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맹한 베인 (1) 화양연우(火陽緣遇)

「 항마연환선퇴(降魔連環旋腿) 」
악귀를 제압하는 소림의 각법.
그중의 백미는 역시 '발구름'이다.
이곳의 표현으로는 ‘스톰핑’
파마(破魔)의 구결이 내 혈맥을 내달려 발 끝에 기운이 집중되는 순간.
나는 내 앞에 엎어져 있는 악마를 짓밟았다.
이 땅에서의 협행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
‘후욱- 후욱-’
나는 헤엄치듯 흙더미를 거슬러 올라갔다.
‘나는 죽은 것이 아니다!’
흙을 밀어내는 팔에서, 몸을 밀어 올리는 다리에서 그리고 꼿꼿이 지탱하고 있는 온몸에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강맹한 힘이 느껴진다.
‘내 몸이 이런 것도 되는구나.’
나는 오늘 죽었었다.
... 사실 어제 죽었는지 죽은 지 몇 년이 지난 건지 알 수는 없다. 죽음을 맞이하고 정신이 드니 지옥에 와있었으니 말이다.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삼십 년을 소림사 장서각(서책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돈 한푼 안 받고 봉사를 했는데 지옥에 떨어질 줄은 몰랐다.
부처님께 내심 섭섭하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상처투성이인 내 영혼은 얼음처럼 차갑기까지 했다.
‘영혼마저 이리도 차가울 줄이야.’
내 이름은 ‘화양연우’ 천하제일도문 ‘열화도문’의 장자이다.
체온이 떨어져 죽게 되는 천음절맥(千陰絕脈)의 몸뚱이로 태어나 몸이 쪼그라들고 고열에 시달리게 되는 압박체축술(壓迫體縮術)로 체온을 유지해 간신히 목숨을 연명했던 내 인생.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구음심법(究陰心法)을 통해 내 영혼의 음기를 모아 단전을 구축했다.
‘이게 될 줄이야. 죽기 전에는 안 됐었는데.’
음기와 내공을 치환하는 구음심법을 익힌 건 중원을 다 뒤져도 천음절맥인 나밖에 없을 계륵 같은 심법이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해봤다. 너무나 억울해서라도 해봤다. 평생을 병마에 시달렸는데 죽어서까지 아프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으니까.
단전이 만들어진 김에 내공을 돌려 운기조식을 하며 몸을 치료해 나갔다.
‘이리도 상처가 많은 영혼이었다니.’
내외상을 다스리고 할 게 없어지니 마냥 답답하기만 하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관짝에 누워 있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관!?’
팔을 뻗어봤다.
툭-
“진짜 관짝 같은데?”
나는 두 팔을 뻗어 힘차게 밀어내 보았다.
“으아아아!!!”
보라! 내 영혼의 괴력을!
‘후욱- 후욱-’
나는 헤엄치듯 흙더미를 거슬러 올라갔다.
“푸하~.”
흙에서 나온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었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더없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래. 비라는 것이 원래는 이렇게나 시원한 거였구나.’
비 내리는 날은 나에겐 악몽이었다.
살이 에이는 듯한 냉기... 끔찍했지.
특히 겨울비... 기억도 떠올리기 싫다.
몸을 일으켰다.
몸이 끝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내 눈높이가 왜 이래?’
7척? 8척?
“환골탈태가 과한데?”
과유불급? 웃기는 소리.
지금 나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기쁨의 환호라도 지르고 싶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숨만 쉬어도 시큰거리던 몸뚱이가 이제는 넘쳐흐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인데.
하지만 환호성을 지를 수는 없었다.
나에게 처한 알 수 없는 상황 때문만이 아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낯선 사내들이 흉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저들은 색목인이다.
처음 보는 색목인이 흉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베인...? 스틸 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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