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7화: 폰지 사기꾼들

“근데 이렇게 펀드 구조를 짜면, 나중에 형진그룹과 관련된 자산운용사 및 현지 개발 회사들을 여러 법적 구조로 얽어두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없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르게 되고, 법적 소송도 지연되고 말이죠.”
“이야, 대단하네요. 송진우는 도망가고 박명진은 핀치에 몰린다는 건데? 하긴, 그런 박명진조차도 막강한 그룹 변호사들과 최고의 로펌을 통해 법적 처벌을 피해가기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겠군요. 피해자들만 개털 되는 거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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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기 사건에 대한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뉴스 속보: 형진그룹 산하 형진자산운용의 해외 자원 개발 펀드 사기 사건]
(···) 수조 원 규모의 투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진우 형진자산운용 대표는 신흥국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총 5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송진우는 가짜 자원 채굴 현장, 허위 계약서, 조작된 회계 자료 등을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자원 개발이 진행 중인 것처럼 신뢰를 쌓았다. ···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을 해외 차명 계좌에 은닉했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형진그룹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 해외로 도피한 송진우는 현재 국제 수배 중이며, 금융 당국이 이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한 금액이 조세 피난처로 흘러들어가 회수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한편, 형진그룹과 박명진 부회장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사기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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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진 부회장, 잔뜩 흐트러진 집무실 한가운데 서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손이 아직도 떨리고 있고, 얼굴은 분노로 불타올랐다.
박명진은 안민기 비서실장을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펀드 구조부터 다 속였어! 그놈이 처음부터 다 계획한 거였다고!”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내가 믿었던 모든 게 가짜였어. 자원 개발? 전부 허구였고, 투자자들한테 보여준 보고서도, 회계 장부도 전부 조작된 것들이었어! 내가 그놈한테 속았다고!”
화~아~악~! 와~장~창~창~!
박명진은 책상 위에 놓인 파일을 내던지며 씩씩거렸다.
파일들은 바닥에 흩어졌고, 책상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새로운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자나 돌려주고 있었어. 폰지 사기였다고!”
박명진은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아후, 시팔!! 그놈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안 실장!! 지금 당장 사냥개들을 고용해! 어디로 도망갔든 상관없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그 자금을 몽땅 회수해 와!”
안민기 실장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신속하게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박명진 부회장이 여전히 격앙된 상태였지만,
이제 조금씩 차가운 이성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부서진 책상 위에 손을 짚고 깊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안민기 실장, 송진우 그 자식이 자금을 빼돌린 경로와 차명 계좌들, 그리고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인물들을 샅샅이 조사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행동에 옮겨."
박명진의 목소리는 이제 단호하면서도 차가웠다.
안민기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사냥개들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즉각적으로 송진우 패거리의 자금 흔적을 추적하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는 법무팀 역할이 중요하다. 그룹 변호사들뿐 아니라, 외부에서 최고의 로펌도 함께 작업해라. 최고 수준의 법적 대응을 해야 해."
안민기는 신중하게 메모를 하면서 물었다.
"외부 로펌으로는 어느 쪽을 고려하고 계십니까?"
"태산로펌을 부르도록 해. 국내에서는 최고니까. 그리고 해외 사안이라면 글로벌 로펌과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해. 송진우가 어떤 나라로 도망쳤든, 그곳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해외 변호사들도 반드시 준비시키고."
박명진의 목소리, 여전히 냉랭했다.
"이건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다. 형진그룹의 명성과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잖아. 법적 대응은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진행해. 송진우를 법적으로 완전히 몰아붙여야 해."
안민기는 재빠르게 박명진의 지시에 따라 로펌과 법무팀을 정비할 계획을 구상했다.
이번에는 박명진이 언론 대응에 대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홍보팀과 언론 대응 전문가들을 준비시켜라. 우리가 먼저 언론에 나가 이 사태를 다루는 모습이 중요하다. 우리가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어야 해. 송진우가 우리를 속였고, 형진그룹도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해. 나와 형진그룹이 사건을 뒤집어쓰면 절대 안 된다. 알겠지?"
안민기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추가했다.
"네, 부회장님. 홍보팀과 언론 대응 전문가들을 즉시 소집해 성명서 준비와 대응 전략을 세우겠습니다."
박명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조했다.
"이건 내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 형진그룹 전체가 걸린 문제야. 송진우 같은 배신자가 우리 그룹을 망치게 둘 순 없다. 녀석이 남긴 작은 실수조차도 놓치지 말고 반드시 찾아내. 그룹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해."
안민기는 무거운 표정으로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부회장님,"라고 대답하고는 방을 나갔다.
박명진은 다시 깊은 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룹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
조금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개 같은 새끼···
송진우 녀석의 배신과 사기를 자신이 뒤집어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한적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
하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신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송진우와 사기꾼 패거리 4명은
세상의 모든 부를 손에 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상낙원 같은 섬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바람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불어와 야자수 잎을 흔들고,
이국적인 해변 리조트의 선베드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게 펼쳐져 있고,
눈앞에 펼쳐진 고요한 바다는 마치 그들의 성공을 축하하는 듯하다.
송진우는 손에 들린 칵테일 잔을 들어올렸다.
잔 끝에는 신선한 파인애플 조각과 체리가 장식되어 있다.
피냐 콜라다(pina colada)를 한 모금 마시며 여유롭게 웃음을 지었다.
표정에는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제 모든 게 우리 손에 들어왔군.”
송진우가 해변 너머로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안도의 한숨과 승리감이 묻어 있다.
옆에 앉은 패거리들도 칵테일 잔을 들며 잇따라 미소를 지었다.
패거리 중 한 명,
다부진 체격의 남자는 근사한 선글라스를 끼고,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박명진 그 멍청한 자식, 끝까지 눈치 못 챘죠. 우리가 이렇게 쉽게 빠져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하하하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잔잔한 바다 위로 퍼져나갔다.
송진우는 다시 한번 칵테일 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앞으로 계속 지낼 수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 우린 완벽한 지상낙원에 와 있어. 놈들이 아무리 쫓아와도 절대 찾을 수 없을 거야. 자···!! 성공을 축하하며 건배하자~~!!”
패거리들은 칵테일 잔을 부딪치며 환하게 웃었다.
거의 5조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위장 신분으로 전세계를 호화롭게 놀러 다니며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 계획을 세운 상태다.
송진우와 패거리들은 성공을 자축하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사기극의 결과가 얼마나 완벽했는지 자부하고 있는 중이다.
섬 리조트 뒤쪽, 그들을 위해 마련된 호화로운 빌라.
마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궁전 같다.
화려한 유리창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빌라,
작은 섬에서 매우 독립된 공간으로 설계되어 맘놓고 놀 수 있으며,
그곳에서 최고급 식사와 서비스를 즐기게 될 것이다.
모델 같은 여자들을 몇 명씩 끼고
매일 밤 즐길 생각에 다들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해변가에는 여전히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칵테일 바에서는 무한히 제공되는 음료와 스낵이 놓여 있다.
하지만 송진우와 패거리들은 그 모든 것보다,
자신들이 정말로 모든 것을 속였고 성공했다는 그 사실에 취해 있다.
이 순간, 자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자들이다.
사기는 완벽했으며, 남태평양 낙원에서 이제 그 어떤 추적자도 법적 대응도,
닿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
여유와 성공의 정점을 희희낙락하게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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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성수 지부장님. 잘 지내셨는지요?”
“그래, 수혁아. 간만에 연락하는 거 같네. 저기, 다름이 아니고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다.”
“네, 말씀하시죠.”
“국정원 2차장에 새로 부임한 천성민이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자네에게 SOS를 쳐달래.”
“네? 국정원에서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이번에 형진자산운용 폰지 사건 말이야. 그게 금액이 5조원이나 되고,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서 금융 당국이 아주 곤혹스러운 모양이더라고. 그걸 국정원에 추적해 달라고 요청했대. 문제는 송진우 패거리들이 비자금을 어딘가에 분산해 감춰버려서 국정원에서도 도무지 꼬리를 잡지 못하는 거 같아.”
“아, 그러면 저보고 자금 추적을 도와달라는 의미인가요?”
“그렇지. 자네가 자금 추적에 귀재라는 사실을 국정원에서도 천성민 차장만 알고 있거든.”
“음··· 거 참, 사회적으로 너무 논란이 많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니,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른 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섣불리 도와주자니, 저만 오히려 노출되는 거 아닌지.. 판단이 잘 서지를 않네요.”
“자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천성민에게 단서를 달겠다고 했어. 작전은 수혁이 단독으로 하되, 필요시에만 국정원 요원을 부르는 걸로.
국정원 내부에서는 자네의 이름이 아예 거론되지 않도록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걸로. 그리고 성공보수 10퍼센트를 너에게 지급하는 걸로 말이야.”
“성공보수야 뭐··· 알겠습니다. 일단, 지부장님께서 만든 단서 조항은 좋네요. 진행하면서 혹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래. 고맙다. 천성민이 그 친구가 사실은 특수부대 동기야. 진동준이랑도 친하고. 그거 아니면 내가 너에게 부탁을 하지 않았을 거야. 네가 국정원에 빚 한번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해라.”
“아··· 세분이 동기셨어요? 그러면, 제가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죠.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금만 확보되면, 송진우 패거리들을 수사 당국에 넘길 이유는 없죠?”
“그렇지. 그 녀석들을 감옥에서 편히 생활하게 해줄 이유가 없잖아?”
-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꾸~욱~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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