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화: 야밤의 격투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녀석이 수혁을 향해 빠르게 칼을 휘둘렀다.
칼날이 자기 얼굴을 스칠 때, 수혁이 머리를 살짝 돌려 피하며 재빠르게 상대의 손목을 잡았다.
콱~! 빠~각!
팔을 비틀며 뼈를 꺾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끄~아~악!
팀원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질 때, 수혁은 다시한번 녀석의 발목을 비틀어 뭉개 버렸다.
그 순간, 다른 두 녀석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한 놈이 허리 아래를 겨냥해 칼을 찌르듯이 내밀고,
다른 한 놈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공격을 했다.
수혁이 몸을 낮추며 옆으로 굴러, 두 놈의 공격을 피했다.
굴러서 일어난 후, 빠르게 한 팀원의 무릎을 발로 걷어찼다.
퐉! 꺼~억! 털썩!
무릎이 꺾이며 녀석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다른 녀석이 칼을 휘두르며 공격을 계속 시도했지만,
수혁은 상대의 칼을 자신의 팔로 살짝 밀어내며 녀석의 팔꿈치를 꺾었다.
빠각! 끄~아~아~아~악~!!!
상대는 비명을 지르며 무너졌다.
철푸덕! 짤그랑~~~!
칼이 바닥에 떨어지며 금속성 소리가 울린다.
남은 두 녀석은 눈앞의 상황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다시 자세를 잡고 수혁을 덮치려고 했다.
수혁은 집중해서 녀석들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한 녀석이 허리 높이로 칼을 휘두르자,
수혁은 반박자 빠르게 몸을 틀어 피하고, 상대의 옆구리를 가격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빠~각! 아악!!!!
비명을 지르면서도 다시 달려든 녀석은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수혁이 한 발짝 뒤로 살짝 물러섰다.
수혁은 다시 순식간에 발을 돌려 상대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칼을 떨어뜨리게 했다.
한 손으로 상대의 어깨를 잡아 돌리며,
팔을 뒤로 꺾어 상대의 팔꿈치 뼈를 꺾었다.
뽀~각~!! 끄~아~악!
4명의 녀석들이 바닥에 쓰러져 끙끙거리며 일어나지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녀석들의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공원의 정적을 깨고 있다.
마지막 남은 김동현.
녀석은 당황한 얼굴로 칼을 들고 수혁을 마주했다.
김동현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숨소리는 가빠졌다.
수혁은 천천히 김동현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그만두지?! 싸움에서 날 이길 수 있겠어?"
김동현은 이를 악물고, 서늘한 눈빛으로 칼을 고쳐 쥐었다.
“야, 이 개새끼야!! 뒈져 버려라!!!”
마지막 남은 힘으로 수혁에게 돌진했다.
수혁은 녀석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며, 돌진해 오기를 기다렸다.
김동현이 휘두른 칼을 수혁은 빠르게 손목을 낚아채듯 잡아 때렸다.
김동현의 칼이 허공을 갈랐고,
그 순간 수혁은 빠르게 한 손으로 녀석의 팔을 꺾어버렸다.
아~아~악!!!!
김동현은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고,
수혁은 목에 팔을 두른 채 단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계속할 거야? 그만두지 않으면, 넌 끝이다."
김동현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수혁은 녀석을 놓아주며,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 이제부터 게임을 해볼까? 누가 보낸 거냐?”
“뭐, 뭐? 누가 보내다니? 그게 무슨···”
“오호, 쉽게 말하기 어렵다 이거지? 어디 그럼 버텨보든지···”
퍽! 팍! 빠각! 퐉! 퍼~억!
억! 으~억! 악! 아~악!
“어때? 계속 할까? 아니면, 지금 말할래.”
“무,, 무슨 말을 하라는 거냐?”
“오~올~! 깡다구 있다고?! 좋아···”
퍽! 팍! 빠각! 퐉! 퍼~억!
억! 으~억! 악! 아~악!
“그,, 그만, 그만 때려! 시팔 새끼야!!”
“어쭈, 점점 말이 거칠어지네?”
퍽! 팍! 빠각! 퐉! 퍼~억!
억! 으~억! 악! 아~악!
“그··· 그만··· 그만 때리세요!! 말 할께요. 우린 국정원 직원들이에요···!!”
“국정원 직원들?? 니들이 왜 날 납치하려고 했어?”
“그게, 저, 요즘 강수혁씨 자산도 급증하고 대현그룹 오너 일가 죽음과 모종의 관계도 있는 거 같고, 정민규 차장님 죽음과도 관련되어 있는 거 같아서···”
“관련 있는 거 같아서? 그냥 그런 심증으로 사람을 납치 시도하는 게 요즘의 국정원인가? 2차장이 시킨 거야? 전재민 차장?”
“눼? 아니, 그걸 어뜨케··· 아니, 아닙니다. 그분이 시킨 게 아닙니다. 근데, 어떻게 전재민 차장님을 아십니까?”
“국내 파트니까 2차장실일 거고, 2차장실이면 전재민 차장 아냐?”
“네,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너무 잘 알고 계셔서요. 혹시 정보 계통에 근무하시는 건가요?”
“그런 건 알 거 없고, 납치하려는 진짜 목적이 뭔데?”
“네? 제가 아까 말씀드린 그게 목적인데요···?”
“에이, 선수들끼리 왜 그래? 전재민이가 얼마나 탐욕스런 놈인지 내가 알고 있는데. 김동현이 너, 전재민이가 지난번 불법 무기도입 계약 관련해서 뒤에서 지원 사격하며 200억이나 뇌물 받은 거 알고 있어?”
“네? 200억이요? 아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전차장님은 그 사건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요.”
“이런, 이런, 이렇게 허당들이니 맨날 엉뚱한 사람 납치나 하려고 하지, 쯧. 자, USB 가지고 가. 여기 증거물이 들어 있으니까. 전재민이 차명 계좌하고 자금 흐름이 담겨 있으니까, 활용 잘 해봐. 이걸 들고, 국정원장에게 가면 너희들 5명 모두 아마 포상받을걸? 이런 바퀴벌레 새끼를 솎아냈다고 말이야.”
“뉘~에? 그게 정말입니까?”
수혁의 말을 듣자마자 김동현은 말할 것도 없고, 쓰러져 있던 녀석들까지 눈을 빛낸다.
그렇지. 바로 그거지.
그런 애국적인 자세를 가지고 공무원 생활을 해야지!!!
“대신에 앞으로 날 두번 다시 귀찮게 하면, 너희들 모두 열혈 너튜버 이지훈에게 모조리 까발리라고 할 거야. 불법 민간인 사찰에 납치 시도까지 모두 말이야. 저기··· 빨간불 반짝이는 카메라 보여? 광학 증폭기 장착한 카메라야. 지금 영상 아~주 선명하게 모두 찍어 뒀으니까, 그르케 알라고.”
**
병원에 가서 진단해 보니, 최소한 6주 이상의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김동현과 팀원들은 전재민의 차명 계좌를 확인하고 오히려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왈가왈부 고민하다 결국은 미뤄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전재민이 차명 계좌를 바꿔버리기라도 하면, 증거물이 없어져 버리는 결과다.
김동현은 팀원들과 함께 용기를 내 국정원장에게 직접 가서 증거물을 제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깁스를 한 팔과 다리를 끌고 국정원에 들어가려니, 더럽게 쪽팔렸다.
**
국정원 본부 앞에 한 대의 검은 SUV가 멈춰 섰다.
차량에서 내린 국정원 감찰반 요원들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였다.
누구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쥔 전재민 차장을 체포하기 위해서다.
요원들은 전재민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전재민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류를 넘기던 손이 잠시 멈칫 했다.
하지만, 태연한 척하면서 스스로를 침착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감찰반 팀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전 차장님, 차명 계좌로 숨겨놓은 200억을 발견했습니다. 지난번 불법 무기도입계약 관련때의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순순히 가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 순간, 전재민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응? 이것들이 갑자기 그걸 어떻게 알았지?’
겉으로는 침착하려 했지만,
뇌리 속에서 무너지는 모든 것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비밀과 권력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200억이라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감히 나를 체포한다고?"
마지막으로 저항해보려 했지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감찰반 요원들이 자신을 제압하려 하자, 전재민은 한순간 강하게 저항했다.
몸을 비틀며 밀쳐내려는 시도를 했지만, 이미 자신이 단단히 제압당한 상태에 있었다.
"이건 누군가의 음모야!!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감찰반 팀장의 한 마디가 전재민의 모든 저항을 끊어냈다.
"차장님, 그만하세요. 추하잖습니까? 끝났습니다. 우리가 그 돈을 찾았다는 건, 이미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의미입니다."
전재민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단번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고개를 숙이며, 묵묵히 감찰반 요원들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를 들었다.
국정원 원장이야 임명직이니,
2차장으로서 사실상 조직의 정점에 섰던 자신이···
이제는 감옥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감찰반에 의해 수갑을 차고 끌려 나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길이 따갑기 그지없었다.
**
병원에 가장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김동현이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전재민 차장의 비리까지 알고 있다는 건,
일반적인 수준을 한참 뛰어 넘는다는 의미다.
자칫했으면··· 자신도 그때 그 자리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팀원들도 모두 한가락 하는 요원들인데,
찍소리도 못하고 5명 모조리 당했다는 건,
쪽팔림을 떠나··· 아예 상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상대했다는 뜻이다.
CIA 비밀 요원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NSA나 미국 특수부대 출신일 가능성도 있다.
뭐가 되었든,
이제는 자신의 삶에서 강수혁이란 사람을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유학 준비는 잘 돼가고 있어?”
“응, 오빠 덕분에 꿈에나 그리던 유학을 가게 되다니, 아직도 믿기질 않아.”
“전공은 뭘로 하려고?”
“딱히 정하지 않고 그냥 MBA코스로 하려고.”
“그래, 잘 생각했다. 그냥 적당히 즐기면서 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어떻게 그렇게 해··· 오빠가 힘들게 보내주는 유학인데.”
“야, 아니라니까. 진짜로 대충하라고. 친구들도 사귀고, 파티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말이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께. 하하.”
“지역은 어디로 갈거야?”
“동서부 가리지 않고 하버드, 와튼, MIT, 스탠포드 같은데 몇 군데 내서 되는 대로 가야지.”
“이야, 우리 수아, 공부 열심히 했나봐~!! MBA Top 4 School 아냐?”
“헤헤, 그런가? 체력은 국력이지. 공부도 체력 싸움이야. 내가 체력 하나는 끝내주지.”
“진사범님께 감사해라. 하하.”
“아빠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지.”
“영어 수준은 어때? 잘 하지?”
“뭐, 네이티브 수준은 아니어도 그런대로?”
“학교 정해지면 주변에 근사한 데로 집도 사줄 테니, 기숙사 생활하지 말고 그냥 자유롭게 생활해.”
“엉? 집까지 사준다고? 아니, 그건 쫌 그런데?”
“야, 그냥 사준달 때 감사합니다 하면서 받는 거야. 흐흐.”
“우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어떻게 오빠 같은 봉을 만났지? 크크크.”
“하하. 그래 내가 봉이다. 맞아.”
“지난 번에 보니까 예쁜 여자하고 나가던데, 누구야? 애인이야?”
“누구? 아··· 이민영 대표? 아니야, 비즈니스 파트너. 얼마전에 공동으로 투자회사 만들었거든.”
“에이, 엄청 다정해 보이던데? 진짜 애인 아니야?”
“야, 아니라니까. 나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어.”
“어? 좋은 감정은 있는 모양이지? 시간 없단 핑계를 대는 걸 보니까.”
“에휴, 말을 말자. 그런 거 아니니 신경 꺼라~~.”
“오빤 아닐지 몰라도, 그 여자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하던데?”
“뭐? 무슨 그런··· 음, 이제 그만···”
“어? 오빠, 얼굴이 빨개졌는데? 크크크.”
“아휴, 이걸 그냥··· 오빠 놀려 먹는 게 그르케 재밌냐?”
-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꾸~욱~!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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