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화: 사냥

“네? 실종이요?”
“그래, 그저께 만나기로 한 녀석이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끊겼다니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집에는 가보셨어요?”
“가봤지. 오늘 원룸에 찾아가봤는데, 거기도 없어. 절대 이런 녀석이 아니거든.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는 거 같다. 경찰에 있는 후배에게 부탁해 휴대폰 추적을 했는데, 아예 신호가 잡히질 않아.”
진동준 사범이 수혁을 만나 후배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중이다.
특수부대 후배 민동현.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게, 녀석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거든. 누구에게 쉽게 당할 녀석이 절대 아니야.”
“음··· 알겠습니다. 이상하긴 하네요.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제가 조사해서 추적해 보도록 할께요.”
**
진사범과 대화를 나누던 순간, GPS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목소리가 들렸다.
【 강원도 정선 인근 깊은 숲속, MK그룹 별장 사냥터에 비밀 금고가 있습니다. 】
MK그룹? 권태영이라는 젊은 놈이 회장이다.
별장에 무슨 사냥터가 있지?
어디 보자, 녀석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
이때부터 수혁은 며칠동안 심혈을 기울여 MK그룹과 권태영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비밀을 파악해 감에 따라 놀랍기 짝이 없었다.
이야, 세상에 별별 미친 놈들이 천지삐가리구나.
어떻게 이런 괴물들이 만들어졌지?
아닌가?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건가?
권태영과 경호원들 10명 이놈들.
아주 그냥 작살을 내야겠구나.
**
권태영과 졸개들이 숲속 별장에 도착하기 전에 수혁이 40대 등산객으로 변장을 하고 먼저 도착하여 CCTV등 제반 통신 장비를 무력화시켰다.
숲으로 들어가 미로와 동굴 같은 거를 샅샅이 확인하고,
어떤 식으로 녀석들을 유인할 건지 차분히 점검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녀석들이 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늘 격투기 하는 아마추어 고수들을 납치해서 사냥하려던 참이었다.
숲속 끝자락에서 수혁이 녀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권태영과 경호원들이 장비를 정비하며 사냥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드디어, 권태영이 세명의 사냥감을 풀어주면서 협박을 하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사냥감이 숲속으로 당황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사냥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경호원들은 수혁의 존재에 대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숲을 따라 각자 위치로 흩어졌다.
수혁의 작전은 경호원들부터 한 명씩 유인하여 차례로 박살내기.
사전에 설치해 둔 작은 덫과 장비들을 활용해 첫 번째 타깃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수혁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리자 경호원 중 한 명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총을 겨누며 다가왔다.
경계심에 주변을 살피던 경호원은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움직임에 발을 옮기다,
갑자기 발 아래에 설치된 덫에 걸려 넘어졌다.
사~삭~ 빠~각!!
수혁은 순간적으로 은밀하게 다가가 경호원의 목을 강하게 비틀며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한 채, 순식간에 제압했다.
첫 번째 경호원은 짧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치~직···
“넘버 4, 응답하라.”
첫 번째 경호원이 무전을 통해 응답하지 않자,
경호원들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무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무응답이 이어지자 경호원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수혁은 빼앗은 무전기로 엿들으며,
다음 타깃을 향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두 번째 경호원에게는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 조용히 다가가 뒤쪽으로 돌을 던지며 소리 내어 주의를 끌며 자극했다.
경호원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표정으로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 섬광탄을 터뜨렸지만,
그 순간 수혁은 옆에서 덮쳤다.
사~삭~ 뽀~각~!!
수혁은 신속하게 녀석의 팔을 꺾으며 무기를 빼앗았다.
비명을 내지르기 직전 목에 푸~욱 칼이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즉사.
경호원의 몸이 땅에 쓰러지자,
수혁은 곧바로 다음 타깃을 향해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호원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5명이 무전을 받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어 버린 것이다.
사냥감들 3명은 이미 모두 따로 잡아 잔인하게 처리해 버렸는데,
어떤 녀석이 숨어서 우리 경호원들 5명을 처치했단 말인가?
낌새가 이상하여 남은 경호원들은 서서히 두려움에 휩싸였다.
치~직~
“부회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우리 동료 5명이 연락이 안됩니다.”
치~직~
“그래? 나도 이상하던 참이다. 여기 별장에 와서 보니, CCTV가 모조리 불통이다. 보이는 게 하나도 없어. 휴대폰도 안 터지고. 왜 이러지?”
“어?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더 이상한데요? 사냥감들은 이미 모두 잡아 처리했거든요···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거 아닙니까?”
“엥? 다른 놈이 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여긴 아무도 모르는 오지 중의 오지인데 말이야.”
“저희들이 이쪽 숲을 이잡듯이 뒤질 테니, 부회장님도 거기서 경계를 강화하시기 바랍니다. 잡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롸저.” 치~직~
무전을 끝낸 경호원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자신들도 익숙한 ‘사냥꾼’이 아니라···
혹시 누군가에게 사냥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 것이다.
남은 5명은 긴장된 목소리로 서로에게 “조심하자. 분명 누군가 있다”고 속삭였지만,
수혁은 녀석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이미 다음 경호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여섯 번째 경호원은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방향을 바꾸어 도망치려 했지만,
숲 속 곳곳에 설치된 수혁의 덫과 장애물들에 의해 방향을 잃고 결국 수혁에게 추적당했다.
수혁은 경호원이 도망가던 길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경호원이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날렵하게 다가가 팔을 비틀어 석궁을 빼앗아 버렸다.
푸~슉~!
수혁은 녀석을 향해 순간적으로 석궁을 쏴버렸다.
석궁은 녀석의 눈동자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아~아~악~!!!!!!”
처참한 비명 소리가 숲 전체에 메아리쳤다.
그것이 끝이었다.
숲은 다시 고요해졌다.
남은 4명의 녀석들은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사냥감에게선 들을 수 없었던, 동료의 비명 소리였다.
섬뜩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한 절규로 메아리쳤다.
그 후에 다가온 숲의 정적이 더 무서웠다.
**
숲 속에서 경호원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사이.
권태영 역시 이상한 낌새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전을 통해 남은 경호원들에게 집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무전은 이미 응답이 끊긴 지 오래였다.
권태영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권총을 꺼내들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로 별장 문을 걸어 잠근 채,
감각을 곤두세우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수혁은 마지막 남은 경호원까지 모두 처리해 버리고 별장을 향해 다가갔다.
별장 주변을 천천히 살피며 생각에 잠긴 수혁.
쨍~그~랑!! 펑! 퍼~펑!!
갑자기 유리창을 깨뜨리고,
섬광탄과 최루탄을 같이 던져 넣어버렸다.
콜록! 콜록! 켁! 켁!
탕! 탕! 탕! 탕!
순간적으로 기습을 당한 권태영이 유리창 방향을 향해 무대포로 권총을 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탄알이 떨어져 호주머니에서 꺼내 탄창을 바꾸는 순간,
별장 출입문이 벌~컥!
순식간에 누군가가 뛰어들어와 권태영의 옆구리를 차버렸다.
팍! 억! 우~당~탕~탕~!!
순간적으로 나뒹굴며 호흡 곤란이 찾아왔다.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이 저 멀리 나뒹굴었다.
그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같이 밀려왔다.
끄~아~악!
너무 아파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느낌이다.
수혁은 권태영을 쓰러뜨린 후, 냉소적인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너도 당해보니까 어때? 오르가즘을 느낄 정도 아냐?”
“끄~으~으~윽, 이 개자식. 너, 내가 누군줄 알고··· 끄~흑~”
“너? 인간 백정 아냐? 아버지까지 죽인 살인마 새끼.”
“뭐, 뭐라고? 아, 아니··· 그걸 어떻게?”
“아무도 모를 줄 알았나 보지? 그런거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지.”
“뭐, 뭘 원하는 거냐? 돈이라면 내가 원하는 만큼 주겠다. 말만 해라.”
“돈? 여기 별장에 비밀 금고 있는 거 아는데, 뭘 원하냐니? 그냥 가져가면 되는 거 아냐?”
“뭐? 그건 또 어떻게··· 하~아, 씨~팔~”
푸슉! 푸슉! 푸슉!
이마에 한방, 가슴에 두방.
권태영이 세상에 던진 마지막 말은 ‘하~아, 씨~팔~’이었다.
별장은 적막 속에 휩싸였고,
오랜 시간 동안 권태영이 지배했던 공포와 잔혹함은 수혁의 손에서 마침내 끝이 났다.
**
비밀 금고를 열고 보니 상당한 수준의 비자금이 들어 있다.
현금이 300억,
차명 계좌와 무기명 채권이 4천억,
해외 비밀 계좌가 1조 2천억 수준이다.
납치를 위해 사전에 사람들을 선정한 리스트도 있고,
납치부터 사냥하고 불가마에 집어넣어 소각한 장면들까지 담긴 영상들.
미친 새끼가 이걸 또 생생하게 동영상으로 남겼다.
녀석에게 일종의 전리품인가?
진사범님 후배인 민동현을 포함해···
무려 백여명이 넘는 희생자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이유도 모르고 사냥 당했을 것이다.
녀석들은 그냥 말 그대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었다.
권태영과 경호원 녀석들을 모조리 불가마에 넣고 흔적을 지워버렸다.
사냥감으로 희생당한 3명은 별장 뒤쪽 양지에 매장해 주었다.
**
자초지종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진사범님.
한숨을 푹푹 쉰다.
“하~아, 그런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다. 복수한 거만 해도 천만다행이지. 백명이 넘었으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겠냐?”
“민동현이라는 분은 가족이 없으신가요?”
“아··· 없어. 보육원에서 자라 힘겹게 살다 특수부대에 들어와서 그나마 삶의 보람도 찾고 그랬어. 좋지 않은 불상사로 불가피하게 전역했어. 어렵사리 중소기업에 취업해 가끔 만나 저녁을 먹곤 했지. 그래도 많지 않은 월급으로 보육원을 살뜰히 살폈었는데.”
“그래요? 좋은 분이셨군요. 그러면 사범님께서 보육원을 대신 지원해 주시면 어때요?”
“어? 보육원 지원?”
“네. 금액을 늘려서 꾸준히 지원해 주시죠. 저희 SH글로벌에서 지원하는 걸로 하고요.”
“음,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동현이가 알면 뛸 듯이 좋아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사범님께서 지원 사업을 늘리시면 어때요? SH글로벌 장학 재단도 만들고, 어려운 곳들에 기부하는 사업들도 추진하는 걸로 해서요.”
“어? 내가 말이냐? 그건··· 알겠다. 좋은 일이니, 발벗고 나서서 지원하도록 하마.”
“어차피 회사에서 그런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제가 지은 죄도 조금이나마 씻고 말이죠.”
“네가 나쁜 녀석 부류에 들어가면, 세상에 나쁘지 않은 놈이 어디 있어? 그래, 무슨 말인지 이해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자. 나도 죄 지은 게 많아서, 이번 참에 씻김굿 좀 하는 셈치고, 열성적으로 진행하마.”
“고맙습니다. 김민수 상무와 이준혁 부장에게 팍팍 밀어 드리라고 이야기해 놓을게요.”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꾸~욱~!!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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