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이어 무림경전(武林經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두르스
작품등록일 :
2024.10.07 17:46
최근연재일 :
2024.11.08 21:3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774
추천수 :
175
글자수 :
162,192

작성
24.10.23 18:35
조회
121
추천
5
글자
12쪽

늪지의 마녀 (1) 베빌리아(bevilja)

DUMMY


... 허락의 여신?


“늪지의 여신이라 봤는데. 제가 잘못 본 겁니까?”


중년의 여인은 교태로운 눈웃음을 지었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운 프레이아나 밝은 건강미가 넘치는 아비가일도 보기 드문 미인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없는 완숙미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를 맞아주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가게를 잘못 들어온 것 아닌가 싶은 걱정까지도 들었다.


“살아가다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죠... 이 사람이 늪을 빠져나갈지... 늪에 빠져 생을 마감할지는 늪의 여신 베빌리아의 허락에 의해 좌우된답니다...”


..... 선문답인가?


여인은 여전히 교태로운 눈웃음을 머금은 채 작은 약병을 하나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하다못해 흔한 감기조차도 베빌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는 거랍니다...”


... 약장수였구나... 그래 뭐 약이 효과만 있다면 저 정도 말장난으로도 교도들을 모을 수 있겠네.


“우리 잘생긴 신도께서는 어떠한 늪에 빠지셔서 찾아오셨나요...?”


뭔가 묘하게 나른한 듯 늘어지는 말투가 왠지 나까지도 나른하게 만들고 있다.


“저주... 제가 작은 저주에 걸려있습니다.”


“저주라...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저 묘한 미소와 나른한 말투가 내 긴장감을 풀어버리는 것인지 그냥 말해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주라고는 하지만 저에게는 필요한 사정이 있어 저주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혹여 제가 원할 때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어 찾아와 봤습니다.”


“사정이라... 나도 사정 참 좋아하는데... 그 사정이라는 걸 좀 들어 볼까요...?”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말 참 묘하게 하네...


“죄송합니다만 자세한 얘기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흐으음... 아쉽군요.. 그럼 우선 그 저주를 좀 느껴볼까요...?”


느껴? 뭘 느껴? 진맥을 하겠다는 건가?


내 기운을 다른 이가 살피도록 두어도 괜찮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상대방은 가냘픈 여인. 여차하면 내가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인이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신도께서도 옷을 벗어주시어요...”


...... 뭘 하라고?

진맥 하는 데 옷은 왜?

나 진짜 잘못 들어온 거 같은데?


겉옷을 벗어 팔뚝을 훤히 드러낸 여인은 속이 다 비칠 듯 얇은 옷 하나만을 걸친 채 어느새 다가와 내 옷을 하나씩 벗겨내고 있었다.


더없이 부드러운 손길로 내 옷을 하나씩 벗겨내며 내 몸에 미끌미끌한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했다.


“늪에서만 피는 귀한 꽃씨의 오일이랍니다... 교감을 나누는 데 더없이 좋죠... 힘을 빼시어요...”


뭔가 상큼하면서도 낯선 향기가 코끝에 은은히 퍼져나갔다.

여인은 손뿐 아니라 팔뚝까지도 이용해 온몸을 끌어안듯이 이 알 수 없는 오일을 내 온몸에 열심히 바르고 있었다.


‘나 진짜 잘못 들어... 잘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나른하고 편해지는 것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음.....음.음...”


... 힘겨운 건가? 뭘 하는 건지 민망한 소리가 내 귓가에 퍼질 때쯤 내 몸속으로 스며드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 선기?’


너무나 청량한 선기가 몸으로 퍼졌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압박체축술이 풀려 나갈 것만 같은 정순한 기운이 한참 동안 내 혈맥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하아.....하아...”


내 몸에 퍼졌던 선기가 여인에게로 갈무리되어 돌아가는 것이 느껴지자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숨을 몰아쉬던 여인은 땀에 잔뜩 젖어 있었다.



“..하아... 포션으로는 안 될 거 같고... 스크롤을 만들어 드릴게요...”


방법이 있다는 건가? 이렇게 쉽게? 아닌가? 저리 숨을 몰아쉬는 걸 보니 쉬웠던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대가는 어떻게.....?”


왠지 가격이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스크롤은 5골드부터 시작이지만...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니 100골드는 받아야겠죠...?”


‘200달론이 1골드... 아비가일에게 받은 돈이 700달론...턱없이 모자란데.’


“떠나시기 전까지... 시간은 충분하겠군요...”


떠나다니? 내가 언제 떠날 줄 알고? 이 여자 뭐지?


“성왕청에 서임을 받으러 오고 있는 팔라딘 일행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죠.....”


“.......”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인걸요.”


이곳에 들어오고 한시도 내가 주도권을 잡은 적이 없다. 여우에 홀린 기분이라는 것이 이런 걸 얘기하는 건가?


“걱정 마시어요.... 물론 비밀을 지켜드리는 것도 우리의 본분이랍니다...”


“예,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중요한 건 저는 대금을 지불할 돈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창피하다... 내 생전에 그렇게 오랫동안 가문의 돈 관리를 하면서도 돈이 모자라다는 말을 해본 적은 없는데 여인 앞에서 돈이 없다는 말을 해야 하다니.


“돈 대신 다른 것으로 주시어요... 그것도 차차... 오랫동안... 여러 번...”


뭐지? 되레 불안한데..

차라리 돈으로 받지?

뭘 내놓으라 하려고...?


“길 잃은 베인의 전사를 도울 수 있다니 저에겐 더없는 영광이죠.”


... !!!


“베인의 전사가 팔라딘이라니... 생각만 해도...하아~.. 너무나 멋지네요..”


“....... 그걸 어떻게...”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래, 이것이 경험의 차이이다.

무림에 대해서 무공서만 접해 보았을 뿐 나는 경험이 너무나 일천하다.


무림에서 본인의 기도는 신의가 오더라도 함부로 살피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신도들의 비밀을 지켜드리는 것도 우리의 본분이랍니다...”


나는 이 경박한 여인을 믿을 수 없다.


“혹시나 발설하게 된다면 사지를 뜯어 놓을 거네.”


말이 심했나? 양 볼이 붉게 상기된 여인은 뭔가를 꾹 참는 듯 아랫입술을 깨물기까지 하면서 말했다.


“흐음.... 너무나 맘에 드는... 제안이군요...”


윽,.. 뭔 소리 하는 거야?


“하아... 저는 쉬는 시간을 좀 가져야겠어요...”


... 여인이 천천히 뒷걸음으로 내실로 들어갔다.


“... 살펴가시어요...”


... 여우에 홀린 기분이군... 스크롤인지 부적인지 그걸 받으러 와도 되는 걸까?


***



“100골드 정도 벌 수 있는 일?”


나는 저녁식사를 위해 모인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열흘 내에 100골드 정도 벌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상의했다.


모험가 라이센스도 있고 하니 조언을 얻어 내일 당장 모험가 길드에 가 볼 생각이다.


‘반드시 값을 지불하고 얻어내야 한다.’


어느 정도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큰돈이라는 건 대충 짐작이 간다.

그래도 이 정도 대도시라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100골드 정도라면 내가 줄게. 아니, 내가 내어 주겠네.”


조용히 식사를 하던 프레이아가 선뜻 말했다.


“아니지... 아이스만! 왜 갑자기 돈이 필요한 게지? 어쩐지... 나갔다 오더니 어울리지도 않는 꽃향기가 진동을 하더라니...”


또 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그 짧은 사이에 여인이라도 생긴 게냐!? 내 그런 돈은 내어줄 수 없다!!”


프레이아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호~ 그런 것이었나? 자네 얼굴값 하는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네.”


파르코가 즐겁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하... 창피한 얘기입니다만 내 평생 여인을 가까이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싹을 잘라야 한다.

파르코라면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놀릴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면 내 돈을 내어주겠네. 돌려주지 않아도 되네.”


“그것은 내가 사양하겠네. 이유 없이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교리를 떠나 내 신념에도 어긋나는 일이네.”


‘돈에 있어서만큼은 대가 없는 선행은 없다.’ 재정각 업무를 보는 삼십 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지 않은가.


“이유가 왜 없나? 그대와 나 사이에.”


“우리가 그런 사이가 아니니 하는 말 아닌가.”


“우리는 그런 사이야.”


프레이아, 무슨 말은 하는 거냐? 사람들이 이상하게 오해하면 어쩌려고. 그대는 혼인한 몸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대가 나를 위해 ㄸㅇㅈ을 지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이이지 않은가? 푸하하하하하.”


프레이아가 저런 말을 던지고는 혼자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체 높은 집안의 여식으로 태어나 근엄한 척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한 철딱서니...


“크큽... 프레이아 양 식사자리에서 그런 얘기는 좀 자중해 주게.”


웃음을 억지로 참던 윌리스가 나에게 제안을 내놨다.


“내 빌려주겠네. 어차피 자네가 다이톤으로 돌아가면 꽤 많은 돈을 받을 테니 그때 돌려주게.”


다이톤으로 돌아가면 꽤 많은 돈을 받을 거라고? 마틴은 용돈 벌이 정도라 했었는데...


“백 명이 넘게 투입된 임무에서 돌아온 사람이 일곱뿐이니 한 사람당 돌아가는 금액이 꽤 될 거네. 리버스펜타그램에 들어가지 않은 나도 120골드 가까이 받았으니 고트 둥지가 생긴 원인을 제거한 자네는 더 받을 거네.”


응? 그 무슨 미개한 소리인가? 유족들은 어찌하라고?


“죽은 사람들 몫은 유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윌리스가 멋쩍은 듯 접시에 놓인 국수를 포크로 돌돌 말면서 머뭇거리자 파르코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흠... 자네는 이번이 첫 임무라 했었지? 모험가 룰은 승자독식(勝者獨食)이네.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전체를 나누지.”


이걸 합리적이라 해야 할지... 잔인하다 해야 할지...


“한 가지 임무에 투입된 팀이 여러 팀일 때는 먼저 임무를 수행한 팀이 의뢰금을 다 가지기도 하네. 자네가 공이 지대하니 최소한 300골드 이상 책정 될 거네.”


파르코가 설명을 마치자 윌리스가 말을 보태왔다.


“내가 받은 돈은 성왕청에 온 김에 신전에 기부하려 했는데 내어 줄 터이니 다이톤으로 돌아가서 주게나.”


“그래야 사제님도 100골드 삥땅 칠 수 있으니 그러도록 하게 아이스만 군.”


“허허.. 원.. 이 사람도 참.”


왠지... 파르코가 윌리스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한 것 같은데.


“신에게 바쳐질 공물을 제가 어찌 빌리겠습니까? 사양하겠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찝찝하기도 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남에게 돈을 빌리는 일은 정말로 사양하고 싶다.


“아무래도 성왕청이니 100골드 정도 벌 의뢰야 널리고 널렸지...만.”


그렇지만 뭐? 뜸 들이지 말고 말해라. 파르코.


“자네 라이센스가 10등급이니 열흘 만에 의뢰 열 개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파르코가 말을 마치고는 빙글빙글 웃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10등급짜리 라이센스로는 잘해야 10골드 정도 의뢰만 받을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은데... 본인한테 부탁하라는 분위기지...? 어쩌지.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같이 가줄게.”


“그대도 10등급이지 않나?”


지도 같은 10등급 주제에 프레이아가 나서기에 딱 잘라 줄 생각이었다.


“뭐래? 셰퍼드 있잖아... 셰퍼드가 있지 않나. 셰퍼드가 3등급이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사이어 무림경전(武林經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24.11.26 3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입니다. 24.11.01 19 0 -
공지 천변만화경 -> 메사이어 무림경전(武林經典)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24.10.29 31 0 -
29 강호의 성지 (2) 동상이몽(同床異夢) 上 24.11.08 93 2 12쪽
28 강호의 성지 (1) 신탁(神託) 24.11.04 102 3 12쪽
27 늪지의 마녀 (7) 서리거인(Útgarðan) 下 24.10.30 104 5 13쪽
26 늪지의 마녀 (6) 서리거인(Útgarðan) 上 24.10.29 108 7 13쪽
25 늪지의 마녀 (5) 타초경사(打草驚蛇) 24.10.28 110 5 12쪽
24 늪지의 마녀 (4) 오스브레이커(oathbreaker) 24.10.27 114 4 12쪽
23 늪지의 마녀 (3) 구배지례(九拜之禮) 24.10.26 116 6 13쪽
22 늪지의 마녀 (2) 늪지의 미녀 24.10.24 116 4 12쪽
» 늪지의 마녀 (1) 베빌리아(bevilja) 24.10.23 121 5 12쪽
20 짧은여행 (5) 천로역정(天路歷程) 下 24.10.22 119 3 13쪽
19 짧은여행 (4) 천로역정(天路歷程) 上 24.10.21 123 4 12쪽
18 짧은여행 (3) 아테니아(athenia) 24.10.20 124 6 14쪽
17 짧은여행 (2) 차내담화(車內談話) 24.10.18 125 4 13쪽
16 짧은여행 (1) 강호지신(江湖之神) 24.10.17 132 5 13쪽
15 팔라딘 (3) 블러드매직(bloodmagic) 24.10.16 132 7 13쪽
14 팔라딘 (2) 바포메트(baphomet) 24.10.15 138 4 13쪽
13 팔라딘 (1) 리버스 펜타그램(reverse pentagram) 24.10.14 139 5 11쪽
12 무림초출 (3) 암도진창(暗渡陳倉) 24.10.13 147 5 13쪽
11 무림초출 (2) 격안관화(隔岸觀火) 24.10.12 149 6 13쪽
10 무림초출 (1) 사기종인(舍己從人) 24.10.11 153 5 12쪽
9 아이스만 (3) 자이언트(giant) 24.10.10 159 4 14쪽
8 아이스만 (2) 중단전(中丹田) 24.10.10 170 6 13쪽
7 아이스만 (1) 다이톤(daiton) 24.10.09 170 6 13쪽
6 병약한 압축근육 (3) 프리징(freezing) 24.10.09 194 8 13쪽
5 병약한 압축근육 (2) 클레이모어(claymore) 24.10.08 216 10 13쪽
4 병약한 압축근육 (1) 압박체축술(壓迫體縮術) 24.10.08 242 10 13쪽
3 강맹한 베인 (3) 다인슬라이프(dainsleif) 24.10.07 290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