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화: 죽음

“오케이, 오케이. 제안을 받을께. 쏘지 마라. 손들고 나간다.”
어두운 폐공장 중앙으로 해밀턴이 부하 한명과 함께 권총을 내려놓고 양손을 들고 걸어나온다.
그걸 바라보던 수혁이 권총을 두손에 든 채 조용히 걸어나왔다.
알파팀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복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해밀턴, 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거냐?”
"그래, 뭐, 이 정도면 내가 화끈하게 진 것 같군. 넌 정체가 뭐냐? 우리 델타팀 수준이 보통 아닌데, 아주 처참하게 뭉개버리네?"
수혁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하나 내민다.
안에는 현금 2백만 불이 들어있다.
“하 참, 어이가 없네. 이걸 준비해서 왔다고? 이미 이렇게 우리가 패배할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뭐, 우리가 너희보단 한수 위라는 걸 아니까 미리 준비한 거야. 네가 목숨을 건지길 원한다면, 내가 기회를 한 번 줄 생각으로 왔지. 날 죽이라고 보낸 놈을 네가 처리한다면, 2백만 달러는 네 거다. 목숨도 살려주는 거고. 네 실력을 아니까, 후불이 아닌 선불로 그냥 줄께."
해밀턴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선불로 준다고? 이야, 실력도 좋은데, 통도 크네? 대단한 인간이로군. 강수혁 당신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고 의뢰를 받다니··· 완전히 의뢰를 잘못 받은 셈이로군.”
해밀턴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로지 살아 남아 다시 델타팀을 재건해야 한다.
"의뢰인을 죽인다?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건가?"
"맞아. 널 사주한 사람이 바로 내 적이잖아? 그 놈을 제거하면, 넌 더 이상 나와 적이 될 이유가 없지. 너도 살아남을 수 있고, 2백만 불도 손에 쥘 수 있고. 조만간 네가 다시 델타팀 재건할 거 아냐? 가끔 내가 부르면 달려오라고. 사례는 충분히 할테니까."
“이야, 협상도 잘 하는데? 오케이, 코~올!! 원헌드레드 퍼센트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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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과 부하를 먼저 보낸 후,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팀원들.
“정말 수고 많았다. 리안의 기발한 착상으로, 생각보다는 쉽게 처리했네. 녀석들 수준이 보통 아닌데 말이야. 하하.”
“그러게. 땡큐, 리안. 역시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구나.”
“위험했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지. 하하.”
오산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 차에서 내려서 알파팀 차량 옆에 서 있는 수혁.
“이거 가지고 가.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맙다.”
천만 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건네준다.
“어? 이런걸 받으려고 여기 온거 아닌데?!!”
“그래도 내가 섭섭해서 그래. 그냥 가지고 가.”
이어서 수혁은 한 명씩 팀원들과 작별을 나누었다.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보니, 그동안 함께 싸워온 시간들이 새삼 되살아나며, 다시금 형제 같은 유대를 느낀 수혁이다.
"너희들 덕분에 모든 것이 잘 끝났어. 너희가 없었으면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지 못했을 거야."
팀원들 역시 수혁과 함께한 수많은 작전을 떠올리며, 짧은 미소와 고개 인사로 아쉬움을 나눈다.
차례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에단이 수혁에게 손을 내민다.
눈빛이 명료하고 깊다.
"서로 지켜줬던 거지.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또 불러. 언제라도 달려올께. 다치지 않도록 몸 조심해라. 널 걱정하는 게 우습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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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뒤, 최회장이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기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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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속보]
대한민국 경제계를 이끌어온 대현그룹 최호성 회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 회장은 병보석으로 풀려나 자택에서 치료를 받던 중, 오늘 새벽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회장은 대현그룹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며 경제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으나, 여러가지 범죄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그의 사망 소식은 기업 내부와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최 회장의 사망 원인에 대해 추가적인 부검이나 조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으며, 유족들과 기업 측에서 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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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군.
그렇게도 발버둥치며 용을 쓰더니, 최회장 역시 사냥개에게 사냥 당하는 신세가 되었구나.
사망할 때의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그게 아쉽긴 하다.
눈을 부릅뜨고 분노와 적개심에 찬 표정을 지었을까?
아니면, 놀라움과 공포와 두려움의 표정?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을···
오로지 돈을 위해, 그렇게까지 악다구니를 쓰며 수많은 사람들을 구렁텅이로 빠뜨렸던 이유가 대체 뭐냐?
잘 가쇼, 최노인.
지옥에 가서 참회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그게 될까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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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삼진병원 장례식장.
화려한 조화와 엄숙한 분위기가 장례식장을 채우고 있다.
최준영과 최윤아는 나란히 서서 각계각층의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정치계, 재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조문을 위해 방문 중이다.
두 남매는 그들에게 조용히 인사하며 고개를 숙인다.
최준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착잡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았지만, 눈빛에는 어딘가 안도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그동안 아버지 최호성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서 움직여야 했던 상황이 이제야 새삼 끝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최윤아 역시 고개를 숙이며 조문객들에게 인사 중이지만, 마음속에서는 묘한 해방감이 일렁이고 있다.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시간이 이제 끝나고, 그녀도 이제 자신의 미래를 다시 그릴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한 정치인이 최준영에게 다가와 악수를 건넨다.
"큰 일을 당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화는 정중했지만, 최준영의 얼굴엔 여전히 착잡함과 안도감이 묘하게 섞여 있다.
최윤아 역시 조문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띠지 않으려 애쓰지만,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이 스며들어 있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이 느끼기에도 그렇다.
전체적으로 묘하게 조용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두 남매는 끝없는 조문을 받으며 복잡한 심경 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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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부터 몇 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죽음이 있었다.
필리핀 마닐라 외관 인근 어딘가.
어둡고 습한 감금실.
최준영이 보낸 사냥개는 불법 도박 동업자 김재훈을 끝까지 추적한 끝에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도망친 녀석을 붙잡았다.
김재훈을 비밀 은신처로 데려와,
숨겨둔 비자금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잔인한 고문을 시작했다.
"자··· 시간 끌지 말고 간단히 끝내자. 어디에 비자금을 숨겼는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더 고통스러워질 거다."
김재훈은 땀에 젖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이미 심한 고문을 견디고 있었고, 상태가 위태로워 보인다.
몸 곳곳에는 멍자국과 피가 묻어 있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상태다.
"제발··· 멈춰··· 그 돈은··· 다··· 탈취당했.. 억~!"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사냥개는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고, 김재훈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로 고문을 당했다.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방 안을 가득 메울 뿐이다.
"마지막 기회다. 비자금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즉시 말해!!!"
김재훈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고문이 지나치게 심해져서 몸이 한계를 넘었다.
허~억~ 허~억~ 후~
점점 숨을 멈추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숨을 내뱉으며 생명을 잃고 말았다.
사냥개는 김재훈이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원하는 답을 끝내 얻지 못한 채 김재훈은 죽음에 이르렀다.
사냥개가 오히려 당황해서 김재훈에게 달라붙어 인공호흡까지 하고 가슴을 세차게 두들겨 보지만, 늦었다.
"빌어벅을, 너무 심했나? ··· 되돌릴 방법도 없네."
비자금 위치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사냥개는 김재훈 시신을 두고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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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정역 근처 2킬로미터 인근 김재훈의 은신처에 비자금이 추가로 있습니다. 】
김재훈이란 인물을 조사하고 있는 중에 나온 GPS 홀로그램과 목소리.
응? 김재훈의 은신처? 자금이 또 있다고?
개미새끼처럼 열심히도 피땀흘려 모았구나.
아니구나.
아주 쉽게 불법 도박 사이트로 번 돈이지.
그러면, 저기엔 거의 현금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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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이 대단한 인간이군.
그냥 평범한 물류 창고 건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물쇠만 열고 차량까지 내부로 들어가는 구조다.
거기다 CCTV만 덜렁 두개 있고, 여타의 보안 시설도 없다.
일부러 사람들이 별로 관심도 갖지 않게 만든 건가?
한쪽에는 조그만 사무실로 칸막이 되어 있고 책상과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전자레인지나 라면과 커피포트 같은 거까지 있는 걸 보니, 가끔 이곳에서 잠을 잘 때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야, 현금 박스를 많이도 쌓아 놨네.
그냥 무슨 물건처럼 방치해 놓은 수준이다.
그래도 습기 제거기는 설치해 두었군.
원화와 달러 합쳐서 무려 960억이나 된다.
고맙다, 잘 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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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을 조사해 보니, 생각보다 대단한(?) 인물이다.
전 세계에 걸쳐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엄청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해외에 운영되는 운영 본부 겸 서버실이 무려 5개나 된다.
차명 계좌로 축적해 놓은 돈이 무려 10억 달러 수준이고.
관련 자료들을 제로에게 넘겨 제임스와 함께 탈취하도록 요청했다.
제로의 일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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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사무실, 긴장감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장준석 실장이 서 있다.
방금 전한 소식이 최준영에게 큰 충격을 주었음을 느낄 수 있다.
장 실장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김재훈이 죽었다고? 그럼 그놈이 숨겨둔 돈은 어떻게 된 거야? 내 돈은 어딨어!"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고문을 받다 갑자기 죽는 바람에,, 끝내 비자금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모든 흔적이 지워졌고, 그 돈은 이제···."
최준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빛이 광기로 가득 찼고, 주먹을 세게 책상에 내리쳤다.
책상이 흔들리고 서류들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분노는 사그라들 기미가 없었다.
"이런 젠장할! 그놈이 2,500억을 들고 튀었는데, 그걸 찾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고? 그럼 난 뭐가 되는 거야! 무슨 일을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하는 거야!!!"
장준석 실장을 매섭게 노려보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나마 힘겹게 불린 비자금이 김재훈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에 쓰라림과 좌절이 몰려온다.
모든 계획이 뒤틀리는 듯한 절망감이 엄습한다.
"네놈이 모든 일을 책임져!!! 이제 비자금은커녕, 그나마 남아있던 돈마저 털려버렸잖아!"
장준석 실장은 고개를 숙이며 침묵을 지켰다.
최준영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역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최준영에게 치명적인 손실로 남았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돈을 어떻게든 회수해야 해. 방법을 찾아. 그놈이 어디에 돈을 숨겼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최준영은 끝까지 자신의 자금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렇다고 없어진 돈이 어디서 솟아난단 말인가?
이미 수혁과 제로의 손에 모조리 들어가 버린 상태인데 말이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과 추천 꾸~욱~!!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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