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화: 교도소 차량 습격사건

도시 외곽의 한적한 국도.
어두운 구름이 드리운 하늘 아래 교도소 차량인 호송 밴(Prisoner Transport Van)이 법정을 향해 가고 있다.
차량은 중형 밴 형태로,
내부가 독립된 죄수석과 교도관석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좌석은 수갑이 고정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탈출 방지를 위한 강화된 철창이 장착되어 있다.
차량 내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한다.
차문은 내부에서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외부는 전용 키로만 열 수 있다.
짧은 거리나 소규모 죄수를 운송할 때 주로 사용되는 밴이다.
최도경은 수갑을 차고 차량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다.
‘먹구름이 껴 있어도, 감옥보다는 바깥 공기가 좋긴 좋구나.’
다른 몇몇 죄수들 역시 비슷한 생각들인지, 흐릿한 미소와 함께 앉아 있다.
두 명의 교도관이 앞 좌석에 앉아 차분하게 무전을 주고받으며 경계하고 있다.
오늘 역시 정해진 스케줄대로 일정이 무사히 끝나리라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도로 한복판에
고장 난 듯 보이는 화물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앞좌석의 운전 교도관이 차창 너머를 보며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어? 저게 뭐야?"
운전 교도관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다른 교도관도 고개를 돌려 도로를 주시했다.
고장난 듯 멈춰 있는 화물차가 도로 한가운데를 막고 있다.
"화물차 같은데··· 도로 한복판에 저렇게 멈춘 게 이상하네요. 어떻게 할까요?"
조수석 교도관이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전 쳐야겠어."
운전 교도관이 무전기를 집어 들고 본부에 연락을 시도했다.
"본부, 여기는 차량 3호. 앞 도로에 화물차가 고장으로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 우회로가 필요할 것 같습..."
그 순간, 무전기 너머로 들리는 잡음과 함께
운전 교도관이 말을 잇기 전에 조수석 교도관이 말했다.
"잠깐, 저 화물차 뒤에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요."
운전 교도관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뭐라고?"
교도관 둘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운전 교도관이 천천히 차량을 멈추며 다시 한번 무전을 시도했다.
"본부, 여기는 차량 3호. 지금 도로 상에서 고장난 화물차가 도로를 막고 있습니다. 우회로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차량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화물차 앞에서 멈췄다.
그 순간, 교도관이 다시 무전을 하려는 찰나,
화물차 뒤에서 검은 복장의 복면을 쓴 인물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델타 블랙팀이었다.
교도소 차량이 멈추자마자,
화물차 뒤에 숨겨져 있던 블랙팀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푸슉! 퍽!
차량 앞 유리창이 소음기가 달린 총으로 깨졌다.
억! 소리와 함께 앞 좌석에 앉아있던 운전 교도관이 그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고꾸라졌다.
"이게 무슨···!"
다른 교도관이 놀라며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옆자리 교도관도 두 번째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복면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쓰러진 교도관들을 밀쳐내고 뒷문을 여는 장치를 눌렀다.
호송 밴 차량의 문이 벌컥 열리자,
몇몇 죄수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죄수들 역시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 표정들이다.
최도경 역시 겁에 질린 눈으로 눈앞의 상황을 바라봤다.
“네가 최도경 맞지?”
수갑을 찬 팔을 잡아채는 복면의 손길이 거칠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최도경이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그의 목에 곧바로 검은 천이 덮였다.
복면은 최도경의 입을 막고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했다.
순식간에 몸이 힘을 잃고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나머지 녀석들은 기절시켜 버려. 움직이자."
탁! 퍽! 빡! 억! 으헉!
나머지 복면들이 명령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차량 주변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복면 한 명이 도로에 세워진 화물차를 뒤로 물리며,
도로가 다시 열렸다.
모든 것이 몇 분 만에 끝난 깔끔한 습격사건이었다.
SUV는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최도경은 이제 더 이상 법정에 출석할 일이 없었다.
**
어두운 서울 외곽의 은신처.
차가운 콘크리트 벽과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이 감도는 지하실.
델타 블랙팀은 최도경을 납치해 단단한 금속 의자에 묶어 두었다.
손과 발은 굳게 결박되어 있고,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다.
눈은 공포로 가득 찬 채로 델타 블랙팀을 바라보고 있다.
잭 모리슨은 조용히 최도경 앞에 앉았다.
손에는 검고 날카로운 펜치가 들려 있다.
최도경은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우리에게서 빼돌린 차명 계좌, 어디에 숨겼지?"
최도경은 말을 꺼내려다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입에서 겨우 나온 대답은 미약했다.
"대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난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돈, 없어..."
잭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일어섰다.
최도경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더니, 녀석의 손을 쥐었다.
"거짓말하지 마.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너를 납치한 이유가 뭐겠어?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 다시 묻는다. 돈 어디 있냐고!!"
"저, 정말...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너희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제발 믿어줘..."
잭은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마치 아이를 다루듯 부드럽게 최도경의 손을 살펴봤다.
그리고는 펜치를 들고 손가락 끝을 잡았다.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듣네? 그럼 천천히 다른 방법을 써볼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최도경의 손가락에서 검지 손톱이 펜치로 잔혹하게 잡혔다.
천천히 압력이 가해지며 손톱이 살에서 서서히 분리되는 고통이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최도경은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안 돼! 멈춰! 제발!"
하지만 잭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비명을 무시한다.
손톱이 완전히 뽑히자 피가 흐르고,
최도경은 고통 속에서 헐떡거리며 몸부림쳤다.
"이걸로 정말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이제 시작이야. 손톱 열 개가 다 없어지면 어떨 것 같아? 그때까지 모른다고 할 건가?"
최도경은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그만··· 알겠어, 알겠다고! 말할게··· 말할게···"
잭은 펜치를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유롭게 최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제대로 말해보자. 어디로 돈을 빼돌렸지?"
"빼돌린 게 아니다. 그건 내 비자금이야. 하지만, 돈을 줄께. 외국··· 스위스 은행이야... 거기··· 차명 계좌가··· 하나 있어..."
잭이 흥미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아직도 헛소리를 하네. 뭐, 좋아. 상관없어, 진작 그렇게 협조적으로 나와야지. 그럼 그 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는?"
최도경은 떨리는 손으로 뽑힌 손톱에서 흐르는 피를 막으려 하지만, 아무 소용없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계좌··· 계좌번호는··· 73···89... 42... 비밀번호는 1589···"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펜치를 내려놓았다.
"좋아. 네가 협조적으로 나오니 더 이상은 고문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게 거짓말이라면 다시 돌아와서 남은 손톱도 다 뽑아버릴 거야. 알겠지?"
최도경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지쳐서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에 여전히 공포가 가득하다.
“타일러. 계좌 확인해봐.”
“오케이, 잠깐만 기다려 봐.”
타다다다다다닥! 투다다다다다다닥~!
“어디 보자. 응? 생각보다 많은데? 2억불이나 있어.”
“오, 그래? 그거 잘 됐군. 모조리 우리들 차명 계좌로 넘겨. 다행히 우리 인건비는 나오겠구나.”
최도경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놈들은 대체 누굴까?
난데없이 왜 내가 자기들 돈을 빼돌렸다고 생각하는 걸까?
“저기··· 하나 궁금한 게 있다. 어차피 끝난 마당이니, 말해 줄 수 있잖아?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냐?”
“뭐라고? 무슨 헷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네가 이중민이랑 짜고 강수혁을 죽이라 청부한 다음에 우리 계좌에서 1억불을 빼돌린 걸 모를 줄 알아?”
“엉? 강수혁 청부? 내가 이중민과 짰다고? 그럼 너희들이 델타 블랙팀이냐?”
“그래, 우리가 델타 블랙팀이다.”
“아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강수혁 청부는 맞는데, 내가 왜 이중민이랑 짜고 너희 돈을 빼돌려? 너희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 줄 알아서?”
“야~야~, 이제 와서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타일러, 작업 상황은 어때?”
“잠깐만··· 오케이, 모두 완료!! 2억불을 잘게 쪼개서 차명 계좌들로 이체!!”
“그래? 정말 수고했다. 이제 정리하고 한국을 뜨자. 빌어먹을 자식들 땜에 맘고생 했는데, 그나마 수고비까지 얹어져서 천만 다행이다. 흐흐흐.”
“이 녀석은 어떡하지?”
“뭘 어떡해? 이 녀석도 자살로 위장··· 에이, 그거도 귀찮다. 그냥 죽여서 앞에 보이는 야산에 던져버려. 멧돼지 밥이라도 줘야지.”
“이, 이봐··· 이보세요..!! 돈도 다 드렸는데, 제게 왜 이러세요? 풀어주셔야죠!! 제발··· 제발··· 부탁입니다. 선생님들. 제발 살려주세요. 허~엉~엉~엉~”
“아니 왜 갑자기 울고불고 지랄이야? 아오, 썅. 시끄러워 죽겠네.”
푹~! 푸~욱! 푹! 푹~! 푸~욱! 푹!
헉! 허~억! 억! 허~억
순간적이고 찰라적인 시간이 최도경의 눈앞에서 멈춰버린다.
몸은 이미 수십 번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되었다.
피가 순식간에 복부에서 흘러나와 다리를 타고 내려와 바닥에 고인다.
얕은 숨을 쉴 때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고통스럽다.
그 고통조차 이제는 무뎌져간다.
눈동자가 흐릿해지며 앞이 점점 더 흐려지고, 의식은 아득해진다.
최도경의 머릿속에 갑자기 주마등처럼 인생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
환호하던 사람들,
인터뷰 마이크를 들고 있던 기자들,
박수갈채와 축하의 장면들···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화려한 정치인생의 시작이었다.
화려한 연회장에서 자신을 따르던 정치 동료들과 웃음꽃을 피우던 순간,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자신이 발의한 정책들,
자기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 느끼던 그 전율이 떠오른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장면은 어둡지만 달콤하고,
들키기엔 두려운 비밀들이다.
수많은 미인들과 사치스럽고 방탕한 섹스 파티를 벌였던 기억들.
호텔 스위트룸,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 흘러나오는 술과 쾌락.
아름다운 여자들이 자신의 곁에 모여들고,
그들 사이에서 웃으며 자신을 위대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번쩍거린다.
그 여인들의 몸짓과 웃음,
그 속에서 느끼던 쾌락과 도취감이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고통에서 오는 희열이자 엑스터시? 혹은 오르가즘인가?
히자만, 그 모든 환영은 마치 조각난 유리처럼 흩어져 버린다.
현실로 돌아온 최도경.
자신을 찔러대던 칼의 상처들이 다시 느껴진다.
의자에 묶인 채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머리 속을 찌르듯 다가온다.
숨은 얕아지고,
피로 가득한 눈동자는 천장을 향해 굳어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쌓아온 모든 권력과 쾌락이 한낱 덧없음이었다는 깨달음을 느끼···기는 개뿔,
온몸을 지배하던 통증이 계속되면서,
서서히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려한 인생의 막이 내려가듯,
최도경의 눈앞에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숨이 비릿한 입술을 떠나가고,
그렇게 고요하게 고개를 떨궜다.
···개 같은 인생의··· 개 같은 마무리였다.
- 작가의말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추천과 선작 꾸~욱~! 글쓴이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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