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즉사기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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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덕
작품등록일 :
2024.10.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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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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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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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3화.


단순한 폭발음과는 결이 다른 소리가 태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오직 그만이 들을 수 있는 강력하고 치명적인 굉음.

태현은 정신마저 아득해질 정도의 그 거대한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커다란 손바닥이 정수리 바로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왔다면, 유압프레스에 짓눌린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신상의 손바닥은 허공에 멈춰선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오랜만에 전투의 공기를 맡은 까닭일까?

아니면 죽음의 그림자에서 간신히 벗어난 까닭일까?

둘 다 아니다.

지금 태현이 숨을 몰아쉬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경험치 획득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 잉여 경험치를 코인으로 대체합니다.

■ 코인 『330,134,652』개를 획득합니다.

===================


『상태창』의 알림을 본 태현은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미친.”

레벨이 올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무려 다섯 개나 오른 것이다.

마력을 잃기 전 태현의 레벨은 『3』이었다.

각성을 하고 헌터 생활을 한지 3년 동안 이룩한 경지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 중 하나로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젠······.

‘내가 『6』레벨이라고?’

말이 나오질 않는다.

이 정도면 유망주가 아니라, 국내 탑급 헌터들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만약 경험치 획득에 한계치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면, 분명 더 올랐을 것이다.

‘경험치 획득 한계치라니.’

태현은 이런 게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아마 전 세계를 다 뒤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번에 레벨을 『3』 이상 올린 사람은 없을 테니까.

‘아니, 속단하긴 이르지.’

세상은 넓고, 각성자는 많았으니까.

특히 『10』레벨 이상의 괴물들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적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놀랄 일은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코인 때문이었다.

던전을 공략하거나, 몬스터를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카식 스토어』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공용화폐.

지금껏 태현이 모은 코인은 고작해야 『10,000』코인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헌터 활동을 하며 거의 대부분을 소진한 탓에, 『1,200』코인 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런데 몇 개라고?’

무려 『330,134,652』코인이 수중에 들어왔다.

그것만 봐도 신상이 얼마나 많은 경험치를 준 것인지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정말 강한 놈이었구나.’

『A급』던전을 공략하면 벌 수 있는 코인이 약 『1,000,000』개 정도 된다고 들었다.

함께 던전을 공략한 파티원들과 나눈다면 인당 『100,000』코인 쯤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아카식 스토어』에서 웬만한 장비는 모두 맞출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태현의 손에 들어온 건 무려 3억 개가 넘는 코인이었다.

“하, 하하······.”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정말이지 미쳤다는 말 밖에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코인을 현실의 화폐로 환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레벨이 오르고, 코인이 썩어날 만큼 있는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이대로 몇 년, 아니. 딱 1년만 열심히 활동한다면······.

‘서아를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어.’

언제나 밝은 얼굴로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만 기다려.’

길었던 상념이 끝났다.

아니, 체감만 길었을 뿐 실제로 흐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들을 정리한 태현이, 아직도 뻗고 있던 팔을 거둬드렸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던 서늘한 감촉이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쩌저적, 쩌적!]

신상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일스킬 『즉살』에 의해 생명이 꺼져버린 신상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

“『풍신보C』.”

스킬을 사용해 마치 우박처럼 떨어져 내리는 부서진 신상의 파편을 피해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워낙 거대한 덩치였기에, 낙하하는 파편조차도 위력적이었다.

백색의 아름답고 위압적이던 신전이 모조리 파괴되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현이, 이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살아남은 사람이 있나?’

신상이 움직이며 공격을 시작하고 죽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카나리아』들은 대부분 형체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짓이겨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신상이 내지른 창에 직격당한 것도 아니고, 그 여파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육체가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그래도 몇몇은 늦지 않게 피한 것 같은데······.

“아, 있다.”

거대한 기둥 사이.

주변을 둘러보던 태현의 눈에, 저 멀리 누군가 꿈틀거리는 것이 들어왔다.

아마 기둥 덕분에 살아남은 것 같았다.

“거기 괜찮아요?”

망설이지 않고 그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쳐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저 으으- 하는 신음만이 미약하게 들려올 뿐.

태현이 재빨리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아.”

양아치였다.

그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저기요. 내 말 들려요?”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양아치는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출혈이 너무 심한데.’

머리 옆으로 붉은 피가 웅덩이를 이룰 정도였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과다출혈로 죽을 게 분명했다.

‘마음에 드는 놈은 않지만.’

그래도 죽도록 내버려둘 순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찌이이익-!

상의를 길게 찢은 뒤, 천으로 출혈 부위를 압박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지혈에 어느 정도의 도움은 될 것이다.

‘다른 생존자는 없는 것 같군.’

응급처치를 하며 계속 주변을 확인해 보았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결국 10여명의 『카나리아』 중 살아남은 건 태현과 양아치, 단 둘 뿐이었다.

“이제 나갑시다.”

머리를 꽁꽁- 동여맨 뒤, 그의 몸을 어깨 위로 들쳐 업었다.

이전이었다면 힘들었겠지만, 마력이 되돌아온 지금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드드드드드드드.]

걸음을 옮기는 것과 동시에 신전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상이 죽음으로써 던전이 클리어 되었다는 뜻이었다.

“서둘러야겠군.”

던전의 입구가 닫히기 전에 나가야만 했다.

만약 늦는다면, 이 안에 갇힌 채로 함께 소멸해 버리고 말 테니까.

[화아아아악!]

바람과 함께 『풍신보C』가 발동되며 둘의 신형이 출구 쪽으로 쇄도했다.

순식간에 도착한 태현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구멍을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

■ 『언노운급』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참가인원 17명.

■ 생존자 2명.

■ 공략 기여도 1위 : 지태현.

■ 기여도에 따른 보상이 지급됩니다.

■ 코인 『1,020,000』개를 획득합니다.

■ 스킬 : 『천신보S』를 획득합니다.

■ 스킬 : 『광명참S』를 획득합니다.

■ 아이템 : 『삭월도』를 획득합니다.

■ 아이템 : 『조화신단』을 획득합니다.

===================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상태창』 알림이 떠올랐다.

코인과 스킬, 그리고 아이템까지.

보상으로 엄청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상 혼자 던전을 공략한 것이었으니, 보상도 독식이나 다름없었다.

‘엄청나네.’

목록을 확인한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평범한 던전이 아니었다.

최소한 『AAA급』, 혹은 『S급』에 달하는 던전임이 분명했다.

‘내가 이걸 혼자 클리어했단 말이지.’

혹시 꿈이 아닐까?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정말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본 태현은,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왔다!”

“생존자야! 구급차, 어서 구급차!”

“몇 명이나 나왔는데?”

“몰라! 일단 다 불러!”

“누가 클리어 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혼란도 이런 혼란이 따로 없었다.

던전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협회에서 파견을 나온 직원들부터, 『카나리아』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던 각성자들까지.

그들은 양아치를 업고 나온 태현을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달려들었다.

“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던 태현이,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클리어했지.’

탐색을 위한 『카나리아』들을 들여보내고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던전이 클리어 됐다는 듯 입구가 닫히기 시작했으니까.

밖에 있던 이들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쪽으로 오세요!”

멀뚱히 눈을 끔뻑이며 서있자, 웬 여자 한 명이 달려오며 태현의 몸을 잡고 한쪽으로 이끌었다.

“아, 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선, 던전에 으레 파견을 나오는 의료진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태현은 저항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했다.

“부상은요?”

“저는 괜찮습니다만, 이 친구가 좀 심하게 다친 것 같아요.”

태현이 등에 업혀있는 양아치를 가리켰다.

“출혈이 심하네요. 일단 이분부터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녀는 빠르게 양아치를 받아들고는, 미리 마련되어 있던 스트레쳐에 눕혔다.

“힐러 데리고 오고, 피가 좀 필요할 것 같으니까 일단 준비한 거 다 챙겨와. 여기서 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한다.”

경험이 꽤 많은 것인지, 순식간에 진단을 내리고 주변에 있던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쪽은 어때요? 겉으로 보기엔 딱히 다친 곳이 없어 보이는데.”

“아, 저는 괜찮습니다.”

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티끌만큼의 부상도 입지 않았을 뿐더러, 만약 입었다 해도 레벨이 오르며 모두 회복되었을 테니까.

“다행이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사는 받아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력을 잃은 이후, 누군가 자신에게 이렇게 걱정해준 적이 있던가?

‘한세연도 안 그랬는데.’

어째 헤어진 전 와이프보다 처음 본 의사가 더 신경을 써준다.

그 사실이 괜히 씁쓸했다.

“지태현 씨?”

그때,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

고개를 돌리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몸이 괜찮으시다면,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협회라.

그들로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일 것이다.

‘어떻게 할까?’

『카나리아』라면 던전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밝혀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것을 위한 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태현은 단순한 『카나리아』가 아니다.

등급 외 각성자로 분류되었던 때와도 다른 사람이다.

지금은 마력을 완전히 되찾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각성자특별법 3조 1항에 의거.

“거부합니다.”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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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4 24.11.01 1,832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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