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즉사기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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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덕
작품등록일 :
2024.10.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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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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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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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9화.


“오늘은 좀 짭짤하네?”

박규남은 희희낙락하며 오크가 떨군 『마석F』를 집어 들었다.

“벌써 5개째야. 이 정도 페이스면 한 두당 200만원은 벌어갈 수 있겠다.”

그의 동료이자 여자 친구인 계소리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두 사람이 도봉산 필드에 들어와 사냥을 시작한지 고작 30분 남짓.

그 짧은 시간 동안 벌써 총 25만원을 벌었다.

오늘 하루 빡세게 사냥을 하면, 한 40개 정도는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마석F』이 드랍된다는 가정 하에 내린 결론이었지만.

“그게 아니라도 100만원은 가능할걸?”

그 정도면 충분하다.

평균적으로 그들이 사냥으로 하루에 버는 돈은 70만원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야, 빠뀨! 얼른 챙기고 후딱 돌자.”

“아, 좀 기다려 봐. 안 흘리게 제대로 확인해 봐야 될 거 아니야.”

계소리가 재촉하자, 박규남이 인상을 찌푸리며 백팩의 지퍼가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했다.

“우리도 『아공간F』 좀 사면 안 돼? 대체 언제까지 가방을 들고 다녀.”

“개소리 좀 그만해. 그게 얼마인 줄이나 알아?”

『아공간F』는 등급이 낮고 그리 크지 않음에도, 가격이 무려 5천 코인을 넘어선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고 수요가 많기 때문이었다.

마력을 각성하고 활동한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1』레벨 헌터로선,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는 이야기다.

“아오, 『아공간F』만 있으면 훨씬 더 빨리 사냥을 할 수 있을 텐데.”

“네가 코인보다 진짜 돈부터 벌자고 해서 여길 온 거잖아. 그러니까 불평 좀 그만해.”

백팩을 등에 맨 박규남이 얼굴을 찌푸리자, 계소리가 입을 삐죽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다 됐으니 얼른 움직이자. 아까 저쪽에서 오크를 본 것 같아.”

다툴 시간에 몬스터를 한 마리 더 잡는 게 낫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쪽 맞아?”

계소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오크는커녕, 고블린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확실해. 아까 무리에서 떨어진 놈이 혼자 이 방향으로 향하는 걸 봤어.”

“그런데 왜 안 보······.”

그때.

[바스락.]

계소리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쉿.”

박규남이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막은 뒤, 조용히 검을 꺼내들었다.

큰맘을 먹고 『아카식 스토어』에서 구매한 『왕국기사의 검』이었다.

뭐, 어느 왕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뛰어들면, 곧장 화염스킬 써.”

그의 말에 계소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후우.”

심호흡을 한 박규남이 땅을 박찼다.

[타앗!]

마력을 잔뜩 끌어올린 덕분에 움직임은 꽤 날렵했다.

순식간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수풀을 뛰어넘은 뒤,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어?”

박규남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이런, 씨발!’

그는 당연히 이 너머에 오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계소리! 도망쳐!”

[크와롸라라락!]

숲의 폭군, 오우거.

5미터에 달하는 무식한 근육덩어리 괴물이, 박규남을 발견하곤 자리에서 일어나며 포효를 내질렀다.

“아아악!”

“크윽!”

귀가 찢어지는 통증과 함께, 두 사람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모든 존재에게 마비와 공포라는 상태이상을 불러일으키는 종족스킬, 『오우거 피어B』 때문이었다.

[쿵, 쿠웅!]

천천히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녹색괴물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사, 살려······.”

계소리가 눈물을 그렁거리자, 박규남이 이를 악다물었다.

“도망, 쳐. 내, 내가 막고 있을 테니!”

여자 친구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는 각오로 힘겹게 무릎을 폈다.

“덤벼, 이 개자식아! 네 상대는 나다!”

모든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 모으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계소리가 도망갈 때까지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대가로!

“으아아아아아!”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왕국 기사의 검』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티잉!]

오우거의 가죽에 튕겨져 나왔다.

혼신의 힘을 다한 검이었지만, 상처는커녕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크아아아아아아!]

놈이 그런 박규남을 비웃으며 주먹을 뻗었다.

그가 휘두른 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괴력.

스치기만 해도 육신이 박살나버릴 게 분명했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박규남은 눈을 감았다.

도저히 피할 방도가 보이지 않아,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빠뀨 오빠아아아아!”

계소리의 울음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저 녀석을 구하지 못······.

[스각!]

“······어?”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날카로운 것에 가죽이 잘려나가는 듯한 소리였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오우거가 비명을 질러댔다.

두 눈을 번쩍! 뜨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보였다.

오우거의 기둥과도 같았던 팔이 잘린 채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절삭음이 들렸다.

[서걱!]

그리고 오우거의 머리가 비스듬히 흘러내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쓰러지는 놈의 거대한 몸통 뒤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색 바탕에 금색 실선으로 치장된 가면을 쓴 남자였다.


* * *


===================

■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열 네 마리 째.”

[쿠웅!]

목과 양 날개가 잘린 와이번의 사체가 떨어져 내리며, 흙먼지가 날렸다.

태현은 『삭월도』를 휘둘러 도신에 묻은 피와 먼지를 한 번에 날려버리곤 허리를 쭉 폈다.

“어우, 좀 피곤하긴 하네.”

해가 중천을 넘어 기울기까지 그가 잡은 상급 몬스터의 수만 14마리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산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싸우는 건 꽤 피곤한 일이었다.

“이제 셋 남았나?”

도봉산 필드에서 태현이 감지한 상급 몬스터의 수는 총 17마리.

“얼른 끝내고 돌아가자.”

힘이 들긴 했지만, 태현의 얼굴에선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마석D』을 3개나 얻었기 때문이었다.

총 1,500만원.

비록 와이번은 아무것도 드랍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성과였다.

“어디 보자.”

『천리안A』을 통해 남은 몬스터들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던 태현이, 문득 얼굴을 굳혔다.

“저건 좀 곤란한데.”

재빨리 스킬을 종료하고 『천신보S』를 발동했다.

마력낭비가 조금 심하긴 하겠지만, 『풍신보C』를 사용하면 늦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곽!]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무시한 채 일직선으로 달렸다.

나무와 바위가 산산이 박살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잔해물을 뒤로하고, 태현은 계속 달렸다.

‘조금 더 빨리!’

그렇게 몇 초 후.

‘오우거!’

태현이 처음에 잡았던 바실리스크보다 한 단계 윗줄의 몬스터.

놈의 목을 향해 헌터 한 명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안 돼!’

빼앗길 수 없다.

저건 자신의 사냥감이자······.

‘내 돈이라고!’

헌터의 검이 오우거에게 닿음과 동시에, 태현은 다급히 『여의천도S』를 발동했다.

그러자 『삭월도』가 손아귀를 벗어나며, 그의 의지가 향하는 대로 공간을 가로질렀다.

[스각!]

오우거의 팔이 잘려나갔다.

제아무리 강력하기로 유명한 몬스터였지만, 『S급』스킬을 막아내기엔 무리였다.

‘아직 안 끝났어.’

빙글- 하며 스스로 방향을 바꾼 『삭월도』가 되돌아오며, 이번엔 목을 베어냈다.

[서걱!]

‘됐다!’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오우거의 머리를 보며, 태현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놈과 싸우고 있던 헌터의 놀란 눈빛이 보였다.

‘미안하지만.’

막타를 친 건 자신이다.

그러니 드랍된 전리품도 자신의 것이었다.


===================

■ 『1.3』코인을 획득합니다.

■ 『마석D』를 획득합니다.

■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좋았어!’

양심을 판 대가는 달달했다.

『마석D』를 하나 더 얻었으니까.

알림을 보며 기쁨을 만끽하다 헌터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는 부릅뜬 눈으로 이쪽을 노려다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억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젠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으니까.

자신보단 남을 위해 살다, 결국 서아까지 잃어버렸으니까.

이제 그와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딴 양심의 가책 따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태현은 찔리는 가슴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뭐, 어쩌라고.”

“감ㅅ, 예? 뭐라고요?”

헌터가 황당하다는 듯, 헛바람을 집어삼킨다.

“오늘 일은 잊어라. 괜히 퍼트리지 말고. 아무 소용없을 테니까.”

어차피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러니 나중에 소유권 주장을 해봐야, 시간만 낭비할 게 뻔했다.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대화를 섞지 않겠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러자 헌터가 다급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미쳤냐?’

이름을 가르쳐 주게.

태현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무명(無名)이다.”

[파앗!]

『천신보S』를 사용해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마 따라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대한 빠르게 도망을 칠 요량이었다.

헌터가 뭔가 말을 더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안 들어도 욕일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이제 2마리 남았으니까, 얼른 다 잡고 집에 가자.’

그리고 당분간은 도봉산 필드에 오지 말아야겠다.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 * *


“······무명.”

박규남은 자신을 구해주고 홀연히 사라진 이의 이름을 가만히 입에 담았다.

“오빠아아! 빠뀨 오빠아아아!”

뒤쪽에서 그제야 정신을 차린 계소리가 달려오며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죽은 거 아니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묻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괜찮아.”

엄청난 사람이 도와줬거든.

“나는 오빠가 죽은 줄 알았잖아!”

박규남은 계소리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우리가 운이 진짜 좋은 모양이다.”

『마석F』도 얻고, 오우거를 만났음에도 목숨까지 건졌으니까.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잠깐 기절했더니 이렇게······. 설마 오빠가?”

계소리는 방금 전에 벌어진 일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박규남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시선을 돌려 한쪽을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우거를 단번에 조각내며,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자.

“무명이라는 분이 구해줬어.”

“무명?”

“그래.”

그분은 오늘의 일을 잊으라 말했지만, 그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자세한 얘기는 가면서 해줄게.”

그날 저녁.

헌터 커뮤니티에 무명이라는 가면의 사내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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