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이어 무림경전(武林經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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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두르스
작품등록일 :
2024.10.07 17:46
최근연재일 :
2024.11.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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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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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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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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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짧은여행 (4) 천로역정(天路歷程) 上

DUMMY


“하... 그렇지? 길고양이도 아니고. 버릇없이 막 할퀴어 대더군.”


아테니아는 의아했다.


오러 같지도 않은 오러가 자신의 두터운 오러를 뚫고 몸에 생체기를 냈다.

게다가 어지러운 손동작이 쳐냈다 싶으면 파고들었고 뚫고 들어갔다 싶으면 여지없이 밀어기가 수차례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일 뿐 어느새 승기를 잡은 베인의 드높은 자식감은 스틸의 용조수를 그저 길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잔재주 정도로 생각했다.


어느새 방안으로 들어온 파르코의 깊은 눈빛이 여인의 흉흉한 눈빛과 충돌하자 파르코는 여인에게 다가서며 정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베인하임의 공녀께서 힘없는 영지민을 겁박하시니 생긴 일 아니겠습니까?”


파르코는 고개를 돌려 스틸과 셰펴드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베인의 전사들은 이런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 땅에 열 명도 안 된다는 젊은 소드마스터께서 과하신 것 같습니다.”


“아는 척은 됐고. 교육 중이니 그냥 못 본 척하게.”


둘은 잠시간 말없이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영지민의 교육도 내 역할 아니겠나? 게다가 겁도 없이 베인에게 덤벼든 우민을 교육하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의무이고. 문제가 있나? 교육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으니 자리를 좀 비켜주지?”


아테니아를 바라보는 파르코의 능글맞은 눈빛... 스틸을 볼 때 자주 내비치던 눈빛이다.


'나는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아,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미들랜드에 또 한 명의 소드마스터가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


“다인슬라이프라고 하던가? 그만한 실력자가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공녀께서는 만나 보셨습니까?”


“들어는 봤지. 안 그래도 마주치게 되면 내 기강을 좀 잡아 줄 생각이네.”


‘다인슬라이프...’


“만나게 되면 저에게도 좀 귀띔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자는 마탑에서도 행적을 쫒고 있는 터라.”


마탑... 이안 파르코가 마탑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니, 그냥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마탑을 내세우고 있다.


다인슬라이프...


저 목소리는 들어 본 목소리가 맞다.

중단전을 열어 정신을 잃었을 때 꾸었던 꿈. 그 꿈속에서 들었던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가던 소년과도 같은 목소리..


저 여인이 다인슬라이프...


멀어져 가는 의식을 움켜잡으며 여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베인하임의 공녀라 했다...

여인을 대하는 셰퍼드의 태도..

떠오르는 스틸 베인의 감정...


저 여인은 스틸 베인의 누이다.


그리고 저 여인이 다인슬라이프다.


다인슬라이프가 내 누이다.


‘나는... 누이의 손에 생매장당한 것이다.’


안 그래도 후들거리던 다리가 당장이라도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관객이 영 마음에 안 들어 흥미가 떨어지는군.”


나의 누이 아테니아가 열린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의 누이라니... 이 몸의 주인 스틸 베인의 누이일 뿐인 게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이 징그러운 늙은이는 여전하구만.”


“늙..늙은이라니요? 아직 육십도 안 된... 어이쿠.”


아테니아는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던 듯한 윌리스를 어깨로 밀쳐내며 방문 밖으로 나갔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다.

강기가 실린 주먹에 수도 없이 맞아서 그런 걸까?


아니다. 그런 종류의 고통이 아니다.

충격에 의해 느껴지는 고통이 아니었다.


‘깨달음?’


바포메트와의 싸움이 있었던 날 밤 마치 무아에 빠질 듯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깨달음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바포메트와의 생사결... 이안 파르코와의 대화... 그리고 오늘의 비무 내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는 강자들과의 경험이 나를 깨달음으로 이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있는 구결들.

생전에 아무리 외워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었던 초식들이었다.


하지만 이 몸... 마치 천무지체(天武之體)라도 되는 듯이 마음대로 구결을 불러낼 수 있는 이 몸으로 많은 초식들을 운용해 왔다.


그동안 쌓여왔던 단초들이 깨달음이 되어 지금 이 순간 찾아왔구나.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


지난번 무아에 빠질 것만 같았지만 많은 것이 걱정되어 깨달음을 거부할 수 있었던 경험과는 다르다.


지금 이 깨달음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나는 분명히 주화입마에 빠질 것이다.


‘상념은 버리자.’


나는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 



‘조화경(造化境)에 이르지는 못하였구나.’


상단전이 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화경이 얼마나 멀고 높은 경지인지는 이제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허공에 대고 말하자 어둠 속에서 셰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 기척을 느끼셨습니까?"


"아닙니다. 그저 곁에 계셨을 것 같아 말해보았을 뿐입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는 반대쪽 무릎 위에 팔을 올린 더없이 경건한 모습으로 나에게 예의를 갖춰오며 말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스틸 베인이다. 또한 화양 연우인 것도 맞다.


윤회(輪廻)를 하고 있는 것인가?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지지만 화양 연우의 삶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십 년 전일 수도... 혹은 수백, 수천 년 전일 수도 있다.


화양 연우의 기억이 깨어나기 전 나는 간절히 바란 것이 있다. 이것은 분명히 나의 바람이었다. 스틸 베인의 바람이었지만 분명히 나의 바람이기도 했다.


나는 스틸 베인의 지난 삶을 대가로 언제였을지 모를 화양 연우가 가졌던 삶의 기억을 불러온 것일까?


신의 대답이었을지?


나의 바람이었던 건지?


그것을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이 삶은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는... 이 삶에 현재의 삶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저는 지난 이십 년의 기억이 없습니다.”


셰퍼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셰퍼드에게 설명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떠올랐다.


“제 이십 년의 삶을 대가로 무림강호를 모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림강호를 신처럼 표현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이게 상황에 맞는 말이기도 하니 말이다.


“저도 제 지난 삶을 바친다면 강호의 신을 모실 수 있습니까?”


이 친구도 참 한결같구나...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셰퍼드의 어깨를 손을 얹어 신임의 마음을 전했다. 셰퍼드의 염원은 내가 이루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가 스틸 베인이라는 건 이제 다들 아시게 된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을 때는 이른 새벽시간이었던 터라 저 혼자 있었습니다.”


그건 다행이긴 한데...

그 호기심 많은 파르코가 가만히 있었다고?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그저... 말을 아끼고 곁을 지켰습니다.”


“파르코씨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요.”


“..... ㄸ싸고.. ㅇㅈ싸고.. 해서 제가 옷을 다 벗겨놓았으니 그냥 한 김에 제가 끝까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 아닌 게 아니라 벌모세수(洗髓伐毛)가 일어나 몸에서 노폐물이 다 빠진 건지 오물과 악취가 진동을 했다. 옷도 당연히 다 찢겨 있었고.


“스틸 아이스만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니... 제 일은 다른 분들께는 함구해 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셰퍼드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명이시라면 목이 떨어져 나간다 해도 함구하겠습니다.”


***



내가 무아에 들어가고 꼬박 하루하고 하룻밤이 지났다고 한다.


정리를 마치고 1층의 객점으로 내려가니 파르코와 윌리스가 아침식사를 하고 있어 다가갔다.


“응? 자넨 어째 쓰러지기 전보다 더 잘생겨진 거 같네.”


“그렇습니까? 긴 시간을 푹 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내 분명히 힐을 넣어 치료를 충분히 마쳤는데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 많이 했네. 그런데.. 어째 이리 멀끔해진 걸 보니 내 레스토레이션 스킬이 더 성장을 했나 싶기도 하네.... 뭐지?”


윌리스가 은근히 공치사가 섞인 걱정의 말을 건넸다. 나 또한 운기조식과 힐이 섞이면... 뭔가 효과가 증폭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멀쩡해 보이니 다행이군. 아침 먹고 좀 들여다보려 했네. 아무래도 자네를 먼저 보게 되면 식사를 못할 것 같아 먼저 먹고 있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될까 싶어 빨리 회복을 마치려 노력했습니다.”


“호... 자네는 그게 의지로 가능한 일이던가?”


파르코... 이 능글맞은 작자가 아침부터.

그래, 내가 너무 고분고분했지?

나 보다 나이도 어린것이..이런 고얀..


“의(意)를 세우고 기(氣)를 세우면 안 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설명을 듣고 싶네.”


이안 파르코가 뭔가 흥미를 보였다.


“그저 강호의 도리..아니 교리일 뿐입니다.”


“그 강호의 교리를 저도 좀 듣고 싶습니다.”


셰퍼드... 그냥 가만히 있어줘...


분위기를 돌리고 싶었는데 다행히 프레이아가 내려오는 듯싶다.

2층에서 프레이아의 인기척이 느껴져 돌아보자 잠시 후 계단에서 프레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네는 프레이아 양이 오는 것을 어찌 먼저 알고 돌아보았나?”


“강호의 신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뻘소리에는 뻘소리로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


“신탁을 받았다는 말인가? 허허허 이 친구 크게 될 재목이네.”


윌리스는 간만에 들은 신을 소재로 한 농담이 반갑다는 듯 즐거워했다.


영양가 없이 식탁에서의 잡담 중인 사람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넨 프레이아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감... 감사하네.”


응? 뭐가? 빙당호로 얘기하는 건가?


“ㄸㅇㅈ을 지릴 정도로 맞으면서도 나와 셰퍼드를 위해 나서준 점 내 잊지 않겠네.”


“풉-”


나는 셰퍼드를 노려보았다.


“하하하 셰퍼드에게 뭐라 하지 말게나. 내가 얘기했네.”


나는 파르코를 노려보았다.


“어쩌겠나? 프레이아는 어제 아침부터 자네를 보아야겠다고 하는데 혹시나 프레이아 양이 셰퍼드에게 명령이라며 문을 열라하면 셰퍼드는 안 들을 수가 없는데.”


납득은 간다만... 저 좋은 머리로 좀 다른 핑곗거리를 찾아볼 것이지...


“너무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교리에 따랐을 뿐입니다.”


“... 그 교리는 진심으로 궁금하군... 말해 줄 수 있나?”


이안 파르코는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이었다. 덩달아 셰퍼드도 기대가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협(俠)이라 합니다.”


“hyup? herf? 그게 무슨 말인가?”


그래... 이곳에는 없는 표현이다.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어 설명하자면 하루로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만... 제가 그 상황에서 나선 건 그저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 지켜야 할 도리를 실행할 수 있는 용기. 그것 또한 협이라 말합니다.”


“... 어렵군. 어려운 얘기야. 특히나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따르기 힘든 교리겠군.”


파르코... 바로 이해하는구나.

무림은 강자존.

내가 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의기로운 협이라도 관철시킬 수 없는 것이 바로 협이다.


“네... 힘이 없는 저로서는 그저 낭만(浪漫) 일 뿐입니다. 교리를 따르기 위해서...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위험해... 위험한 교리야. 삼신교의 주교들이 탐탁잖아할 법도 한 교리야. 뭔가 좀 더 아름다운 교리는 없나?”


윌리스... 이 양반은 사제라는 사람이 남의 교리를 뭔 과거시험 답안 준비해 주는 것처럼 평가하고 있지?


“뭐가 문제죠? 너무나 멋진 교리인데요?”


프레이아... 귀족이라는 이 땅의 지배층에 속해 있는 당신 같은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이긴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이 가장 지키기 힘든 게 바로 협이라네.


“물론 저 또한 지금으로서는 따르기 쉽지는 않을 거 같지만요.”


‘지금으로서는’이라...


“내 면접은 걱정도 안 했었네만 안 되겠네. 성왕청에 도착하면 준비를 해줄 테니 교리를 좀 그럴듯하게 적어서 나에게 먼저 검사를 좀 받게.”


윌리스... 이러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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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늪지의 마녀 (7) 서리거인(Útgarðan) 下 24.10.30 104 5 13쪽
26 늪지의 마녀 (6) 서리거인(Útgarðan) 上 24.10.29 108 7 13쪽
25 늪지의 마녀 (5) 타초경사(打草驚蛇) 24.10.28 110 5 12쪽
24 늪지의 마녀 (4) 오스브레이커(oathbreaker) 24.10.27 114 4 12쪽
23 늪지의 마녀 (3) 구배지례(九拜之禮) 24.10.26 116 6 13쪽
22 늪지의 마녀 (2) 늪지의 미녀 24.10.24 116 4 12쪽
21 늪지의 마녀 (1) 베빌리아(bevilja) 24.10.23 121 5 12쪽
20 짧은여행 (5) 천로역정(天路歷程) 下 24.10.22 119 3 13쪽
» 짧은여행 (4) 천로역정(天路歷程) 上 24.10.21 123 4 12쪽
18 짧은여행 (3) 아테니아(athenia) 24.10.20 123 6 14쪽
17 짧은여행 (2) 차내담화(車內談話) 24.10.18 125 4 13쪽
16 짧은여행 (1) 강호지신(江湖之神) 24.10.17 132 5 13쪽
15 팔라딘 (3) 블러드매직(bloodmagic) 24.10.16 132 7 13쪽
14 팔라딘 (2) 바포메트(baphomet) 24.10.15 137 4 13쪽
13 팔라딘 (1) 리버스 펜타그램(reverse pentagram) 24.10.14 139 5 11쪽
12 무림초출 (3) 암도진창(暗渡陳倉) 24.10.13 147 5 13쪽
11 무림초출 (2) 격안관화(隔岸觀火) 24.10.12 149 6 13쪽
10 무림초출 (1) 사기종인(舍己從人) 24.10.11 153 5 12쪽
9 아이스만 (3) 자이언트(giant) 24.10.10 159 4 14쪽
8 아이스만 (2) 중단전(中丹田) 24.10.10 170 6 13쪽
7 아이스만 (1) 다이톤(daiton) 24.10.09 170 6 13쪽
6 병약한 압축근육 (3) 프리징(freezing) 24.10.09 194 8 13쪽
5 병약한 압축근육 (2) 클레이모어(claymore) 24.10.08 216 10 13쪽
4 병약한 압축근육 (1) 압박체축술(壓迫體縮術) 24.10.08 241 10 13쪽
3 강맹한 베인 (3) 다인슬라이프(dainsleif) 24.10.07 29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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