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즉사기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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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덕
작품등록일 :
2024.10.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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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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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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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1화.


“얘기했던 대로, 서아는 내가 데리고 갈게.”

아내의 그 말에 태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불만 없지?”

없을 리가 있겠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불만이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현은 끝내 안 된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빠한텐 우리 서아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없잖아.”

······씨발.

평소엔 잘 하지도 않았던 욕설이 목구멍 끝까지 가득 차올랐다.

이걸 면전에 대고 뱉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태현은 그럴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등급 외 각성자가 혼자서 딸아이를 번듯하게 키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제 한 몸 건사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에서, 서아를 온전히 키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양육권 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패소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 도저히 안 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비록 서로 갈라서는 이유가 아내의 부정(不貞)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서아의 미래를 생각하면, 엄마가 키우는 게 낫다.’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아내가 새로 만나는 사람은, 서아를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

“난 할 말 끝났어. 오빠는 뭐 없어?”

“서아, 행복하게 해줘.”

“그건 오빠가 신경 쓸 일 아니고.”

태현의 말을 냉정하게 끊어버린 아내, 아니. 전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육비를 보내란 말은 안 할게. 오빠 주머니 사정은 나도 뻔히 아니까. 그 대신 오빠도 우리 서아 얼굴 볼 생각은 하지 마.”

“세연아, 그건······!”

“그러면 양육비를 보낼래?”

결국 돈이 문제다.

언제나 그랬다.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난 것도 그렇고, 서아를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긴 것도 그렇다.

돈이 부족해서.

능력이 부족해서.

“정 그렇게 서아를 보고 싶으면 돈을 보내던가. 그럼 만나게 해줄 테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끝까지 잔인할 정도로 가슴을 찢어 놓는다.

“할 말 더 없으면 난 이만 갈게. 현석 씨가 데리러 오기로 했거든.”

작은 서류 한 장으로, 1년의 연애와 3년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종말을 고했다.

가느다랗게 이어져 있던 인연의 끈이 툭- 하고 무심하게 끊어져 버렸다.

“하아-.”

카페를 벗어나는 세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젖히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분명 시작은 남들 못지않게 행복했을 텐데.

“그때 거기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2년 전 강남 한복판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AAA급』 던전.

전도유망한 헌터였던 태현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에 투입됐다.

긴급한 상황이었는지라 제대로 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입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흡한 준비에 대한 대가는 컸다.

공략 도중 마주친 엘리트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뒤늦게 들어온 후발대에 발견되어 생환하기는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더 이상 마력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덕분에 등급 외 각성자로 분류가 되며, 헌터로써의 자격이 박탈되었고.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아내와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말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썼건만.

‘결국은 이렇게 됐네.’

솔직히 이혼, 그 자체는 그리 아쉽지 않았다.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여자가 뭐 그리 좋다고 아쉽겠는가?

다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예쁜 딸아이를 다신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이 태현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돈이라······.’

등급 외 각성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기껏해야 헌터들의 짐을 들어주는 『포터』나, 사냥당한 몬스터를 해체하는 『부쳐』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돈이 별로 되지 않는다.

T/O는 한정되어 있고, 인력은 넘쳐나기 때문이었다.

현재 태현이 하고 있는 『포터』로 버는 돈으로 양육비를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태현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역시 『카나리아』라도 지원해 봐야 하나.”

탄광 안의 카나리아에서 유래된 직종으로, 새로 생성된 던전에 가장 먼저 입장하여 내부를 탐색하는 이들을 말한다.

태현과 같은 등급 외 각성자들도 충분히 할 수 있고, 돈도 『포터』나 『부쳐』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벌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너무 위험해서 인생 막장에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일이라는 거지.”

통계를 보면 『카나리아』들의 생환 비율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열에 최소한 일곱은 죽는단 말이다.

그러니 돈이라도 많이 줄 수밖에.

잠깐 고민하던 태현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들었다.

『카나리아』는 위험하지만, 서아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

눈 딱 감고 5년만 고생하면 떵떵거리지는 못하더라도, 제법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혹시 서아를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민을 끝낸 태현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태현 씨가 웬일이지?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싸가지 없는 음성.

태현이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인력사무소의 소장이었다.

“네, 소장님. 다른 게 아니고······.”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결심하고는 말을 이었다.

“『카나리아』에 지원하고 싶은데요. 혹시 자리 있습니까?”


* * *


꿀꺽-.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젯밤 모습을 드러낸 경기도 파주의 던전이 검은 기운을 풍기며 눈앞에 서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언노운급』던전이다.

등급을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던전.

그래서 얼마나 위험한지조차 모른다.

『E급』던전보다 쉬울 수도, 『AAA급』던전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다행히 전자의 확률이 높긴 했지만······.

『카나리아』를 신청한 첫 날 『언노운급』던전에 배정되다니!

“처음이에요?”

이제라도 물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문신으로 뒤덮여 있는 남자가 껌을 씹어대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질이 좋아 보이지 않는 양아치였다.

“······『언노운급』은 처음입니다.”

태현은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양아치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드린다.

“너무 겁먹지는 마시고. 생각보다는 할 만 하니까.”

“그렇습니까?”

“정 그렇게 무서우면 내 뒤에 딱 붙어서 따라오라고.”

대체 언제 봤다고 반말을 찍찍- 내뱉는 건지.

지켜주겠다며 호언장담하는 양아치의 태도가 우습다.

하지만 태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에 괜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자, 다들 이쪽으로 모이세요!”

그때, 인력사무소 소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태현은 기다렸다는 듯,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에헤이, 같이 가자고.”

양아치가 그의 뒤를 따랐다.

‘쯧.’

눈알이 번들거리는게, 왠지 느낌이 좋지가 않았다.

“하나, 둘, 셋······. 오케이, 다 왔네.”

그 사이 소장은 오늘 태현과 함께 들어갈 『카나리아』들의 수를 파악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시피 오늘은 『언노운급』입니다. 덕분에 수당이 평소의 1.5배로 책정됐으니까, 다들 무사히 돌아와서 받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카나리아』들을 격려했다.

‘1.5배라······.’

나쁘지 않다.

그럼 오늘 태현이 받는 돈은 무려 225만원이라는 뜻이었으니까.

『포터』의 일당이 고작 30만원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돈이었다.

물론 살아 돌아온 뒤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하자.’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액수가 너무 컸다.

서아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선,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했다.

“준비 되셨으면 슬슬 들어갑시다. 장비는 모두 챙겼죠?”

소장의 말에 태현은 어색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낡은 검이 만져졌다.

협회 상점에서 판매하는 최하급 아이템조차 구매할 돈이 없어, 급히 중고시장에서 구매한 물건이다.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가격은 무려 5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맨몸으로 던전에 들어갈 순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의 심정으로 산 것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마력을 사용하진 못하지만, 헌터로써 쌓아온 경험이 적진 않았으니까.

“그럼 출발!”

소장의 손짓과 함께, 열댓 명의 『카나리아』들이 긴장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옆에서 계속 주절거리던 양아치도 입을 다물었다.

센척을 하긴 했지만, 역시 두려운 건 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태현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검게 일렁이는 던전 입구로 다가갔다.

움찔움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몸이 떨려온다.

입구 밖으로 흘러나오는 불길한 마력 때문이었다.

『카나리아』들은 주춤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려움보다 돈에 대한 갈망이 더 큰 덕분이었다.

태현도 마찬가지였다.

‘서아야, 기다려. 아빠가 곧 만나러 갈 테니.’

한 명씩, 입구 너머로 사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태현의 차례가 되었다.

저벅-.

던전 안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미확인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카테고리 107번 확인.]

[마력반응 없음.]

[Second Protocol을 실행합니다.]


‘······이게 무슨?’

갑자기 정체모를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던전을 수십 번 드나들며 단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태현은 당황했다.

하지만 음성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절차를 위해 훼손된 마력회로를 강제 수복합니다.]

[태초의 맹약에 따라 준비된 이능을 부여합니다.]

[유일스킬 : 『즉살』을 획득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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