몸에서 클라스크를 뽑아낸 뒤 서둘러 차량을 향해 이동했다.
멀리 날아갔던 차량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은 뒤 게토스의 시신이 담긴 바디백과 함께 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차량은 다행히 조금 찌그러지긴 했어도 잘 움직여주고 있었다.
이대로 무사히 본부로 복귀할 수만 있다면 마구스를 쓰러뜨린 것뿐만 아니라 추가로 얻어낸 클라스크로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방 버닝라이트를 추격해온 라즐이 엄청난 속도로 차량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새하얀 눈사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베일런서 라즐!
그런데 아무런 기계장치도 없는 맨몸으로 차량의 속도를 따라오고 있다니?
대체 사이오네틱 능력자들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뿐만 아니라 라즐은 도망치는 차량을 향해 눈덩이 같은 하얀 덩어리를 던져댔다.
퍼엉! 퍼엉! 가까스로 차량을 움직여 공격을 피한 베카모레가 침착하게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했다.
정말 한계를 알 수 없는 능력들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과연 라즐의 추격을 따돌리고 무사히 본부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퍼엉! 퍼엉! 계속되는 공격에 불안함을 느낀 존이 말했다.
“이러다 잡히겠어요. 차라리 싸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존의 불안감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티플릭의 베일런서가 쓰러져버린 상황.
만약 이대로 라즐과도 싸움에 휩쓸려 버린다면 이후로 또 다른 베일런서들이 더 합류할 가능성이 높았다.
“라즐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번에도 베르세다가 실패한 걸 보지 않았나?”
베르세다의 다섯 인원이 노렸지만 실패하고 도망쳐야 했던 베일런서.
그게 바로 라즐이었다.
만약 그런 라즐과 싸우다 리버트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라이시스나 클록까지 싸움에 합류하게 된다면 살아남을 확률은 0%.
그렇게 판단한 베카모레가 라즐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강력한 파워로 마구스의 클라스크를 멀리 날려버렸다.
라즐이 추적을 포기하고 클라스크를 회수하러 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피슈우우웅! 차량에서 튀어나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한 클라스크.
으음? 저건! 단번에 클라스크의 형태를 알아본 라즐이 방향을 바꿔 멀리 날아간 클라스크를 쫓아갔다.
도망치고 있는 버닝라이트의 인원들을 쫓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탈취된 클라스크를 회수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되는 일이었다.
치잇! 이번엔 어쩔 수 없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버닝라이트의 차량을 포기하고 떠나는 라즐이었다.
간신히 라즐의 추적을 따돌린 버닝라이트의 베카모레.
잠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이번에 현장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이미 안티플릭의 강한 경계를 사버린 상황.
한 번의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존 역시 지금의 상황을 어렵게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안티플릭의 경계를 사버린 것 같은데 이제 어쩌죠?”
“일단은 본부에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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