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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모르템
작품등록일 :
2024.10.0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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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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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86화: 양지와 음지

DUMMY

“강대표님, 레스토랑 어때요? 외관부터 딱 남산의 자연과 잘 어울리지 않아요? 모던하면서도 경치가 끝내주죠?”


“이야, 그렇네요. 숲이 그대로 보이고,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라 더 특별해 보입니다. 야경이 장관이네요.”


“맞아요. 야경과 숲이 절묘하게 어우러지죠. 그래서인지 이 레스토랑이 특별한 기념일이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더군요. 저 테라스 쪽 자리에서 보면 더 멋질 거예요.”


“오!! 테라스 자체가 멋지네요!! 바깥 공기도 느낄 수 있고요. 메뉴는 어떤가요?”


“현대적인 한식에 제철 재료를 사용한 창의적인 요리가 주로 나와요. 한우 스테이크나 해산물 요리가 특히 유명하죠. 게다가 플레이팅이 예술처럼 정교해서 눈으로도 즐길 수 있어요.”


“듣기만 해도 기대되네요. 와인도 같이 한잔할까요?”


“그러시죠. 요리에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해 줄 거에요. 직원들이 세심해서 필요한 걸 그때그때 챙겨주더군요.”


“음··· 분위기도 좋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야경까지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네요. 역시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하하.”

“그래요? 다행이네요.”


이민영 대표 말대로 나오는 음식들이 정말 예술이다.

눈으로 먼저 즐기게 되는 스타일이다.


“음··· 한우 스테이크가 고기를 부드럽게 구워서 트러플 소스와 함께 나오니, 고소하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 일품이로군요.”


“플레이팅도 정말 정교하게 되어 있지 않아요?”

“그렇네요. 스테이크 주변에 야채들이 깔끔하게 곁들여져 있네요. 간도 딱 적당해서 고기의 풍미를 그대로 살렸고요.”


이어 나오는 제철 해산물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듯한 굴과 전복들···

레몬 버터 소스와 함께 구운 걸로 보인다.


“우~와, 기가 막히네요. 굴은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고, 전복은 버터의 풍미가 더해져서 정말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그렇죠? 여기 미슐랭 스타 셰프님이 올때마다 실망시키질 않는다니까요.”


한동안 맛있게 정신없이 먹다보니, 이어서 디저트가 나온다.

한식 디저트와 퓨전 디저트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팥을 넣은 한식 떡 디저트와, 유자 셔벗이나 흑임자 아이스크림 같은 독특한 것도 있다.


“저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드네요. 녹차 티라미수··· 정말 인상 깊은 맛이네요.”

“살살 녹죠? 저도 그걸 제일 좋아해요.”


“음식도 음식이지만, 남산의 멋진 풍광까지 더해지니까 그야말로 완벽한 경험이 되는 듯합니다. 좋은 곳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순서를 정해주신 걸 투자 기회로 삼았잖아요. 다음에도 종목 선정 많이 부탁하세요. 제가 오히려 얻는 게 많을 거 같아요. 호호.”


“아, 그러시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가끔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런 ‘젊은이의 양지’만 있을까?

미국으로 도망친 녀석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해성그룹 장남 강현우.

마약 복용과 섹스파티 혐의로 미국으로 도망친 이후, 그곳에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도피생활···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등지에서 자주 드나드는 곳은 최고급 리조트와 럭셔리 호텔이다.


매일같이 슈퍼카를 타고 다니며, 초호화 요트에서 마약과 미녀를 즐긴다.

파티를 자주 개최하고,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고급 술과 약물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새로 구입한 고급 빌라에서 매일 밤 호화로운 파티가 열린다.

다양한 나라의 부자 친구들과 모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며,

셰프가 준비한 요리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럭셔리한 생활은 마치 끝없이 즐거울 것 같지만, 내면은 점점 망가져가는 중이다.


그러더니,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이제···

외양상으로도 스스로 무너져가는 모습은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마약에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게 되자,

건강과 정신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피부는 창백해지고,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 잡았다.

술과 약물에 중독되어 점점 더 피폐해져 가고,

이전의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점차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변해갔다.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의 경고도 듣지 않고, 가까운 사람들조차 이제 떠나기 시작했다.

고급 파티에 가도, 외모는 더 이상 고급스럽지 않고, 종종 술에 취해 기이한 행동을 하곤 한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주도하던 파티는 점점 더 어두운 분위기로 변해갔다.


자신이 가진 돈과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조차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심리적 불안정으로 인해,

녀석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장악하지 못하게 된 상태다.


그런 망가진 상태의 강현우에게 비슷한 시기에 도피했던 연예인 김소연이 찾아왔다.

기억의 한자락에 명품 마약과 함께 섹스파티에서 즐겼던 여운이 남아 있다.


"김소연... 네가 미국으로 온 줄도 몰랐어. 어차피 이젠 다 끝난 일이지만 말이야."


"오랜만이야. 얼굴이 많이 상했네?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우린 살아 있어. 이게 다 일시적인 도피일 뿐이잖아. 한국에서야 아직 수배중이지만, 여기선 누구도 우릴 건드릴 수 없잖아?!"


강현우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눈은 여전히 흐리멍덩하고, 손에는 언제나처럼 위스키 한 잔이 들려 있다.

김소연은 옆에 앉아 와인잔을 흔들고 있다.


"여기 와서 어떻게 지냈어? 몇 달 넘었는데, 그동안 뭐가 변하긴 했나? 맨날 술, 마약, 파티뿐이잖아? 너도 다를 거 없지? 끝없이 가라앉고 있다는 게 요즘은 느껴져."


"그래, 그건 인정. 결국 이렇게 될 거였을까? 한국에 남아 있었으면, 더 빨리 망가졌을까? 차라리 이렇게 망가지는 게 편한 거 아냐? 난, 이제 손까지 떨고 있다. 흐흐."


강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자신의 손 역시 약물 남용으로 인해 떨리고 있고, 피부가 창백해 있다.


"어차피 다들 우릴 욕하겠지. 그래도 난 상관없어. 여기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우린 미국에서 뭐든 할 수 있잖아? 돈만 있으면 말이야."


"쓰~읍. 돈... 맞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더 이상 그 돈조차 나를 구할 수 없더라고.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모든 게 헛된 거라는 걸."


강현우의 말에 김소연 역시 자조섞인 한숨을 쉬며 창문 너머의 도시를 바라본다.

로스앤젤레스의 화려한 야경이 빛나고 있지만,

삶이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


이들보다 더 처참하게 망가진 인물이 형진그룹 차남 박준혁이다.


미국으로 도피한 후, 박준혁은 한동안 고급 호텔과 펜트하우스에 숨어 살았지만, 녀석의 생활 역시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약물에 찌들어, 본인의 모습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기 일쑤였고,

자신이 주도하던 섹스 파티는 어느새 괴이한 광기로 변했다.


몸은 비쩍 마르고, 얼굴은 거칠어진 피부로 변했으며,

자주 환각에 시달리고, 스스로도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변해버렸다.


주위에는 더 이상 친구나 연인이 남아 있지 않았고,

오직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하는 악순환만 남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한국에서 보고받은 장남 박명진.

동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건 동생에 대한 걱정보다는 경쟁자를 제거할 기회라고 생각한 판단이었다.


형진그룹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박준혁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박명진은 측근을 시켜 미국 내 외딴 정신병원을 찾아내,

준혁을 그곳에 강제로 입원시켜 버렸다.


이 정신병원은 외부와의 소통이 완전히 차단된 곳으로,

한번 들어간 환자는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는 곳.


박명진의 결정은 잔인하고 냉혹했다.

박준혁은 가족들에게서 완전히 고립된 채, 사라진 사람으로 남게 될 운명이 되어버렸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후,

박준혁은 약물과 싸움하며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의 외침을 들을 수 없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도,

병원의 벽은 자신의 소리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형진그룹 차남도, 후계 경쟁자도 아닌 잊힌 인물로 남게 되었다.


**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대성그룹 손자 이정우였다.

이정우 역시 마약과 도박에 휘말리며 삶이 점점 망가져 갔다.


도박 중독과 마약 의존이 점점 심각해지자,

대성그룹 회장은 더 이상 녀석에게 돈을 송금하지 못하도록 자금줄을 차단해버렸다.


그룹 회장으로서는 이정우가 아무리 손자지만,

대외적으로 그룹에 망신살 뻗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정우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마지막 남은 현금을 전부 쏟아부어 도박과 마약에 빠졌다.


급기야 자금이 끊기고 가진 돈까지 떨어지자, 불법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도박과 마약에 대한 갈증은 멈추지 않았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빚은 수십 억대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점점 더 상황은 악화되었다.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사채업자들과의 갈등이 커져만 갔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사채업자들과 마지막 담판을 짓기로 했다.

이정우는 사채업자들과 만나기로 한 외딴 창고로 향했다.


창고로 들어가니, 어둡고 음산한 조명 아래 사채업자들이 서 있다.

이정우가 들어오자마자 독촉하기 시작했다.


"돈~!! 어디 있어~?!"

이정우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 답하지 못했다.


긴장감이 감돌자, 그제서야 이정우는 무릎을 꿇었다.

"제발... 더 시간을 줘.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볼게."


"준비해 오지 않았나 보군. 마지막 기회를 준 건데 말이야."


그때부터 사채업자들이 낄낄거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빌어먹을 새끼야, 집에 수천억 돈이 많으면 뭐하냐? 우리에게 몇 십억도 갚지 못하면서 말이지.”


필사적으로 사정했지만,

사채업자들은 이미 이정우가 더 이상 돈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시간은 충분히 줬지? 이제 선택은 네가 하는 게 아니야."


그 순간, 이정우는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감에 휩싸여 어둠 속의 숨겨진 분노가 폭발했다.

더 이상 밀려드는 절망을 참을 수 없었다.


“뭐라고? 야! 이 개새끼들아~!! 내가 누군줄 알아?!!”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그때부터 사채업자들을 밀치며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정우 같은 도박꾼이자 마약쟁이가 사채업자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녀석들은 단련된 몸으로 이정우를 압도했다.


그런데, 이정우도 의외였다.

약물과 절망에 찌든 마지막 힘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퍽! 파박~!!!

사채업자 중 한 녀석의 얼굴을 주먹으로 제대로 강타하며 휘청거리게 만드는 실력을 발휘했다.

급기야 열받은 사채업자들이 몽둥이 같은 둔기를 들고 덤벼들었다.


"이 개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이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구나."

한 사채업자가 험상궂은 얼굴로 비웃으며 이정우의 머리를 몽둥이로 퍽! 내리쳤다.


으~억! 머리를 감싸쥐며 이정우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머리에서는 피가 낭자하게 흘러나왔다.

정신을 잃어가는 동안 점점 희미해지는 주변 소리만 들렸다.


퍽! 퍽! 뽀~각! 퍽!

사채업자들이 달려들어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두들겨 맞던 이정우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맞아 죽어버린 것이다.


“아~오~! 빌어먹을 새끼가··· 어? 죽어버렸나? 젠장할···”


한참을 때리고 난 뒤,

녀석들은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인근 데스밸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을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었고, 이정우 시신은 사막 모래 속에 조용히 파묻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젊은이의 음지’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꾸~욱~!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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