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존과 듀란(3)

서로 사이오네틱 에너지가 둘러진 팔을 교차하며 공격을 막아낸 두 사람은 거리를 벌리고 다시 전투를 준비했다.
위잉- 퍼엉!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활용해 전투를 이어나가려는 존!
그러나 베카모레는 존이 좀 더 자신의 전격을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었다.
파밧! 순식간에 존이 이끌어낸 사이오네틱 에너지 덩어리를 쳐낸 뒤 베카모레가 메더 에너지 두 덩어리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위이잉-! 피슈웅! 밝은 빛을 내며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구체!
구체를 피하며 존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베카모레가 이렇게 갑자기 능력을 사용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존을 향해 베카모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제대로 된 싸움을 하고 싶으면 능력을 써라!”
능력을 사용해라.
그 말은 전력을 다해 자신을 쓰러뜨릴 각오로 덤비라는 의미.
크윽!
능력을 사용하면서 싸우다가 누군가가 다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만 한다!
적당히 힘 조절을 하면서 싸운다면 누구도 다치지 않는 선에서 훈련을 할 수 있을 터.
그렇게 생각하며 존이 작은 에너지 덩어리들을 만들어 공격하려 할 때.
베카모레가 존을 향해 강력한 에너지탄을 날려 왔다.
피슈우웅-! 퍼엉! 강력한 공격에 직격당해 버린 존!
“적당히 할 생각은 버려라! 그렇게 물러터진 상태로 베일런서를 마주친다면 그 자리가 네 무덤이 될 거다!”
으윽!
공격에 직격당한 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 순간에 큰 데미지를 입어버린 몸.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한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카모레의 말처럼 실전에서 베일런서를 마주친다면 결국은 능력 싸움.
능력을 갈고닦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존이 진심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흘려보낸 사이오네틱 에너지가 줄지어 베카모레를 향해 날아갔다.
언제 전격으로 변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들지 모르는 에너지.
그런 사이오네틱 에너지가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걸 감지한 베카모레는 거리를 벌려 공격을 피하려 했다.
그 순간 마치 가시처럼 쏘아 올려 지기 시작한 전격이 연속해서 날아들기 시작했다.
빠른 움직임으로 일부를 피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연속해서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배리어를 활용해 막는다.
클라스크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기본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파지직! 날아오는 공격을 배리어를 활용해 막아낸 다음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뒤 베카모레가 말했다.
“이게 에너지계 능력에 대한 방어법이다.”
‘에너지계 능력을 저렇게 간단하게 막을 수 있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존이 곤욕스러움을 느끼고 있던 순간.
곤란해 하는 존의 모습을 보며 베카모레가 말했다.
“멍하니 있어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이어지는 베카모레의 공격에 존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간신히 공격들을 회피해가면서 머릿속으로 지난 전투에서 배웠던 전투의 지식들을 떠올렸다.
‘전에 단장님이 말씀하셨던 얘기를 떠올려보면 능력자의 몸을 보호하는 방벽을 뚫을 정도로 강한 공격을 하지 않으면 평범한 공격은 의미가 없어!’
그것을 떠올린 존은 베카모레의 방벽을 뚫고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는 강한 공격이 필요하다는 걸 눈치 챘다.
‘하지만 그러다가 단장님이 다치시기라도 하면···.’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뭇거리면 적을 만났을 때에도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기는 어렵다!
마음을 굳힌 존이 베카모레를 향해 외쳤다.
“이제부터 제대로 공격할 테니까 다쳐도 원망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며 마구스에게 했던 것처럼 여러 방향으로 에너지 덩어리를 날린 존!
베카모레는 자신의 사방으로 날아온 에너지 덩어리의 공격을 막기 위해 순간 정신을 집중했다.
비록 크기가 작은 에너지 덩어리라도 방어에 실패한다면 큰 피해를 입게 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을 향해 날아온 공격을 막기 위해 방어를 준비하던 순간 마침내 사방에서 노란 빛의 전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지지직!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전류.
눈 깜짝할 새에 날아드는 눈부신 전류는 엄청난 속도와 함께 치명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처럼 날아드는 공격을 피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으며 방어에 실패했을 때의 피해를 생각하면 긴장감에 몸이 굳을 정도였다.
만약 존이 지금 같은 초심자가 아니라 숙련된 능력자라고 한다면?
자신조차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공격을 방어해냈다 생각하던 순간.
정면에서 강력한 공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앞선 공격을 통해 혼란을 만들어낸 뒤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존!
앞으로 내민 존의 손바닥 앞에는 커다란 에너지 덩어리가 모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빛줄기로 변해 날아들 것만 같은 모습!
베카모레는 공격을 막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 챘다.
조금 전에 막아냈던 공격들의 위력을 생각할 때 지금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이오네틱 방벽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마친 찰나.
앞쪽에 모여 있던 존의 에너지 덩어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속도와 위력으로 발사되기 시작한 빛줄기!
엄청난 크기의 전격이 베카모레를 향해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하지 못할 속도의 공격이었다.
그 엄청난 속도와 위력의 공격을 보며 존이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순간 베카모레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방금 전 공격은 지금 자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위력의 공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베카모레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였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 상대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의미였으니까.
막 에너지가 발사되어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떨리는 순간.
베카모레는 남색 빛의 배리어를 만들어 공격을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각각의 색으로 빛을 내는 두 개의 에너지가 충돌하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예측할 수 없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베카모레가 만들어낸 메더 에너지가 존의 전격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럴수가?
혼신의 힘을 담은 공격이 단번에 막혀버리다니.
메더 에너지는 단순히 물체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충격적인 일이었다.
에너지 대 에너지로 맞붙어서 진거라면 배리어에도 타격의 흔적이 남아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베카모레가 만든 배리어에는 아무런 충격도 가해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담은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직까지 존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사이.
베카모레가 천천히 배리어를 지우며 이야기했다.
“아슬아슬했구나.”
‘아슬아슬했다’라니?
공격을 막는 타이밍이 아슬아슬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배리어가 버티는 위력이 그렇다는 말인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뭐가 됐던 아직 자신의 전력으로는 베카모레의 방어를 뚫어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존이 당황스레 놀란 표정을 짓자 베카모레가 설명을 덧붙였다.
“놀랄 필요 없다. 메더 에너지는 물질만 삼키는 게 아니니까.”
“물질만 삼키는 게 아니라고요?”
그렇다는 말은 물질만 삼키는 게 아니라 에너지까지 먹어치운다는 뜻인가?
메더 에너지의 정체는 대체 뭐길래 저렇게 강할 수가 있는 거지?
“내가 만들어내는 메더 에너지는 물질을 갉아먹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에너지계의 능력을 삼키기도 하거든.”
“설마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제 공격이 이렇게 간단하게 막혀버릴 줄은···.”
존이 놀라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도 공격은 계속되었다.
연계되어 들어오는 주먹과 발차기를 피하며 쉬지 않고 전투의 감각을 익혀나갔다.
치고받으며 싸우는 물리적인 대련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던 몸.
상대의 움직임을 읽으며 여유롭게 대처를 해나갈 수도 있는 정도의 상태였다.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몸에 두르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들을 방어해냈다.
두 번의 펀치에 이은 발차기.
툭, 툭 파악!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공격들을 방어해낸 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초능력을 활용한 공격이 반드시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간단하게 막혀버릴 줄이야.
정말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달려들며 공격을 이어나가는 베카모레.
베카모레는 공격을 이어가며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네 공격은 충분히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방벽을 뚫기에는 조금 부족했지. 실전에서 적을 쓰러뜨리려면 좀 더 강한 기술이 필요할 거다.”
‘좀 더 강한 기술?’
존은 공격들을 받아내며 마음속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조금 전에 사용했던 기술이 자신의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강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눈앞이 막막해져가는 상황.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조금 전에 사용했던 전격으로 자신의 한계를 인지해버린 존.
그런 존에게 더 강한 기술이라는 것은 도저히 돌파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져 왔다.
지금 베카모레는 존에게 스스로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게 한 가지 숙제를 던져준 것이었다.
계속되는 수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물론 그것은 단순히 존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을 이미 베카모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두지 마라. 네가 사이오네틱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강해지려고 노력할수록 클라스크는 그 의지에 반응해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려 할 거다. 클라스크와 교감해 공명을 만들어내는 거다!”
클라스크와 공명?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클라스크가 의지에 반응해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니.
그렇다면 단순히 에너지를 끝없이 끌어내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대충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말이었지만 베카모레가 말하는 공명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아직은 추측밖에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존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베카모레의 압박이 계속 되었다.
손끝에 에너지를 모아 존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 일격!
존은 이를 막기 위해 똑같이 에너지를 모아 베카모레의 공격을 튕겨냈다.
피슝-! 순식간에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가버린 에너지 덩어리들.
자칫 대응이 늦었으면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던 상황.
완벽한 타이밍에 공격을 쳐내는데 성공한 존이 진땀을 흘리며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목숨을 건 전투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베카모레의 요구들을 수행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
마치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새가 낭떠러지에 내몰린 듯한 느낌.
퍼엉-! 그때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두 개의 에너지 덩어리가 각각 남색과 노란색의 빛을 내며 폭발했다.
훈련의 결과는 아직 뭐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상태였지만 분명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베카모레와의 훈련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과 자신이 해내야 하는 일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제는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을 생각하며 수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뿐.
다른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때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버닝라이트의 멤버들이 감탄 섞인 반응을 내보였다.
“두 사람 다 굉장하다.”
“저게 클라스크 능력자들의 싸움이구나.”
키리와 캐러미아의 말에 밀리버가 답했다.
“저희 같이 평범한 사람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저렇게 특별한 에너지를 다루는 사람들과 비교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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