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주인공이 빙의자를 등쳐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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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푸
작품등록일 :
2024.10.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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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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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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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7화>



목각인형 같은 여자는 헤나를 덮친 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나이아스 호수에 있는 유일한 나무의 가지로써 헤나를 속박했다.

그렇다면 나무가 아이들을 호수 밑바닥으로 끌고 간다는 나이아스 호수의 유령인 걸까?

알 수 없었지만, 늦은 밤 울리는 소녀의 비명은 호숫가에 잠든 모두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아, 아아, 아아아아······.”


자다 말고 헐레벌떡 뛰어온 유피의 손에서 프라이팬이 미끄러졌다.

무릎이 땅에 닿는 건 다음이었고, 반사적으로 뻗은 양손보다 떨리는 눈동자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소중한 딸이 비쳤다.

헤나는 덩굴처럼 쭉 늘어난 나뭇가지에 포박당해 옴짝달싹 못 했다.

닿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도 손을 뻗으며 외쳤다.


“엄마, 엄마! 살려줘!”


헤나를 사로잡아 자기 머리 위에 둔 나이아스 호수의 유일한 나무는 거대해서 유피가 암만 뛰어봐야 닿을 수 없었다.

유피와 함께 온 청년, 월터도 마찬가지.

수프 한 그릇의 온정으로 도움을 주고자 달려왔으나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허리춤에 매단 진검의 자루만 매만지며 괴물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네 개의 두꺼운 뿌리로 땅 위에 선 나무에 이파리 따윈 없었다.

어디까지 늘어나는지 모를 열두 가닥의 가지를 덩굴 내지는 채찍처럼 움직였다.

어두운 갈색 몸통에는 두 개의 타원이 대칭을 이루고 그 아래로는 가로로 길쭉한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들은 괴물 나무의 눈과 입이었다.


“이 꼬마를 원해~?”


괴물 나무의 목소리는 느긋했으나 듣고 있으면 신경이 거슬렸다.

철필로 철판 위에 글귀를 새기듯, 목소리를 입은 문장이 뇌를 긁는 듯했다.


“그러면 너희끼리 싸워 봐~ 이기는 벌레에게 이 꼬마를 줄게에~.”

“시끄러워!”


얼굴을 와락 구긴 월터가 검을 빼들었다.

악마여도 일단은 나무니까 베어서 쓰러트리면 된다는 기세로 덤볐다.

괴물 나무는 자리서 꼼짝 않고 두 가닥의 가지만 움직여 월터를 상대했다.


“크윽!”


채찍처럼 휘두르거나 창처럼 찔러오는 나뭇가지는 위력적이었다.

옆구리로 파고드는 가지를 검으로 막았다가 밀리고, 정면으로 찔러오는 가지를 맞받아치려다 자빠진 월터가 신음했다.

괴물 나무의 몸통에 난 세 개의 구멍이 완만하게 휘었다.


“약하잖아~ 너무 약하잖아아~ 꼬마를 구할 생각은 있는 거야아~?”


월터는 조롱에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일어서 검을 고쳐잡았다.

중단세로 잡은 검끝이 괴물 나무를 향했다.

웃음소리가 흘렀다.


“주제를 모르네에에에~!”


채찍처럼 휘어진 채로 허공을 가른 나뭇가지가 몸쪽에 붙여 세운 검과 부딪히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전력으로 버텨 호수에 빠지는 것만은 간신히 면한 월터가 내달렸다.

온 방향에서 쇄도해오는 가지를 피하거나 운 좋게 흘리며 나름 선방했으나 괴물 나무가 가지를 하나 더 쓰자 금세 밀렸다.

땅에 파고들었다가 솟구친 가지에 베인 월터의 턱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으면 정수리까지 뚫렸으리라.

나뭇가지 중 하나가 뒷걸음친 월터의 갈비를 부러트릴 기세로 가속했다.


“월터!”


금속끼리 충돌한 듯한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나뭇가지를 막은 프라이팬의 밑면에서 마른 불꽃이 튀었다.

전력으로 버텼으나 유피 역시 어쩔 수 없이 밀렸고, 월터가 옆에서 손을 보태고 나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으윽······. 어른이 돼서 어린애한테 의지하는 건 좀 부끄럽지만······ 루멘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월터가 말하는 동안 저 멀리에서 서둘러 하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루멘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야영 중이던 가족이었다.

유피가 대답했다.


“혼자서 도망갈 아이는 아니니 무슨 일 생긴 게 아닐까 걱정되는데. 칼리고도 보이지 않고.”

“만약, 진짜 만약의 이야기인데요. 루멘이 이 괴물 나무에게 당한 거면 어떡하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만약.

그렇지 않아도 낯빛이 어두웠던 유피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고개를 살짝 숙인 탓이었다.

그때, 월터가 유피를 밀쳤다.

방금까지 유피가 서 있었던 허공을 나뭇가지 중 하나가 꿰뚫고 지나갔다.


“우리 이렇게 해요.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 테니, 아주머니는 빠르게 내려가셔서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뭐? 월터 너는 어쩌고?”

“저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내려가세요! 아주머니가 빠르면 빠를수록 저와 헤나가 살 확률이 높아져요!”


오늘 막 만난 월터가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알 수 없었으나 유피는 묵묵히 일어섰다.

프라이팬을 양손으로 잡고서 월터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아주머니?”

“내려가는 데만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텐데 내가 사람을 불러올 때까지 저 괴물 나무가 가만히 구경만 할까?”

“그래서 같이 싸우시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시는 거예요?”

“최악이라 봐야 죽기보다 더하겠어?”


유피가 옅게 웃었다.

딸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나섰지만 두 팔, 두 다리가 관절 하나 빠진 듯 떨렸다.


“그렇게 떨면서 뭘 어쩌시겠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려가세요!”

“아니. 자식을 버리고 도망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너도 나중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내 기분을 알 거야.”


사악하고 끔찍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괴물 나무가 내는 소리였다.


“이야기는 끝났니이~? 다시 시작해도 될까아~?”


말하기 무섭게 다섯 가닥의 나뭇가지가 움직였다.

두 가닥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기에 유피와 월터가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지는 건 당연했다.

괴물 나무가 가지고 놀려고 하지 않았다면 둘 다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

쩌렁쩌렁 울린 웃음소리가 메아리쳐 돌아왔다.


“벌레에~ 벌레에~ 한심한 벌레에~ 조금 더 분발해봐아~! 더 즐겁게 해주지 않으면 이 꼬마의 목을 비틀어버릴 거야아아~?”


가지에 목이 졸린 헤나가 마른 숨을 기침처럼 토했다.

낯빛이 금세 창백해졌다.

이대로라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성을 잃은 유피가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부우우우우우우!


고래의 울음 같기도, 배의 경적 같기도 한 소리가 울렸다.

호수의 중심에서 물줄기가 길게 솟구치는가 싶더니 바로 옆에 그보다 훨씬 작은 물기둥이 두 줄기 솟구쳤다.

헤나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호수로 향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는 무언가를 보았다.


물고기인가?

아니면 또 다른 악마?


모두의 주목 속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루멘이었다.

칼리고의 목을 붙잡고서 물가로 올라온 루멘이 거친 숨을 토했다.

젖은 금발에서 떨어진 물방울에 각양각색의 표정이 비쳤다.


“잡아주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힘 빼고 드러눕는 꼬라지 봐라. 너 진짜 뒤질······ 엉? 이건 또 뭔 상황이야?”


월터와 유피, 괴물 나무, 가지 한 가닥에 사로잡힌 헤나를 빠르게 훑어본 루멘의 고개가 옆으로 천천히 기울었다.


“나이아스 호수의 유령······ 이라기엔 그냥 대놓고 악마인데. 약해빠져서는 꼬맹이나 인질로 삼는 더럽고 추접스러운 하급 악마. 그 마왕에 그 부하네.”

“이······ 이······! 건방진 꼬마가아아아아!”


흥분한 괴물 나무가 다섯 가닥의 나뭇가지를 뻗었다.

반사적으로 피하라 외치려던 유피와 월터의 입이 단정치 못하게 벌어졌다.

폴짝 뛰어올라 가지를 타고서 기민하게 내달리는 루멘의 모습이 두 사람의 망막 위로 흘러갔다.


서걱!


순식간에 괴물 나무의 머리에 도달한 루멘이 수호검 이지스를 휘둘렀다.

창백한 달빛을 튕겨낸 은백색 검날이 반원을 그리며 여섯 가닥의 가지를 베었다.

그중에는 헤나를 묶은 가지도 있었고, 헤나를 품에 안고서 착지한 루멘이 가볍게 미소했다.


“말했지? 달걀은 나중에 몇 배로 갚겠다고.”


헤나의 몸을 죄는 나뭇가지를 맨손으로 잡아 뜯은 뒤 조심히 내려주었다.

한달음에 달려온 유피가 헤나를 껴안았다.


“다친 곳은? 다친 곳은 없니?”

“엄마······.”

“그래, 이제 괜찮다. 다 괜찮아. 엄마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지켜줄 테니.”


감동스럽지 않을 수 없었으나 괴물 나무가 가지를 뻗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검으로 어렵지 않게 쳐낸 루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방금 튕겨낸 나뭇가지들은 루멘이 앞서 베었던 가지였기에.


“약한 놈들이 꼭 고속 재생 같은 귀찮은 특성을 가지고 있더라. 분수에 안 맞게.”

“다물어어어어어어~~!”


괴성을 지른 괴물 나무가 다섯 가닥의 가지를 뻗었다.

세 가닥은 땅에 꽂았고, 남은 세 가닥은 붉은 천이 묶인 유독 짧은 한 가닥의 주위에 두었다.

못 피할 것도 없지만 헤나 모녀가 바로 옆에서 부둥켜안고 있었기에 배려하기로 했다.


“피해 있어요.”


유피의 어깨를 발로 밀어 넘어트려 공간을 확보한 루멘의 눈이 쇄도해오는 가지의 움직임을 쫓았다.

두 발짝 나아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정면의 가지를 베었다.

그 즉시 뒤로 짧게 도약하며 검을 올려 쳤고, 양옆으로 파고들었다가 허공에서 교차된 두 가닥의 가지를 절단했다.

위에서 내리꽂힌 가지가 발치 바로 앞의 땅을 꿰뚫은 것은 바로 다음이었다.

루멘은 어깨와 허리를 크게 움직여 검을 휘둘렀고, 등을 찌르기 위해 우회 중이던 가지와 내리꽂힌 가지를 동시에 양단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다섯 가닥을 순식간에 베어낸 루멘을 보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땅에 파고든 세 가닥이 남았으니까.

이것만큼은 움직임을 읽을 방법이 있었기에 루멘은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가지가 일행을 노리지 못하도록 괴물 나무에게 바짝 접근했다.

주효한 작전이었다.


콰과광!


급하게 방향을 튼 것인지는 몰라도 세 가닥 모두 루멘에게 집중됐고, 공격보다는 방어적으로 활용됐다.

땅에서 솟구친 나뭇가지의 사이를 누비며 루멘이 한 바퀴 회전했다.

몸을 따라 움직인 은백색 검신이 허공에 창백한 달을 그렸다.

나뭇가지에 이어 괴물 나무의 몸통까지 차가운 검날에 베였다.


“끄에에에엑!”


괴성을 내지른 괴물 나무가 두꺼운 뿌리를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몇 걸음 뒤로 물러난 게 고작이었다.

언제 거처에 다녀온 건지 모를 칼리고가 등 뒤에서 난도질을 해댔기 때문이다.

루멘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챙겨온 도적에게서 빼앗은 장검을 양손으로 잡고서 미친 듯이 휘둘렀다.


“빌어먹을 꼬마들이이이······!”


나뭇가지는 말할 것 없고 몸통도 가지보다는 느리지만 재생한다.

일격에 확실히 끝낼 필요성을 느낀 루멘이 검을 앞으로 뻗었다.

수호검 이지스의 힘을 빌려 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자세였다.


“카르마는 영혼. 영혼은 생명력의 가장 큰 단위. 모든 업이 축적되는 곳. 피워내는 것은 강력한 의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중얼거린 루멘이 눈을 부릅떴다.

이지스의 검신을 바라보면서 의식의 영역을 넓혔다.

모든 외부 자극을 보다 자세히 인지하며 머릿속으로 붉은 원을 그렸다.


원은 순환의 상징.

붉은색은 불.


그 안에 수많은 선을 채워 하나의 도형을 만든 뒤, 정신을 짜내어 하나의 단어이자 피어날 의미를 혀끝에 두고서 쏘았다.


“인페르노!”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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